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류으으으크 님의 서재입니다.

몰락한 귀족으로 살아남는 방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류으으으크
작품등록일 :
2023.06.15 11:20
최근연재일 :
2024.02.02 20:00
연재수 :
224 회
조회수 :
484,958
추천수 :
7,193
글자수 :
1,371,797

작성
23.10.25 20:00
조회
1,106
추천
19
글자
13쪽

"추수"

DUMMY

‘촤악!, 스윽, 퍽!, 촤악!’


‘서걱, 스걱, 서걱!, 퍽!, 스걱!’


처음의 전투는 순조로웠다. 수가 많다곤 하지만 아무래도 미성숙한 개체다 보니 트로가라 하여도 성체보다 가죽도 훨씬 연했고 힘과 속도, 재생력까지 전부 성체 트로가보다 현저히 떨어졌다.


그러다 보니 미 성숙한 트로가들은 내 검에도 신체가 가볍게 찢어지고 잘려 나가며 결국 목이 떨어져 나갔다. 나의 검에도 이러할진대 알프의 경우는 더했다.


의지를 실은 검격은 커녕 알프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트로가들도 적었고 한쪽 팔의 부상으로 원래의 실력을 내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체력 낭비 없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트로가들의 목만 노렸다.


알프가 이리저리 움직일 때 트로가의 목들이 허공에 떠오르는 그 모습이 마치 낫을 들고 추수하는 농부의 모습 같아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나와 알프의 그런 선전에도 불구하고 전세는 점점 안 좋은 방향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단 하나, 천장에서 떨어져 내리는 트로가의 수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아까 언뜻 보았던 천장에 걸린 트로가의 알주머니는 어림잡아도 수백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 나와 알프가 분전해도 트로가의 숫자는 줄어드는 기미가 안 보였다. 


하나를 베어내면 두 마리가 떨어져 덤벼들었고 두 마리를 베어내면 세 마리, 네 마리가 덤벼들었다. 거기다 트로가들이 점점 상대하기 힘들어지는 이유는 또 있었다.


번데기에서 부화한 나비가 날개를 말려야 날 수 있는 것과 비슷하게 막 부화한 트로가의 가죽도 미 성숙한 개체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엄청나게 약한 편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성체 트로가의 키는 개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2m~ 4m는 된다. 그리고 처음 알주머니 속 트로가의 새끼는 주먹 크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 자그마한 트로가의 새끼가 알주머니 속에서 완전한 성체까지 자라 부화하는 데는 단 몇개월 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알주머니 안의 트로가의 가죽은 신체의 급격한 성장을 견디기 위해 다소 연하고 무르게 되어있다. 하지만 그것은 알주머니 안에서 성장할 때의 이야기고 밖으로 나오면 상황은 달라진다.


오우거의 가죽을 바위 같은 가죽이라 불리는 데는 그 이유가 있다. 오우거의 가죽은 정말 바위로 변하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다른 길로 잠시 새긴 하지만 설명하자면 이렇다.


오우거는 야행성으로 밤이 되지 않는 한 자신의 동굴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다. 처음에 학자들은 그저 오우거가 햇빛을 싫어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였다.


오우거는 태생적으로 가죽에 모공이나 땀샘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체열을 조절할 수가 없어 햇볕이 강한 낮에는 활동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편이다.


하지만 오우거가 낮에 활동하지 않는 이유는 또 있었다. 바로 오우거의 가죽이 바위 같은 이유가 바로 햇빛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우거의 가죽은 모공이나 땀샘이 없어 굉장히 건조한 편에 속한다. 그래서 오우거가 거주하는 동굴은 대부분 굉장히 습한 곳에 위치해 있다.


그런 오우거의 가죽이 햇살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가죽의 수분이 말라가면서 조금씩 경질화 되는데 이것이 누적되면서 점차 오우거의 가죽이 바위처럼 단단해지는 것이다.


