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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으으으크 님의 서재입니다.

몰락한 귀족으로 살아남는 방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류으으으크
작품등록일 :
2023.06.15 11:20
최근연재일 :
2024.02.02 20:00
연재수 :
2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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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71,797

작성
24.01.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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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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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글자
13쪽

194화 "의뢰 보고"

DUMMY

“알프, 셀시 괜찮아?”

“네! 괜찮아요!”


“알프는?”

“조금 불편하지만 움직이는 데 무리는 없습니다.”


서둘러 다가간 두 사람의 상태는 역시나 좋지 않았다. 셀시는 항상 기름칠하며 소중하게 다루던 가죽 갑옷은 군데군데 터지고 구멍이 뚫려 속살이 비춰 보였고, 몸의 이곳저곳에도 크고 작은 상흔이 많이 있었다.


원래 격렬한 전투를 벌이면 방어구와 복장이 망가지는 것은 맞지만 어째 매번 셀시만 유독 민망한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큼큼, 셀시 우선 이거로라도 가려.”

“네? 아아, 고마워요. 오빠!”


나는 게글러들의 단검에 의해 이리저리 뜯겨진 셀시의 복장을 보고 바닥에 굴러다니는 내 가방에서 망토를 꺼내 셀시에게 주었다.


갑자기 내가 건네는 망토를 셀시는 당황한 듯 받아 들었지만 이내 자신의 몰골을 살피더니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는 듯 서둘러 망토를 몸에 두르며 몸을 가렸다.


나 뿐 아니라 알프도 조금 민망한 듯 고개를 돌려 셀시를 마주하지 않고 있었지만 정작 셀시는 저번 약초원 사건 때문인지는 몰라도 우리 앞에서 속살이 드러나는 것을 크게 개의치 않는 듯 보였다.


“근데 어떻게 된 거예요! 갑자기 커다란 검둥이가 사라졌어요!”

“작게 말해도 돼 셀시.”


“네!”

“엘더론을 잡았어. 두 사람 덕분이야.”


망토를 대충 몸에 둘러 몸을 가린 셀시는 다시 나를 바라보곤 ‘됬죠?’ 라는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리고 아주 잠시 정적이 흘렀지만, 갑자기 큰 목소리로 말하는 셀시 때문에 웃음이 나왔다. 이제 청력은 어느 정도 돌아온 듯 보였지만 아까의 습관이 아직 남은 듯 보였다.


“어떻게요?”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말이지.”


나는 두 사람에게 뒤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말해주었다. 두 사람이 엘더론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는 동안 나는 수없이 많은 가설을 떠올리고 지워내며 고민을 거듭했다.


엘더론의 능력은 확실히 재생은 아니었다. 그리고 일반적인 최면이나 정신 계통에 작용하는 능력도 아니었다. 그렇게 미궁으로 빠지던 찰나였다.


고민을 거듭하며 알프와 셀시, 그리고 엘더론인 거대한 게글러의 전투를 지켜보며 생각하던 나는 문득 이상함을 발견했다.


아까 화덕 안에서 어두울 때에는 보지 못했지만 밝은 곳으로 나와 전투를 벌이는 지금은 확실히 눈에 보였다. 바로 상처를 입을 때 마다 아주 잠깐이지만 흐릿해지는 거대한 게글러를 말이다.


나는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에 기억을 더듬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떠올릴 수 있었다. 물론 완벽히 동일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비슷한 것을 본 적이 있었다.


바로 제몬드와 조우할 때였다. 제몬드와의 첫 만남에 그가 만든 인형을 대할 때 이런 느낌이었다. 당연히 그때와 상황이 많이 다르긴 했다.


그때 나는 제몬드의 인형을 정확히 간파했고 그가 피워낸 능력인 검은 안개를 보았었다. 그리고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 중 확실한 것은 엘더론에게서 그때의 그 인형, 검은 안개를 바라볼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마족의 능력과 오파츠가 일으키는 현상이 같다고 동일한 능력이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비슷한 능력이라면 사용하는 방식 또한 비슷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때 제몬드가 말하길 자신이 만든 것이 더미라 했었고, 멀지 않은 곳에서 그 더미를 조종했었다. 만약 저 엘더론의 능력이 더미라면 분명 눈에 보이는 위치에서 조종하는 자가 있을 터였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나는 이 지하 소각장에서 숨어들기 좋은 곳을 살폈던 것이다. 처음에는 화덕, 그다음에는 시체구덩이 그리고 천장까지 모두 살피고 난 뒤 이 소각장에서 남은 곳은 단 한 곳뿐이었다.


