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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으으으크 님의 서재입니다.

몰락한 귀족으로 살아남는 방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류으으으크
작품등록일 :
2023.06.15 11:20
최근연재일 :
2024.02.02 20:00
연재수 :
2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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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4,868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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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71,797

작성
23.12.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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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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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글자
12쪽

191화 "엘더론"

DUMMY

내가 알프를 챙기는 동안 눈치채지 못했던 것은 하나뿐이었다. 바로 ‘소리’ 였다. 셀시의 연주 소리나 다른 소리가 아닌 바로 거대한 게글러의 비명 소리가 사라졌단 것이었다.


뒤늦게 셀시의 당황스러운 목소리를 통해 돌아본 나 또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거대한 게글러의 무심한 듯한 두 개의 눈알 중 하나는 셀시의 공격으로 인해 분명 터져 버렸었다.


내가 현재 진행형이 아닌 과거형으로 말하는 이유는 바로 한쪽 눈알만 남아있어야 할 게글러의 눈알이 멀쩡한 상태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눈알은 더 이상 무심한 듯한 눈빛이 아닌 명백하게 우리에 대한 적의를 품고 있었다. 나는 머리를 맹렬히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지금 게글러의 양쪽 눈알이 멀쩡한 것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게글러에게 재생과 관련된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물론, 변종일 수도 있겠지만 보통 변종 개체들도 뜬금없는 능력을 지니는 게 아닌 어느 정도 본래의 능력과 연관이 있던가, 아니면 환경에 의해 변종이 된다.


사람들의 손을 타지 않은 이러한 유적 속에서 재생과 관련이 있는 변종 능력을 얻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았다.


그리고 변종은 두 번 일어나지 않는다. 눈앞의 게글러는 이미 거대한 덩치로 보아 과잉 성장이라는 한 번의 변종을 겪은 것으로 보였다. 생각대로라면 변종의 능력이라는 가설 또한 없애야 했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한가지 뿐이었다. ‘오파츠’ 저 거대한 게글러는 오파츠를 품은 엘더론이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좋지 않은 상황 속 첫 엘더론을 조우했다.


“셀시 조심해!”


“께르르륵, 께르르르륵, 께륵”


‘부우우웅’


내가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적의를 가지게 된 게글러는 우리를 번갈아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나, 그리고 내 뒤에 주저앉아 있는 알프, 그리고 마지막으로 셀시를 향했다.


나는 게글러의 시선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재빨리 셀시에게 경고했다.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게글러가 셀시를 향해 여태까지와 비교도 되지 않는 커다란 울음소리를 셀시에게 쏟아내기 시작했다.


셀시는 갑작스러운 소음에 처음에 귀를 막다 이대로는 안 되겠는지 강하게 검을 휘둘렀고, 셀시의 검에서 나는 소리와 게글러의 울음소리가 공명하며 지하 전체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소음이 사라지며 잠시간 정적이 찾아왔다. 공명한 울림으로 인해 지하가 진동한 만큼 엄청난 먼지가 피어올랐고, 먼지가 가라앉는 데까지는 조금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셀시! 괜찮아?”

“으으...으웩...”


잠시 뒤 먼지가 조금씩 가라앉으며 드러난 실내는 난장판이었다. 대부분 삭아 부서지기 직전이긴 했지만, 주변에 나무로 되어있던 테이블이나 집기는 모두 부서져 버렸다.


이윽고 먼지가 전부 가라앉자 셀시가 보였다. 혹시나 먼지를 틈타 공격받진 않았을까, 아니면 이번엔 셀시가 최면에 당하진 않았을까 싶었지만 다행히도 셀시는 최면에 빠지지도 공격을 당하지도 않은 듯 보였다.


하지만, 엄청난 소음을 동반한 공명이었던 만큼 그 중심에 있었던 셀시 또한 아무런 피해가 없진 않았다. 셀시의 귀에서는 피가 흐르는 것이 고막이 손상된 듯 보였다.


내 짐작이 맞았던 듯, 셀시는 내 외침에도 반응하지 못하고 이내 허리를 꺾어 바닥에 속을 게워내기 시작했다. 공명으로 인해 속이 진탕이 된 것이다.


하지만, 피해는 게글러 또한 적지 않은 듯 보였다. 우리를 향해 셀시를 향해 희번뜩 노려보던 게글러의 눈동자는 지금은 보이지 않았다. 여태껏 처음으로 눈을 감을 만큼 피해를 당하였다는 이야기였다.


‘다다다다다’


“오빠? 나 지금 귀가 잘 안 들려요!”

“알겠어 셀시, 일단 나를 따라와.”


“네!”


나는 아직도 속이 좋지 않은지 허리를 꺾고 연신 헛구역질을 하는 셀시에게 재빨리 달려가 그녀를 내가 원래 있는 곳으로 부축해 데리고 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청력의 완전한 소실은 아니었는지 셀시는 가까이서 말하는 내 말은 알아들은 듯 보였다는 것이다.