심지어 이것이 계속해서 지속되면 점점 경질화 되면서 단단해진 가죽은 관절까지 뒤덮게 되고 결국 움직일 수 없게 되다 못해 살아있는 거대한 바위가 되는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트로가 또한 오우거의 성질을 그대로 지닌 만큼 오우거와 비슷하다. 물론 트로가는 트롤의 성질도 지닌 만큼 모공과 땀샘을 가지고 있어 오우거 처럼 바위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피막 안에 있을 때면 모를까 알주머니를 찢고 밖으로 나온 트로가의 가죽은 공기에 닿으면 빠르게 마르기 시작한다.


그렇게 점차 트로가의 가죽이 말라가면서 오우거처럼 질기고 단단하면서 트롤처럼 유연한 복합적인 특성의 가죽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트로가를 상대하면서 처리하는 수보다 알주머니를 찢고 나와 바닥에 착지하는 트로가가 많은 만큼 나와 알프가 처리하지 못한 트로가도 늘어갔다.


그렇게 방치된 트로가들은 조금이나마 가죽을 건조할 시간을 벌 수 있었고 어느 정도 가죽이 건조된 트로가들은 더 이상 가벼운 일격으로 뼈와 살을 가를 수 없어 더욱 상대하기 어려워졌고 우리의 체력을 앗아갔다.


“헉... 헉... 괜찮으십니까?”

“허억... 허억... 콜록.. 아직 까지는.”


알프와 나는 처음에는 각자 각개 전투를 벌이며 떨어지는 트로가들을 상대했지만, 서서히 체력적으로 밀리기 시작하자 어느새 등을 맞댄 채 달려드는 트로가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생존에 대한 집착이 강한 트로가인 만큼 일정 수 이하로 줄어들면 우리를 무시한 채 도망쳤을 테지만 아직까지 끝도 없이 몰려드는 걸 보면 한참을 베어 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남아있는 수가 꽤 많다는 이야기였다.


등을 맞대고 싸우며 알프는 한 번씩 내 상태를 물어왔고 같은 질문을 여섯번째 건네는 지금 그의 숨이 턱 끝까지 차 있음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기사이자 소드 마스터 중위의 단계의 알프도 그러할 진데 나는 이미 턱 끝을 넘어 한계에 접어든 지 오래였다. 아마 알프와 제로스의 지옥의 단련이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헉... 제가... 헉... 길을... 열테니... 몸을... 헉... 피하십... 시오...”

“허억... 쿨럭... 쓸데없는... 허억... 허억... 쿨럭... 쿨럭... 소리 하지마... 알프...”


알프를 나무라긴 했지만 알프가 저런 말을 할 정도라면 정말 이제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대로라면 이곳에서 죽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나는 지치다 못해 시야까지 흐려지는 와중에 생각을 짜내었다. 좋은 머리란 이럴 때 쓰는 것이었다. 최근 들어 알프와 제로스의 단련 이후로 머리보다 몸을 더 우선 쓰게 되긴 했지만, 그전까지 내 장점은 머리였다.


돌아가라 머리야 우리가 살아날 길을, 이것들을 한 번에 죽일 방법을 떠올려라. 나는 이미 이가 다 나간 검으로 달려드는 트로가의 목을 톱으로 썰듯이 잘라내는 와중에도 생각을 거듭했다.


‘턱’


“?!”


그렇게 방금 또 달려드는 한놈의 목에 칼을 찔러 목뼈를 부수고 목을 반쯤 찢어내면서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솔직히 지금 같은 상황은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비교적 최근의 기억부터 더듬어 가고 있었다.


베고 또 베며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처음보다는 줄었지만 아직까지 천장에서 떨어지는 트로가들이 있었다. 이들을 나와 알프 둘이서 모두 베어내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은 없을까? 푸른 가지 용병 클랜을 이용하는 것은 어떤가? 불가, 저들은 지금 트로가의 공포에 집어삼켜져 제대로 싸울 수 없다.


그리고 지금은 살아있는지조차도 알 수가 없다. 거기다 이미 천장에서 떨어져 내린 트로가들에게 시야가 가로막혀 지금 그들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는다.


그럼 탄환을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불가, 붉은색 탄환은 화력이 강하고 범위가 넓다고 하지만 모든 트로가를 일소할 수 없다. 


