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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으으으크 님의 서재입니다.

몰락한 귀족으로 살아남는 방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류으으으크
작품등록일 :
2023.06.15 11:20
최근연재일 :
2024.02.02 20:00
연재수 :
2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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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71,797

작성
23.12.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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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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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13쪽

"솔 리무스"

DUMMY

“허나 인간 기사여, 그것은 이미 내가 들어줄 수 없는 것이다.”

“저는 위대한 존재를 눈앞에 둔 지금도 경외심보다 두려움이 앞섭니다. 주군이 나아갈 길을 함께 하기 위해서는 저는 한없이 초라하고 부족한 사람 입이다.”


“인간 기사여, 모든 창조물은 부족함을 통해 완성된 존재로 만들어졌다. 그것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


“신이 인간을 빚을 때 모두에게 동등하고 공평한 힘을 주었다. 그것을 가다듬고 활용하는 각자의 역할이다. 네 주군이란 자가 할 수 있다면 당연히 인간 기사 너도 할 수 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인간 기사여, 네 안에 싹튼 인외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의 근원이 무엇인가.”

“무지입니다. 그것에 대해 알지 못하기에 두렵습니다. 평생을 휘둘렀던 제 검이 그것에게 통할지에 대한 믿음이 부족합니다.”


거대한 용 앞에 알프는 솔직한 마음을 고백했다. 차마 주군에게조차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속 마음이었다. 최근 들어 알프는 주군을 따라가는 것조차 점점 벅차다고 생각했었다.


자신이 강하다 한들 인간의 기준에서였고, 앞으로 주군이 상대할 적들은 인간을 초월한 존재들이었다. 그런 사실이 알프의 어깨를 짓눌렀다.


알프의 기대와는 달리 거대한 용이 내어주는 대답은 실망스러웠고, 형식적인 답변에 가까웠다. 알프는 실망스러웠지만 눈앞의 위대한 존재에게 따져 물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알프가 인외의 존재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명확했다. 자신이 일평생 갈고 닦은 검술은 인간을 상대하기 위한 검이었다.


지금도 자신의 앞에 주군을 위협하는 수백의 인간이 있다면 자신은 지체하지 않고 앞에 나서 그들을 막아낼 것이었다.


하지만, 제몬드 이후 자신이 겪은 존재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인외의 존재 앞에 자신이 익혔던 검술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했다.


거기다 더해 지금까지 상대한 것들은 단순한 마물일 뿐이었다. 단순히 마족의 손길이 닿은 마물들만 하더라도 이러할진대 앞으로 상대할 마족들을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


“인간 기사여, 인외의 존재도 인간과 다르지 않다. 인외의 존재도 창과 칼에 결국 상처를 입고 시간 앞에 굴복 할 수 밖에 없는 필멸의 존재다.”

“그렇다고 하나 인간과 기준이 너무나 다릅니다. 그들이 사는 시간도, 그들에게 유용한 창과 칼 또한 다릅니다.”


“인외의 존재는 인간과는 다르지만, 또한 다르지 않다. 너의 말대로 시간의 흐름은 다르지만, 결국엔 창칼에 꿰뚫리면 죽는 것은 똑같다. 나도 그러하다.”

“하지만 인간의 창칼로는 그들에게 위해를 가하기 어렵습니다.”


“인간 기사여, 지금 네 손에 철검이 아닌 목검이 들렸다 하여 인간을 죽이지 못하는가.”

“그건 아닙니다...”


“날도 서 있지 않은 하찮은 목검으로 어떻게 인간을 죽일 수 있는가 인간 기사여.”

“급소를 노릴 수 있습니다. 관절을 공격해 무력화 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 인간 기사여. 필멸의 존재는 모두 창칼에 목숨을 잃을 수 있고 저마다 다르지만, 인간과 같이 약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이 세상에 무결한 존재는 없다.”

“?!”


그런 실망감도 잠시 이어지는 거대한 용의 말은 알프에게 새로운 깨우침을 주기에 충분했다. 아니 넘치고도 남았다.


솔직히 알프가 우려했던 것은 아무도 모르는 쓸쓸한 죽음 따위 같은 그런 간단한 심정이 아니었다. 자신의 죽음이 두려웠다면 그저 주군을 떠나 피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 방법이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주군이 상대하는 마족은 단순히 잠재적인 위험 따위가 아니다. 그러한 마족은 주군만을 노리는 것 또한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마족들은 시시각각 대륙을, 인간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러한 마족을 경계하고 대적하는 자는 자신의 주군이 유일하다 할 수 있었다.


지금 자신이 나서 주군을 따르지 않는다면 마족의 군세는 다시금 인간 세상을 집어삼킬 것이고 그렇다면 지키고 싶은 것들을 지킬 수가 없게 된다. 그것이 진심 어린 알프의 고민이자 두려움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주군을 지키는 일조차 점점 버거워진 게 사실이었다. 여태껏 상대한 마물들은 인간과는 전혀 달랐다. 팔다리를 잘라내도 싸웠으며,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숫자를 불리기도 했다.


