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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으으으크 님의 서재입니다.

몰락한 귀족으로 살아남는 방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류으으으크
작품등록일 :
2023.06.15 11:20
최근연재일 :
2024.02.02 20:00
연재수 :
224 회
조회수 :
487,224
추천수 :
7,417
글자수 :
1,371,797

작성
23.07.15 09:30
조회
4,134
추천
58
글자
12쪽

"오랜 친구"

DUMMY

황제는 나와 인사를 마무리하고 이 이상 이목을 끌고 싶지는 않아서인지 휙 하고 내게서 돌아섰다. 그리고 다시 그랑 후작의 안내를 받으며 다른 사람들과의 인사를 시작했다.


황제가 내게서 멀어지자 자연스레 나에게 쏟아지던 관심도 다시금 멀어지기 시작했고 화려한 연회 속에서 나는 다시 투명 인간이 되었다.


이러한 반응이 있을 거란걸 알고 있고, 또 원하기도 했지만, 솔직히 철저히 고립되는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렇게 다시 홀로 남은 나는 언제쯤 연회를 빠져나갈까를 고민하며 시간만 때우기 시작했다.


연회는 길고 지루했지만 아주 소득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황제의 치하로 인해 내가, 내 가문이 건재함을 어느 정도 알릴 수 있었다.


그리고 여태까지와는 다르게 제국을 위해 변방을 개척하는 영주라는 것이 공식적으로 공표된 것이나 다름이 없어 적어도 연회에 참석한 이들 중에서는 울부짖는 숲에 볼든 백작령이 있다는 걸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었다.


물론, 나에 대한 견제가 심한 만큼 조용히 지내는 것도 좋겠지만 이렇게 공표됨으로써 귀족을 사칭한다는 둥 하는 쓸데없는 시비에서는 해방될 터였다. 


그리고 황제의 상태를 확인한 것 또한 소득이었다. 그랑 후작의 말을 마냥 신뢰할 순 없었는데 가까이서 본 황제는 서른넷의 나이라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이를 들키지 않게 화장과 옷을 겹쳐 입는 등 부단히 노력하여 유의 깊게 살피지 않는다면 건강한 청년으로 보일 것이다.


황제의 입장은 꽤 복잡했다. 알 수 없는 독으로 듀발 후작에게 이끌려 다니는 것과는 또 별개로 황제에게는 아직 후사가 없다.


이럴 때 자신이 병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제국 내부에서도 후계를 둘러싼 소란이 있을 게 뻔했고, 남부의 왕국들 또한 이를 기회로 삼아 여러 수작질을 벌일 것이기에 애써 강한 척 하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과연 현 황제를 저렇게 압박하는 독의 정체는 무엇이고, 어떤 효과를 지녔기에 서른넷 가장 왕성한 활동력을 가졌을 나이에 건강했던 황제를 저렇게까지 몰아세웠을까에 대해 고민하며 남은 연회를 보냈다.


잠시 뒤 공식적인 연회는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연회는 끝나지 않았다. 이렇게 중앙 귀족과 지방 귀족이 모두 모일 만한 행사는 흔하지 않았기에 공식적인 연회는 마무리되었어도 마치 2부 느낌으로 다들 남아 연회를 즐겼다.


나는 듀발 후작의 견제로 어차피 친분을 맺을 사람들이 딱히 이 자리에 없기에 공식적인 연회가 마무리되자 밖으로 나왔다.


황궁을 나와 내가 묵는 숙소까지 가는 거리는 한산했다. 이미 해는 졌고 어둠이 내려앉은 도시는 한산했다. 간간이 돌아다니는 취객들과 경비병들이 보였을 뿐 중앙대로를 지나도 낮과 같은 번잡함은 없었다.


