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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으으으크 님의 서재입니다.

몰락한 귀족으로 살아남는 방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류으으으크
작품등록일 :
2023.06.15 11:20
최근연재일 :
2024.02.02 20:00
연재수 :
2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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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93
글자수 :
1,371,797

작성
23.12.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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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3
추천
17
글자
13쪽

"원하는 것"

DUMMY

“강력한 무기를 달라하면 주시나요? 아... 음... 아니면 똑똑한 머리? 그것도 아니면... 음... 튼튼한 몸...?”

“인간 소녀여 네가 말하는 것을 들어줄 수 있다. 강력한 무기를 원하면 무기를 줄 것이고, 부족해 보이지는 않는다만 머리가 좋아지길 원하면 그렇게 해줄 수 있다. 하지만 진정 원하는 게 그것인가?”


“으음...”

“인간 소녀여, 모든 일에 대해 생각은 깊게, 결정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 이곳은 모든 인간을 위해 안배된 곳도 아니며 일평생 기회는 단 한 번뿐인 곳이다.”


셀시는 머리를 강렬히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예전에 혼자 다닐 때야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해야 했어서 나름 머리를 많이 쓰려 노력하긴 했지만, 결과가 좋았던 적은 드물었다.


물론, 셀시가 머리가 나빠서 그런 것은 아니다. 셀시는 제대로 된 배움을 가진 적이 없었고, 경험이 적어 그녀가 떠올릴 수 있는 생각의 범주 자체가 작은 탓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다 시작한 오빠들과의 파티는 편안하고 행복했다. 오빠들은 늘 엉뚱하고 부족한 자신을 배려해주었다. 가장 편한 것은 머리를 써가며 고민할 일이 현격히 줄었다는 것이었다.


맹렬히 회전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어리고 미성숙한 셀시의 머릿속에서 떠올린 원하는 것들은 대부분 1차원 적인 것들밖에 없었다.


오랜 고민 끝에 무기를 달라 간접적으로 말해 보았지만, 표정 없는 용의 얼굴이 정색하는 것처럼 보여 살짝 겁먹은 채 다른 걸 말해보아도 용의 표정에 변화는 없었다.


셀시의 고민은 다시금 깊어졌고 거대한 용의 말은 자신의 마음속을 파고들어 왔다. 정말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일까, 오빠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 강력한 무기? 똑똑한 머리? 강인한 신체? 그것들은 아니었다.


이미 그것에 대한 답은 셀시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두려움... 두려움을 극복하고 싶어요...”

“정답이다 인간 소녀여. 허나 내가 도와줄 건 없다.”


“네?”

“소녀여 두려움을 극복할 힘은 이미 네가 가지고 있다.”


셀시는 자신이 가장 바라는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바로 스승님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스승님에게서 도망쳐 나와 용병이 되었고, 황금패 용병까지 되었던 셀시였다.


셀시는 자신이 완벽하게 도망쳤고 숨어들었고, 스승님이 자신을 더 이상 찾아내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환각을 겪고 나서 그것이 얼마나 안일한 생각인지 알 수 있었다.


셀시의 스승이란 자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몰라도 대륙 전체를 뒤지며 셀시를 찾아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게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생각처럼 자신은 완벽히 도망치고, 숨어든 게 맞았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끝난 것은 아니었다. 언제고 어디서든 자신의 마음속에는 스승이 언젠간 자신을 찾아내리라는 불안감과 공포심이 자리 잡고 있었다.


비단 이번 환각의 여파만은 아니었다. 자신이 극복하지 않는다면 언제고 지금의 공포와 불안감은 자신을 조여올 것이었다. 애써 외면하고 있긴 했지만 셀시 본인 스스로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셀시는 지금도 대륙 어디선가 자신을 찾고 있을, 지금처럼 단지 떠올리기만 하더라도 온몸에 소름이 돋고 두려운 존재인 스승에 대한 공포를 참아내며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 싶다 거대한 용에게 말했다.


