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류으으으크 님의 서재입니다.

몰락한 귀족으로 살아남는 방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류으으으크
작품등록일 :
2023.06.15 11:20
최근연재일 :
2024.02.02 20:00
연재수 :
224 회
조회수 :
484,903
추천수 :
7,193
글자수 :
1,371,797

작성
23.12.05 20:00
조회
828
추천
17
글자
13쪽

"숨겨진 공간"

DUMMY

“으음...”

“셀시 정신이 좀 들어?”


“데일... 오빠?”

“그래 나야, 이제 정신이 좀 들어?”


“스... 스승님은요? 분명... 나를 찾아오셨었는데... 어떻게 도망친 건데... 나를 어떻게 찾아오셨지...? 지금 어디로? 오빠들은? 그럼 그게 전부 환각...?”


다행히도 우리가 통로 끝에서 피워올렸던 불은 크게 타오르긴 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서서히 사그라들었고 이내 꺼져 버렸다.


만약 불이 더 번졌다면 셀시의 상태가 상태인지라 이곳에서 아무런 성과도 없이 도망친 뒤 다 타고 나버린 잿더미를 마주해야 했을 것이었다.


어쨌든 상황은 어찌저찌 나름 잘(?) 마무리가 되었고 햇살이 떠오르고 있기에 불은 필요 없었지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한계에 닿았을 셀시의 휴식을 위해 조그맣게 불을 피워두고 쉬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덧 하늘이 완전히 밝아졌고 알프는 혹시 마물이 더 있는지 확인하겠다며 주변을 둘러보러 갔을 때 셀시가 천천히 눈을 뜨며 의식을 찾기 시작했다.


나는 재빨리 셀시에게 다가가 상태를 물었지만 이제 막 의식을 찾은 셀시는 모든 상황이 혼란스러운 듯 횡설수설을 거듭할 뿐이었다.


“데일 오빠... 저... 그게... 그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요... 흑흑...”

“셀시, 우선은 안정을 좀 취하도록 해. 나머지 이야기는 나중에 셀시가 안정을 찾고 나서 셀시가 온전히 마음의 준비가 되면 그때 천천히 말해줘도 돼.”


“고마워요 오빠... 흑흑...”


잠시 뒤 혼란스러운 머릿속이 어느 정도 정리된 셀시는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하더니 스스로를 자책하며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을 해명하려는 듯 여태껏 속에 꽁꽁 감춰두었던 이야기를 꺼내려 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셀시를 말렸다.


물론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한 것은 사실이다. 한 번씩 무의식중에 툭툭 튀어나오는 그녀의 스승이란 사람이 궁금했고, 그녀가 말했던 아름답다는 어머니에 대해서도 궁금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쳤을 셀시는 현재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할 터였다.


여전히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동자와 잔뜩 움츠러든 몸, 실금하여 아직 축축하게 젖은 자신의 바지 상태조차 전혀 눈치채지 못할 만큼 불안정한 상태였다.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하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어차피 시간이 지난다면 적어도 지금 보다는 나은 상태에서 제대로 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었다.


나는 바닥에 깔개를 깔고 셀시를 눕힌 뒤 그 위로 가죽 망토를 덮어주었다. 뜨거운 습지가 인근 마을에서 멀지 않았기에 숙영 준비까지는 해오지 않아 지금으로선 이게 최선이었다.


“상태는 좀 어떻습니까?”

“아직 많이 불안정해, 한동안 안정이 필요할 것 같아. 주변은 좀 어때?”


“다른 마물은 없었습니다. 피웠던 불은 사그라들었지만, 중앙의 나무가 고사해 이곳은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셀시는 내가 다독여주자 금세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의식을 잃은 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하고도 반나절 간 잠을 자지 못한 채 그런 일을 겪었으니 아마 많이 피곤할 것이었다.


잠시 뒤 주변을 둘러보러 나갔던 알프가 돌아왔다. 나는 셀시의 상태를 간략히 설명해 주었다. 솔직히 외적으로는 큰 이상이 없었다.


