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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으으으크 님의 서재입니다.

몰락한 귀족으로 살아남는 방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류으으으크
작품등록일 :
2023.06.15 11:20
최근연재일 :
2024.02.02 20:00
연재수 :
2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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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71,797

작성
23.10.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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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협동 의뢰(?)"

DUMMY

“미끼 말입니까?”

“응, 미끼. 아주 먹음직스러운 미끼가 되어줄 거야.”


“제 생각엔 아마도 저들은 저희가 가진 정보 때문에 접근하려는 것입니다. 이미 속으로 딴생각을 품은 이들을 어떻게 미끼로 사용하실 생각이십니까?”

“맞아 알프의 말대로 쟤들 우리가 영주한테 뭔가 들었다고 생각하고 접근한 거야. 그래서 나는 쟤들한테 영주한테서 들은 정보를 다 알려줄 거야.”


“정보를 그냥 공개한단 말입니까?”

“응, 그것만으로 쟤들은 충분한 미끼가 될 거야.”


내 생각은 이러했다. 어차피 정보를 우리가 쥐고 있는 한 우리가 알려주지 않으면 저들은 계속해서 우리를 방해하고 귀찮게 굴 것이었다.


우선 공식적으로 우리는 저들을 죽이거나 겁박할 수가 없다. 말했다시피 용병들 안에는 위계가 확고하게 잡혀있다 보니 저들을 겁박하면 하극상이 된다.


솔직히 지금 반말하는 것도 저들이 문제로 삼으면 문제가 될 여지가 있었다. 거기다 저들이 아무리 귀찮게 군다고 하더라도 의뢰가 독점체계가 아닌 만큼 정당한 경쟁행위로 평가될 확률이 높았다.


푸른 가지 용병 클랜의 실력이 형편없다고는 해도 어쨌든 클랜인 이상 우리보다 수가 훨씬 많다. 우리가 저들에게 손을 쓸 수 없는 지금 저들이 작정하고 귀찮게 군다면 먼저 지치는 건 인원이 적은 우리가 될 것이었다.


그렇다고 그냥 당할 필요는 없다. 저들을 엿먹일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겁박해서 쫒아내지도, 죽일 수도 없다면 우리 또한 저들을 역으로 이용해 먹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저들을 이용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내가 제안을 수락하고 이들을 믿는 척하며 정보를 건네준다면 아마 예상하건대, 이들은 바로 우리를 팽하고 자기들끼리 바로 의뢰를 독점하러 가버릴 것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저들은 매우 훌륭한 미끼가 되어줄 것이다. 당연히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데는 합당한 근거가 있었다.


우선 트로가로 의심되는 이 변종 트롤은 앞서 말했다시피 매우 영악하고 눈치가 빠른 마물이다. 영주가 말했듯 기사를 광부로 변장시켜 보내면 이 트롤은 어떻게 알았는지 절대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 이야기로 대로라면 자신을 높게 평가하는 것 같아 창피하지만 적어도 수습 기사급 정도 되는 나와, 이미 기사를 초월한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알프 앞에는 절대 쉽사리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아니,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해도 무방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아무리 광산 네 곳을 돌며 추적한다 한들 이 변종 트롤은 매번 이리저리 도망만 다닐 것이고 우리는 애꿎은 시간만 허비하게 되는 꼴이다.


하지만, 푸른 가지 클랜은 달랐다. 클랜장인 베일런이 나름대로 수습 기사 정도의 실력을 갖췄을까 싶지만, 언뜻 보기에 1급 용병으로 보이는 자는 클랜장 한명 뿐이었다. 그렇다면 나머지들은 오합지졸일 확률이 높았다.


그렇다 보니 영악한 변종 트롤의 눈앞에 보기 좋은 먹잇감이 굴러들어온다면 과연 변종 트롤은 어떻게 하겠는가. 답은 나와 있다. 처음에야 의심하겠지만 자기 눈앞에 굴러들어온 먹잇감을 놓칠 리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푸른 가지 용병 클랜에 그리고 변종 트롤에게 들키지 않게끔 숨죽여 저들을 쫒다가 변종 트롤이 눈앞의 먹이를 먹으려는 순간 우리는 잡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오히려 이들이 순식간에 변종 트롤을 잡으면 어떻게 합니까?”

“내가 봤을 때 변종 트롤은 트로가일 확률이 높아, 만약 정말 트로가라면 이들 수준으로는 절대 못 잡아.”


알프도 어차피 이들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귀찮긴 하더라도 큰 위협은 되지 않는다 판단한 듯 내가 이야기를 마치자 알프도 고개를 끄덕이며 내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


“어떻게, 결론은 내었나?”

“하도록 하지, 협동 의뢰.”


“좋은 판단을 내렸군, 변종 트롤을 토벌할 작전은 있나?”


