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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으으으크 님의 서재입니다.

몰락한 귀족으로 살아남는 방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류으으으크
작품등록일 :
2023.06.15 11:20
최근연재일 :
2024.02.02 20:00
연재수 :
2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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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853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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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71,797

작성
23.07.10 17:10
조회
5,263
추천
57
글자
12쪽

"맥주는 역시"

DUMMY

"쉽지 않겠지만 해보겠습니다. 듀발 후작이 계속해서 저를 노리는 한 제 영지도 안전하지 못할 테니까요. 독에 관한 다른 정보는 더 없습니까?"

"나에겐 없네, 하지만 카렌은 홀로 조사를 이어 나가고 있더군. 호란성 인근 마을에 그 아이가 있네, 본인도 어리지만 가지고 있는 돈으로 홀로 조그만 고아원을 세워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듯하더군. 그 아이를 만나보게 그리고 염치없는 부탁이지만 가능하다면 그 아이를 돌봐주게, 어린 나이에 연유도 모르고 아비에게 내쳐져 얼마나 외롭겠는가. 겉으론 씩씩해 보여도 아직 그저 어린 소녀일 뿐이잖은가."


"흠흠... 이런 얘기를 제 입으로 하긴 조금 그렇지만 저도 일찍 부모를 여의고, 그녀와 동갑입니다... 우선 알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한 그녀를 보호하도록 하겠습니다."

"하하, 자네도 풀어지니 농담도 할 줄 아는구만. 알고 있네, 하지만 자네에겐 무엇인가 아이 같지 않은 연륜이 느껴진달까? 어쨌든 내 부탁함세."


나에게 알 수 없는 연륜이 느껴진다는 그랑 후작의 말에 내심 뜨끔했지만 나는 그렇게 그랑 후작과의 밀회를 잘 마무리 짓고 왔던 길을 그대로 몰래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로 돌아오니 저 멀리해가 떠오르고 있기에 나는 오늘의 잠은 포기하며 머릿속을 정리를 시작했다.


부모님과 듀발의 관계, 데이지의 존재, '레테의 강물'과 현 황제를 위협하는 독, 듀발 후작이 나를 계속 노리는 이유 등 머릿속이 복잡하고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듀발 후작의 진실에 최초로 진실에 거의 근접하셨던 분이시다. 하지만 아버지라면 분명히 좀 더 신중한 방법으로 접근하셨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왜 듀발에게 직접 가서 그의 의중을 떠보셨을까?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 또한 과연 듀발 후작의 짓일까? 듀발은 왜 데이지에게 '레테의 강물'을 사용했을까? 또한 듀발은 어떻게 이렇게 진귀한 독들을 구할 수 있었을까? 나를 지속해서 위협하는 그의 목적과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지배했고 어느 하나 쉽게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상황에 나는 머리가 아파졌다.


'짝'


나는 언제 와 같이 집중을 위한 박수 대신에 양손으로 내 볼을 가볍게 치며 생각을 환기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우선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자' 나는 머릿속으로 복잡한 생각과 의문을 모두 날려버렸다.


현재 내가 가진 정보들로는 저 모든 의문의 답을 구할 수 없다. 하나하나 조사하다 보면 언젠간 실마리가 잡힐 것이다. 우선은 내가 수도에 의심받지 않고 머물 수 있는 기간 동안 어서 '미친 난쟁이'를 찾아야 했다.


잠시 뒤 해가 떠올랐고 나는 자고 일어난 사람처럼 머리를 헝클이고 얼굴을 비벼 부스스하게 만든 뒤 1층으로 내려갔다.


"목욕물과 내 방으로 따듯한 아침 부탁해"


나는 여관의 직원에게 적당한 삯을 지불하고 그의 안내를 받고 씻은 뒤 내 방에서 밥을 먹었다. 그리곤 마치 마실이라도 나가는 것처럼 여관을 나섰다.


여관을 나서니 당연하게도 미행이 따라붙었다. 나는 처음엔 티 나지 않게 마치 옛 동네를 구경한다는 느낌으로 주변을 구경하는 척하면서 내가 잘 아는 길들로 이리저리 복잡하게 이동하며 미행을 끊어내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미행을 끊어내고 향하는 목적지는 정해져 있었다.


