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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싶다.

대머리가 태양광을 흡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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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작품등록일 :
2024.07.19 09:36
최근연재일 :
2024.08.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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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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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대마도 정벌(2)

DUMMY

민광두는 일본지부 작전조장의 이름을 과거에 들어보았다.


아오키 아이코. 지하 아이돌 출신 각성자. 그녀는 지방 소도시의 무명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하다 어느 날 우연히 S급으로 각성해 아이돌을 은퇴하고 연합방위부 소속 전투원이 되었다.

독특한 배경.

귀여운 외모.

애교 넘치는 말투.

아이코는 각성자가 되고 나서 아이돌 시절보다 인기를 더 크게 얻었다.


신단하가 진지 구축 중인 일본 작전팀을 곁눈질로 살폈다.


“장비가 좋네요. 보급품도 빵빵하고. 일본지부는 예산이 많은 모양이에요.”


민광두가 첨언했다.


“일본지부의 예산이 많은 것도 있고, 상부에서 저 여자애를 밀어주는 것도 있고.”

“상부에서 쟤를 왜 밀어줘요?”

“귀엽잖아. 일본 사람들은 귀여운 여자를 좋아하지.”


아이코는 확실히 귀엽다. 카와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나온다. 키가 154 센티미터, 눈은 커다랗고 얼굴도 동그랗다. 통통한 볼이 웃을 때마다 실룩실룩 움직인다. 남자들이 상상하는 일본 아이돌의 이미지 그대로다.

게다가 복장까지 카와이하다.

카와이의 현신, 카와이 그 자체다.


신단하가 얼굴을 붉힌다.


“확실히 귀엽긴 하네요.”


민광두가 정보를 더 풀었다.


“실력도 뛰어나다. S급이야.”

“우와, 대단하다. 인기 엄청 많겠어요.”

“남자 톱스타랑 열애설도 났다더라.”

“부럽다.”


민광두가 의심했다.


“뭐가 부러워. 너 혹시 남자 좋아하냐?”


신단하가 손사래를 쳤다.


“아니요. 열애설 난 남자 톱스타가 부럽다고요. 저렇게 귀여운 여자랑 만날 수 있잖아요.”


키 작은 막내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깔창을 벗고 힘을 얻었지만 남성적 매력은 잃었다. 이제는 여자들이 그를 주목하지 않는다. 신단하는 대머리만큼 혐오스러운 존재가 되었다.

신단하는 여자의 관심 따위 이제는 필요없다고 주장하지만 유전자에 새겨진 남자의 욕구를 모른척하기는 힘들다.


민광두가 위축된 청년을 위로했다.


“단하야, 너도 잘생겼다. 자신감을 가져.”


신단하가 고개를 못 들었다.


“하지만 저는 키가 작잖아요.”

“아이코보다는 크다. 너는 159, 저 여자는 154야. 네가 5센티미터나 위야. 희망을 잃지 마.”

“키 작은 남자가 인정받는 세상이 과연 올까요?”

“그런 세상은···”


일본인 무리가 진지 구축을 끝내고 민광두 일행에게 다가왔다. 교복 스타일 복장의 아이돌 출신 소녀가 선두에 서고 나머지 요원들이 뒤를 따랐다. 키가 그라데이션으로 올라갔다. 그래봤자 맨 뒤의 남자가 175 정도였다.

아이코가 민광두에게 물었다.


“너희 F등급이라며?”


거의 완벽한 한국어.

민광두가 인정했다.


“그렇다.”


아이코가 혀를 찼다.


“실망이야. 힘세고 잘생긴 한국 오빠가 와야지. 한국지부가 이쪽 상황을 너무 얕보는 것 같아.”


민광두가 반박했다.


“나도 오빠다.”

“거짓말! 너는 대머리잖아.”

“대머리는 오빠가 아닌가?”

“나는 잘생긴 남자만 오빠라고 불러. 못생긴 남자는 오빠 아니야.”

“한국어를 잘못 배웠군.”

“아저씨. 대머리 아저씨.”