거기다 생명체를 넘어 거대한 나무와도 싸웠고 기이한 상태 이상도 겪었다. 자신이 일평생 갈고 닦았던 것과 배웠던 것, 그 모든 상식이 무너지는 경험이었다.


알프는 그래서 두려워졌다. 제 죽음이 아닌, 자신이 주군을 지켜내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주군의 죽음으로 인해 번져나갈 마족들 그리고 그러한 마족들에 의해 지키고 싶은 사람의 죽음까지 그것이 알프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두려움이었다.


거대한 용이 주는 여전히 형식적인 답변이었지만 어떠한 일에도 차분히, 그리고 덤덤히 말을 잇는 위대한 존재의 말속에 숨은 뜻을 알프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거대한 용은 처음부터 알프에게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인외의 존재들도 언젠가 결국 죽음을 맞는 필멸의 존재다.


인간과 다르지만 저마다 약한 부분이 있다. 그 약한 부분을 노린다면 인외의 존재와 비교하면 한없이 나약한 인간일지라도 그것을 죽일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거대한 용의 말 덕분에 인외의 존재를 죽일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 알프의 어깨를 짓누르던 두려움이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단 하나, 위대한 존재가 한 말이라고는 하나 그 작은 말 하나로 인해 두려움을 극복할 용기를 얻은 것이다. 이제는 남은 것은 스스로 개척할 때였다.


죽일 수만 있다면 방법은 찾기 나름이다. 다섯살, 처음 검을 쥐는 순간부터 검을 휘둘러 적을 죽이는 것에 대한 노력은 혼자의 힘으로 해내었다.


“용기는 남이 주는 것이 아닌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위대한 존재시어.”


“고마워 할 필요 없다 인간이여, 나는 준 것이 없으니. 인간 기사여 너의 눈이 수명을 다해가고 있음을 아는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거대한 용은 스스로 깨우친 알프를 향해 덤덤히 말을 이었다. 뚜렷한 고저 없이 건조한 듯한 목소리지만 그 안에 알프를 보며 기특함을 느끼는 듯 보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거대한 용의 말에 알프는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이것 또한 주군에게 말하지 않은 이야기였다.


이것은 자신의 눈을 치료했던 의사와 즈아나만이 아는 사실이었다. 사실 알프의 눈은 회복되지 않았다. 과거 푸로스 잿가루로 인한 독성으로 신경의 손상이 있던 것이었다.


사실을 알게 되었던 알프는 자신의 주군 몰래 의사에게 신호를 주었고, 그것을 눈치챈 치료사가 주군 앞에서 거짓으로 말해주었던 것이다.


그 뒤로도 즈아나가 계속 알프의 수발을 드는 이유도 같았다. 지금 알프는 사물을 보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예전과 같은 또렷한 시야가 아니었고, 매일 매일 조금씩 시력이 나빠짐을 느끼고 있었다.


알프의 두려움의 원인에는 이러한 이유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시력을 잃는다고 하더라도 검을 쥐지 못하는 것은 아니고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 믿었다.


실제로 자신이 어릴 적 읽었던 ‘위대한 기사 이야기’라는 한 노 기사의 경험을 다룬 책에는 당대 검성과 박빙으로 싸웠다는 맹인 기사의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너에게 작은 선물을 주도록 하지.”


‘화아아악’


“으...으윽... 으아아아아아악!!”

“이 작은 한 줄기 빛이 어둠이 도래한 인간을 밝힐 빛이 되기를.”


거대한 용은 이번에도 선물을 준다는 말과 함께 빛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모여든 빛은 이내 구체를 이루며 알프에게로 향했다.


그렇게 이동한 빛의 구슬은 알프가 저항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알프의 눈으로 스며들기 시작했고 알프는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눈을 부여잡은 채 그 자리에 스러졌다.


‘저벅, 저벅, 저벅’


“?!”


알프와 셀시가 용의 무덤에 들어가 거대한 용을 만나는 동안 나는 아무도 만나지 못한 채 한없이 동굴 안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어느새 동굴은 빛 한점 들지 않았지만 특이하게도 바위에 발이 걸린다든지 그런 것이 전혀 없어 걷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과연 높게 솟은 바벨산에 자리 잡은 고대의 유적이라서인지 아니면 용의 무덤이라는 있어 보이는 이름값을 하는 건지 몰라도 안으로 한참 들어왔음에도 길게 이어진 동굴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정말 지루할 정도로, 감각이 무뎌질 정도로, 스스로를 인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둠 속에서 오랜 시간 걸었다. 그렇게 걷고 또 걸어 저 멀리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짙은 어둠 속에서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나는 무작정 속도를 높여 빛으로 다가갔다. 왜인지 몰라도 그래야만 할 것 같았고, 이 지긋지긋한 어둠을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빛이 서서히 가까워지자 나는 눈을 뜰 수가 없었고 그렇게 눈도 뜨지 못한 채 빛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잠시 뒤 갑작스러운 밝은 빛에 어느 정도 적응된 눈에 들어온 것은 넓다고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뻥 뚫린 공간이었다.