제국의 유명한 대장간 거리 '아이언 로드' 대륙에서 생산되는 철로 만든 무구나 집기류들은 난쟁이들이 만든 것을 제외하곤 가장 품질이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난쟁이들의 손을 탄 물건들은 오로지 황실이나 고위 귀족에게 납품되기에 그것을 제외하고는 일반 귀족들이나 서민들에게는 가히 최고의 물건을 만들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나는 아이언 로드에 들어와 주변의 진열된 물건들을 보며 여러 가지로 놀랐다. 역시 명성과 같이 무구들이며, 각종 집기류 들까지 어느 하나 품질이 떨어지는 듯한 제품들은 보이지 않았다.


하물며 인근 영지에 유명한 야장에서 나름 큰돈을 주고 산 알프와 페드로에게 주었던 검보다도 여기 있는 무구들이 더 질이 좋아 보일 정도였다.


또다시 나를 놀라게 한 점은 가게 대부분에 써 붙여져 있는 문구였다. 보통 메인 진열대에 어느 매장이든 붙어 있는 그 문구는 바로 '평민 사절.'이다.


실제로 주위를 둘러보면 상품을 구매하려는 건 귀족들 혹은 어느 귀족 집안의 집사나 사용인들이 와서 구매하는 모습들 뿐 어느 상점에서도 평민들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나는 혹시나 해 어느 상점에 들러 점원에게 여기 판매 중인 건 평민이 구매 못하는 제품이냐 물었고 점원의 대답은 역시나였다.


"네네 맞습니다, 평민과 귀족이 같은 제품을 사용할 순 없지요. 여기 있는 건 오직 귀족분들을 위한 물건입니다."


제국의 수도인 하이캐슬은 넓은 만큼 정말 많은 인구가 거주 중이다. 물론 그만큼 많은 귀족이 수도에서 거주 중이나, 여기, 이 넓디넓은 '아이언 로드'의 거의 모든 상점이 생산하는 걸 소비할 만큼 많지는 않다.


한마디로 이런 고급 야장 기술은 오로지 귀족을 보다 더 귀족답게 하기 위해 쓰일 뿐, 실제로 정작 이런 도구들이 필요한 병사들이나, 농부들에게는 전혀 쓰이지 못한 채 그냥 창고에서 썩어나갈 제품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가게를 나와 아이언 로드의 중심가에 위치한 야장들을 위한 독한 술을 많이 팔기로 유명한 '아이언 보틀'로 향했다.


아이언 보틀로 가는 중 발견한 사실 중 한 가지 더 어처구니없는 점은 아이언 로드 끝자락에 위치한 막상 평민들에게 개방된 상점 있긴 하다는 것이다.


내부로 들어가니 오히려 아까 보았던 귀족 전용의 제품들보다 질이 떨어지는 제품이 더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나는 씁쓸한 현실을 다시 한번 느끼며 적어도 내 영지에선 이런 일을 없애야겠다 다시 다짐하며 발을 옮겼다.


아이언 보틀은 역시 명성답게 수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술집 내부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구릿빛 피부를 자랑하며 수염이며 눈썹이며, 머리칼까지 불똥에 그슬린 사람들과 얼굴에 검댕이 묻어 있는 사람들 천지로 한눈에 보아도 '나 장인이오' 하는 사람들로 문전성시였다.


그 와중에 엄청 고급스럽진 않지만 검댕 하나 없이 깔끔한 복장에 뽀얀 피부로 나이를 먹어감으로써 점점 한층 더 꽃 미모를 자랑하는 내가 들어서니 모든 이들의 이목이 쉽게 집중되었고, 이내 내 복색을 확인하더니 종업원이 나와 나를 마중했다.


"아이고 귀한 분이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2층에 귀빈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리로 모실까요?"

"아니다 후끈한 여기가 마음에 드는군, 여기서 술을 마시겠다."


