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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으으으크 님의 서재입니다.

몰락한 귀족으로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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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류으으으크
작품등록일 :
2023.06.15 11:20
최근연재일 :
2024.02.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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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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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71,797

작성
23.10.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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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꿀 의뢰"

DUMMY

그렇게 메이헴 영지에서 하루를 더 보낸 우리는 다음날 일찍 영지를 나섰다. 알프의 안정을 위해서는 조금 더 머무는 게 좋긴 했지만, 아침부터 찾아와 은근히 기대하는 구스웰 백작의 반응이 부담스러워 어쩔 수 없었다.


“벌써들 가시는가. 조금 더 머물렀다 가도 되는데 말이네.”

“백작님을 뵙습니다. 호의는 감사드리나 갈 길이 멀어서요. 그리고 지금도 충분히 많은 폐를 끼쳤습니다.”


“허허. 참, 사람하고는 내 영지는 영웅에게 이 정도 대우는 충분히 해줄 수 있네.”

“말씀만으로도 감사드립니다.”


“이런, 영웅들의 걸음을 오래 붙잡아 두었군. 모쪼록 조심히 가시고 내 제안을 잊지 마시게.”

“백작님의 호의를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이른 아침 출발 의사를 밝히자 구스웰 백작은 굳이 따라 나와 우리를 배웅해 주었다. 심지어 데리온까지 타고 갈 마차를 직접 구해주었다.


알프의 눈 상태 때문에라도 마차를 이용하려 하긴 했지만, 주변의 이목 때문에 개인 마차를 빌리진 못하고 지역 간 이동하는 정기 마차를 몇 번 갈아타며 이동하려 했었다.


그런데 구스웰 백작이 떡 하니 하위 귀족이나 돈 좀 있다는 상인들이 타고 갈 만한 마차를 사비로 구해준 것이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워 거절했지만, 별거 아니라 재차 말하는 그의 호의를 차마 계속해서 밀어낼 수 없었다.


어차피 마차를 빌리는 돈 자체는 그에게는 푼돈이었고 그의 호의를 마냥 계속 거절하면 구스웰 백작에게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끼게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아! 맞다 중요한 걸 말해 주지 않을 뻔했군.”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아 자네들이 변종 트롤을 토벌하러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듣게 된 이야기가 있네.”


구스웰 백작에게 정중히 인사를 건네고 그를 뒤로한 채 마차에 오르려던 순간 구스웰 백작이 갑자기 소리치며 우리를 불러세웠다.


“확실한 물증이 없어 보고가 올라오는데 늦었다더군. 변종 트롤이 발견되기 전 광산 근처에서 수상한 남자를 보았다는 목격담이 여럿 있었다고 하네.”

“수상한 남자 말입니까? 약초꾼이나 사냥꾼들 아닐런지요?”


“맞네, 보고 받은 자도 그래서 누락했는데 묘하단 말이지. 목격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가 분명 사람의 형상인데 사람 같지 않았다고 하네. 얼굴에 무얼 뒤집어쓴 건진 몰라도 피부가 마치 비늘 같았다고 하네.”

“음... 비늘 말입니까...”


“뭐 아는 것이라도 있는가?”

“아닙니다, 이야기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협회에 보고할 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백작과의 이야기를 마치고 우리는 드디어 마차에 올랐다. 구스웰 백작은 우리가 정말 마음에 들었는지 마차가 멀어지며 거의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마차를 지켜보았다.


솔직히 우리가 평범한 용병이고 귀족인 구스웰 백작이 이렇게까지 애정 공세를 펼친다면 그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구스웰 백작은 참으로 사람 보는 눈이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우리는 평범한 용병이 아니었다. 계속되는 호의와 애정 공세에 괜히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조금 들 정도였다.


“광산에서 목격되었다던 인 외의 존재. 역시 마족인 겁니까?”

“아마도, 그런 것 같아.”


