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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으으으크 님의 서재입니다.

몰락한 귀족으로 살아남는 방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류으으으크
작품등록일 :
2023.06.15 11:20
최근연재일 :
2024.02.02 20:00
연재수 :
224 회
조회수 :
484,905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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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71,797

작성
23.10.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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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9
추천
22
글자
12쪽

"미끼"

DUMMY

“대장, 마리안이 없어졌다니까요?! 레콘 어떻게 된 거야 말 좀 해봐 어제 네가 번 섰잖아!”


“...분명 제가 슬 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어요 대장...”

“야, 너희 어제 술을 그렇게 처먹더니 졸면서 슨 거 아니야?! 그렇지 않고서야 사람이 없어졌는데 어떻게 너희가 몰라!!”


“이 새끼가 오냐오냐하니까! 야 내가 너보다 선배야 이 새끼야 같은 고향 출신이라 편하게 대해주니까!!”


화기애애하던 어제의 분위기와는 달리 푸른 가지 용병 클랜의 숙영지는 아침부터 고성과 욕설이 오가며 어수선했다. 클랜원 중 한명인 마리안이라는 여성용병이 밤사이 감쪽같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갈색 숏커트에 아담한 체구, 활과 단검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마리안이라는 여성 용병은 같은 클랜원 길리언트와 연인 사이였다.


길리언트가 말하기를 분명 어제 잘 때 같이 안은 채로 잠이 들었고, 평소 연인 관계인 둘을 눈꼴 시려하는 다른 클랜원들을 피해 숙영지 외곽 쪽에서 잠을 청했다 했다.


그리고 눈을 뜬 아침에 보니 그녀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했다. 물론 확률은 낮지만, 이야기긴 하지만 마리안 혼자 어딘가 갔고, 그곳에서 실종되었을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이 가설은 말이 안 되었다. 길리언트와 마리안, 둘이 간밤에 무슨 일을 벌였는지는 몰라도 길리언트가 자리 잡은 곳 근처에 마리안의 옷과 속옷이 널브러져 있었고 무기와 짐들까지 그대로 놓여있었기 때문이었다.


길리언트는 방방 뛰며 다른 클랜원들을 향해 도대체 번을 선 사람들이 뭘 했냐며 고성을 질러댔고, 이내 참지 못한 사람들도 연신 언성을 높이며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만! 레콘, 그리고 어제 번을 선 사람들 전부 한 달간 감봉이다. 애초에 너희가 번을 제대로 섰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겠지.”


“하, 꼴 좋다.”


“길리언트, 내 말 안 끝났다. 너와 마리안은 복귀하는 대로 클랜에서 퇴출이다. 너희는 기본이 안 되었어. 아무리 가벼운 마음으로 나온 의뢰라 하더라도 의뢰 수행 중에는 지켜야 할 선이 있는 거다.”

“대... 대장...”


“전원 채비한다! 분명 조그마한 흔적이라도 있을 것이다. 마리안을 찾을 때까지 이 일대를 수색한다!”


아무리 실력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베일런이 클랜장을 괜히 하는 것은 아닌 듯 그가 소리치자 주변이 조용해졌다.


이윽고 처음으로 클랜장 같은 면모를 보여주었다. 지금 베일런의 판단은 훌륭했다. 애초에 번을 제대로 스지 않은 자들에게 감봉이란 징계를 내렸고, 의뢰 수행 중 문란한 행위를 한 자들을 칼같이 단속했다.


물론, 애초에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끔 일이 발생하기 전에 번을 강화하고, 내부의 분위기를 다잡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말이다.


잠시 뒤 숙영지를 정리한 그들은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나와 알프는 수색하는 그들과 마주치지 않도록 조금 더 몸을 숨긴 채 그들을 지켜보았다.


“북쪽으로는 흔적이 없었습니다.”


“서쪽 방향에도 없었습니다.”


“동쪽도 없었습니다.”


“남쪽도 저희가 지나온 흔적 외에는 없었습니다.”


“음... 사라진 사람은 있고 흔적은 없다...”


어느덧 다시 해가 졌고 수색을 나갔던 푸른 가지 용병 클랜이 어제의 숙영지로 모여들었다. 모여든 클랜원들은 서로 조사를 나간 결과를 공유했지만, 그 어디에서도 마리안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한 방향씩 담당했던 사람들의 수색 결과를 듣는 길리언트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져만 갔다.


“변종 트롤이 데려간 건 아닐까요?”

“야 우리가 번을 슬 때 벌어진 일이라 할 말은 없는데, 아무리 눈이 옹이구멍이라도 트롤이 습격한걸 못 봤겠냐?”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말이, 나한테 왜 성질을 내고 그러냐!”


