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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으으으크 님의 서재입니다.

몰락한 귀족으로 살아남는 방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류으으으크
작품등록일 :
2023.06.15 11:20
최근연재일 :
2024.02.02 20:00
연재수 :
224 회
조회수 :
487,209
추천수 :
7,417
글자수 :
1,371,797

작성
23.07.16 09:30
조회
4,024
추천
54
글자
12쪽

"레이디 카렌"

DUMMY

"데일 백작님, 누추하지만 우선 안으로 드시지요 차라도 내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레이디."


해가 완연하게 뜨고 사람들이 활동하는 시간대가 되자 비교적 외진 이곳에도 사람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시시각각 변하는 그녀의 반응 재밌어 조금 더 놀려주고 싶었지만, 우리 둘 다 둘이 대화하는 모습을 듀발 후작의 눈에게 보여지기라도 한다면 곤란한 일이 발생한다는 생각이 닿았는지 자연스레 고아원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간 저택의 내부는 낡은 외관과는 다르게 꽤 잘 정리되어 있었다. 먼지 한 톨 안 나올 정도는 아니지만, 어느 곳 하나 거미줄 친데 없이 깔끔하게 청소되어 있었다.


홀로 운영하는 고아원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대부분의 방은 원생들 방이었고 가장 안쪽의 방에 원장님 방 이라 아이들의 삐뚤빼뚤한 글씨로 쓰여있고 그 위에 '응접실'이란 문패가 달려있었다.


카렌은 고아원 내부를 둘러보는 나에게 보이기 창피했는지 내부 안내는 하지 않고 호다닥 바로 응접실로 나를 안내하곤 마당이 보이는 큰 창가 쪽에 놓인 원형 테이블로 나를 안내하곤 나간 뒤 잠시 뒤 김이 살포시 올라오는 티포트와 찻잔을 가지고 들어와 내게 차를 내주었다.


"입맛에 맞으실지 모르겠습니다. 나름대로 이곳에 있는 것 중 가장 고급이긴 한데..."

"훌륭해, 근래 먹어본 차 중에 최고야 진심으로. 수도에선 독이라도 들었을까 제대로 마신 게 없었거든."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아이들 이제 곧 아이들 식사 시간이라..."

"응응, 편하게 해. 나 어차피 너 만나러 온 거라 이 도시에서 따로 할 일도 없어."


원래 얼굴에 홍조기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을 만나러 왔다는 이야기 때문일까 카렌은 또다시 얼굴을 붉히곤 가볍게 묵례로 인사하곤 호다닥 방을 나갔다. 그녀가 나가자 방 밖 복도가 어수선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페일 내가 안에서 뛰어다니지 말랬지!!!'라는 그녀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모르는 척해줬다.


그렇게 응접실 겸 그녀의 침실에 혼자 남아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아무리 응접실이래도 다 큰 숙녀의 방에 이렇게 혼자 있으려니 살짝 호기심이 동해 아까는 대놓고 보지 못한 그녀의 침실 방향을 둘러보았다.


침실 쪽은 단출하게 침대와 화장대가 놓여있었고 한때는 고급스러웠겠지만, 지금은 낡아 약간 색이 바랜 소녀 감성이 충만한 분홍색 이불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아마 저택 대부분의 공간을 원생들을 위한 공간으로 내주고 그녀 또한 한창 귀염받고 사랑받아야 할 18세 소녀임에도 이렇게 소박하게 자신의 침실을 응접실 겸 꾸며 혼자 생활하는 그녀를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맘이 쓰렸다.


'딸깍'


"많이 기다렸지... 요?"


그녀가 내어준 차를 마시며 잠시간 방을 둘러보고 있자 어느새 요리를 마친 그녀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후작이 말하길 예전부터 그녀는 귀족 영애답지 않게 털털하고 덜렁대는 구석이 있었다고 했다. 그 말이 틀리지 않은 듯 방으로 들어온 그녀는 앞치마도 벗지 않은 채 였다.


"뭐야 그 이상한 말투는, 내가 기억하지 못한다고 너무 의식하지 말고 친구처럼 편하게 말해도 돼. 우리 어릴 적부터 아주 친했다고 들었어. 나는 기억이 없지만 너는 아니잖아."

"호호호... 저는 이게 편하답니다."


"에휴... 너나 페드로나 진짜 말 안 듣는 걸로는 최고다 내 친구라는 사람들은 왜 죄다 이런지..."

"페드로는 잘 지내? 요? 프레드릭 씨도 잘 지내? 요?"


요조숙녀임을 연기하는 건지 어색함을 연기하는 건지 그녀는 이상한 말투를 지속했고 그런 그녀를 보자 우직하게 존댓말만 고집하는 나의 친구가 생각나 하소연하자 조금 전과는 다르게 그녀는 격한 반응을 보여왔다.


아마 모두에게 기억은 없다 하더라도 어린 시절 나와 친했다고 하면 그녀가 페드로와 프레드릭을 모를 리가 없을 것이었고, 오랜만에 들은 친근한 이름에 반가웠던 듯 했다.