“와, 대단해요! 역시 데일 오빠에요.”

“고생하셨습니다.”


“내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게 두 사람 덕분이야.”


모든 이야기를 마친 우리는 서로를 칭찬하며 고생했다 치하했다. 그 뒤로 우리는 모두 바닥에 주저앉아 움직일 수 있을 만큼 최소한의 회복을 하기 위해 힘썼다.


“자, 다됬어요. 이제 뒤도셔도 돼요. ”


숨을 고르고 어느 정도 체력을 회복하고 한 일은 단연 상처의 치료였다. 내 손아귀야 흉이 남아도 크게 문제가 없었고 알프도 벽에 처박히며 내상을 입고 혹사시킨 근육으로 인해 운신하기 불편했지만, 외상은 없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셀시였다. 아무리 험하게 구르는 용병이라 하더라도 몸에 흉이 늘어나는 것을 좋아할 여자는 없었다.


물론 셀시는 아직 그런 것을 크게 신경을 쓰지 않긴 했지만 어쨌든 내가 신경이 쓰였기에 가방에서 고급 치료제가 발려진 붕대를 건넸다.


그렇게 알프와 내가 뒤돌아있는 사이 셀시는 창피함도 없는지 훌렁훌렁 옷을 벗고 상처에 붕대를 감은 뒤 옷까지 갈아입었다.


옷을 갈아입은 셀시가 오자 나는 다시금 면역력 증강제를 나누어 주었다. 다들 이것을 먹고 속이 안 좋았던 기억이 있어 조금 싫은 기색을 내비쳤다.


하지만, 선택권은 없었다. 게글러들의 서식처인 소각장이라면 모를까 위에는 아직 어떤 균이 있을지 모르기에 필수였다.


그렇게 응급처치를 끝낸 우리가 다음 할 일은 탐색이었다. 오파츠를 얻긴 했지만, 이곳에 무엇이 더 남아있을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다.


물론, 한번 탐사가 끝난 유적을 다시금 되짚는 전문 용병들이 있다. 그들도 용병 조사관으로 보통 하이에나라 불리는 자들이다.


어쨌든 그런 사람들이 있는 만큼 우리가 꼼꼼히 살필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굳이 애써서 공략한 유적에서 나온 것을 남에게 줄 필요는 없었기에 찬찬히 살펴보았지만 별다른 것은 없었다.


소각장에서부터 찬찬히 한층씩 조사하며 올라갔고 나온 것이라고는 바로 위층에서 게글러의 최면에 조종당하던 인간들이 쓰던 낡은 장비들이 전부였다.


나는 그들의 시체에서 신분패와 용병패만을 챙겼고 우리는 그렇게 고대 유적 가칭 수도원의 탐사를 마쳤다.


“오오, 이것입니까?”

“네.”


“혹시... 이름은 어떻게...”

“‘거짓을 비추는 거울’ 입니다.”


마차를 타고 센티움으로 돌아와 처음 한 일은 역시나 제국 쪽 인사를 만나는 일이었다.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기껏 얻은 오파츠를 분실하는 일만큼 멍청한 일은 없기에 서둘러서 나쁠 것은 없었다.


우리가 센티움에 도착한 것은 저녁 시간이었고 나는 같이 간다는 알프와 셀시를 숙소에 밀어 넣으며 쉬어 두라 말하고 혼자 만나러 왔다.


거창한 다른 이유는 없었고, 이번 탐사로 인해 부상과 피로가 누적된 두 사람이 다음 의뢰 전에 최대한 회복하기를 바란 조치였다.


다른 파티라면 조금 여유를 가지고 휴식하며 진행하겠지만 아마 예상하건대 의뢰 완료 보고를 하고 얼마 안 돼 또 새로운 의뢰가 올 것이었기 때문이다.