셀시의 입장에선 정말 큰 용기를 낸 행동이지만 거대한 용의 대답은 허망했다. 마치 무엇이든 해줄 것 같이 말해놓고 이미 해결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아닌걸요 용님, 저는 아직 검술도 서투르고 모르는 것도 많고, 겁도 많아요... 이런 제가 뭘 가지고 있다는 거죠?”

“네 두려움의 근원은 무엇인가 인간 소녀여.”


“저를 향한 기대하는 눈빛, 실망하는 눈빛, 욕망하는 눈빛이에요...”

“기대와 실망, 그리고 욕망까지 이 세 가지가 너에게 행해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제가... 제대로 하지 못해서요.”

“무엇을 말인가.”


“검술을요! 검을, 검을 다루는 능력이 형편없어서요!”


기껏 용기를 내 말했으나 명확한 결론 없이 이어지는 선문답에 결국 셀시는 점점 지치고 화가 났고 상대가 거대한 용이라는 것도 잊은 채 고함쳤다.


“보아라 인간 소녀여, 답은 이미 갖고 있지 않은가.”

“네?”


“검을 다루는 능력은 검술에 국한되지 않는다. 검을 다루기 위해서 반드시 검술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인간 소녀여. ”

“아... 아직 잘... 잘 모르겠어요... 저는 바보라 조금 더 명확히 알려주시면 안될까요 용님?”


“나머진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네게 조그마한 선물을 하나 주마.”


‘화아아아악’


“부디 이 작은 희망 한 줌으로 인간의 미래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마.” 

“용님! 용님!”


거대한 용은 셀시의 고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셀시에게 아주 사소하고 작은 깨달음 하나를 주었다.


이 자그마한 희망이라는 씨앗은 셀시가 어떻게 싹틔우냐에 따라 든든한 기둥이 될 거목이 될 수도 있고 길가의 하찮은 잡초로 짓밟히며 끝날 수도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모두 셀시가 하기 나름이었다. 거대한 용은 사라지기 전 알 수 없는 말과 함께 셀시에게 작은 선물을 주었다.


거대한 용의 앞에 반짝이는 빛이 모여들더니 그대로 셀시의 허리춤에 채워져 있는 1m 남짓한 짧은 아밍소드에 깃들었다.


“셀시!”

“펜시언니...?”


“그래 용은 만났니?”

“네에...”


“원하는 대답은 얻었고?”

“아직 잘 모르겠어요... 알 것도 모를 것도 같아요...”


“원래 그래, 그 용은 답을 주기도, 기회를 주기도 하지만 그 결과는 각자 하기 나름이거든 그래서 너는 뭘 받았어?”

“검이 반짝이긴 했는데...”


“그래? 무기가 변했나? 한번 휘둘러봐.”


‘스릉’


‘부우우웅, 부우우우웅’


“음? 검 소리가 왜 그래? 원래 이랬어?”

“아... 니요?”


“마치 꼭 악기 같네, 우선 언니랑 밖에서 기다리자.”

“오빠들은요? 아직이에요?”


“너도 들어간 지 얼마 안됬어, 아마 금방 나올 거야.”

“네에...”


사라져 가는 거대한 용을 붙잡고 자신이 생각한 것이, 느낀 것이 깨달음의 끝자락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아무리 불러 보았지만 먼지처럼 사라져가는 거대한 용을 붙들 수는 없었다.


그렇게 거대한 용은 사라졌고 망연자실한 채 바닥에 주저앉으려 할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프란시아였다.


프란시아는 확실히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안다는 듯 셀시를 향해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네 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말에 따라 평소 거의 뽑는 일이 없는 검을 빼 들고 허공에 휘둘러 보았다.


허리춤의 아밍소드는 스승에게서 도망칠 때 챙겼던 유일한 물건인 어머니의 유품이었다. 관리하지 않아서인지 원래 그런지 몰라도 날도 잘 서 있지 않은, 백색 손잡이에 예쁜 모양이 양각되어있는 장식용 검이었다.