"최근 전쟁에서 비교적 큰 부상을 입긴 했는데 다행히도 목숨에는 지장이 없어. 전쟁이 끝나고 먼저 영지로 보냈으니 아마 지금은 휴식 중일 거야. 프레드릭도 여전히 깐깐한 양반이고 잘 지내고."

"다행이네요. 너무 오랜만에 듣는 그리운 이름들이라서 무례를 범했습니다...."


말의 끝을 삼키는 그녀의 얼굴을 보자 어린 나이에 여자의 몸으로 오랜 시간 연고도 없는 이 도시에서 홀로 살았을 그녀의 외로움이 느껴지는 듯했다.


그녀의 어두운 표정을 보자 마치 환생 전 과거의 혼자였던 김대수 시절의 내가 떠오르며 홀로 외로웠을 그녀의 마음이 공감돼 안타까웠다.


"무례는 무슨 편하게 하라니까. 근데 듣기로는 듀발 그 개자... 아니 미안, 듀발 후작이 재정적 지원을 해주는 걸로 알고 있는데 후작의 지원치고는 여기는 너무 소박한 거 아니야?"

"후훗. 괜찮아요 역시 아버지를 그렇게 부르는 걸 보니 기억은 없으셔도 데일 백작님답네요. 한결같으세요."


나는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듀발의 욕을 할뻔한 것을 정정하고 그녀에게 물었다. 그랑 후작의 말을 들어보면 후작은 데이지는 기억에서 지워졌어도, 다른 방법으로 카렌이 자기 딸인 것은 알고 있다. 그리고 그녀에게 지속적인 재정적 지원을 해준다고 했다.


그러하다면 그녀가 고아원을 운영하는 것도 알 테고 듀발 후작이 아무리 모종의 이유로 그녀를 모두의 기억에서 지웠어도 자기 딸이 이렇게 소박하게 지내는 걸 두고 볼 인물이 아니었다.


"아버지의 지원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요, 하지만 관심이 없으신 건지 아니면 관여하기 싫으신 건지 제가 고아원을 운영하는 건 모르시는 것 같아요, 매번 지원금은 딱 혼자서 여유 있게 살 수 있을 정도가 오거든요. 그리고 보시다시피 여기는 원생이 조금 많다 보니 항상 부족한 실정이죠..."

"아아... 그런 사정이 있었구나..."


"그래도 괜찮아요 이제 제법 익숙해져서 잘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그랑 후작님과 만나시고 저를 찾아오신 건 현 황제를 위협하는 '독' 때문이시죠?"

"너를 만나러 왔다니까? 라고 해야 안 믿으려나 하하, 맞아 독에 대해 아는 것이 있다면 알려줬으면 해."


"백작님도 참 예나 지금이나 실없는 농담을 좋아하시네요, 우선 저도 그리 많이 아는 바는 없어요. 아버지와 백작님 아버님이 다투시는 장면을 본 그날 뒤로 부모님을 뵈러 간 적이 없거든요... 그때 제가 들은 바로 현 황제를 위협하는 건 일반적인 독은 아닌 것 같았어요."


그녀는 그날 나의 아버지와 듀발 후작이 다투는 장면을 본 뒤로는 본가로 간 적이 없다 했다. 그만큼 그녀는 그 둘 사이의 대화 내용이 충격으로 다가왔고, 자신의 아버지가 듀발 후작의 아예 모르던 새로운 모습을 본 것이 트라우마로 남은 듯했다.


그녀의 기억을 토대로 그날의 이야기를 떠올려 보면 독의 이름은 명확히 알 수 없으나 일반적인 독처럼 생명에 바로 위해를 가하는 것이 아닌 사람의 머릿속을 헤집는 독이라고 기억한다 했다.


그러한 기억을 토대로 이곳에서 오며 가며 세상을 돌아다니는 여러 상인에게 물었지만, 독을 아는 자는 없다고 했다.


유일하게 들은 그나마 유익한 조언은 '마탑으로 가서 물어보라'라는 내용이었다고 했다. 물론 그녀도 마탑으로 가 물어보고 싶었지만, 자신을 감시 겸 보호하는 눈들이 많았기에 쉽사리 움직일 수 없었다.


거기다 마탑은 폐쇄적인 집단이라 특별하게 용무를 가지고 허가된 인물이 아니면 외부인의 출입이 쉽지 않은 곳이기에 포기했다고 했다.


"레테의 강물도 그러하고 황제에게 쓴 독도 그러하고 사람들의 정신에 작용하는 독이라... 나는 많은 책을 읽었지만 이런 독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어. 아무리 학자 가문 출신이고 유능한 능력을 갖춘 듀발 후작이라 해도 이런 독들을 어찌 알고 구했을까?"

"저도 그게 의문이긴 한데, 아버지에 대한 부분이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너무 비밀이 많은 분이셔서... 도움이 못 되어 죄송합니다."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닌걸. 지금 이러한 정보도 카렌 네가 아니면 전혀 몰랐을 거야 큰 도움이 되었어."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백작님."


그랑 후작을 통해, 그리고 그녀를 통해 듀발 후작에 대하여 들을수록 의문은 커졌다. 나도 황실 서고까지는 아니더라도 수도에 있는 수많은 책을 웬만큼 읽었다 자부하지만 듀발 후작이 쓰는 이러한 정신에 작용하는 독들은 처음 들어보는 것들이었다.


