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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싶다.

대머리가 태양광을 흡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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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작품등록일 :
2024.07.19 09:36
최근연재일 :
2024.08.09 09:00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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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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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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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태양의 후예(3)

DUMMY

설악산은 남한에서 세 번째로 높다. 첫 번째는 한라산, 두 번째는 지리산이다. 북한까지 합하면 백두산이 가장 높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그곳에 갈 수 없다.


민광두가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표지판이 보인다.


[대청봉 : 해발 1,708미터]


해수면보다 1,708미터가 높다는 뜻이다. 높은 곳은 대기가 희박하고, 대기가 희박하면 태양광이 세다. 따라서 민광두는 설악산 꼭대기에서 평지보다 태양에너지를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민광두가 산 아래에서 정상을 올려보았다. 정산은 높고 뾰족하다. 설악산은 바위가 많다. 올라가기 쉽지 않다.

그런데도 등산로에 관광객이 빼곡하다.

어른, 아이, 노인, 청소년.

사서 고생한다.


올라가는 사람이 내려가는 사람에게 묻는다.


“정상까지 얼마나 남았어요?”


내려가는 사람이 답한다.


“10분이요. 얼마 안 남았어요.”


올라가는 사람이 10분 후에 내려가는 사람에게 다시 묻는다.


“얼마나 더 올라가야 돼요?”


내려가는 사람이 대답한다. 아까와 다른 사람이다.


“10분만 더 가면 돼요. 파이팅!”


10분 전에 물어봤을 때도 10분 남았다더니 10분 후에 물어봤는데 또 10분 남았다고 한다. 사실대로 대답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사기의 장이다.


민광두는 얼마나 남았는지 묻지 않는다.

묵묵히 산길을 올라갈 뿐이다.

인심 좋은 아주머니가 민광두에게 손수건을 내민다.


“아유, 아저씨. 머리통 다 타겠어. 이걸로 덮어요.”


민광두가 사양한다.


“괜찮습니다.”

“괜찮기는. 안 그래도 얼마 안 남은 머리털 다 빠지면 어쩌려고. 대머리 될 거야?”

“예.”

“어머나 세상에. 왜?”

“저는 대머리가 좋으니까요.”


아주머니가 중얼거렸다.


“이상한 아저씨네. 대머리가 좋다는 사람 처음 봤네.”


3시간 정도 흘렀다.

민광두가 마침내 설악산 정상에 올랐다.

돌무더기 중간에 비석이 서 있다. 비석에 대청봉이라고 적혀 있다. 땅과 하늘이 저 멀리서 맞닿는다. 햇빛이 눈부시다.


가족 등산객이 소리를 지르고 사진을 찍는다.


“야호!”


민광두는 머리통을 닦는다.


[태양에너지 충전 시작. 흡수 효율 59퍼센트···]


실망스럽다. 태양광 흡수 효율이 59퍼센트에 불과하다. 이집트 사막에서 75퍼센트를 찍고 비행기 창문에서 77퍼센트를 찍었는데 설악산 꼭대기는 그에 한참 못 미친다.

왜 그럴까?

고도가 부족하다. 설악산은 남한에서 세 번째로 높지만 세계의 산봉우리 중에서는 높은 편이 아니다. 해발 1,708미터에 불과하다. 후지산이 3,700미터, 에베레스트는 8,800미터다.

여객기는 10킬로미터 높이로 난다.

그러니 설악산 정상의 햇빛은 에베레스트나 여객기에 비해 약하다.


‘헛걸음을 했군.’


한반도는 태양광을 흡수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여름에 비가 많이 오고 날이 자주 흐리며 대기오염도 심하다. 봄 가을에는 황사도 생긴다. 태양광 발전은 사막이나 고지대에 어울린다.


야호를 외치던 가족이 민광두에게 다가온다. 여자가 핸드폰을 내민다.


“저기요, 저희 사진 좀 찍어주실 수 있으세··· 힉!”