마차가 어느 정도 속력을 붙이자 말을 아끼던 알프가 조심스레 물었다. 아까 구스웰 백작의 이야기를 듣고 내색하진 않았지만 나도 단번에 마족을 떠올렸다.


여러 사람이 목격한 만큼 사람들이 집단으로 환각을 본 것이 아니라면 아마도 마족이 확실할 것이었다. 브라크네에 이어 두 번째다 마족의 활동이 조금씩 활발해지고 있다는 게 피부로 느껴지고 있었다.


“?!”

“무슨 일 있으십니까?”


“브라크네 때도, 수상한 남자를 보았다고 했어.”

“설마...”


“만약 목격자들이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이번 트로가도 같은 마족의 소행일 확률이 높아.”


마족의 활동이 보다 적극적이고 활발해지고 있다고 생각하던 도중 문득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번의 상황과 굉장히 흡사한 상황이 또 있었다.


바로 변종 브라크네 사건이었다. 변종 브라크네 발생 또한 촌장 트빌턴이 수상한 남자를 목격했었다 했다. 그리고 변종 브라크네의 사체에서 마족의 흔적도 발견했었다.


물론, 무작정 수상한 남자를 목격했다는 것만으로 변종 브라크네 사건과 트로가 사건을 연관을 지을 수는 없다. 트로가의 시체를 직접 확인하지 못했던 지금 동일 사건이라 입증할 증거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또 아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따지고 든다면 갑자기 등장한 트로가와 변종 브라크네의 사건은 연관이 있을 확률이 오히려 높다고 봐야 했다.


“마족의 등장으로 마물의 생태가 변하고 있어. 마족이 마물의 생태를 바꾸고 있다 보아야 하려나...”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몰랐으면 지나갔겠지만, 알게 된 이상 조처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선 적어도 지금은 아니야.”

“백작님...”


“오해하지 말고 들어, 지금 우리가 나선다 해도 우리 말을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렇다고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마족의 흔적만 쫒을수도 없는 노릇이고.”

“알겠습니다...”


“그렇다고 방관하겠단 이야기는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마족과 마물이 연관이 있다면 어차피 우리가 마물 토벌을 지속하는 한 분명 다시 부딪히게 될 거야.”


이유는 모른다. 하지만 결과는 확실하다. 마족이 마물의 생태를 변화시키고 있었다. 이것이 단순히 한 마족의 소행인지 마족 전체가 움직이는 목적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현재 진행형인 이야기였다.


나는 일전에 알프에게 마족을 쫒지 않을 것이라 말한 적 있었다. 지금 중요한 일은 그게 아니라 말했었다. 보통 한번 내가 완강하게 결정을 내리면 알프는 좀처럼 같은 질문을 다시 하는 경우가 없었다.


이번엔 달랐다. 알프는 다시 한번 마족을 방치할 것인지 조심스레 물어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내 대답은 같았다. 지금은 아니었다.


물론, 하루빨리 황제의 독을 치료하고 페드로를 구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지금 내가 마족을 쫒지 않는 이유는 다른 이유에서였다.


우리가 아무리 최근 활약이 두드러진 눈부신 신예 용병이라지만 그래봐야 예비 1급 용병에 불과했다. 우리가 아무리 마족이니 대륙이 처한 중대한 위협이니 이야기해 봐야 들어줄 리 없다는 것이다.


애초에 보통 마족에 대해 이야기를 해도 헛소리하지 말라며 무시당할 일인데 변종 마물을 만들어내는 마족의 이야기는 어떤 취급을 받을지 안 봐도 뻔했다.


우리의 원래 목적인 황금패 용병을 위해서도, 그리고 우리가 몸담고 있는 용병들을 동원해 마족의 위협에 대비시키기 위해서도 지금은 나설 때가 아니었다. 지금의 우리는 영향력을 키울 때였다.


“이번 의뢰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협회를 대신해 감사를 전합니다. 협회 내부에서도 두 분께 굉장히 고마워하는 분위기입니다.”

