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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더 님의 서재입니다.

망한 세상의 무공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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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사우더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4
최근연재일 :
2023.08.23 22:30
연재수 :
10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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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27
추천수 :
1,880
글자수 :
527,994

작성
23.06.03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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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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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글자
10쪽

27화 불청객

DUMMY

초량역 구역에 배치된 던전은 부산역, 부산역 철도, 초량역 철도, 이렇게 세 곳이었다.


구역을 뒤덮고 있는 종말의 막을 치우기 위해서는 모든 던전을 제거해야 했다.


그중에서 부산역과 부산역 철도는 우일신이 제거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초량역 철도 던전을 제거한 사람이 따로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초량역의 던전을 해결한 장본인이 우일신을 찾아왔단다.


‘운명 극장에서 스쳐 지나가듯 보기는 했는데······.’


초량역 보스 몬스터를 비출 때 분명 좀비 변이체를 불태우는 불꽃을 본 기억이 있었다.


문제는 상대가 무슨 목적으로 찾아온 건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윤지우가 읊었던 말을 보면 온건한 목적이 아닐 가능성이 컸다.


불길함을 느낀 우일신은 뼈 갑옷까지 두르고 손님이 기다리는 장소로 향했다.


호텔 로비에 있는 라운지에 도착하자 손님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여성을 발견했다.


그녀는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은 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외형은 어려 보였지만, 풍겨오는 분위기가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거기에 자신의 실력을 숨길 생각이 없는 건지 기세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이 사람, 강하다.’


손님에게서 느껴지는 기세는 확실하게 동급의 상대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시선을 느꼈는지 여성이 시선을 돌렸다.


여성은 무표정한 얼굴과 달리 또렷하고 높은 톤의 목소리로 말했다.


“기다리고 있었어, 찬탈자. 와서 앉지?”


여성은 손으로 맞은편 자리를 가리켰다.


설마 육성으로 찬탈자라는 말을 듣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우일신은 마지못해 요청에 따라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잠깐 기다리고 있어. 아직 커피를 덜 마셨거든.”


그쪽도 나를 기다리게 했으니 그 정도는 괜찮지?

여성은 뻔뻔하게 부탁 아닌 부탁을 했다.


우일신은 기다리는 동안 여성을 세세하게 살펴봤다.


가까이서 보니 몰랐던 게 보이기 시작했다.


‘입고 있는 게 전부 아이템이잖아.’


몸에 두르고 있는 망토와 입고 있는 정장, 의자에 걸어둔 모자.

목에 걸고 있는 목걸이, 손에 낀 팔찌와 반지까지.


모조리 다 고급 등급의 아이템이었다.


‘옵션은 전부 마법 관련, 그렇다면 마법사인가?’


이제까지 본 마법사 비슷한 거라고는 적으로 만난 고블린 주술사가 전부였다.


우일신은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여성이 차를 다 마시기를 기다렸다.


시선이 기분 나빴는지 미간을 찌푸리던 여성은 커피를 다 마신 뒤 자기소개를 했다.


“나는 독고민. 4서클을 이룬 마법사야.”


아마 한국 서버 내에서 나보다 뛰어난 마법사는 없을걸?

독고민은 처음부터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그녀의 당당함과 풍겨오는 기세는 묘한 설득력을 만들어 냈다.


“내 소개를 했으니, 그쪽도 소개하는 게 예의 아니겠어? 찬탈자 해골 기사 스컬맨.”

“······우일신. 일류 무인이다.”


우일신은 입을 다물고 싶은 충동을 애써 참으며 자기소개를 했다.

그런데 상대는 그 짧은 인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손님의 무표정한 얼굴에 선명한 주름이 생겼다.


“설마 이런 말재주 없는 남자가 내 처음을 빼앗아 가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네.”

“아니, 잠깐만, 그 말투는 이상해.”


우일신은 당황해서 빠르게 말했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오해할 법한 내용이었다.


“애당초 우리는 여기서 처음 만났을 텐데? 내가 빼앗은 처음이라는 건 대체 뭘 말하는 거야?”

“시치미 뗄 생각이야? 나한테서 영웅 업적을 빼앗아 갔잖아!”


왜 업적이 처음부터 자기 물건인 것처럼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반박을 허용치 않겠다는 듯이 여성은 타오르는 듯한 시선으로 노려보았다.

표정이 어찌나 표독스러운지 부모를 죽인 원수라도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어쩌자는 거지? 이미 얻은 업적을 타인에게 양도할 수는 없을 텐데?”

“하! 이미 남이 손에 들어간 업적 따위 줘도 안 가져.”


독고민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우일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원하는 건 단순해. 내가 당신보다 위에 있다. 그걸 증명하고 싶을 뿐이야!”


승부야!

여성은 끼고 있던 장갑을 벗어서 우일신에게 던졌다.


흰 장갑은 우일신의 가슴을 때리고 탁자 위에 떨어졌다.


중세 유럽에서나 볼 법한 결투 신청이었다.


승부욕이 강한 걸까, 아니면 인정욕구?

어느 쪽이 되었든지 이쪽에는 민폐일 따름이었다.


그렇기에 우일신이 돌려줄 말은 하나뿐이었다.


“거절한다.”


조금의 망설임 없는 싸늘한 거절이었다.


그러자 독고민은 말없이 우일신을 노려보다가.


“······흑, 흐아아아아아앙!”


이제까지 무표정이었다는 게 거짓말인 것처럼 눈물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우일신은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동료들과 시선이 마주쳤다.


‘이거 어떻게 수습하면 되는 거야?!’


필사적으로 시선으로 묻자, 일행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걸 우리가 어떻게 알아.’


바야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 * *


독고민이 울음을 그친 것은 그로부터 3분 뒤였다.