이제 막 검술이 아닌 검주의 길을 깨우친 셀시가 이번 전투로 청력을 잃는다면 그거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일 것이었다.


다행히도 셀시를 무사히 데려오는 동안 추가적인 공격은 없었다. 아직까지도 화덕 안의 커다란 붉은 두 눈은 뜨이지 않고 있었다.


“셀시 너도 우선은 회복에 전념해.”

“하지만, 저라도 도와야죠! 저 아직 싸울 수 있어요!”


“소리도 잘 안 들리면서 무슨, 나도 무리해서 싸울 생각은 없으니까 알프랑 탈출로를 지키고 있어.”

“알겠어요!”


나는 데려온 셀시를 알프 옆에 앉혔다. 셀시는 속이 진탕된 것은 회복되었는지 더 이상 헛구역질은 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내 말에 큰소리로 대답하는 걸 보면 청력이 회복된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셀시와 알프를 안심시키려 말하긴 했지만, 솔직히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다. 우리는 이미 전력이 두 명이나 아웃되었지만 아직 적의 몸통조차 보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나 또한 아귀가 찢어져 검을 제대로 쥐기 힘든 상황이었다. 물론, 도망이라는 편한 방법이 있지 않으냐 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조차 여의찮았다.


퇴로가 열려있긴 하지만 아직 이 유적의 최종 보스 격인 엘더론이 건재한데 자신의 집에 쳐들어와 헤집어 놓은 우리를 고이 보내줄 것이라 생각하기 어려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한 가지밖에 없었다. 그나마 가장 온전한 상태인 내가 시간을 끌며 엘더론의 정체와 능력을 파악하고 알프와 셀시가 회복된 뒤 엘더론을 처치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알프와 셀시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돌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나를 마주한 것은 커다란 붉은 눈동자 한 쌍이었다.


나는 붉은 눈동자를 응시하며 생각을 거듭했다. 분명 셀시의 공격으로 눈이 터지는 타격을 받았었고 비명까지 내질렀었다. 그렇다면 공격이 아예 먹히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5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마치 공격을 받지 않았다는 듯이 원상복구 되었다. 내 예상으로는 그것이 아마 이 유적의 오파츠의 능력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직 나를 향한 눈동자는 적대감을 불태우며 노려볼 뿐 별다른 행동을 취하고 있지는 않았다. 처음 나에게 최면이 안 통한다는 것을 안 이상 나에게 최면을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나는 대치 상태인 지금을 최대한 활용해야 했다. 그리고 또다시 내 머리를 혹사시키며 맹렬히 생각을 거듭하기 시작했다.


엘더론이 피해를 회복하는 원리가 무엇일까? 재생? 회복의 근원이 재생일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재생력의 극한이라 불리우는 트로가 조차 눈을 회복하는 데 한참이 걸렸다.


물론, 오파츠에 담긴 능력을 함부로 평가할 수는 없지만, 이곳이 치료 감호소라는 점을 생각하면 재생능력은 더더욱 아닐 것이었다.


앞서 말했듯 오파츠는 해당 유적의 용도에 아주 반하지 않는다. 대장간이라면 무기와 장비에 관련된 것이, 도서관이면 지식에 관련된 것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편으로는 유적의 용도가 치료 감호소인 만큼 재생과 관련된 오파츠가 나오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깊게 생각해보면 이곳이 다른 시설이 아닌 치료 감호소이기 때문에 재생과 관련된 오파츠가 등장할 수 없는 것이다.


생각보다 간단한 이야기다. 치료 감호소란 애초에 현재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들을 모아놓는 것이다. 그런 곳에서 엄청난 재생능력을 가진 오파츠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시설 자체의 아이덴티티를 잃는 것이다.


물론, 당연히 치료와 재생은 다른 영역이다. 하지만, 이 유적에 소각장이 있다는 사실이 또 한 번 내 말을 뒷받침해 준다.


만약 정말 가공할 능력의 재생과 관련된 오파츠가 존재한다면, 이곳이 치료 감호소라 할지라도 소각장 따위는 필요 없을 것이었다.


그저 기약은 없지만, 언제고 치료될 환자들을 무한정 재생시켜 죽지 않게 살려두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런 의미에서 재생과 관련된 오파츠일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회복하는 원리가 무엇일까? 한가지 가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때 즈음 거대한 게글러의 움직임이 다시금 시작되었다.


“께르륵, 께륵, 께르르르륵, 께르르르르르르륵”


거대한 게글러, 엘더론은 여전히 거대한 화덕에서 몸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다만, 화덕 안에서 다시금 특유의 소름이 끼치는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나는 혹시나 싶어 재빨리 알프와 셀시의 앞을 가리고 섰다. 게글러의 최면은 나에게 통하지 않고, 최면 파장은 내 뒤에 있는 사람에게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을 이미 알기 때문이다.


“알프, 셀시 괜찮아?”