하루 동안 벌어진 수색의 성과가 없자 저마다 몇몇 의견들을 내었지만, 괜스레 예민해진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탓하며 언성을 높이기 바빴다.


“그만! 수색을 종료하고 내일부턴 변종 트롤을 쫒는다. 뭐가 되었든 트롤을 잡아보면 알 수 있겠지.”

“대장! 그럼 마리안은 어쩌고요!!”


“이 이상 지체할 수 없다. 그 풋내기 용병 놈들이 따라붙어 따져대면 우리는 할 말이 없어. 그들이 따라붙기 전에 의뢰를 완료해야 한다.”


그렇게 길리언트의 의견은 묵살된 채 이들은 다시 채비를 하고 변종 트롤을 토벌하기 위해 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변종 트롤의 위협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고 그들에게 첫 희생자가 나온 순간부터 그들은 더 이상 변종 트롤을 잡으러 온 사냥꾼이 아니라 변종 트롤의 사냥감일 뿐이었다.


“모두 정지 오늘은 이곳에서 야영한다. 경계를 강화하고 오늘부터는 번을 두 명씩 선다!”


어느덧 숲의 해는 빨리 져버렸고 또다시 어둠이 찾아왔다. 하루를 허비했다는 생각 때문일까 푸른 가지 용병 클랜은 조금 먼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늦은 시간까지 강행군하며 이동했다.


그 결과 해가 지기 전까지 숙영할 만한 공터를 찾지 못해 비교적 나무가 적게 자라고 있는 곳에 터를 잡고 숙영 준비를 시작했다.


저번과 같은 호사스러운 저녁 파티는 없었다. 다들 대충 건량을 씹었고 갑작스레 속도를 올린 강행군으로 인한 피로로 두 명의 번만 남겨둔 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번을 서는 두 명 마저 갑작스러운 강행군에 지쳐버렸는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부스스스스’


“윽?!”


‘부스스스스’


“엇?!”


내가 예상했던 대로 변종 트롤의 습격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먼발치서 지켜보는 우리의 시야에 푸른 가지 용병 클랜의 숙영지 인근으로 미약하게 흔들리는 수풀을 볼 수 있었다.


“대... 대장!!”

“으음... 뭐야? 무슨 일이라도 있어?”


어느덧 아침 해가 밝았다. 푸른 가지 용병 클랜의 숙영지는 원래의 기상 시간보다 한참을 지나서 하나둘 눈뜨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일어난 클랜원 중 한명이 호들갑을 떨며 베일런을 찾았다.


“젠장!”


잠에서 막 깬 베일런은 상황을 파악하고는 그저 허공에 욕지기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겉으로 보기에 이제 막 잠에서 깬 푸른 가지 용병 클랜의 숙영지는 큰 변화는 없었다.


다만, 그저 늦게 일어났다는 것만 뺀다면 말이다. 정신을 차린 베일런과 푸른 가지 용병 클랜원들은 왜 자신들이 기상 시간을 한참 지나도 깨지 못했는지 상황 파악을 시작했다.


답은 금방 나왔고 이유는 매우 간단했다. 아침에 자신들을 깨울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야지에서 노숙하는 경우의 기상은 오천 7시 전후인 편이다.


해가 저물고 돌아가며 번을 스고 마지막 번을 선 사람이 7시쯤 모두를 깨워 준비를 하는 게 비단 용병뿐 아니라, 군대에서도, 심지어 상행에도 야지에서 노숙하는 모든 경우가 그러했다.


달튼과 찰스, 그 둘은 간밤에 초번을 섰던 두 사람이었다. 변종 트롤은 사람을 어떻게 해야 패닉에 빠뜨릴 수 있는지 아주 잘 아는 듯해 보였다.


변종 트롤은 대범하게도 초번을 노렸다. 그리고 변종 트롤은 그럴 능력이 있었다. 그렇게 꾸벅꾸벅 졸던 두 초번은 별다른 소리도, 흔적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영악하게도 변종 트롤은 딱 그 두 명만을 노렸을 뿐 다른 사람을 노리지 않았다. 그러한 사실을 깨우친 사람들의 몸에 소름이 돋았다.


만약 변종 트롤이 마음만 먹었다면 하룻밤 사이에 자신들은 모두 죽임을 당했어도 이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순한 공포를 넘어서 상대의 손바닥 안에 서 벗어날 수 없다고 느끼게 한다. 지금이 그러했다 몇몇 클랜원 들은 얼빠진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했고, 몇몇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있었다.


“백작님, 이대로는 저들의 희생만 늘어날 겁니다.”

“알고 있어, 하지만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계획이 있으십니까?”