거대한 용의 선물이라는 말과 프란시아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고 셀시도 살짝 기대감에 검을 휘둘러 보았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다만, 짧은 검이지만 휘둘러지는 검에서 마치 악기와 같은 아름다운 소리만 울려 퍼질 뿐이었다.


“인간 기사여, 그대는 무엇을 위해 이곳에 왔는가.”

“?!”


“겁먹을 필요 없다. 인간 기사여 나는 과거의 잔재일 뿐 아무것도 아닐 뿐이다.”

“내가... 겁을?”


조금 전, 셀시가 거대한 용을 만났을 때와 비슷한 시간 때 동굴 깊숙이 들어가던 알프 또한 거대한 용을 마주했다.


경지에 올라선 후 웬만한 일이 아니면 동요하지 않고 평정을 유지하기 위해 애써왔다. 경지에 올라서며 알프가 깨우친 것 중 하나는 아주 작은 감정의 동요도 큰 실수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주군과 용병 일을 시작하며 혐오스러운 거미를 마주할 때도, 난생처음 보는 끔찍한 괴물을 상대할 때도 최대한 동요하지 않기 위해 절제하고 또 절제해왔었다.


그렇게 매 순간 노력한 평정은 단 한마디의 말로, 실체인지 환각인지 모를 단 한 존재의 등장으로 인해 무너져 버렸다.


예기치 못한 존재의 등장에도 알프는 반응하지 않았다. 아니 반응하지 못했다. 원래 같았으면 경계의 날을 세워 언제든 검을 뽑을 준비를 했을 터였다.


하지만, 눈앞의 거대한 용의 모습을 한 존재를 마주한 순간 저항에 대한 의지를 완전히 상실해 버렸다. 눈앞의 용은 동굴의 벽면이 살짝 비춰 보일 정도로 반투명한 환각에 가까운 존재임을 알았는데도 말이다.


“인간 기사여, 그대는 무엇을 원하는가.”

“...”


거대한 용의 물음에 알프는 쉽사리 답하지 못했다. 생각의 폭이 좁은 셀시가 고민한 것과는 다른 이유였다. 경지에 올라선 자답게 알프는 이곳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직감했다.


그리고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수많은 것들 가운데 단 한 가지만이 자신에게 주어질 것이라는 것 또한 아무도 말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한가지, 단 한 가지로 좁히기엔 지금의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너무도 많았다. 셀시 처럼 무기나 똑똑한 머리 그런 것이 아니었다.


“시간이 필요한가 인간 기사여.”

“용기, 위대한 존재인 당신과 같은 인외의 존재들에게 대항할 용기가 필요합니다.”


“정답이다. 인간 기사여.”


거대한 용은 알프의 지금 알프의 고민을 알고 있기라도 하다는 듯이 셀시 때와는 달리 여유를 주지 않고 재촉해 왔다.


결국 알프는 고심 끝에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었다. 알프의 선택은 바로 용기였다. 추상적이긴 하지만 지금의 알프에게 있어서는 더없이 필요한 것이었다.


혹자는 알프의 이런 선택을 보고 멍청한 짓이라며 손가락질할 수도 있다. 알프와 같이 경지에 다다른 자는 자그마한 깨달음에도 그 위의 단계로 도약할 수 있다.


한마디로, 만약 거대한 용이 한 말처럼 그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면 중위에 머물러 있는 자신의 경지를 한단계 높은 곳으로 이끌어 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알프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알프에게 있어서 경지에 올라서는 것은 변심하지 않고 올곧은 마음으로 노력한다면 누구의 도움이 없더라도 언젠간 스스로 혼자 올라설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알프가 생각하기에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용기였다. 자신의 주군은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다. 항상 폭풍의 중심에 서서 위험을 몰고 다녔고, 사람에 대한 위험을 넘어 이제 마족이라는 강대한 존재와도 대적하고 있다.


일전에 트로가와 전투를 치를 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솔직히 지금의 자신은 기사로써 그저 주군의 명을 따르면 되기에 생각을 배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만약 주군의 명이 아니라면 이 무지막지한 마물 무리와 싸울 수 있겠는가? 스스로 내린 대답은 '아니오'였다.