아이코는 한국말을 올바로 배웠다. 민광두는 35살이다. 아이코는 21살이다. 그러므로 민광두는 아이코에게 아저씨다. 외국인 속이기에 실패했다.

그가 말했다.


“버릇이 없구만.”


아이코가 콧방귀를 뀌었다.


“흥. 각성자는 나이가 아니라 실력으로 승부해. 나한테 어른 대접을 받고 싶으면 아저씨가 나보다 세든가.”


아이돌 소녀가 혀를 내밀어 민광두를 놀린 뒤 부하들을 이끌고 게이트로 출발했다.

민광두가 경고했다.


“너희만 가려고? 위험할 텐데.”

“안 위험해. 나는 최강이야.”

“나중에 도와달라고 울지나 마라.”

“웃기시네. 그럴 일 절대로 없어. F급한테 도움은 개뿔.”


일본 작전팀이 산길을 올라갔다.


신단하가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걱정했다.


“괜찮을까요? 일본 팀이 게이트를 우리보다 먼저 닫으면 어쩌죠? 그러면 우리는 여기까지 헛걸음을 한 게 되잖아요.”


민광두가 고개를 저었다.


“저들은 실패한다.”

“S급인데요.”

“보스와 상성이 안 맞아.”


그는 아오키 아이코의 최후도 알고 있다.

아이코는 이번 대마도 게이트에서 몬스터 크랩을 마주친다. 몬스터 크랩은 거대한 게 모양의 괴물이다. 게는 껍질이 단단해서 웬만한 공격을 모조리 튕겨낸다. 몬스터 크랩을 죽이려면 강력한 물리력으로 찍어눌러야 한다.


일본인 각성자들은 체구가 작아서 파워도 약하다.

그들은 몬스터 크랩의 껍질을 깨뜨리지 못한다.

결국 조장을 제외한 나머지 요원들은 전멸한다.

아이코는 정신적 충격을 극복하지 못하고 각성자 생활을 그만둔 뒤 성인영상물 배우로 데뷔한다.


[전직 각성자의 AV 충격 데뷔! 촉수 괴물과의 처절한 사투!]


민광두는 그 작품을 보지 않았다. 동종업계 동료에게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고 싶었다.

그가 무기 상자를 열어 양손 워해머를 꺼냈다.


“우리는 이걸 쓴다.”


-


일본 작전팀이 게이트 앞에 도착했다.

게이트는 붉은색으로 일렁였다. 고난이도라는 뜻이다. 아이코는 S급이고 부하들도 정예 병력이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요즘 게이트 등급 시스템이 종종 빗나간다. 평범한 게이트에서 재난급 몬스터가 등장할 수도 있다.


아이코가 지시했다.


“방어진 펴.”


작전팀 요원이 게이트 주변의 나무에 끈을 매달았다. 끈과 끈이 동그랗게 이어졌다. 그가 주문을 외우니 빛의 고리가 형성되었다. 방어진 내부의 아군이 신속함 버프를 받았다.

속도전.

일본 작전팀이 주로 사용하는 전술이다. 이들은 힘보다 속도에 강점을 가진다.


“나온다.”


아이코가 무기를 꺼냈다. 발광 응원봉. 지하 아이돌 시절의 유산이다.

그녀가 응원봉의 전원을 켰다. LED 조명에 불이 들어왔다.


“아이코의 세상에 오신 몬스터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게이트가 완성되었다.

거대한 게가 나타났다.


- 딱딱


아이코가 소리쳤다.


“징그러워!”


전투가 시작되었다. 일본 요원들이 바람처럼 움직여 몬스터 크랩을 공격했다. 칼로 베고 표창을 던지고 응원봉을 휘둘렀다.


- 팅팅


효과가 없었다.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공격이 모조리 튕겨나왔다. 몬스터 크랩의 껍질은 상상 이상으로 단단했다.

각성자들이 당황했다.


“조장님, 공격이 안 먹힙니다!”


아이돌 소녀가 마나를 발산했다.


“러블리 애로우!”


응원봉에서 사랑의 화살이 발사되었다. 화살에 적중된 생물체는 그녀에게 매료된다. 아이돌의 궁극기다.