황제에게 사용한 독의 정체도 정체지만 아무리 후작이 학자 가문 출신이고 유능한 자라 해도 일반적이지 않은 이런 희귀한 독들을 구해서 사용할 수 있는지가 가장 큰 의문이었다.


그녀는 내 질문에 대답 대신 사과를 표했다. 당연히도 이러한 내용들을 허술하게 관리할 리가 없는 듀발이기에 이렇게 집에도 가지 못하고 홀로 살아가는 그녀로서는 더 이상 알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나저나 그러면 이참에 내 영지로 와서 지내는 건 어때? 영지에 빈 부지들이 많아서 고아원도 더 크고 그럴싸..."

"소냐 화단 망치지 말라고 했지!!!"


"하게 지을 수 있을 거야... 너도 어엿한 숙녀인데 네 방과 응접실 정도는 따로 둘 공간은 돼야지."

"아... 앗... 그... 말씀은 고맙지만... 아버지의 눈이 많아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무거운 이야기가 지난 뒤 나는 그녀에게 조심스레 내 영지로 향하자 제안했다. 그랑 후작의 부탁이 아니었어도 내가 기억하진 못하지만, 그녀 또한 내 친구라면 이런 곳에 홀로 두는 것은 좋지 않다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 네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아! 그럼 이ㄱ...."

"랜돌 내가 도리안 괴롭히지 말라고 했지!!!"


"거... 선물이야 별로 비싼 거 아니니까 부담 가지지 말고 받아."

"아... 앗... 그... 네 감사합니다. 백작님."


나는 지금 눈앞 그녀의 모습을 보며 그녀가 대단하다 느꼈다. 그랑 후작이 말했듯 나야 쌓인 연륜이 있다 보니 이런저런 큰일에도 냉정함을 유지하며 견딜 수 있는 것이지만 그녀는 달랐다.


강한 척 해 보아도 그녀는 결국 18살의 소녀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꿋꿋하게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그녀의 의사를 존중해 주어야겠다 생각했다.


결국 그녀에게 더 이상 내 영지로의 이주를 권하지 않았고, 준비해온 아티팩트만을 건네주었다. 상자를 열어보지도 않았음에도 자신에게 주어진 선물에 눈을 반짝이는 걸 보니 영락없는 18세 소녀의 모습처럼 보여 잠시간 생각이 흔들렸지만 이내 다시 그녀를 존중해 주기로 했다.


대화하는 내내 아이들과 투덕대긴 해도 아이들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그녀의 얼굴을 보니 참 예뻐 보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녀가 부모에게 버려지거나, 부모가 죽어 혼자가 된 아이들에게서 친구들에게도, 심지어 가족들에게도 잊혀 홀로 살아가고 있는 자기 모습을 투영해 외로움을 달래는 것 같아 보여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나 또한 예전의 지구에 살던 김대수 시절의 내가 떠올라 그녀의 그러한 모습이 더욱 안타깝고 외롭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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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제몬드" 23.08.06 2,872 45 13쪽
47 "문 뒤" +5 23.08.05 2,923 4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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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수상한 동굴" +2 23.08.03 3,038 50 12쪽
44 "마을조사" +5 23.08.02 3,138 50 15쪽
43 "마탑주의 의뢰" 23.08.01 3,119 50 12쪽
42 "잉게리움" 23.07.31 3,208 46 13쪽
41 "마탑으로" +2 23.07.30 3,286 48 12쪽
40 "영지의 발전, 그리고?" +6 23.07.29 3,384 46 13쪽
39 "스위든 백작" +3 23.07.28 3,292 49 13쪽
38 "모여드는 사람들" 23.07.27 3,315 47 13쪽
37 "미래를위한계획" +2 23.07.26 3,440 50 13쪽
36 "전쟁의 의미" +4 23.07.25 3,467 53 14쪽
35 "완벽한 승리" 23.07.24 3,448 51 12쪽
34 "기습 공격" +2 23.07.23 3,449 49 16쪽
33 "용병 모르단" +3 23.07.22 3,508 47 15쪽
32 "습격자의정체" +1 23.07.21 3,521 47 15쪽
31 "한밤의 습격자" +4 23.07.20 3,628 54 13쪽
30 "흑색 봉투의 서신" 23.07.19 3,775 50 14쪽
29 "정혼자" +2 23.07.18 3,954 48 16쪽
28 "카렌의 눈물" 23.07.17 3,860 52 13쪽
» "레이디 카렌" 23.07.16 4,025 54 12쪽
26 "오랜 친구" 23.07.15 4,134 58 12쪽
25 "황제" +4 23.07.14 4,283 55 12쪽
24 "마도공학" +2 23.07.13 4,289 55 12쪽
23 "아티팩트" 23.07.12 4,360 59 11쪽
22 "마법용품점" +1 23.07.11 4,547 57 12쪽
21 "미친 난쟁이" +2 23.07.11 4,678 56 12쪽
20 "맥주는 역시" 23.07.10 5,298 5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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