발가벗은 채 날뛰며 조금 몸 이곳저곳에 생채기가 조금 나긴 했지만, 용병치고 그 정도에 신경을 쓰는 이는 없을 것이었다. 처음에 입었단 다리의 부상도 아마 며칠 조심하면 걷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정신적인 부분은 달랐다. 항상 밝고 명랑했던 셀시가 의식을 차리고도 저렇게 불안함과 두려움에 움츠려있을 정도라면 쉬이 나아지긴 힘들 것이었다.


나는 알프에게 셀시를 부탁하고 약초원 중앙에 위치한 고목으로 향했다. 정찰이야 감각이 좋은 알프가 하지만 이곳은 고대의 유적이고 아직 어떤 기믹 요소와 보물이 잠들어있을지 모르는 곳이었다.


위협이 없다면 그것을 찾아내는 것은 퍼즐러인 내 몫이었다. 중앙의 고목은 처음의 생기를 잃은 채 바싹 말라 죽어 있었다.


특이한 것은 다가가 겉의 껍질을 만져보면 일반적으로 말라죽은 나무와는 다르게 아직 단단한 경도를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직 이 약초원의 기둥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고목의 상태를 죽 둘러보아도 별다른 특이점은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이곳은 약초원 그 이상의 역할을 하지는 않았던 듯했다.


물론, 아직 남아있는 효과를 알 수 없는 수많은 약초가 있지만 고생한 것과 다른 고대의 유적에 비하면 오파츠가 아니더라도 숨겨둔 보물 하나 없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


그렇게 그냥 다른 곳을 돌아보기 위해 고목에서 돌아서려는 찰나, 갈라진 고목의 틈 사이로 반짝이는 무언가가 보였다.


고목이 말라 죽으면서 비틀린 아주 작은 틈 사이로 숨겨져 있던 것이 드러난 것이었다. 가까이 다가가 틈 사이를 바라보니 그곳에 있는 건 철로 주조된 것 같이 반짝이는 무언가였다.


나는 허리춤의 시미터를 빼 들어 단단하게 굳어있는 고목에 최대한 손상이 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주변을 파내었다.


얼마나 파내었을까, 드디어 나는 고목의 틈 사이에 있는 게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그건 철로 주조된 문 이었다.


‘철컥’


언제나 그러하듯 안타깝게도 문은 잠겨있었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구조가 밖에서 열쇠를 넣을 수 있는 고리 또한 보이지 않았다.


아마 약초원 어딘가에 문을 열 수 있는 장치가 있겠지만 지금 찾기에는 시간적으로도 상황적으로도 여의찮았다.


아직은 말라죽은 고목이 경화되며 버텨주고 있긴 하지만 조금씩이지만 비틀림이 늘어가는 것으로 보아 이곳이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파티라면 모를까 우리 파티에는 이런 일에 다재다능한 마스터키(?) 알프가 있기에 굳이 돌아가거나 문안의 내용물을 포기할 필요가 없었다.


‘스걱’


‘끼이이이익’


알프를 부르려 알프와 셀시가 있는 곳에 가자 어느새 셀시는 깨어나 자리에 앉아있었다. 덮어 주었던 가죽 망토를 몸에 두른 채 한껏 웅크려 있었지만 일어난 지는 꽤 되었는지 어느새 바지도 갈아입은 듯 보였다.


나는 두 사람에게 내가 발견한 것을 전해 주었고 우리는 자리를 정리한 뒤 중앙의 고목으로 향했다. 아직 다리가 불편한 셀시를 부축하려 했지만, 셀시는 한사코 혼자 걷겠다 했다.


아마, 환각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남아 다른 사람의 손길 아니면 남성의 손길을 닿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 같아 보여 일정 거리를 둔 채 지켜볼 뿐 혼자 걷도록 두어야 했다.


잠시 뒤 나는 알프를 철제문으로 데려왔고 이런데 쓰려고 수련한 건 아니라는 듯 알프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문틈으로 문고리를 깔끔하게 잘라내었다.


