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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으으으크 님의 서재입니다.

몰락한 귀족으로 살아남는 방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류으으으크
작품등록일 :
2023.06.15 11:20
최근연재일 :
2024.02.02 20:00
연재수 :
2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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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71,797

작성
24.01.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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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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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글자
13쪽

192화 "소각"

DUMMY

끔찍한 모습의 게글러들을 앞두고 나에겐 지금 두 가지의 선택지가 있었다. 첫째는 당연 시미터로 상대하는 것이다.


손아귀가 찢어져 제대로 싸우기는 힘들겠지만 게글러들을 상대하는 데는 부족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방법은 마도 공학 총으로 단번에 쓸어버리는 것이었다.


물론 지하공간이라 붕괴 위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한 동굴이 아닌 목적성을 가진 시설이고 건축물인 만큼 어지간한 충격에 붕괴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선택지야 두 가지가 있었지만 내가 선택할 것은 정해져 있었다. 마도 공학 총은 내가 가진 가장 최고의 화력인 만큼 비장의 수단으로 남겨두어야 했다.


알프가 전투 불능에 빠진 지금, 정확한 순간에 엘더론을 제압할 수 있는 화력은 마도 공학 총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부욱’


“으윽...”


나는 옷의 소매를 대충 뜯어 손을 감싸기 시작했다. 찢어진 손바닥에서 작렬하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지만 등 뒤의 알프와 셀시를 두고 내색할 수는 없었다.


‘끼리리릭, 끼릭, 끼리릭’


“퀴에에에에엙!!”


‘부웅, 스걱’


‘부웅, 슥’


‘부웅, 서걱’


얕은 신음과 함께 응급처치를 끝낸 나는 다시 검을 강하게 쥐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기 시작했다. 내가 움직이자 게글러들 또한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부분 그냥 이미 사후경직이 시작된 듯 관절 부위에서 요란한 소음만을 동반했지만 그나마 머리가 달려있는 녀석들은 알 수 없는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그로테스크하고 끔찍하긴 했으나 시각적인 효과 이외에 그다지 큰 위협은 없었다. 내 손에 들린 시미터는 원을 그리며 휘둘러졌고 시미터의 날 앞에 있는 게글러들은 그나마 붙어있던 사지들이 떨어져 나가기 바빴다.


당연히 상대가 사지 멀쩡한 게글러들이 아니기에 이런 무위를 펼칠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확실히 나는 내 성장을 실감했다.


황금용의 말처럼 내게 걸린 육체의 제약이 어느 정도 해소라도 된 듯 예전에 비해 내 움직임은 부드러웠고 검에 실린 힘은 보다 강해졌다.


움직임이 나아지자 원래 내게 있던 재능들이 살아나는 것은 덤이었다. 이전엔 알면서도 반응하지 못했던 공격에 대응할 수 있었고 보다 복잡한 움직임도 소화할 수 있었다.


물론 이것은 비단 황금용이 내게 준 선물뿐만은 아니었다. 황금용의 선물 이후에도 빅토르와 알프에게 훈련을 거듭했었지만 이 정도까지 비약적인 발전은 없었다.


내가 단기간에 이렇게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좀전의 알프와의 전투 덕분이었다. 최면에 빠져 본 실력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매 합마다 생사를 오가며 집중한 결과였다.


그렇게 나는 나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드는 수많은 게글러들 사이를 한 걸음씩 나아가며 다시 한번 피의 길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부우우웅, 스걱’


‘부우우우웅, 슥’


‘부우우우우웅, 서걱’


연이어 이어진 검격도 손의 부상과는 상관없이 매끄럽기 그지없었다. 물론 란탈로식 검술의 완성형은 힘의 손실 없는 완벽한 원형이라 했던 빅토르의 말 만큼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점과 선의 공격인 검은 적을 가격하고 나면 운동 능력이 소실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일격에 적을 꿰뚫고 베어낼 수 있는 힘을 낼 수 있다.


란탈로식 검술은 다른 일반적인 검술과 다르게 단번에 강한 위력을 내기에는 어렵다. 원을 그려야 하는 만큼 초기 동작도 큰 편이고, 베기라는 한정적인 공격 방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란탈로식 검술이 원인 덕분에 점과 선의 일반적인 검술과 다르게 힘을 축적하며 유지할 수 있고 그 손실을 최대한 줄여 다음 공격에 더 할 수 있다.


그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처음에 가벼운 소리만 내었던 내 시미터는 이제 점점 강한 바람 소리를 내며 휘둘러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소리만 커진 것이 아닌 좀 전까지 한 마리를 베어낼 때도 저항감이 느껴졌던 내 시미터는 이제 두 마리, 세 마리 이상의 게글러들을 베어내도 저항감 없이 매끄럽게 베어버렸다.


‘부웅, 부우우웅, 부우우웅, 부우우우웅’


‘부우우우우웅, 스걱’


“케르으으으으으으으으윽!!!”