조금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제국의 관리는 센티움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 있었다. 굳이 이 시간까지 남아있을 필요는 없지만 눈 밑이 어두운 것이 고민거리가 있어 보였다.


어쨌든 내가 사무실로 들어서자 관리는 반색하며 맞아 주었다. 그리고 관리의 안내를 받아 앉은 테이블에서 나는 그간 있었던 일과 유적에 대한 내용을 보고 했다.


역시 관리는 관리인 듯 빠른 속도로 이어가는 내 이야기에 전혀 버벅임 없이 관리는 종이에 한 글자 빠지지 않고 능숙하게 기록해 내었다.


원래 의뢰 보고서는 담당자가 요약하기도, 사견이 들어가기도 하지만 황금패 용병의 의뢰 보고서는 보고자의 이야기가 사견이나 각색 없이 그대로 들어가는 법이었다. 그리고 그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마치고 나는 허리춤에서 손바닥 한 뼘 반만 한 길이를 가진 자그마한 손거울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별다른 장식도 없고 그저 평범한 손거울 같아 보이지만 고대의 물건이고 오파츠임을 알아서인지 몰라도 은은한 기품이 흐르는 듯 보였다.


제국의 관리는 혹시나 손상이라도 가해질까 조심스럽게 흰 장갑을 끼고 이리저리 살펴보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오파츠의 이름을 물어왔다.


오파츠의 이름을 짓는 것은 보통 두 가지 방법으로 정해졌다. 최초 발견자가 짓거나, 아니면 마탑에 의뢰해 적당한 이름을 부여받는다.


각각 방법은 다르지만 딱 한 가지 공통된 룰이 존재하는데 바로 오파츠의 효과에 대한 연관성이 있는 이름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뭐 규정집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의뢰서나 계약서에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암묵적으로 이것을 중대한 룰로 여긴다.


이름을 그렇게 짓는 이유가 있는데 먼젓번 말했듯 황금패 용병 의뢰를 완료하면 유적 탐사간 습득한 모든 오파츠를 의뢰주에게 공개하게 되어있다.


다만 우선권과 거부권이 있는 만큼 이것이 필요한 것인가 양보해도 되는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발생하기 마련이고 이러한 복불복 형식의 분쟁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정해진 룰이다.


지금 제국의 관리가 오파츠의 이름을 묻는 이유도 같은 선상에서다. 대부분의 황금패 용병들이 오파츠의 이름을 본인이 짓는다.


물론 당연히도 모두 다 훌륭한 작명가는 아니라 괴랄한 이름의 오파츠도 다수 등장하는 편이다. 어찌 되었든 이렇게 작명된 이름을 통해 서로 눈치 게임을 하며 오파츠의 소유권을 얻을지, 아니면 다음 기회를 노릴지 수 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그리고 간혹 유적을 돌며 발견한 오파츠가 여러개거나, 어부지리로 오파츠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유적이 있기도 하고 엘더론임에도 불구하고 오파츠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개체도 있다 보니 이런 경우 마탑에 의뢰하게 된다.


그렇게 물건을 건네받은 마탑은 다방면으로 조사를 거쳐 오파츠의 능력을 확인해주고 최종적으로 이름을 부여해준다. 다만, 이렇게 마탑에 의뢰하는 경우는 그다지 없는 편이다.


“오오, 가치에 걸맞은 훌륭한 이름입니다.”

“이보다 더 적합한 이름은 없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이것을 좀.”


오파츠의 이름을 들은 제국의 관리는 밝은 표정을 지으며 좋아했다. 관리가 좋아한 이유는 다른 것은 없다. 솔직히 제국의 관리는 오파츠의 능력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다.


중대한 임무를 맡은 만큼 충심이 높은 자들을 보내기도 하고, 황실의 물건을, 제국의 보물을 탐할 만큼 욕심 많은 자를 이곳에 앉히지 않는다.


다만 제국의 관리가 기뻐한 이유는 가끔 정말 기괴한 수준의 작명을 보여주는 용병들이 있다 보니 앞으로 제국의 보물이 될 오파츠의 이름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이 첫 번째다.


그리고 오파츠의 이름을 그런 이름으로 보고하면 황실에서 한 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일례로 황금패 용병들에게 유명한 이야기가 하나 있었다.