여자가 겁을 먹는다. 남편이 앞을 황급히 가로막는다. 대머리에게 위협을 느낀 듯하다. 사춘기 남학생은 가족사진에 관심이 없는지 딴청을 피운다.


민광두는 죄가 없다.

인상이 험악할 뿐이다.

맨들맨들한 대머리가 햇빛을 쬐어 붉게 그을렸다.

그가 부탁에 응했다.


“핸드폰 주세요.”


여자가 물러섰다.


“아니··· 그게···”

“사진 찍어드리겠습니다.”

“죄송해요. 귀찮게 안 할게요. 그냥 내려갈게요.”


가족이 가방을 챙겼다.

그러나 그들의 움직임은 계속되지 못했다.


- 꿀렁


공간이 열리더니 설악산 정상에 몬스터가 나타났다.


“케케케.”


초록색 피부. 작은 키. 비열한 얼굴.

고블린이다.


일가족이 기겁한다.


“으악!”


고블린 무리가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주변을 살핀다.


“킁킁.”


그러다 민광두를 목격한다. 놈들이 대머리를 가리키며 폭소한다.


“낄낄낄!”


민광두는 착잡했다. 대머리는 몬스터 세계에서도 괄시를 당하는 모양이다. 대머리를 위한 세상은 없다. 그런 세상은 2,000년 전에 멸망했다.

그가 결심했다.


‘더러운 놈들. 모조리 죽여주마.’


고블린은 D등급 몬스터다. 민광두는 F급 각성자다. 예전 같으면 민광두는 고블린을 이기지 못한다. 민간인과 다름없이 도망쳐야 한다.


이제는 아니다.

민광두는 태양신의 대리인이다. 화신이다. 선택받은 메시아다.

태양의 후예.

그가 고블린을 하나씩 붙잡아 절벽 아래로 던졌다.


“끼에엑!”


초록색 몬스터가 비명을 지르며 날아간다.

하나, 둘, 셋.

여덟.


- 퍼석


낙사.

두개골 파열.

전신 복합 골절.

고블린 부대가 F급 각성자에게 10초만에 전멸했다.


민광두가 가족에게 다가갔다.


“괜찮으십니까?”


여자가 눈물을 글썽거렸다.


“고맙습니다. 각성자님 덕분에 저희가 살았어요.”

“국민 여러분을 보호하는 것이 저희 인류연합방위부의 임무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세금 꼬박꼬박 잘 낼게요.”


부부가 머리를 연신 숙였다. 감사하는 마음에 미안함까지 겹쳤다. 그들은 민광두를 대머리 위험인물이라고 오해했다.

중학생 아들이 불쑥 물었다.


“아저씨 각성자예요?”


민광두가 부드럽게 대답했다.


“그렇다.”

“초능력도 대머리는 못 고쳐요?”


당돌한 질문.

요즘 아이스럽다.

민광두가 관대한 태도를 유지했다.


“싸울 때는 대머리가 풍성충보다 유리하다.”

“왜요?”

“머리카락을 안 잡히니까.”

“아!”


사춘기 소년이 깨달음을 얻었다. 풍성충은 머리카락을 적에게 붙잡힐 위험이 있다. 반면 대머리는 머리카락이 없으므로 적의 손아귀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다.

대머리가 언제나 단점은 아니다.

전사에게는 탈모가 오히려 장점이다.

소년이 감탄했다.


“그렇구나. 대머리가 각성자한테는 오히려 좋구나.”

“강점과 약점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멋있어요.”

“훗.”


민광두가 보람을 느꼈다. 비록 설악산에 와서 태양에너지는 흡수하지 못했지만 그는 고블린을 물리치고 사춘기 소년에게 대머리의 우수함을 설파했다.

대머리가 존중받는 세상.

그런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민광두가 설악산 정상에서 내려갔다.

화목한 가족이 생명의 은인에게 손을 흔든다.


“안녕히 가세요, 대머리 아저씨. 저도 나중에 아저씨처럼 훌륭한 대머리가 될게요.”


-


휴가가 끝났다.