그렇게 얼마간 검을 더 휘두르자 내 주위에 더 이상 남아있는 게글러들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검은 멈추지 않았고 연신 위협적인 바람 소리를 내며 원을 그리고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거대한 게글러 한 마리 뿐이었다. 최면에 빠진 게글러들을 모두 죽였음에도 내가 검을 멈추지 않은 것은 이 한 방을 먹여주기 위해서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씩 검을 휘두르며 게글러에게 다가가 나는 여태껏 힘들게 유지한 모든 힘을 단번에 토해내며 게글러를 향해 검을 그었다.


내 시미터가 깔끔한 호선을 그리고 지나간 뒤 게글러는 지하가 터져나갈 정도로 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셀시 때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한꺼번에 그 두 눈알 모두 베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조금 이상한 점이 있었다. 분명 검술은 완벽했고 게글러의 눈알이 베어지는 것 또한 명확하게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석연치 않았다.


베어낸 것을 보았고, 들었지만 손끝에 느껴지는 감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분명 지근거리에서 베어냈음에도 불구하고 한 방울의 피조차 튀지 않았다는 점 또한 이상했다.


“?!”


역시 항상 불안한 예감은 적중한다고 검에 실린 힘에 휘둘려 흐트러졌던 자세를 다시 바로잡은 뒤 화덕 방향을 돌아본 내가 마주한 것은 다시금 나를 노려보는 붉은색 두 눈알이었다.


최악을 이미 가정했던 만큼 나는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분명 베어냈다. 나는 다시금 재빨리 생각을 거듭하기 시작했다.


재생은 분명히 아니었다. 이렇게 빠른 재생은 존재할 수 없었다. 모든 능력은 등가 교환이다. 강한 능력일수록 그 이후에 찾아오는 리스크가 분명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이미 아까 한번 큰 상처를 회복한 전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한 번 이렇게 빠른 재생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번 공격으로 인해 확실히 재생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솔직히 말이 되지는 않지만 나는 한가지 가설을 세웠다.


게글러의 능력은 최면, 만약 변종으로 신체의 자유가 아닌 대상의 정신에 침투하는 최면이라면? 하지만 이 가설 또한 빈틈이 많았다.


환각이었다면 일전의 분진에서처럼 외부의 자극에 깨어나기 마련이다. 내 손바닥의 작렬하는 통증이 증명하듯 환각은 아니라 보아야 했다.


어쨌든 지금으로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직까지 저 엘더론의 정체에 대한 단서와 정보가 부족해도 너무 부족했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저 게글러를 향해 다시금 공격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 뿐이었다.


‘부웅, 촤악’


“키에에엑”


‘부웅, 촤악’


“키에에에엑”


나는 쉬지 않고 검격을 이어갔다. 일단 지금으로서 화덕에서 전혀 나올 생각이 없는 적의 정체를 확인하고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공격을 거듭하는 수 밖에는 없었다. 


적을 알고자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화덕으로 스스로 들어가지 않는 한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무작정 화덕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굉장히 미련한 방법중에 하나였다.


물론, 무지성으로 공격을 이어가는 것 또한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나는 단순히 무지성으로 공격을 퍼붓고 있는 게 아니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도록 연속으로 내가 검격을 퍼붓는 이유 그것은 저 비정상적인 회복 능력을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셀시에게 한번, 나에게 한번 도합 최소 두 번씩 죽은 게글러들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제대로 표현하자면 일어나지 못했다라 말하는 게 맞을 것이다.


연이은 공격에 이미 사지가 멀쩡한 게글러가 없어 최면을 통해 조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내가 연속적으로 공격을 퍼붓기에 게글러는 울음보다 지금 연신 비명을 질러대기 바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속해서 이어지는 공격으로 인해 얻은 것은 그것뿐이 아니었다. 나는 서서히 이 비정상적인 회복 능력에 대해 조금씩 힌트를 얻어가고 있었다.


첫째, 내가 검격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것은 실체가 아닐 확률이 높았다. 어떠한 방법을 사용했는지 몰라도 나는 지금 허깨비를 상대하는 것과 같았다.


다만 또 아주 허깨비는 아닌 듯 분명히 타격이 들어가면 고통을 느끼는 듯 보였고, 회복하는 동안 다른 동작을 취하지는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저 회복이 무한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도 비정상적으로 회복이 빠른 것은 맞다. 하지만 처음에 비해, 연이은 공격을 허용한 지금 아주 조금이지만 회복이 더뎌지는 게 눈에 보였다.


‘부웅, 촤악!’


“허억, 허억, 허억”


“키에에에에에엑!!!!”


어느정도 판단이 끝난 나는 방금의 일격을 마지막으로 검을 멈추었다. 공격을 퍼부으면서 느낀 것은 이 정도 타격으로는 더 이상 알아낼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보다 더 큰 타격이 필요했다. 저 눈알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강한 타격이 필요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고 어렵지 않게 답을 찾을 수 있었다.


‘휘릭, 턱’


‘휘릭, 턱’


‘휘릭, 턱’


나는 나를 노려보는 눈알을 두고 숨을 헐떡이며 주변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 널브러진 무언가를 연신 화덕 안으로 던져넣고 있었다.