“영주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어, 트로가는 거처가 없는 게 아니야 숨겨둔 거지.”


“분명 영주는 네곳을 번갈아 가면서 거처로 삼는다고...”

“트로가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야. 알프 그거 알아? 트로가는 무성생식을 해.”


“무성생식 말입니까?”

“응, 종의 번식을 위해 그릇된 욕망으로 태어난 트로가는 새끼를 낳는 트롤과 오우거와는 완전히 다른 생명체로 피막으로 쌓인 알을 낳아. 영주의 말대로 네곳의 광산에서 피막에 쌓인 알이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는 없었잖아? 그렇다면 분명히 자신의 거처가 따로 있다는 거야.”


일전의 위트먼 용병단의 두 여성 용병들의 장례를 치를 때와 비슷한 가라앉은 목소리로 푸른 가지 용병 클랜의 숙영지를 바라본 채 내게 말을 걸었다.


아마도 알프는 지금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 같았다. 생명에 대해 소중하게 생각했던 내가 그저 대책도 없이 저들을 미끼로 변종 트롤을 유인하는 행위로 보았던 듯했다.


나는 알프에게 내 생각을 설명해 주었다. 그에게 말했듯이 사람들이 트로가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있다. 나 또한 이것은 예전에 수도에서 보았던 역사서에 기록된 내용이었다.


보통 마물에 관한 내용은 마물 도감에 실리거나 특이한 사건들을 기록하여 발행하는 용병 일지라 불리는 비정기적으로 발행되는 용병들의 간행지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과거 트로가에 대한 내용이 원체 이슈였고 전 대륙적으로 일이 벌어졌을 만큼 거대한 사건이었다 보니 마물 도감이나 용병 일지보다는 역사서에 더 상세하게 나와 있었다.


트로가는 종의 보존을 위한 트롤들의 그릇된 욕망에서 태어난 존재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포유류인 트롤과 오우거와는 달리 트로가의 생식 방법은 남달랐다.


트로가는 무성생식을 하고 알을 낳는다. 솔직히 알이라 보기 어렵긴 하지만 피막에 둘러싸인 새끼를 낳는다고 보면 된다. 미성숙한 개체는 피막 안에서 자라나며 자신을 낳아준 개체의 기억과 경험을 일부 공유한다.


말이 좋아 새끼이지 자가 복제에 가까운 것이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대륙 전체에서 트로가를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했던 것이고 대대적인 토벌이 이루어진 것이다.


나는 이 변종 트롤이 트로가라 확신했을 때부터 애초에 용병 협회의 조사나 영주의 조사가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알을 낳는 개체가 자신의 둥지를 짓지 않았을 리 없었다. 비록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반드시 자신의 안식처가 있을 터였다.


“저들로 하여금 그 거처를 어떻게 찾으실 생각이십니까?”

“포악한 성질과는 다르게 트로가는 생각보다 식욕이 많지 않고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지 않아. 음... 굳이 표현하자면 하루에 사람 두 명 이상을 먹지 않아.”


트로가는 포악한 성질과는 다르게 식욕이 왕성한 편이 아니다. 트로가는 영악한 성격답게 많이 먹으면 몸이 무거워 짐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루에 딱 두 명분의 사람을 사냥하느냐? 그것 또한 아니다. 기분에 내키는 대로, 어떤 날은 한명으로 어떤 날은 서너명을 사냥하기도 한다.


그렇게 사냥당한 사람은 바로 트로가의 거처로 옮겨지는 것이다. 그곳에서 붙잡혀 있다가 또 트로가의 기분에 따라 잡아먹히는 신선한 식량으로써 말이다.


“아마 번을 세 명 이상 두게 되면 분명 여분의 사냥감을 가지고 둥지로 갈 거야. 우리는 그때를 노려 추격해야 해.”

“정말 저들을 희생시키는 방법밖에는 없겠습니까?”


“말했잖아 알프, 우리는 지금 시간에 쫒기고 있어. 찾으려면 찾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많은 시간을 허비할 만큼 여유가 있는 게 아니야.”

“알겠습니다...”


알프가 걱정하는것이 무엇인지는 나도 알고 있다. 그는 변해버린 내가 스스로를 잃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비록 지금의 상황으로 인해 이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는 하지만,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며 애초에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하던 모든 이들에게 자유와 평등 그리고 기회를 주려 했었던 나를 잃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나는 그런 알프의 걱정은 알지만, 지금은 그를 설득할 시간이 없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페드로가 고문받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다.


나는 내가 알프를 믿는 만큼 그도 나를 믿어주기를 바라며 푸른 가지 용병 클랜의 뒤를 조심스레 쫒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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