철제문은 고대 유적인 만큼 오랜 기간 열린 적 없다는 듯 소름이 끼치는 마찰음을 동반하며 열렸다. 다만, 특이한 점은 오랜 기간 방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녹이 슨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통째로 뜯어 로날프를 가져다주면 신나 할 그의 모습이 떠올랐지만, 문을 밀었을 때 느껴지는 무게감이 상당했던 만큼 문을 떼어가는 건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


내부는 완전한 어둠이었다. 아직 한창 해가 떠 있을 시간이라 주변이 밝은데도 불구하고 문 안쪽은 아예 빛이 차단되기라도 하듯이 완전한 어둠을 띄고 있었다.


나는 가방에서 확산되지 않는 불빛을 꺼내 들고는 앞장서 안으로 들어섰다. 빛이 비친 내부는 단출했다. 그저 더 아래로 이어지는 계단만이 존재했을 뿐이다.


혹시 모를 함정에 대비해 셀시가 내 옆에 섰고 나는 빛을 비추어 길을 밝히며 우리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지하로 들어섰다.


잔뜩 긴장한 것과는 달리 계단 아래에 설치된 함정은 없었다. 내부의 공간은 평범한 오두막 정도 되어 보이는 공간만이 있었다.


다만 다른 점은 내부에 다른 가구는 없었고, 양쪽 벽에 붙어 책상이 나란히 마주 보고 놓여있었다. 한쪽 책상에는 약을 조제할 때 쓰는 듯 보이는 여러 기구들이 있었다. 마치 사용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듯 먼지도 쌓이지 않았고 깔끔하게 닦여있는 상태였다.


다른 한쪽 책상에는 호리병 모양의 유리병 하나가 놓여있었고 그 아래 무언가 기록한 종이들이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었다.


‘브XX식 조X법, X록 팔콘 X리를 XX 즙을 낸다. 붉X X프 꽃X을 잘 말려 XX로 만든다...’


책상위에 기록된 종이를 조심스레 꺼내 보았다. 종이에는 내가 아는 글자들과 모르는 글자들이 뒤섞여 있었다.


지금 이 기록은 대륙 공용어가 아닌 훨씬 이전에 사용되었던 언어로 기록된 것이었다. 하지만, 대륙어를 안다고 해서 나처럼 일부를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대륙어를 단순히 말하는 것뿐 아니라 글자를 아는 알프와 셀시 또한 내가 읽은 종이를 내밀었을 때 거의 한문장, 한 단어조차 읽지 못했다.


이곳이 고대의 유적인 만큼 이 기록들 또한 고대의 유적이란 증거였다. 지금의 대륙어는 마왕의 시대 이전에 쓰던 언어와는 조금 다르다.


세월이 흐르면서 가다듬어진 것도 있지만 마왕의 시대와 전란의 시대를 겪으며 여러 갈래로 분화된 언어들을 다시금 모아 새롭게 정립된 게 지금 사용되는 대륙 공용어다.


어찌 되었든 여러 서적을 잃으며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단어들과 고어들에도 어느 정도 일가견 있는 나도 드문드문 알아볼 정도면 이것은 우리에게 큰 효용성은 없는 자료였다.


다만, 우리에게 효용성이 없다는 것이지 드문드문 읽어본 내용은 여러 가지 약품의 조제법에 관한 내용인 듯 보였다.


나는 기록들을 대충 훑어보다 몇장만 빼서 따로 보관한 뒤 한데 모아 가방에 담았다. 내가 몇장을 빼돌린 것은 드문드문 읽히는 와중에도 이 몇장은 쓸모가 있어 보였다.


‘드X쿨리X XX제’, ‘테X라X XX력 X진제’, ‘XX메드 상X치XX’


내가 챙긴 기록의 제목들이었다. 물론 완벽하게 확신할 수는 없지만, 첫 번째는 현재로서는 치료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드리쿨 병과 관련된 약 같아 보였다.


만약 내 짐작대로라면 빅토르의 병을 호전시킬 수 있는 이야기였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순전히 내 직감으로 고른 것들이다.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적혀진 기록들 전부를 챙기고 싶었다. 하지만 이곳에 오파츠가 없다 하더라도 이곳은 제국에서 제공한 고대의 유적이었고 공략에 따른 합당한 결과물을 건네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언뜻 보기에 특정 질병이나 치료제, 해독제 등이 많은 것으로 보아 이곳은 본래 의미의 약초원으로 사용되었던 곳 같아 보였다.