이제 출근이다. 반복 생활이다. 민광두는 아침 일찍 일어나 얼굴과 머리를 동시에 씻고 지하철에 타서 핸드폰으로 뉴스를 틀었다.

아나운서가 소식을 전했다.


“화제의 소식입니다. 어제 오후 2시, 설악산 대청봉에 고블린이 출몰했으나 우연히 근처를 지나던 연합방위부 소속의 각성자가 몬스터를 물리치고 일가족 3명을 구해냈다고 합니다. 생존자 가족의 인터뷰를 들어보겠습니다.”


생존자 가족의 인터뷰가 나왔다.

중학생 소년이 카메라에 대고 말했다.


“대머리 아저씨가 고블린을 절벽 아래로 슝슝 집어던졌어요. 그리고 말했어요. 대머리가 풍성충보다 훨씬 세다고.”


민광두는 당황했다.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대머리가 상황에 따라 더 나을 수도 있다는 말이지, 대머리가 풍성충보다 항상 우월하다는 게 아니다.

잘못된 교훈.

학생을 가르치는 건 참으로 어렵다.


뉴스 영상에 댓글이 달렸다.


[대머리 각성자라고? 각성자 중에 대머리가 있었나? 한 번도 못 봤는데.]

[제 머리도 못 구하는 각성자가 남의 목숨을 어떻게 구하냐. 믿음이 전혀 안 간다.]

[탈모를 전국민한테 들켰네. 나 같으면 쪽팔려서 이민 갈 듯.]


저런.

인터넷 세상에는 아직도 대머리에 대한 편견이 만연하다. 안타깝다. 갈 길이 여전히 멀다.


민광두가 사무실에 도착했다.

막내 팀원 신단하가 그를 반긴다.


“팀장님, 오셨어요.”

“너···”


민광두가 놀랐다. 신단하가 머리를 삭발했다. 미국 흑인 래퍼처럼 두발을 깨끗이 밀었다. 지원팀에 민머리가 둘이나 생겼다.


“삭발했냐?”


신단하가 머리통을 긁적였다.


“저도 팀장님처럼 강해지고 싶어서요.”

“강해지는 거랑 삭발이랑 무슨 상관이야?”

“집착을 버려야 강해질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저런.

민광두가 대충 둘러댄 말을 신단하는 진심으로 받아들였다. 집착을 버려야 한다는 조언이 머리카락을 버려야 한다는 뜻으로 잘못 전달되었다. 졸지에 민광두가 신단하의 앞날을 어둡게 만들었다.

20대 중반에 삭발.

외모 스타일 폭망.

요즘 대세는 앞머리 가르마지 삭발이 아니다.


‘어쩌지? 삭발을 한다고 강해질 리가 없는데. 그건 내 경우고.’


민광두는 태양광을 대머리로 흡수한다. 그러니 삭발이 효과적이다. 두피가 많이 노출될수록 태양에너지를 빠르게 흡수할 수 있다.


신단하는 다르다.

그는 탈모가 아니다.

풍성하다. 생생하다. 전형적인 한국의 20대 청년이다. 만약 신단하가 숨겨진 재능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태양광 흡수 능력은 아닐 것이다. 풍성충이 태양광을 흡수할 리가 없다.


대머리가 항상 단점은 아닌 것처럼 대머리가 언제나 정답도 아니다.


‘미안하군.’


하지만 진실을 밝힐 수는 없다. 민광두는 아직 이재욱보다 약하다. 재능은 여전히 비밀이다.

그가 말했다.


“훌륭하다.”


신단하가 활짝 웃었다.


“정말요?”

“제대로 결심했구나. 너도 열심히 노력하면 강해질 수 있다. 포기하지 마. 재능을 찾아. 사나이 인생에 좌절은 없다.”

“네!”


신단하가 의지를 굳혔다.

민광두가 미안함을 달래기 위해 가방에서 선물을 꺼냈다. 고급 샴페인이다. 면세점에서 구입했다.


“받아. 선물이야. 여자친구랑 분위기 좋은 데서 마셔.”