“괜찮습니다.”

“아무렇지 않아요!”


하지만, 그렇게 앞을 막아섰음에도 처음과 같은 몸을 간질이는 진동은 느껴지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뒤를 돌아보아도 알프와 셀시 또한 아직 까지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나는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분명 최면 파장을 동반한 울음은 맞았다. 하지만 그 대상이 우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해가 가질 않았다. 이 지하 소각장에 살아있는 것은 우리밖에 없었다. 그런데 우리를 향하지 않았다면 저 엘더론이 최면을 걸려는 대상이 누구란 말인가.


‘부스스’


‘부스스스스’


‘끼릭, 끼릭.’


‘끼리릭, 끼릭.’


이해가 가지 않는 엘더론의 행동에 생각은 깊었지만, 그 답은 금방 알 수 있었다. 시작은 우리의 앞, 그러니까 조금 전 셀시가 전투를 벌였던 곳에서부터 였다.


공명으로 인해 부서진 잔해들과 먼지가 수북이 쌓여있던 바닥이 조금씩 들썩이기 시작했다. 처음에 한군데서 시작되던 들썩임은 이내 여러 곳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들썩임이 어느 순간 멈추더니 바닥에서 무언가 괴상한 소리와 함께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을 일으킨 그것들은 우리와 엘더론 사이를 막아섰다.


몸을 일으킨 건 게글러 들이었다. 원래 이곳이 게글러의 서식지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게글러의 등장이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눈앞의 광경은 나는 물론 알프 조차도 얼이 빠질 정도였고 셀시는 눈을 질끈 감아버릴 만큼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분명히 이번에도 거대한 게글러, 엘더론이 최면을 건 대상은 게글러가 맞았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게글러 였던 것. 이라고 봐야 할 것이었다.


말이 길어졌지만 눈앞의 광경을 짧게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몸을 일으킨 게글러들은 정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개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머리가 잘려 나간 게글러도, 신체의 일부가 터져나간 게글러들도 있었다. 게글러의 수는 많았지만 온전한 개체들은 단 한 마리도 없었다.


당연하게도 지금 몸을 일으킨 게글러들은 조금 전 셀시가 처치한 게글러들이었다. 엘더론은 최면을 통해 게글러들의 시체를 일으킨 것이다.


말이 안 되는 현상이지만 사실상 게글러의 최면 원리를 안다면 또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 게글러는 죽은 생명체를 되살려 일으킨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게글러의 최면은 상대의 신경계를 교란하여 일종의 해킹을 하여 강제로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머리가 없다고 해서 신체를 조종하지 못 할 일이 없다는 이야기다.


일례로 꼭두각시 인형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꼭두각시 인형의 머리가 없다고 하더라도 조종자가 조종하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 처럼 말이다.


물론, 이미 죽은 대상의 신경계가 작동하는가? 그것에 대한 것은 또 의문으로 남지만 어찌 되었든 죽은 생명체를 되살리는 게 아닌 한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는 엘더론이 게글러들을 어떻게 일으켰느냐 보다 당장이라도 우리에게 달려들 준비가 끝난 것 같아 보이는 게글러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좀 더 다급한 고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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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194화 "의뢰 보고" +2 24.01.03 733 18 13쪽
193 193화 "동료" +2 24.01.02 736 19 13쪽
192 192화 "소각" +2 24.01.01 736 19 13쪽
» 191화 "엘더론" +2 23.12.31 743 18 12쪽
190 190화 "이어지는 연주" +2 23.12.30 754 20 13쪽
189 "각자의 분투" +2 23.12.29 756 17 13쪽
188 "검주(劍奏)" +2 23.12.28 756 18 13쪽
187 "vs 알프" +2 23.12.27 751 17 13쪽
186 "예상하지 못한 적" +2 23.12.26 760 17 13쪽
185 "수도원" +2 23.12.25 765 16 13쪽
184 "두번째 지명" +4 23.12.19 807 16 14쪽
183 "다시 센티움으로" +2 23.12.18 784 18 13쪽
182 "자기 개발" +2 23.12.17 781 18 14쪽
181 "검성의 제자" +2 23.12.16 806 20 13쪽
180 "잠시간의 휴식" +2 23.12.15 802 18 12쪽
179 "흐릿한 푸른 선" +2 23.12.14 803 18 14쪽
178 "친선 대련(?)" +2 23.12.13 814 17 13쪽
177 "인간의 미래" +2 23.12.12 813 16 13쪽
176 "세계를 넘은 자" +2 23.12.11 817 18 13쪽
175 "이기를 위한 이타" +2 23.12.10 817 18 13쪽
174 "솔 리무스" +2 23.12.09 820 16 13쪽
173 "원하는 것" +2 23.12.08 833 17 13쪽
172 "용의 무덤" +2 23.12.07 834 17 13쪽
171 "턱걸이" +2 23.12.06 813 18 13쪽
170 "숨겨진 공간" +2 23.12.05 828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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