“할 일을 할 뿐이죠, 어떻게 그럼 이번 의뢰로 1급 승급 확정인 겁니까?”


“아니요, 고마움과 평가는 별개죠. 물론, 바로 승급시켜드릴 수도 있지만 아시다시피 그렇게 승급해서는 얻는 것 보다 잃는 게 많으실 겁니다.”

“알고 있어요, 농담이에요.”


구스웰 백작이 구해준 마차 덕분에 우리는 데리온으로 매우 편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 마차는 제값을 하듯 승차감은 부드러웠고 붙여준 호위 덕분에 아무런 문제 없이 돌아왔다.


데리온에 들어와 마차에서 내릴 때 호사스러운 마차에서 용병들이 내리는 것을 보고는 주변 사람들이 조금 놀라긴 했지만, 그것 외에는 다른 문제는 없었다.


마차를 돌려보낸 뒤 우리는 바로 용병 협회 건물로 향했다. 숙소를 구하고 내일 갔어도 되었지만, 시간이 아직 점심나절에 불과하기에 굳이 보고를 미룰 필요가 없었다.


우리가 협회 3층에 도착하자 이번에도 창구의 직원이 마주나와 우리를 맞아 주었다. 그녀의 잘못은 아니지만, 번번이 우리에게 주는 임무마다 협회에서 책정한 난이도에 비해 현격히 높은 의뢰다 보니 조금 미안해하는 것 같아 보였다.


우리는 그간 임무의 진행 과정과 결과를 그녀에게 간략히 일러주었다.


“한가지, 죄송한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1급 용병 승급 평가의 두 번째 의뢰는 우선 보류입니다.”

“왜요?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특별한 일은 없습니다만. 굳이 문제를 꼽자면...”

“꼽자면...?”


“두분입니다. 두 분이 문제입니다.”


협회 직원과 가벼운 농담을 나누고 직원은 보고서를 작성한 뒤 보고하러 갔다. 잠시 뒤 돌아온 그녀는 매우 미안하단 표정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돌변한 태도에 의아함을 느껴 그녀에게 이유를 물었고,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 다시 한번 사과하며 이유를 말해 주었다. 우선 결과부터 말하자면 말 그대로 우리의 1급 용병 승급 평가는 잠정 중단이었다.


이유는 이러했다. 실제로 과거를 돌아보면 트로가 토벌은 용병 길드에서 수행했던 의뢰로 특급 - 특수 - 등급의 의뢰였다. 그마저도 그 의뢰는 실패한 의뢰였다.


물론, 제국의 용병 협회에서 부여했던 의뢰는 아니었지만 이러한 기록이 없으면 모를까 버젓이 용병 계에 기록이 남아있다 보니 아무리 처음에 1급 - 상 -으로 평가했고, 의뢰 등급에 대해 사후평가를 싫어하는 협회로서도 배짱을 부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솔직히 의뢰 난이도를 수정하는 거야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다만, 과거의 그런 전력을 가진 의뢰를 예비 1급 용병 페어가 해결했다는 게 문제였다.


우리의 공적을 그대로 인정해 버린다면 과거의 실패한 의뢰가 용병들의 능력 부족으로 치부되며 용병들의 평판이 까일 것이고, 우리의 공적을 묻어두자니 의뢰의 주체가 너무 고위 귀족인데다 황실에도 보고가 들어간다니 마냥 묻어둘 수가 없었다.


“협회 내부의 사정으로 즉답을 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어쩔 수 없죠.”


“사정을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협회의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특별한 일이 있으신가요?”

“아니요, 어차피 알프의 눈도 치료해야 하고 장비도 엉망이라 정비할 시간이 조금 필요하던 차였어요.”


“아, 그러면 간단한 의뢰 하나 해보시는 게 어떠실까요?”

“의뢰요? 어려울 것 같은데요... 말했다시피 알프도 그렇고, 장비도 엉망이라...”