중앙대로를 지나 숙소로 향하는 길에 누군가 쳐다보는 느낌이 들어 한쪽 골목을 돌아보니 흰색 로브를 뒤집어쓴 한 인영이 가만히 서서 내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완전한 순백색으로 이루어진 로브를 후드까지 뒤집어써 얼굴이 보이지 않은 그자는 내가 마주하니 이내 뒤를 돌아 골목의 안쪽 어둠으로 사라졌다.


이상한 마음에 골목 안쪽으로 가 보았지만 마치 원래 아무도 없었던 듯 골목은 조용했다. 나는 왠지 찜찜한 기분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발을 돌려 다시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 들어서 인사하는 종업원에게 내일 떠날 것이라는 내용을 수도 군영에서 지내고 있는 내 병사들에게 전해달라 요청했고 타고 갈 마차 한 대를 구해달라 요구하며 돈을 쥐여주었다.


돈을 받아 든 종업원은 고개를 90도로 숙이며 감사 인사를 하고는 가벼운 걸음으로 여관 밖으로 향했다.


이튿날 나는 일찍 일어나 간단히 준비한 뒤, 잠시 어머니의 묘소에 인사하고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오자 어느덧 준비를 마친 병사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이동 경로와 챙겨야 할 품목들을 일러주었다. 그렇게 내 영지로 복귀 준비는 금방 완료되었고 점심이 되기 전 수도를 떠날 수 있었다.


서서히 멀어져 가는 수도를 바라보며 다음번 올 때는 꼭 어머니를 아버지와 같이 모시겠다 다짐하며 마차의 창을 닫았다.


수도에서 내 영지까지는 꽤 먼 거리임에도 나는 내 영지로 바로 가지 않았다. 내가 가는 방향은 호란성을 경유하는 경로로, 호란성에 들르려면 영지로 가는 길에서 조금 벗어나 수도에서 남쪽으로 조금 둘러 가야 했지만 카렌을 만나고 가려 했기에 서두르지 않고 조금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나는 이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 위해 애썼다. 내 영지에는 말도 없고 기마병 또한 없다. 하지만 향후 전령이나, 기동성을 필요로 하는 일이 생겼을 때 말을 탈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참에 병사 몇몇에게 말을 타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역참에서 말 열 필을 대여해 병사들에게 말까지 태운 상태였다.


그 때문에 마차 내부에는 나 혼자이다 보니 심심하긴 해도 잘 닦인 가도를 따라 이동하는 마차는 다른 불편함은 없었다.


하지만, 병사들의 승마술이 숙달되지 않아 우리는 무리하여 속도를 내지 않고 천천히 이동했다.


수도에서 출발한 지 정확히 6일째 되는 날 나는 호란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호란성은 제국 수도에 인접한 성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영향력이 큰 영지는 아니었다.


호란성은 수도에서 서남쪽으로 약간 아래 있는 영지로 제국의 중앙에 인접한 땅이긴 하나 조금 위로는 수도가 조금 아래로는 수도와 남부를 이어주는 교통 요충지인 포톤 성이 자리 잡고 있다 보니 사실상 조금 애매한 구석이 있는 곳이었다.


"안녕하십니까 백작님, 영주님은 공무로 바쁘셔서 나오지 못한다는 양해를 구해달라 하셨습니다. 모쪼록 즐거운 도시여행이 되기를 바랍니다. 통과!"


성문에 도착하자 입구에서 형식적인 검문이 있었고, 경계병은 내 직위와 신분을 듣더니 후다닥 달려가서 한동안 조용하더니 잠시 뒤 안쪽에서 사람 한명이 나와 우리에게 다가왔다.


보통의 영주라면 자신보다 작위가 높은 귀족이 방문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어떻게 연줄이라도 한번 대어볼까 싶어 버선발로 뛰어나와 극진히 모시며 반겼을 것이다.


호란성은 자치령이 아닌 제국의 직할령으로써 듀발 후작의 입김이 강하게 닿는 영지임을 알기에 그런 것을 바라진 않았어도 적어도 내가 왔음을 들었으면 영주의 성으로 안내하는 것이 예의였다.