이튿날 아침 건량으로 가볍게 끼니를 때우고 차를 홀짝이고 있자 잠시 뒤 베일런이 부하 둘을 데리고 수풀을 헤치며 다가왔다. 전날 결정한 대로 나는 이들과의 협동을 수락하자 베일런의 표정이 조금 밝아진 듯했다.


확실히 실력이 떨어진다 해도 1급 용병이고 클랜장 까지 하는 베일런은 보통의 인물은 아니었다. 단순한 이였다면 이제 협동하기로 했으니 다짜고짜 알고 있는 정보를 공유하자 했겠지만, 베일런은 달랐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한 말투로 정보 대신 우리에게 변종 트롤을 토벌하기 위한 전략이 있냐 물어왔다. 너무 자연스러운 그의 말투에 나도 모르게 너희를 미끼로 이용하려 한다는 말이 튀어나올 뻔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

“음... 그럼 우선 서로 가진 정보를 공유하는 게 어떤가?”


“정보를?”

“자네들이 실력이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용병계에서의 경험이나 인맥은 우리가 앞선다고 확언할 수 있다. 아마 짐작건대 자네들이 구스웰 백작에게서 무언가 들은 게 있을 거라 생각된다. 그러니 자네들이 구스웰 백작에게 들은 정보와 우리가 인맥과 경험으로 얻은 정보를 공유하면 답이 나오지 않겠나.”


역시 베일런은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처음에 자연스레 트롤을 토벌할 작전을 묻는 것도 그렇고 지금의 정보를 요구하는 말까지 너무 자연스럽고 명분이 완벽했다.


이미 협동하기로 한 이상 상대의 정중한 제안을 우리가 거절한다면 협동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내비칠 테고, 정보를 내어주면 아마 우리를 따돌리고 자기들끼리 의뢰를 속행할 것이었다.


하지만 베일런은 상대를 잘못 골라도 한참을 잘못 골랐다. 산전수전 다 겪은 용병들의 잔머리가 혀를 내두를 정도라 하지만 어디 귀족들의 암투만 하겠는가.


“음... 변종 트롤에 대한 것은 우리도 알 만큼 알고 있어. 협동한다고 하나, 우리가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 그리고 이미 겪은 일이 있는데 정보만 날름하고 도망갈지 누가 알지?”

“생각보다 소심한 배포를 가진 자로군. 좋다 우리가 가진 정보를 먼저 공개하지, 그럼 되겠나?”


나는 뻔뻔하게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용병들의 협잡에서 명예와 명분 논하는 게 웃기는 상황이기도 하고, 또 너무 쉽게 정보를 내어준다면 베일런도 내가 다른 속셈이 있진 않을지 의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변종 트롤의 정체는 과거의 대대적 토벌로 지금은 사라진 트로가로 예상된다.”

“그 정도는 우리도 알고 있어, 큰소리 친 거 치고는 정보의 수준이 너무 떨어지는데?”


“비아냥대지 말고 끝까지 들어라. 자네 말대로 대부분의 정보는 이미 공개되어 있어 그다지 새로울 것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오래전 트로가 토벌에 자주 참여했던 대 선배님을 찾아갔었다.”


역시 아무리 용병들의 잔머리가 뛰어나다고 해도 귀족들의 암투를 수도 없이 겪은 내게는 안 되었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다루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원체 귀족들은 서로 대화할 때 비아냥거리며 비꼬는 게 많아 이 정도로 쉽게 도발 당하거나 성을 내지 않는다. 그저 허허 웃으면서 계속해서 상대를 비꼬고 도발할 뿐이다.


하지만 베일런이 자신이 가진 정보를 말하기도 전에 내가 비아냥대자 그는 이번엔 인상만 찌푸리는 게 아닌 살짝 얼굴도 붉어지면서 말을 시작했다.


아마 같이 온 부하 둘의 표정이 조금 놀란 것이 이 정보까지는 애초에 우리에게 공개하지 않을 심산이었던 것 같았다.


“지금은 은퇴하셨지만, 과거 특급 용병까지 하셨던 그분께서는 트로가를 잡으려면 냄새를 조심하라셨다.”

“냄새를?”


“그렇다. 그분께서 말씀하시길 트롤과 오우거는 오감이 균등하게 발달해 감각적인 측면에서는 예민하지도, 둔감하지도 않고 평범하다셨다. 하지만, 트로가의 후각만큼은 매우 예민해서 1km 밖에 있는 냄새도 정확히 맡는다셨다.”


그를 자극해서 받아낸 정보이긴 하지만 그가 가진 정보는 나도 알지 못했던 중요한 정보였다. 의학이 그다지 발달하지 않은 대륙인의 평균 연령은 50세 전후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트로가의 대대적 토벌은 못해도 70년 전에 벌어졌던 일이므로 실제로 트로가를 상대했던 대부분의 인원은 이미 흙으로 돌아간 지 오래일 것이다.