그리고 통로의 끝에서 공간을 내려다본 나는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는 거대하다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엄청난 크기의 뼈가 있었다.


전생에서도 현생에서도 이러한 크기를 가진 생물은 실존하지 않았다. 나는 거대한 뼈에 압도되면서도 맹렬히 머리를 돌려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도 이런 동체를 유지한 채 살아있는 생물을 떠올릴 수 없었다. 현실적으로 부정하고 있지만 이런 동체를 가진 생물이라면 신화나 설화에서나 보았던 용이 실존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 되지 않았다.


“이곳엔 어떻게 왔는... 너는 이곳의 인간이 아니군”

“?!!”


그렇게 통로 끝에서 거대한 뼈를 바라본 채 생각을 거듭하는 와중 나는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갑작스럽게 머리가 웅웅거리는 느낌이 들더니 말이 들려왔다.


말이 들렸다기보다는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말이 안 되긴 하지만 마치 머릿속으로 단어들이 밀려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이질적인 느낌에 놀라움도 잠시, 더욱 놀랍고 충격적인 것은 머리에 직접 울려 퍼지는 목소리는 나의 정체 또한 정확히 알고 있었다.


“누구냐! 나와서 얼굴을 보여라!”

“그렇군, 그렇다면 이곳에 온 것이 말이 되는군. 네가 마지막 조각, 아니 마지막 희망인 건가...”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나는 괜히 뜨끔했다. 내가 다른 세상에서 환생한 존재라는 것을 안다는 건 보통의 존재가 아니라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엄청난 존재라면 지금 내 선에서 떠올릴 수 있는 건 한 가지밖에 없었다. 바로 마족이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모르지만 제몬드를 능가하는 고위 마족이라면 혹시 알아차릴 수 있지 않을까 할 뿐이었다.


허공에 대고 외치는 내 물음에도 머릿속의 말소리는 답이 없었다. 마치 혼잣말을 중얼거리듯 알 수 없는 이야기들만 계속해서 들려올 뿐이었다.


“인간이여, 지금은 존재하지 않지만 나는 태양을 지키는 황금용 솔 리무스다.”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어떻게 말을 하는 거지?”


“아버지의 안배 덕분이지.”

“아버지? 무슨 소릴 하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군.”


머릿속의 목소리는 스스로를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황금용 솔 리무스라 밝혔다. 내가 모든 것을 알지는 않지만, 책을 많이 읽은 만큼 고대 설화나 신화에 관한 책들 또한 많이 읽었다.


그중에는 아주 조금이지만 태초의 시대에 관한 기록도 있었고 나는 거기서 용의 존재를 본 적이 있었다. 그 기록 속에 등장하는 용에 대한 기록은 용이 존재했다는 정도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얼마 되지 않는 정보 속에 나온 용이라는 존재에 대한 설명은 대륙의 조화와 안정을 위해 상충하는 두 마리가 존재한다는 기록만 있었지, 태양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물론, 아주 적은 양의 기록이고 언제 기록되었는지 모를 만큼 오래된 기록이지만 나는 적어도 남보다는 내가 아는 것, 내가 본 것을 더 신뢰하기에 지금은 머릿속의 목소리의 말을 무작정 신뢰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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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193화 "동료" +2 24.01.02 737 19 13쪽
192 192화 "소각" +2 24.01.01 736 19 13쪽
191 191화 "엘더론" +2 23.12.31 744 18 12쪽
190 190화 "이어지는 연주" +2 23.12.30 754 20 13쪽
189 "각자의 분투" +2 23.12.29 756 17 13쪽
188 "검주(劍奏)" +2 23.12.28 757 18 13쪽
187 "vs 알프" +2 23.12.27 752 17 13쪽
186 "예상하지 못한 적" +2 23.12.26 760 17 13쪽
185 "수도원" +2 23.12.25 766 16 13쪽
184 "두번째 지명" +4 23.12.19 807 16 14쪽
183 "다시 센티움으로" +2 23.12.18 785 18 13쪽
182 "자기 개발" +2 23.12.17 781 18 14쪽
181 "검성의 제자" +2 23.12.16 806 20 13쪽
180 "잠시간의 휴식" +2 23.12.15 802 18 12쪽
179 "흐릿한 푸른 선" +2 23.12.14 804 18 14쪽
178 "친선 대련(?)" +2 23.12.13 815 17 13쪽
177 "인간의 미래" +2 23.12.12 814 16 13쪽
176 "세계를 넘은 자" +2 23.12.11 817 18 13쪽
175 "이기를 위한 이타" +2 23.12.10 817 18 13쪽
» "솔 리무스" +2 23.12.09 821 16 13쪽
173 "원하는 것" +2 23.12.08 834 17 13쪽
172 "용의 무덤" +2 23.12.07 835 17 13쪽
171 "턱걸이" +2 23.12.06 813 18 13쪽
170 "숨겨진 공간" +2 23.12.05 829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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