푸른색 탄환은 범위는 넓지만 직접적으로 공격하기 위한 탄환이 아니다. 초록색 탄환은 위력은 강하나 범위가 좁다. 그리고 탄환은 한번 사용 후 다시 사용까지의 딜레이도 있어 자칫하다간 내가 집중 공격을 당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들을 일거에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 동굴 채로 완벽하게 날려버릴 방법은 없을까? 육체는 지쳤지만 내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 맹렬히 회전하며 이러한 생각까지 닿았다.


계속해서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최대의 화력은 단연 붉은색 탄환이다. 붉은색 탄환 정도의 위력이 이 동굴 안을 전부 뒤덮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증폭 기능? 안된다 증폭 기능을 사용해도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브라크네를 잡았을 때처럼 붉은색 탄환의 화력을 증폭시킬 수 있을 방법은 없을까? 불가, 이곳에는 거미줄이 없... 가능, 거미줄은 없지만 다른 것으로 증폭 가능.


트로가들을 죽이며 붉은색 탄환의 화력을 증폭시킬 방법을 찾던 내 시야에 무언가 들어왔다. 이것은 아주 우연한 상황이었다.


나는 붉은색 탄환의 화염이 이 방안을 뒤덮기를 원했지만, 예전과 달리 이곳에는 불에 잘 타는 거미줄이 없었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붉은색 탄환을 이용하는 작전을 불가 판정을 내리려던 순간이었다.


바닥을 기어 다가오던 트로가의 손길이 내 허리춤의 벨트에 닿았고, 재빨리 몸을 빼 공격을 맞지는 않았지만 트로가의 손끝에 걸려 허리춤에 걸어놓은 주머니 몇 개가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답을 찾았다. 하지만, 이것 또한 쉽지 않을 것이었다. 우선 길을 열어야 했고, 준비해야 할 것들도 있었다.


“헉... 허억...알프, 내가 저쪽으로 허억.. 허억... 길을 열테니까 쓰레기 쪽으로 허억... 쿨럭... 방향으로 뛰어.”

“헉... 헉... 알겠습니다...”


우리는 서로 등을 맞댄 채 바라보지도 않고 대화를 나누었다. 고개를 돌릴 힘조차도 아껴야 했기 때문이다. 내가 알프에게 지시하자 알프는 무슨 작전인지 듣지도 않고 숨을 헐떡이며 알겠다 했다.


‘철컥’


‘딸깍, 위이이잉’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지금!”


생각하고 결론을 내렸으면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했다. 나는 눈앞의 트로가 두 마리를 베어내고는 바로 마도 공학 총을 들어 붉은색 탄환을 쏘아내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화염은 내가 원한 대로 경로상의 트로가들을 모두 불태우며 길을 만들었다. 거기다 생각지 못했던 또 하나의 행운은 갑작스러운 화염으로 인해 트로가들은 놀랐는지 다들 넋을 놓고 있었다.


덕분에 붉은색 탄환으로 열어낸 길은 쉽게 닫히지 않았고 우리는 별다른 저항 없이 쓰레기 더미에 도착할 수 있었다.


“푸로... 쿨럭... 푸로스 잿가루를 찾아!”


간신히 쓰레기 더미에 도착한 우리는 숨을 고를 틈조차 없었다. 화염에 당황해 트로가들이 공세를 멈춘 지금을 최대한 활용해야 했다.


내가 찾는 것은 바로 푸로스 잿가루였다. 나는 우선 아까 봐두었던 푸로스 잿가루가 가득 든 주머니 두 개를 가져왔다.


뒤이어 알프도 조금 작은 크기의 주머니 세 개를 가져왔고 나도 하나를 더 찾아 크고 작은 여섯개의 주머니가 내 앞에 놓여있었다.


“잘 들어 알프, 지금부터 감옥 방향으로 뛰어 감옥 옆에 보면 한쪽에 물웅덩이가 있어 내가 신호하면 그곳으로 바로 뛰어들어.”

“어쩌실 생각입니까?”


“저것들 다시 몰려온다... 나는 상관 말고 설명할 시간 없으니까 빨리!”