그러나 몬스터 크랩은 화살을 무심하게 쳐냈다. 갑각류는 사랑을 모른다.

냉혈동물.

게가 집게발을 휘둘렀다.


- 퍽


아이코가 공격을 맞고 저만치 날아갔다.


-


민광두는 글래머 미녀 유소빈이 모래사장을 달리는 모습을 애써 무시했다.

그녀가 근처에 다다라 숨을 헐떡였다.


“팀장님, 저 왔어요. 마을 어르신한테 허락 받았어요. 우리 여기서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된대요.”

“한국인이라고 싫어하지 않아?”

“이렇게 예쁜 여자를 어떻게 싫어하겠어요.”


유소빈이 머리카락을 넘겼다.

민광두가 워해머를 들었다.


“좋아. 올라가자.”


한국 팀이 게이트로 향했다. 현장에서 이미 전투가 한창 벌어지고 있었다. 일본인 각성자들이 나무 위를 펄쩍펄쩍 뛰어다니며 열심히 싸웠지만 전황은 어두웠다.

비명이 울린다.


“으악!”


욕설이 터진다.


“쿠소.”


일본 요원들이 하나둘 쓰러진다.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팔다리가 쳐진다. 몇 명은 의식을 잃었다. 아이돌 소녀는 나뭇가지에 걸린 채로 축 늘어져 있었다.

패배.

전투력 상실.


몬스터 크랩이 무기력한 일본인 각성자에게 다가갔다. 식사를 즐길 셈이었다.


민광두가 팀원들에게 지시했다.


“공격.”


유소빈이 마나 소총을 발사했다. 탄환이 게의 껍질을 맞고 튕겨나갔다. 몬스터 크랩이 주의를 돌렸다. 그 사이 신단하가 나무 사이를 지그재그로 돌파해 바닥에 쓰러진 일본인 각성자를 구출했다.

신속한 움직임.

효과적인 전술.

한국의 후방 지원팀이 일본의 전투 조직보다 기민했다.


나뭇가지에 걸린 아이돌 소녀가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대머리 아저씨···”


민광두가 물었다.


“괜찮냐?”

“도망쳐. 아저씨가 상대할 수준이 아니야. 저거··· 너무 강해.”


아이코가 망가진 응원봉으로 몬스터 크랩을 가리켰다. 괴물은 신단하를 좇아 눈깔을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다.

민광두가 제안을 거부했다.


“한국 아저씨는 귀여운 일본 소녀를 버리지 않는다.”

“그게 뭔 소리야.”


민광두가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그리고 공중에서 몸을 뒤집어 머리통부터 다이빙했다.


“태양추.”


태양은 지구보다 330,000배 무겁다. 힘은 질량에 비례한다.

F=ma.

운동방정식.

민광두는 태양의 무게를 머리에 담았다.

대머리가 몬스터 크랩의 등딱지를 강타했다.


- 콰직


게 껍질에 금이 갔다.

괴물이 집게발을 마구 휘둘렀다. 고통의 몸부림이다.


민광두는 게의 등에 올라타 워해머를 휘둘렀다. 집게발 하나가 끊어졌다. 절단된 다리에서 부드러운 속살이 튀어나왔다. 대게살이다.

크래미.


민광두는 나머지 집게발도 부순 뒤 땅바닥에 내려와 워해머를 가슴 높이로 들고 팽이처럼 회전했다. 그 상태로 몬스터에게 돌진했다. 망치가 게의 옆면을 가격했다.


- 빠각


등딱지가 날아갔다. 뚜껑이 열렸다. 속살이 드러났다. 게 내장이다. 밥을 비벼먹으면 맛있다.


그러나 민광두는 식재료에 미련을 갖지 않았다.

간장게장은 배신자 이재욱을 처단한 뒤에 즐겨도 된다.

그가 워해머를 수직으로 내리쳤다.


- 철퍽


내장이 파괴되었다. 게살이 뭉개졌다. 신경이 끊어지고 영양 공급이 중단되었다. 몬스터가 경련을 일으키다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사망.

게이트가 사라졌다.