대대적 토벌이었다고는 하더라도 원체 트로가의 개체수가 적기도 하다 보니 트로가 토벌의 기간도 그리 길지 않아 남아있는 기록도 많지 않고, 그저 일반적인 사항에 머무른다.


하지만 베일런은 꽤 상세한 정보를 가지고 왔었다. 그 정보로 인해 머릿속의 퍼즐이 다 짜 맞춰지는 듯했다.


트로가가 메이헴 영지에서 광부로 위장하여 보낸 기사단을 번번이 피해낼 수 있었던 것은 위장한 기사들에게서 광부 특유의 흙냄새가 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이 사실을 몰랐다면 우리가 숨는다 한들 트로가는 숨어있는 우리를 냄새로 파악할 수 있을 테고, 자신이 경계하던 기사들과 흡사한 냄새를 나는 우리가 매복하는 걸 발견하면 푸른 가지 클랜에도 접근하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오, 생각보다 유용한 정보군.”

“그러니 용병들의 경험과 인맥을 무시하면 안 된다.”


“우리가 구스웰 백작에게 전해 들은 것은 간단해. 변종 트롤은 정해진 거점 없이 네 곳의 광산을 이동하며 지낸다는 것. 그리고 눈치가 빨라 어설픈 함정이나 위장으론 속지 않는다는 것. 이렇게 두 가지다.”

“솔직하게 말해주어서 고맙군.”


“변종 트롤을 토벌할 계획을 세워두었던 게 있었나?”

“있었으나 새로 짜야겠지. 어차피 내가 지휘한다 해서 자네들이 내 밑으로 들어올 리도 없고, 서로 각자 작전을 구상하고 더 나은 쪽 작전을 따르는 게 어떻겠는가?”


나 또한 애초에 의도했던 대로 베일런에게 정보를 모두 넘겨주었다. 다만, 베일런 영주가 이미 기사들을 위장시켜 침투해 보았다는 내용은 빼버렸다.


이것까지 베일런에게 알려준다면, 베일런이 아주 멍청이가 아닌 한 냄새로 구분한다는 것을 알고 냄새를 지우며 작전을 짤 것이었기 때문이다.


서로의 정보 공유가 끝나자 이번에도 베일런은 아주 자연스러운 말투로 속마음을 감춘 채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저 또한 이대로 저들의 제안을 거절한다면 서로 각자 자신이 지휘하겠다며 다투다 의견의 합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협동을 끝내던지, 동료들과 작전을 구상하는척하며 슬금슬금 빠져나가 저들끼리 의뢰를 수행하려는 수작이었다.


“좋아, 알아서 작전을 구상하고 내일 이시간에 다시 이곳에서 모이도록 하지.”


나는 베일런의 장단에 맞춰주었다. 어차피 내 계획 자체가 저들이 우리를 배신하고 자신들 끼리 변종 트롤 토벌을 시작해야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베일런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일 다시 보자 한 뒤 부하들을 데리고 돌아갔다.


“바로 쫒지 않으셔도 되겠습니까?”

“응, 아마 쟤들도 바로 움직이진 않을 거야. 우리도 그사이 준비해야 할 것도 있고.”


그들이 떠나자마자 바로 그들의 뒤를 밟으려는 알프를 멈춰 세웠다. 아마도 저들도 너무 대놓고 행동할 수 없는 데다, 새롭게 알게 된 정보로 작전을 새로 짜야 하기에 바로 움직이진 않을 것이었다.


애초에 우리를 감시하려 했었던 만큼 저들의 자리 잡은 숙영지도 이곳에서 멀지 않을 것이기에 나는 조금 여유가 생겼다. 다만, 여유가 있다고 해서 마냥 놀 수만은 없지만 말이다.


 ‘첨벙’


“알프, 알프도 어서 들어와.”


‘첨벙’


“이렇게 여유를 부려도 되겠습니까?”

“여유라니 이것도 다 준비야.”


베일런이 떠나고 잠시간 여유를 부리던 나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알프를 데리고 계곡을 찾았다. 우리가 야영지를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꼬리가 붙은 것을 보아 아마 베일런의 부하들도 지금의 이 모습을 보고 갔을 것이다.


계곡에 도착한 나는 장비를 가지런히 벗어두고 물에 들어와 몸을 씻기 바빴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는 알프가 조금 걱정스러운 태도를 보였지만 알프도 장비를 벗어두곤 계곡물에 몸을 담갔다.


내가 몸을 씻는 이유는 간단했다. 우리에게서 냄새를 지우기 위함이었다. 물론, 그저 물로 씻는다 해서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를 모두 지울 수는 없다.


하지만, 몸을 씻고 몇 가지 작업을 더 거친다면 아마 적어도 트로가가 냄새로 우리를 발견하는 일은 없을 것이었다.


거기다 한 가지 더 이점을 가진다면 내가 이렇게 태평하게 구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베일런 또한 우리를 속이기 쉬운 멍청이라 생각하며 방심하게 만들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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