이곳은 야장들이 많이 찾기도 하지만 독한 술이 많기로 유명한 술집이다 보니 술을 좋아하는 귀족들의 발길도 잦은 곳이었기에 당연히 귀족을 위한 별도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내가 단번에 귀족임을 알아본 종업원은 나를 다른 귀족들처럼 그냥 술만 마시러 온 사람인 줄 알았으나 나는 정보수집이 목적이었기에 이곳에서 마신다고 하자 의아한 얼굴을 하며 술집 한편의 자리로 나를 안내했다.


나는 오늘 완연한 각오를 다지고 이곳에 왔다. 정보를 찾는 것도 중한 일이지만 한 가지 더 원대한 목표가 기다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올해로써 나는 방년 18세, 이 세계로서 성인이 된 해였다. 나는 비록 18세의 몸이지만 이미 40년의 인생을 살며 유일한 나의 낙이었던 술의 맛을 알았기에 너무도 고되게 참아왔었다.


나는 점원을 불러 은화가 10개를 쥐여주며, 1층에 있는 사람 전원에게 술을 돌리라 얘기하고 내가 마실 맥주 한잔과 고급술 한 잔을 주문하였다.


"오늘의 주인공 저기 앉아계신 데일 백작님께서 모두에게 술을 한잔 사시겠답니다!"


"와아아아!!"


돈을 받아 간 점원이 가게의 주인에게 돈을 주며 내 이야기를 전달하자 가게의 주인이 큰 목소리로 나를 띄워주며 술집의 모든 사람이 듣도록 얘기했다.


이윽고 땀내 나는 수많은 야장이 나를 보고 환호하며 여러 가지 멘트를 던졌지만 땀내 나는 아재들에게 들어봐야 좋은 것 없는 소리기에 나는 애써 무시했다.


잠시 뒤 내가 주문한 이 가게의 특제 맥주와 고급술 한잔을 내왔다. 나는 먼저 나 대신 죽어간 병사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앞에 놓은 고급술을 향해 잠시간 묵념하며 그들의 넋을 기렸다.


데일 볼든 인생의 첫술이니 어쩌니 해도 첫 잔은 그들을 위한 술이어야 함이 맞았다. 이번 전쟁의 숨은 영웅들 그리고 나의 병사들이자 나의 백성들, 나는 그들을 생각하며 묵념했다.


솔직히 내가 듀발 후작과 그랑 후작에게 분해할 필요가 없었다. 이번 전쟁은 전략의 선정을 비롯해 모두 내가 기획하고 결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모든 것은 내 책임이었다 오만하고 무능한 내 탓이었다. 나는 다시는 이런 일을 만들지 않겠다 다시 한번 속으로 다짐하며 잔을 비웠다.


그렇게 뜨끈한 목 넘김과 함께 내 병사이자 백성들에 대한 죄책감을 삼켰다. 아직 지켜야 할 이들이 너무 많았고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기에...


그렇게 떠나간 자들의 넋을 기린 뒤, 이 세계에서의 첫 맥주를 접했다. 이 세계에서의 맥주는 처음 맛보지만 역시나 맥주의 시원함은 어딜 가지 않았다.


깔끔한 목 넘김, 짜릿한 탄산, 홉에서 느껴지는 쌉쌀함과 더불어 깊은 풍미 나는 데일 볼든 인생의 맥주 첫 잔을 그렇게 감탄하며 마무리 지었다.


이윽고 두 번째 잔을 주문했고 나는 역시나 모두에게 술 한잔을 돌린다는 이야기와 함께 주문하였다. 사치를 좋아하지 않는 내가 이렇게 이들에게 술을 돌리는 이유는 당연히도 '미친 난쟁이'에 관한 정보 때문이다.


단지 그저 정보뿐이라면 정보 길드에 요구하는 게 안전하고 빠르겠지만, 이렇게 야장들에 호의를 베풀어 놓는다면. 후일 내가 그를 찾았을 때 주변 야장들에게서 나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두어 이용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세 번째 잔을 주문할 때쯤 나는 종업원에게 은화 하나를 따로 쥐여주며 '미친 난쟁이'에 대해 아는 사람들을 데려와 달라고 했다.


그렇게 돈을 챙긴 종업원은 많은 야장을 오가며 조심스럽게 아는 자들을 조사하였고 이내 몇몇 사람들이 내 앞에 오기 시작했다.