하지만, 이곳의 무례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나를 맞이한 것은 이곳 영주의 가신도 아닌 그저 일개 경비 대장이었다.


거기다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너무도 뻔뻔하게도 나를 성으로 안내하기는커녕 알아서 있다 빨리 가라는 듯한 태도로 일관했다.


황당하고 불쾌하긴 했지만, 수도와 가까운 이곳에서 소란을 일으켜 봐야 좋을 것이 없고, 내가 이곳에 온 것 또한 듀발의 귀에 들어가서 좋을 것이 없기에 꾹 참은 채 바로 시내로 향했다.


호란성은 번화하거나 영향력이 큰 영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도시는 도시답게 구획도 잘 나뉘어있었고 내부의 길도 잘 관리되어 있었다.


나는 마부에게 근처에 너무 호사스럽지 않은 여관을 가자 했고 이내 마부는 주변을 물어 마차를 이동했다. 


원래 사치를 그렇게 즐기는 편도 아니었고, 수도에서 이것저것 생각보다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바람에 남아있는 돈이 많지 않았기도 해서 깔끔하긴 하지만 화려하거나 튀지 않는 소박한 여관을 골랐다.


나는 나를 위한 방과 병사들을 위한 방 2개까지 총 3개의 방을 잡았고 3일 치의 식사비도 미리 지불해 뒀다.


내 영지라면 이런 것 쯤은 신경을 안 쓰겠지만, 귀족이 자기 사병과 겸상하는 건 예법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보니 듀발 후작의 앞마당에서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싶어 나는 홀로 따로 방에서 식사했다.


그렇게 방에서 식사를 마치곤 간단히 씻으니 이곳에 오는 동안 몇일간 야지에서 노숙한 피로감이 이제 몰려오는 듯 노곤하여 일찍 쉬었다.


이튿날 아침 나는 병사들에게 도시에서 절대 물의를 일으키지 말고 조용히 휴가 왔단 생각으로 즐기고 있으라 말한 뒤 혼자 여관을 나왔다.


병사들은 위험하다며 따라나서겠다 했지만, 어차피 환대받지 못하는 이 영지에서 우르르 몰려다니면 어떤 시비에 휘말릴지 모르기에 혼자 가겠다 하고 나왔다.


이곳 역시 똑같이 듀발 후작의 영향을 받는 곳이라 해도 수도와는 달리 이곳은 후작의 눈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기에 간단히 미행을 뿌리치고는 길을 나섰다.


카렌은 그랑 후작의 말로는 도시 외곽에서 작은 고아원을 홀로 운영하고 있다 했다. 나는 그 말을 토대로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고아원의 위치를 알 수 있었고 곧바로 고아원으로 향했다.


나는 후작이 카렌을 지원한다면 호사스럽게 갖추어 놓고 지낼 줄 알았는데 고아원은 생각보다 초라했다.


그저 집 앞에 마당이 있는 작은 저택을 개조하여 고아원으로 사용하는 듯했고,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따로 밖에 나와 있는 사람은 없었다.


"누구... 세요?"


그렇게 한참을 고아원 근처를 서성이자 내 뒤에서 누군가 내 어깨를 손가락으로 콕콕 찍으며 물었다. 나는 혹시나 수상한 사람으로 몰렸을까 아차 싶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꽈당'


"아얏! 너... 너... 데... 데일?!"


그렇게 자연스레 뒤를 돌아보니 나에게 누군지 묻던 여인이 엉덩방아를 찧으며 뒤로 넘어졌고, 약간의 아파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를 올려다본 여인은 이내 사람 눈이 그렇게 커질 수 있을까 싶어질 정도로 눈을 크게 뜨며 화들짝 놀라며, 이내 나를 손가락으로 가르치며 얼마나 놀랐는지 말도 더듬고 호칭도 생략한 채로 내 이름을 불렀다.