인간의 번영을 위해 각종 질병에 대해 연구하고 치료제와 해독제, 예방약 같은 것들을 만들어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저렴한 값에 제공하는 그런 곳 말이다.


나도 옛 문헌에서만 보았지만, 마왕의 시대 도래 이전, 인간의 시대 때는 약초원이 제공하는 저렴하고 질 좋은 약품들 덕분에 질병에 대한 걱정이 없었다라고 기록되어있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약품은 모든 이에게 공평하고 평등하지 않다. 위에 군림하는 자들은 효과적으로 사람들을 부리고 싶어 했고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앗아갔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의약품이다. 지배계층은 피 지배계층을 손쉽게 부리기 위해 의약품을 독점했고,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아내의, 아이의 병을, 나아가 가족들을 비롯한 이웃들까지 병의 치료를 위해 스스로 지배계층의 다리 아래 머리를 조아리게 된 것이다.


물론, 이 기록을 황실에 가져다주더라도 전부 독점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정말 만인을 위한 약들은 독점하게 될 것이고 시중에 풀리는 것은 약품의 열화판이거나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들 뿐일 것이다.


그나마 이렇게 몇장이라도 챙긴 것은 내가 보기에 그나마 내가 챙긴 것들이 서민들에게 풀어진다면 좋을 것 같아서이다.


물론 이것을 해독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야 하고 실제로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것은 먼 훗날이겠지만 황실의 창고에서 썩어가며 지배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그곳에서 기록들과 몇몇 중요하고 귀해 보이는 실험 도구들을 챙겼고, 그 이외의 것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보여 그곳을 빠져나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몰락한 귀족으로 살아남는 방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9 199화 "떠벌이" +2 24.01.08 716 17 14쪽
198 198화 "전투 개시" +4 24.01.07 725 16 13쪽
197 197화 "작전 회의" +2 24.01.06 735 18 14쪽
196 196화 "마족의 등장?" +2 24.01.05 763 17 13쪽
195 195화 "새로운 의뢰" +2 24.01.04 740 18 14쪽
194 194화 "의뢰 보고" +2 24.01.03 733 18 13쪽
193 193화 "동료" +2 24.01.02 736 19 13쪽
192 192화 "소각" +2 24.01.01 736 19 13쪽
191 191화 "엘더론" +2 23.12.31 744 18 12쪽
190 190화 "이어지는 연주" +2 23.12.30 754 20 13쪽
189 "각자의 분투" +2 23.12.29 756 17 13쪽
188 "검주(劍奏)" +2 23.12.28 756 18 13쪽
187 "vs 알프" +2 23.12.27 751 17 13쪽
186 "예상하지 못한 적" +2 23.12.26 760 17 13쪽
185 "수도원" +2 23.12.25 765 16 13쪽
184 "두번째 지명" +4 23.12.19 807 16 14쪽
183 "다시 센티움으로" +2 23.12.18 784 18 13쪽
182 "자기 개발" +2 23.12.17 781 18 14쪽
181 "검성의 제자" +2 23.12.16 806 20 13쪽
180 "잠시간의 휴식" +2 23.12.15 802 18 12쪽
179 "흐릿한 푸른 선" +2 23.12.14 804 18 14쪽
178 "친선 대련(?)" +2 23.12.13 815 17 13쪽
177 "인간의 미래" +2 23.12.12 813 16 13쪽
176 "세계를 넘은 자" +2 23.12.11 817 18 13쪽
175 "이기를 위한 이타" +2 23.12.10 817 18 13쪽
174 "솔 리무스" +2 23.12.09 820 16 13쪽
173 "원하는 것" +2 23.12.08 834 17 13쪽
172 "용의 무덤" +2 23.12.07 835 17 13쪽
171 "턱걸이" +2 23.12.06 813 18 13쪽
» "숨겨진 공간" +2 23.12.05 829 17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