민광두가 무기를 내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일본 작전팀은 전원 부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다.

그가 나무에 걸린 아이돌 소녀를 아래로 내렸다.


“다 끝났다. 이제 안전해.”


소녀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오··· 오빠.”


아이코가 정신을 잃었다.


-


아이코는 병원에서 눈을 떴다.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찰과상과 골절상이다. 그녀는 S급 각성자다. 이 정도 부상은 금방 낫는다.


그녀가 병실 텔레비전으로 뉴스를 접했다.


“대마도에 나타난 몬스터 게이트는 인류연합방위부 한국지부에서 처리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신원 미상의 한국인 각성자들이 대마도 북쪽 해안에 밀입국해 몬스터를 처치하고 아이템을 차지했습니다. 사토 신타로 총리는 이번 행위를 명백한 주권 침해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선언···”


아이코가 텔레비전을 껐다.

주권 침해가 아니다. 구원이다. 한국인 작전팀이 현장에 오지 않았으면 그녀를 비롯한 일본 작전팀은 몬스터에게 전멸하고 주민들도 학살당했을 것이다.

숨겨진 진실.


하지만 아이코는 진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거짓을 말했다. 그녀는 몬스터에게 얻어맞고 기절한 탓에 한국인 각성자들의 얼굴을 못 봤다고 상부에 진술했다.

비밀은 그녀 마음속에 간직했다.

민광두가 그렇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나는 관심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니 나를 못 봤다고 해.”


다크 나이트.

얼굴 없는 영웅.

F등급 비밀 요원.


그녀는 민광두를 처음 보았을 때 엄청나게 실망했다. 평소에 한국 문화를 좋아해서 은근히 기대했는데 실제로 만난 한국 남자는 드라마와 너무 달랐다. 드라마 속 한국 남자는 키가 크고 잘생기고 몸도 탄탄한 반면 한국 작전팀은 대머리와 난쟁이였다.

드라마에 탈모인은 없다.

케이팝 그룹에도 없다.

대머리는 한국 남자가 아니어야 한다.


하지만 민광두의 활약을 목격한 뒤로 그녀의 관점이 바뀌었다.

대머리는 강했다. 용감했다. 자상했다. 찬란하게 빛났다. 생명의 은인이다.

멋있다.

가슴이 떨린다.

어쩌면 대머리도 괜찮을 것 같다.

아니, 대머리라서 괜찮은 건가?


그녀가 꿈을 꾸듯 중얼거렸다.


“대머리 오빠, 다이스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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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마도 정벌(2) 24.08.09 56 5 12쪽
22 대마도 정벌(1) 24.08.08 63 4 12쪽
21 각성의 조건(3) 24.08.07 91 4 11쪽
20 각성의 조건(2) 24.08.06 92 4 13쪽
19 각성의 조건(1) 24.08.05 94 3 13쪽
18 진화의 원리(3) 24.08.04 102 3 14쪽
17 진화의 원리(2) 24.08.03 121 6 12쪽
16 진화의 원리(1) 24.08.02 129 7 12쪽
15 대머리가 음모를 숨김(3) 24.08.01 135 5 12쪽
14 대머리가 음모를 숨김(2) 24.07.31 144 7 13쪽
13 대머리가 음모를 숨김(1) +1 24.07.30 159 5 12쪽
12 태양의 후예(3) 24.07.29 154 6 13쪽
11 태양의 후예(2) 24.07.28 162 5 13쪽
10 태양의 후예(1) 24.07.27 168 6 14쪽
9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3) +1 24.07.26 182 8 13쪽
8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2) 24.07.25 191 5 13쪽
7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1) 24.07.24 210 7 14쪽
6 대머리의 힘(3) 24.07.23 227 8 12쪽
5 대머리의 힘(2) 24.07.22 232 8 12쪽
4 대머리의 힘(1) 24.07.21 263 10 11쪽
3 봉인 해제(3) 24.07.20 321 6 13쪽
2 봉인 해제(2) +1 24.07.19 359 8 13쪽
1 봉인 해제(1) +3 24.07.19 515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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