나는 알프에게 빠르게 지시했다. 평소 같은 때라면 모를까 지금은 하나하나 일일이 설명할 시간이 없다. 알프의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트로가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트로가들이 몰려오는 것을 보고 알프에게 짜증스럽게 소리치자 알프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뛰기 시작했다.


“이거나 먹어라!”


‘부욱, 휘익, 철퍽’


‘푸확!’


‘부욱, 휘익, 철퍽’


‘푸확!’


알프가 달리기 시작하자 나도 재빠르게 다음 할 일을 시작했다. 내가 한 일은 바로 고글을 쓰고 코와 입을 복면으로 막은 뒤 푸로스 잿가루가 담긴 자루를 찢어 한쪽으로 던졌다.


푸로스 잿가루가 가득 담긴 주머니들은 무게 때문에 얼마 가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졌고 바닥에 떨어지며 잿가루가 사방으로 흩날리기 시작했다.


“쿨럭, 쿨럭... 쿠어어어...”


푸로스 잿가루가 사방으로 휘날리기 시작하자 쓰레기 더미 쪽으로 들어오던 트로가들이 연신 눈물 콧물을 쏟으며 기침하기 시작했다.


후각이 상당히 예민한 만큼 그들에게 있어 푸로스 잿가루가 주는 영향이 적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내가 노린것은 푸로스 잿가루로 트로가들의 눈물 콧물이나 빼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에게는 5일에서 10일까지 주는 샌더피온의 독을 불과 몇 분 만에 완벽히 해독해 내는 트로가에게 푸로스 잿가루로 인한 최루 효과는 그리 길지 않을 것이었다.


나는 눈물 콧물을 쏟으며 무방비하게 있는 트로가들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주머니를 찢고 던지며 푸로스 잿가루를 흩날리게 두었고, 준비한 여섯개의 주머니 모두를 한쪽으로 던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몰락한 귀족으로 살아남는 방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9 "제모니안" +1 23.11.04 1,035 19 14쪽
138 "모자(母子)" +2 23.11.03 1,065 19 13쪽
137 "막무가내" +2 23.11.02 1,061 19 13쪽
136 "제모니안 계약서" +2 23.11.01 1,079 17 13쪽
135 "노래하는 물개" +2 23.10.31 1,092 17 14쪽
134 "프란 토먼" +2 23.10.30 1,118 18 13쪽
133 "토먼 상단" +4 23.10.29 1,118 18 14쪽
132 "꿀 의뢰" +2 23.10.28 1,115 21 13쪽
131 "복귀" +2 23.10.27 1,131 21 14쪽
130 "과학" +2 23.10.26 1,130 21 13쪽
» "추수" +2 23.10.25 1,107 19 13쪽
128 "정육점" +2 23.10.24 1,129 20 13쪽
127 "역공" +2 23.10.23 1,129 21 12쪽
126 "합세" +4 23.10.22 1,125 22 14쪽
125 "첫번째 독" +2 23.10.21 1,135 20 13쪽
124 "약점" +4 23.10.20 1,147 20 15쪽
123 "트로가 둥지" +6 23.10.19 1,165 21 14쪽
122 "악수" +2 23.10.18 1,144 22 14쪽
121 "미끼" +4 23.10.17 1,150 22 12쪽
120 "똥칠" +4 23.10.16 1,155 20 14쪽
119 "협동 의뢰(?)" +4 23.10.15 1,154 21 13쪽
118 "양아치들" +2 23.10.14 1,192 21 16쪽
117 "토벌 준비" +4 23.10.13 1,214 21 13쪽
116 "각오" +4 23.10.12 1,204 20 14쪽
115 "대 폭발" +4 23.10.11 1,197 20 15쪽
114 "융단 폭격" +4 23.10.10 1,219 21 15쪽
113 "여왕 브라크네" +2 23.10.09 1,232 20 12쪽
112 "거미 군락" +4 23.10.08 1,196 21 14쪽
111 "쓰레기" +3 23.10.07 1,217 22 13쪽
110 "경쟁자" +3 23.10.06 1,265 21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