"혹시... 데이... 아니 카렌? 흠흠, 우선 그 치마부터 좀...."

"아앗!!!"


나는 그녀에게 아는 척을 하려다 아직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자세 그대로 치마가 말려 올라가 속옷이 살짝 보이는 그녀에게 고개를 돌리곤 그녀의 치마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녀는 내 말과 내 손짓에 들쳐 올려진 자신의 치맛단을 보곤 다시 한번 화들짝 놀라며 이상한 소리를 내었고. 서둘러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렌 맞지? 오랜만이다. 덜렁대는 건 여전한 거 같네."


카렌이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일어난 듯 보이자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는 붉은 머리를 귀족답지 않게 포니테일로 한껏 올려 묶어 흰 목덜미가 드러나 있었다.


딱 봐도 '나는 남자다'라는 듯이 생긴 듀발 후작과는 다르게 동그랗고 조그만 얼굴엔 이목구비가 반듯하게 잡혀있었다. 조금 전 창피함 때문인지 볼은 살짝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고 아주 옅은 주근깨가 보이는 듯했다.


"기... 기억이나? 내가 누군지 알아보는 거야?"

"아아, 기억은 안 나 '레테의 강물' 지독한 물건이긴 한가 보다. 이렇게 마주 보면서도 기억나는 게 없다니... 너에 관한 건 그랑 후작에게 들었어."


내가 빤히 그녀의 얼굴을 살피자 왠지 모르게 그녀의 얼굴은 조금 더 발갛게 달아오르는 듯했고, 이내 내가 자신을 알아보는 듯한 모습에 자신을 기억하는 이에 대해 반가움인지 약간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아저씨가 말하지 말라니까 대체 무슨 소릴 전한 거야...”


"데일 백작님을 뵙습니다. 당황하여 단청치 못한 모습을 보인 점 죄송합니다. 그랑 후작님께서 저에 대해 잘못 이야기하신 듯합니다. 호호호호."


그녀는 자신이 지금 다 들리게 얘기한다는 걸 모르는지 고개를 돌리고 작게 혼잣말하더니, 다시 나를 향해 돌아서서 태세를 싹 바꾸며 마치 원래 자신은 이런 사람이라는 듯 순식간에 말투까지 바꿔가며 요조숙녀처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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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영지의 발전, 그리고?" +6 23.07.29 3,385 46 13쪽
39 "스위든 백작" +3 23.07.28 3,293 49 13쪽
38 "모여드는 사람들" 23.07.27 3,315 47 13쪽
37 "미래를위한계획" +2 23.07.26 3,440 50 13쪽
36 "전쟁의 의미" +4 23.07.25 3,467 53 14쪽
35 "완벽한 승리" 23.07.24 3,449 51 12쪽
34 "기습 공격" +2 23.07.23 3,450 49 16쪽
33 "용병 모르단" +3 23.07.22 3,508 47 15쪽
32 "습격자의정체" +1 23.07.21 3,521 47 15쪽
31 "한밤의 습격자" +4 23.07.20 3,628 54 13쪽
30 "흑색 봉투의 서신" 23.07.19 3,775 50 14쪽
29 "정혼자" +2 23.07.18 3,955 48 16쪽
28 "카렌의 눈물" 23.07.17 3,860 52 13쪽
27 "레이디 카렌" 23.07.16 4,025 54 12쪽
» "오랜 친구" 23.07.15 4,135 58 12쪽
25 "황제" +4 23.07.14 4,284 55 12쪽
24 "마도공학" +2 23.07.13 4,289 55 12쪽
23 "아티팩트" 23.07.12 4,360 59 11쪽
22 "마법용품점" +1 23.07.11 4,547 57 12쪽
21 "미친 난쟁이" +2 23.07.11 4,678 56 12쪽
20 "맥주는 역시" 23.07.10 5,298 5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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