과거 어떤 황금패 용병이 신체의 일부분의 크기를 키워주는 능력을 가진 오파츠를 발견했다고 했다. 그때 그 용병이 지은 오파츠의 이름이 ‘왕 X추' 였단다.


뭐 그런 용도로 제작된 오파츠는 아니겠지만도 여러 가지 의미로 유용한(?) 그 오파츠를 그 왕국에서는 이름 때문에 사용하지 못하고 창고에 묵혀 두고 있다는 우스갯소리였다.


어찌 되었든 그런 만큼 오파츠의 이름은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여러 사람이 신경을 쓰다 보니 난해하긴 하나 뭔가 있어 보이고 비교적 정상적인 이름을 말하자 좋아한 것이다.


이름과 더불어 나는 관리에게 조그마한 종이를 건네주었다. 저번에도 그렇고 의뢰 완료와 함께 두둑한 주머니가 오갔기에 기대했던 관리는 이번엔 조그만 쪽지를 보고 실망한 기색이었다.


어쨌든 관리가 종이를 받자 나는 눈짓으로 읽어보라 얘기했고 제국의 관리는 몹시 귀찮다는 듯한 태도로 종이를 펴기 시작했다.


‘부욱, 찌지직’


‘꿀꺽’


“이... 이것이 정말이오?”

“그렇습니다.”


“이것을 대체 왜...”


고이 접힌 종이를 펴 천천히 종이를 읽어 내려가던 관리는 눈을 번쩍 뜨며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읽어 내려간 관리는 종이를 찢어 입에 넣고 삼켜버렸다. 


그렇게 종이를 삼킨 관리는 혹시나 주변에 보는 눈이 없을까 살핀 뒤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내게 종이에 적힌 게 진실이냐 물었다.


나는 애초에 속일 생각이 없었기에 솔직하게 답해주었고, 그런 내 대답에 관리는 더욱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내게 물어왔다. 여전히 당황하며 얼이 빠져있는 제국의 관리를 향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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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198화 "전투 개시" +4 24.01.07 725 16 13쪽
197 197화 "작전 회의" +2 24.01.06 735 18 14쪽
196 196화 "마족의 등장?" +2 24.01.05 761 17 13쪽
195 195화 "새로운 의뢰" +2 24.01.04 740 18 14쪽
» 194화 "의뢰 보고" +2 24.01.03 733 18 13쪽
193 193화 "동료" +2 24.01.02 736 19 13쪽
192 192화 "소각" +2 24.01.01 736 19 13쪽
191 191화 "엘더론" +2 23.12.31 742 18 12쪽
190 190화 "이어지는 연주" +2 23.12.30 754 20 13쪽
189 "각자의 분투" +2 23.12.29 756 17 13쪽
188 "검주(劍奏)" +2 23.12.28 756 18 13쪽
187 "vs 알프" +2 23.12.27 751 17 13쪽
186 "예상하지 못한 적" +2 23.12.26 760 17 13쪽
185 "수도원" +2 23.12.25 765 16 13쪽
184 "두번째 지명" +4 23.12.19 807 16 14쪽
183 "다시 센티움으로" +2 23.12.18 784 18 13쪽
182 "자기 개발" +2 23.12.17 781 18 14쪽
181 "검성의 제자" +2 23.12.16 806 20 13쪽
180 "잠시간의 휴식" +2 23.12.15 802 18 12쪽
179 "흐릿한 푸른 선" +2 23.12.14 803 18 14쪽
178 "친선 대련(?)" +2 23.12.13 814 17 13쪽
177 "인간의 미래" +2 23.12.12 813 16 13쪽
176 "세계를 넘은 자" +2 23.12.11 817 18 13쪽
175 "이기를 위한 이타" +2 23.12.10 817 18 13쪽
174 "솔 리무스" +2 23.12.09 820 16 13쪽
173 "원하는 것" +2 23.12.08 833 17 13쪽
172 "용의 무덤" +2 23.12.07 834 17 13쪽
171 "턱걸이" +2 23.12.06 813 18 13쪽
170 "숨겨진 공간" +2 23.12.05 828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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