굳이 싸울 필요도 없을뿐더러, 흉측하고 그로테스크한 인외의 존재들과의 사투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 전투에서 시력을 잃어 자신이 가는 검의 길을 놓칠 뻔하기까지 했다.


그 뒤로 찾아온 것은 두려움이었다. 차라리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나았다. 전장에서 주군을 위해 목숨 바쳐 싸우다 명예롭게 죽는 것 그것은 기사라면 누구나 꿈꾸는 명예로운 죽음일 것이다.


하지만, 마물과의 사투는 아니었다. 제몬드 때도 그러했고 브라크네 때도 그러했고, 트로가 때도 그러했다. 마물과의 사투 끝에 맞이한 죽음은 시체에 대한 능욕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조용한 죽음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즈아나의 존재였다. 항상 주군의 등 뒤를 쫒으며 그를 지키는 것만이 사명이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기사란 주군을 지키고 약자를 보호하는 존재, 하지만 그에 앞서 자신의 가족을 지켜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가족조차 지켜내지 못하면서 주군과 약자를 보호한다는 건 말이 맞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주군에게는 말하지 못했지만, 최근 알프는 점점 용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지켜야 할 것이 늘어갔고 싸워야 할 이유는 점점 줄어들었다.


그런 알프의 마음을 다잡고 이끌어주는 것은 실수투성이지만 모든 것에 앞장서서 자신을 이끌어주는 자신의 주군 데일 볼든 이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주군은 언제나 용기를 잃지 않았고,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끼칠 만큼 두려운 존재였던 제몬드를 향해서도 단 한 걸음도 물러선 적이 없었다.


주군은 항상 자신을 닮고 싶어 했지만 반대였다. 알프는 주군이 가는 길을 옆에서 묵묵히 따라 걸으며 주군과 함께 걸어가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주군과 같은 용기가 필요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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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198화 "전투 개시" +4 24.01.07 725 16 13쪽
197 197화 "작전 회의" +2 24.01.06 735 18 14쪽
196 196화 "마족의 등장?" +2 24.01.05 763 17 13쪽
195 195화 "새로운 의뢰" +2 24.01.04 740 18 14쪽
194 194화 "의뢰 보고" +2 24.01.03 733 18 13쪽
193 193화 "동료" +2 24.01.02 736 19 13쪽
192 192화 "소각" +2 24.01.01 736 19 13쪽
191 191화 "엘더론" +2 23.12.31 744 18 12쪽
190 190화 "이어지는 연주" +2 23.12.30 754 20 13쪽
189 "각자의 분투" +2 23.12.29 756 17 13쪽
188 "검주(劍奏)" +2 23.12.28 756 18 13쪽
187 "vs 알프" +2 23.12.27 751 17 13쪽
186 "예상하지 못한 적" +2 23.12.26 760 17 13쪽
185 "수도원" +2 23.12.25 765 16 13쪽
184 "두번째 지명" +4 23.12.19 807 16 14쪽
183 "다시 센티움으로" +2 23.12.18 784 18 13쪽
182 "자기 개발" +2 23.12.17 781 18 14쪽
181 "검성의 제자" +2 23.12.16 806 20 13쪽
180 "잠시간의 휴식" +2 23.12.15 802 18 12쪽
179 "흐릿한 푸른 선" +2 23.12.14 804 18 14쪽
178 "친선 대련(?)" +2 23.12.13 814 17 13쪽
177 "인간의 미래" +2 23.12.12 813 16 13쪽
176 "세계를 넘은 자" +2 23.12.11 817 18 13쪽
175 "이기를 위한 이타" +2 23.12.10 817 18 13쪽
174 "솔 리무스" +2 23.12.09 820 16 13쪽
» "원하는 것" +2 23.12.08 834 17 13쪽
172 "용의 무덤" +2 23.12.07 834 17 13쪽
171 "턱걸이" +2 23.12.06 813 18 13쪽
170 "숨겨진 공간" +2 23.12.05 828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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