"내가 얼마 전에 그를 봤수다, 언제나처럼 신세 한탄하며 술을 마시고 있었소."

"나도 얼마 전에 한번 보았소 보통 보름마다 한 번씩 들러 독하디독한 독주를 사서 간다고 들었소."


몇몇 사람들이 나에게 와서 자신들이 아는 정보들을 알려주었고, 나는 그들에게 은화 하나씩 쥐여주며 내가 물은 걸 비밀에 부칠 것을 당부했다.


그들은 내가 돌린 술에 취했는지 아니면 격식 없이 호탕한 내 분위기에 감화되었는지 나에게 말을 편히 하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고 나도 크게 의식하지 않고 넘어갔다.


이들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미친 난쟁이는 원래 난쟁이족 내에서도 꽤 인정받는 야장이었다고 했다. 그러던 중 무구의 발전에 한계를 느꼈다고 했다.


그렇게 이 난쟁이는 인간과는 단절되었지만 아인종 중 품질보단 기술과 혁신을 중시하는 발명가적 기질이 있는 '고블린'에게 찾아갔었고, 그들의 발명품들을 보곤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이내 돌아온 그는 동족들에게 자신들의 야장 기술과 고블린들의 기술을 결합하면 무구나 도구에 새로운 혁신이 있을 것을 알렸지만 스스로 자신들을 광석에서 태어난 존재라 칭하는 난쟁이들에게 있어서 별로 도움 되지 않는 것들이 나 만드는 고블린들과 협업해야 한다는 그의 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게 그는 외톨이가 되었고 홀로 개발을 이어가다 여러 난쟁이의 질투와 모함으로 인해 스스로 뛰쳐나와 수도 인근에 살면서 그저 한숨 쉬며 술이나 축내는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나는 이들의 이야기를 종합해서 대략 이틀 뒤쯤 미친 난쟁이가 도시로 들어와 술을 구매할 거란 계산을 할 수 있었고 그렇게 소기의 목적을 취한 채 의심받지 않기 위해 해가 떨어지기 전에 숙소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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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제몬드" 23.08.06 2,843 44 13쪽
47 "문 뒤" +5 23.08.05 2,896 40 14쪽
46 "동굴의 비밀" +4 23.08.04 2,999 45 14쪽
45 "수상한 동굴" +2 23.08.03 3,005 49 12쪽
44 "마을조사" +5 23.08.02 3,106 49 15쪽
43 "마탑주의 의뢰" 23.08.01 3,090 49 12쪽
42 "잉게리움" 23.07.31 3,176 45 13쪽
41 "마탑으로" +2 23.07.30 3,256 47 12쪽
40 "영지의 발전, 그리고?" +6 23.07.29 3,351 45 13쪽
39 "스위든 백작" +3 23.07.28 3,262 48 13쪽
38 "모여드는 사람들" 23.07.27 3,288 46 13쪽
37 "미래를위한계획" +2 23.07.26 3,414 49 13쪽
36 "전쟁의 의미" +4 23.07.25 3,437 52 14쪽
35 "완벽한 승리" 23.07.24 3,419 50 12쪽
34 "기습 공격" +2 23.07.23 3,420 48 16쪽
33 "용병 모르단" +3 23.07.22 3,479 46 15쪽
32 "습격자의정체" +1 23.07.21 3,492 46 15쪽
31 "한밤의 습격자" +4 23.07.20 3,598 53 13쪽
30 "흑색 봉투의 서신" 23.07.19 3,743 49 14쪽
29 "정혼자" +2 23.07.18 3,922 47 16쪽
28 "카렌의 눈물" 23.07.17 3,828 51 13쪽
27 "레이디 카렌" 23.07.16 3,991 53 12쪽
26 "오랜 친구" 23.07.15 4,102 57 12쪽
25 "황제" +4 23.07.14 4,252 54 12쪽
24 "마도공학" +2 23.07.13 4,261 54 12쪽
23 "아티팩트" 23.07.12 4,327 58 11쪽
22 "마법용품점" +1 23.07.11 4,511 56 12쪽
21 "미친 난쟁이" +2 23.07.11 4,645 55 12쪽
» "맥주는 역시" 23.07.10 5,264 5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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