내가 그러는 와중에 엘더론은 불쾌한 눈빛으로 붉은색 눈만 끔뻑일 뿐 별다른 대응은 없었다. 솔직히 엘더론이 나를 제지할 방법은 제한적이었다.


나를 비롯한 우리에게 최면이 먹히지 않고, 더 이상 부릴 게글러들 또한 없는 지금 직접 나서지 않는 한 나를 제지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는 와중에도 엘더론은 여전히 저 화덕에서 나올 생각은 없어 보였다.


‘철컥, 딸깍’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다다다다다다다’


“제발 좀 죽어라!!!”


‘끼이이이이익, 쾅!’


어느 정도 준비되었다 싶어 보이자 나는 화덕에 던져넣는 것을 그만두었고 이내 마도 공학 총을 꺼내었다. 내가 여태껏 사용한 검을 집어넣자 엘더론은 의아한 눈빛을 보내었다.


그리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붉은색 탄환을 장전하고 바로 방아쇠를 당겨 버렸다. 조절기를 조작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애초에 붉은색 탄환으로 타격을 줄 생각은 없었다. 지금은 그저 강하게 불을 피워올릴 불쏘시개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내 계획대로 총구 앞에서 뿜어져 나간 불꽃은 정확히 화덕 안을 향했고 화덕 안에서 거친 화염 폭풍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도 공학 총에서 내뿜어지는 화염은 끝났지만, 화덕 안에서의 화염은 이제 시작이었다. 오히려 마도 공학 총이 불을 뿜기 전보다 더욱 거친 화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내가 화덕 안에 던져 넣은 것은 다른 게 아니라 장작이었다. 애초에 이곳이 소각장인 만큼 처음 지하에 내려올 때부터 주변에 장작은 많이 있었다.


거기다 아까 공명으로 인해 집기들이 부서지면서 불을 붙일 나무들은 널리고 널려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나무 이외에 내가 던져넣은 것은 기름이었다.


이 또한 이곳이 애초에 소각장인 만큼 기름 주머니가 곳곳에 있었다. 솔직히 오랜 기간 방치된 만큼 기름이 제 기능을 할까 의심스러웠지만, 걱정과 다르게 기름은 충분히 제 기능을 해주었다.


그리고 내 계획은 단순히 화덕에 불을 붙이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나는 불길이 커지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다시 뛰기 시작했다.


내 목표는 바로 화덕을 닫는 문이었다. 아까 주변을 둘러볼 때 화덕에 문이 남아있는 것을 확인했었다. 경첩 또한 낡긴 했지만 건재한 것이 닫으려 한다면 충분히 닫을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다.


내 예상은 적중했고 낡은 경첩이 듣기 싫은 마찰음을 내었지만, 화덕의 문은 결국 닫혀 버렸다. 그렇게 닫혀버린 화덕은 원래의 목적인 내부의 무언가를 모두 태워버리기 전까지 절대 문이 열리지 않을 것이었다.


“키에에에에에에엑!!”


“키에에에엑!!!”


내가 문을 닫고 걸쇠를 걸자마자 내부에서는 괴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지금껏 들었던 그 어떤 비명보다도 더 처절한 느낌의 비명소리였다.


분명 처절한 비명소리인것은 맞지만 나는 아직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방심의 대가가 무엇인지는 이제 충분히 알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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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194화 "의뢰 보고" +2 24.01.03 734 18 13쪽
193 193화 "동료" +2 24.01.02 737 19 13쪽
» 192화 "소각" +2 24.01.01 737 19 13쪽
191 191화 "엘더론" +2 23.12.31 744 18 12쪽
190 190화 "이어지는 연주" +2 23.12.30 754 20 13쪽
189 "각자의 분투" +2 23.12.29 756 17 13쪽
188 "검주(劍奏)" +2 23.12.28 757 18 13쪽
187 "vs 알프" +2 23.12.27 752 17 13쪽
186 "예상하지 못한 적" +2 23.12.26 760 17 13쪽
185 "수도원" +2 23.12.25 766 16 13쪽
184 "두번째 지명" +4 23.12.19 807 16 14쪽
183 "다시 센티움으로" +2 23.12.18 785 18 13쪽
182 "자기 개발" +2 23.12.17 782 18 14쪽
181 "검성의 제자" +2 23.12.16 806 20 13쪽
180 "잠시간의 휴식" +2 23.12.15 802 18 12쪽
179 "흐릿한 푸른 선" +2 23.12.14 804 18 14쪽
178 "친선 대련(?)" +2 23.12.13 815 17 13쪽
177 "인간의 미래" +2 23.12.12 814 16 13쪽
176 "세계를 넘은 자" +2 23.12.11 817 18 13쪽
175 "이기를 위한 이타" +2 23.12.10 817 18 13쪽
174 "솔 리무스" +2 23.12.09 821 16 13쪽
173 "원하는 것" +2 23.12.08 834 17 13쪽
172 "용의 무덤" +2 23.12.07 835 17 13쪽
171 "턱걸이" +2 23.12.06 813 18 13쪽
170 "숨겨진 공간" +2 23.12.05 829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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