“어렵지 않은 의뢰에요, 데일님 혼자서 하실 수도 있을 만큼이요.”


협회의 결정이 늦어지는 건 조금 답답했지만 어떤 면에 있어서는 다행이었다. 어차피 지금 알프와 내게는 시간이 조금 필요하던 차였다.


처음보다 꽤 많이 회복되긴 했어도 알프의 눈도 아직은 안정을 더 취해야 했다. 거기다 트로가와의 격전으로 인해 알프와 나 모두 장비가 엉망이라 로날프를 한번 찾아가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협회 소속 용병들은 의뢰 없이 장기간 타지로 이동할 경우 협회에 인가받아야 한다. 나는 잘되었다 싶어 이번에 여유를 얻은 김에 스위든 백작령에 한 번 다녀올 셈이었는데 뜬금없이 협회의 직원이 나에게 의뢰를 제안했다.


“의뢰 내용은 간단해요. 편지 한장만 전하면 되는 거거든요.”

“굳이 그런 의뢰를 저에게 권하는 이유가 있나요?”


“의뢰의 보상이 무려 귀석(歸石)이라고 합니다.”

“그럼 더 의심스러운데요? 편지 한 장 전하는 보상이 귀석이라니. 설사 조건이 맞다고 해도 굳이 저 말고 할 사람들이 많지 않나요?”


그녀의 말대로 의뢰는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을 만큼 내용이 매우 간단했다. 편지 한장을 데리온 인근의 대도시 바로튼에 전하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의심스러웠다. 이런 간단한 의뢰치고 보상이 너무 과했기 때문이다. 예전에 이야기 한 적 있듯이 마나석을 제외하고 무기의 재료 중에 으뜸은 바로 운철이다.


운철은 귀석과 공석으로 나뉘며 충격을 흡수, 방출하는 공석은 보통 자신의 검술의 위력을 올리기 위해 기사들이 애용하는 편이다.


그리고 지금의 보상인 귀석은 용병들에게는 무구의 재료로서 꿈의 광석에 가까웠다. 전쟁이 없으면 안정적으로 영지에서 생활하는 기사나 병사들과는 달리 용병들은 의뢰를 위해 대륙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닌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무구의 정비가 원활하지 않아 곤란을 겪는 경우가 잦다. 귀석은 무구로 가공하면 형태를 유지하고 복원하는 성질을 지녀 이러한 용병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무구의 재료인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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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막무가내" +2 23.11.02 1,059 19 13쪽
136 "제모니안 계약서" +2 23.11.01 1,079 17 13쪽
135 "노래하는 물개" +2 23.10.31 1,091 17 14쪽
134 "프란 토먼" +2 23.10.30 1,118 18 13쪽
133 "토먼 상단" +4 23.10.29 1,117 18 14쪽
» "꿀 의뢰" +2 23.10.28 1,115 21 13쪽
131 "복귀" +2 23.10.27 1,130 21 14쪽
130 "과학" +2 23.10.26 1,130 21 13쪽
129 "추수" +2 23.10.25 1,105 19 13쪽
128 "정육점" +2 23.10.24 1,129 20 13쪽
127 "역공" +2 23.10.23 1,129 21 12쪽
126 "합세" +4 23.10.22 1,124 22 14쪽
125 "첫번째 독" +2 23.10.21 1,135 20 13쪽
124 "약점" +4 23.10.20 1,146 20 15쪽
123 "트로가 둥지" +6 23.10.19 1,164 21 14쪽
122 "악수" +2 23.10.18 1,143 22 14쪽
121 "미끼" +4 23.10.17 1,149 22 12쪽
120 "똥칠" +4 23.10.16 1,154 20 14쪽
119 "협동 의뢰(?)" +4 23.10.15 1,153 21 13쪽
118 "양아치들" +2 23.10.14 1,191 21 16쪽
117 "토벌 준비" +4 23.10.13 1,214 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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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융단 폭격" +4 23.10.10 1,218 2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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