윤지우와 백문희가 옆에 붙어서 그녀를 진정시켜 준 덕분이었다.


“훌쩍.”


울기 전까지만 해도 청소년과 성인 사이였는데, 우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애였다.


“······목말라. 따뜻한 거.”


진정되자마자 하는 소리가 저거라니.


3분을 내리 울어 댔으니 그럴 만도 했다.


우일신은 대기하고 있던 호텔 직원을 불러서 주문했다.


“아까 마시던 거 한 잔 더.”

“단 게 좋아. 에스프레소는 너무 써.”

“······.”


독고민이 마시던 커피를 리필하려는 순간 중간에 끼어들어서 말을 잘랐다.


“······코코아로 부탁합니다.”

“크흠, 알겠습니다.”


직원은 헛기침으로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으며 답했다.


참으로 직업 정신이 투철한 직원이었다.


다른 손님이 없어서 그런지 코코아는 금방 나왔다.


독고민은 받은 코코아를 후후 불어서 세상 행복한 얼굴로 마셨다.


“단 걸 좋아하면서 왜 에스프레소 같은 걸 시킨 거야?”

“기세에서 질 수 없으니까.”


너는 대체 뭐랑 싸우고 있는 거니?

그 자리에 있는 전원이 같은 생각을 했다.


설마 커피를 마시다가 인상 썼던 것도 에스프레소가 써서 그랬던 걸까?

저 모습을 보면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였다.


이야기가 재개된 것은 독고민이 코코아 한 잔을 깔끔하게 비운 뒤였다.


“그래서 승부를 건 이유가 뭐야?”

“말했잖아. 너한테 이기기 위해서라고.”

“그러니까 나한테 꼭 이겨야 하는 이유가 뭔데?”

“······.”


독고민은 비어있는 코코아잔을 만지작거리다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영웅······.”

“영웅?”

“영웅이 되고 싶었으니까. 영웅이 되면 사람들이 나를 떠받들어 줄 거 아니야.”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우일신이 이해하든 말든 독고민은 말을 쏟아냈다.


“그래서 열심히 실력을 갈고닦아서 4서클 마법사까지 됐어. 초량역 던전도 혼자서 해결했고. 그런데!”


독고민이 우일신을 쏘아보았다.


“네가 전부 다 망쳤어. 영웅이 될 기회를 빼앗아 갔다고! 나도 멋지게 보스를 잡는 모습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게 분해서 승부를 걸었다고?”

“그래!”


우일신은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혔다.


영웅이 되고 싶다는 이유로 4서클 마법사가 되었다니.

그야말로 인정욕구의 몬스터였다.


말투를 보면 영웅 등급 업적을 달성하는 방법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아마도 2층의 히든 미션으로 얻은 질문권을 사용해서 얻은 게 아닌가 싶다.


2층의 히든 미션은 일정 이상의 기반만 있다면 나머지는 근성이 중요해지니까.


“만약 승부에서 이겼으면 어떻게 할 생각이었는데?”

“당연히 부하로 삼으려고 했지!”


영웅이 될 수 없다면, 영웅을 부하로 두겠다는 발상이었다.


“나 일단 다른 파티의 리더 같은 건데?”

“파티 리더가 부하가 되면 파티 멤버도 자동으로 딸려 오는 게 당연하잖아.”


터무니없는 폭거였다.

이 정도 뻔뻔하면 도리어 웃음만 나올 지경이었다.


전원이 어처구니가 없는 발상에 입을 다물었지만, 독고민의 주변 분위기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


“그러니까 나랑 승부해!”

“싫어.”

“어째서?!”


여기서는 받아들이는 흐름이잖아!

독고민이 생떼를 썼다.


처음 만났을 때의 차갑고 날카로운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었다.


“그야 너는 강하잖아. 죽이지 않고 이길 방법이 안 떠오른다고.”

“······그거 내가 강하다고 인정한 거야?”

“그래, 강하니까 가능하면 싸우고 싶지 않고, 상처 주고 싶지도 않아.”


우일신은 아예 톡 까놓고 말했다.


애처럼 억지를 부리고 있지만 상대는 4서클 마법사였다.


무공으로 치면 일류 무인과 동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장비한 아이템의 숫자를 생각하면 독고민 쪽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싸운다면 상처 없이 제압할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독고민의 반응이 이상했다.


억지를 부리던 걸 멈추고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자세히 보니 귓가랑 얼굴이 열이라도 난 것처럼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크흠, 어, 어쩔 수 없네. 호적수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갑자기 부르는 호칭이 찬탈자에서 호적수로 바뀌었다.


자세히 보니 입가에는 비틀린 미소가 맺혀 있었다.


누가 봐도 기뻐하는 걸 억지로 참고 있는 게 분명했다.


‘설마 방금 한 말을 칭찬으로 들은 건가?’


그럴 여지가 있는 말이기는 했다.

하지만 칭찬 한 번에 태도를 이렇게 바꾸다니, 너무 쉬운 거 아닌가?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기분 변화에 우일신은 눈치 좋은 윤지우에게 물었다.


“저거 괜찮은 거 맞아?”

“이번에는 오빠가 잘못했어요.”


해답을 듣기는커녕 짜게 식은 시선이 돌아왔다.

잘못한 것도 없는 타박을 들은 기분이었다.


“하하하, 동생한테 여심을 이해하는 건 이른 일이었나 보네.”


그 광경을 보고는 박철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여심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우일신은 웃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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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화 풍류검결 +1 23.06.11 1,291 22 12쪽
35 35화 첫 번째 귀환 +3 23.06.10 1,319 23 12쪽
34 34화 신검합일(2) +1 23.06.09 1,253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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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도발 +1 23.05.28 1,669 2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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