신단하가 감격했다.


“저··· 정말요? 저 주시는 거예요?”

“그래.”

“감사합니다, 팀장님. 저처럼 못난 놈을 이렇게 챙겨주시다니··· 저는 앞으로 팀장님께 영원히 충성하겠습니다!”

“고··· 맙다.”


민광두가 신단하의 등을 두드렸다.


그 사이에 글래머 유소빈이 탕비실 문을 열고 나왔다.


“팀장님, 제 선물은요?”


유소빈의 눈 밑에 다크서클이 진하게 형성되었다. 팀장이 휴가를 떠난 사이에 고생을 많이 겪은 듯했다.

민광두가 자그마한 상자를 내밀었다.


“소빈 주임 것도 당연히 있지.”

“앗싸.”


유소빈이 선물상자로 손을 뻗다가 갑자기 민광두의 팔뚝을 잡았다.


“잠깐, 팀장님 손목에 웬 금팔찌?”


그녀가 뱀 모양의 팔찌를 유심히 살폈다. 눈동자가 반짝였다. 절대반지를 바라보는 듯했다.

민광두는 걱정스러웠다.

설마 메헨이 같은 편을 잡아먹지는 않겠지?

다행히 별 탈은 없었다. 유소빈이 손을 놓고 물었다.


“이거 진짜 금이에요?”


민광두가 어깨를 으쓱했다.


“아니겠지. 싸구려야. 이집트 재래시장에서 샀어.”

“얼마요?”

“만 원.”


유소빈이 팔짱을 끼었다. 팔뚝의 위치가 보통 사람보다 아래로 치우쳤다.


“으음··· 대머리 아저씨가 금팔찌를 차고 있으니까 조폭처럼 보여요.”

“오해야.”

“알죠. 하지만 사람들은 남을 외모로 평가하잖아요. 현실이 그래요.”

“씁쓸하구만.”

“그러니까 그 뱀 팔찌 저 주면 안 돼요?”

“엉?”

“저 사실··· 뱀 좋아하거든요.”


유소빈이 입술을 핥았다. 붉은 혀가 촉촉하다.

민광두가 시선을 피했다.

글래머 미녀가 뱀을 좋아하다니. 대체 무슨 이유로 뱀을 좋아하는 걸까? 뱀의 용도는 무엇일까?


문득 건장한 남자가 파티션 안으로 들어와 민광두를 불렀다.


“광두 팀장님, 잘 지내셨어요? 오랜만입니다.”


위기 탈출.

말을 건 남자는 현장대응2팀의 김우진 주임이다. 그는 눈이 가늘고 입술이 얇으며 항상 웃음기를 띠고 있다. 여자들은 김우진을 훈훈하다며 좋아하지만 남자 직원들은 의뭉스럽다는 이유로 그를 피한다.

김우진이 말을 이었다.


“인사 드리러 왔어요. 저 이번에 팀장 달았거든요. 대응3팀장.”


민광두가 깨달았다.

아하.

김우진이 대응3팀을 맡았구나.


얼마 전에 지부장이 민광두에게 현장대응3팀장 자리를 제안했으나 민광두는 거절했다. 그러자 지부장은 다음 후보로 김우진을 선택한 모양이다.

합리적 인사다.

김우진은 실력이 뛰어나니까.


하지만 지부장은 한 가지를 내다보지 못했다.

김우진은 배신자 이재욱의 심복이다. 나중에 이재욱이 반란을 일으키면 김우진은 가장 앞에서 인류 저항군을 공격한다. 놈은 얼마 전까지 동료였던 사람들에게 칼을 꽂는다.

개새끼.

스파이.

죽어 마땅한 놈.


민광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배신자의 앞잡이에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축하해, 김우진 팀장. 나는 자네가 이렇게 될 줄 알았어.”


대머리가 본심을 숨겼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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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가 태양광을 흡수함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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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대마도 정벌(2) 24.08.09 56 5 12쪽
22 대마도 정벌(1) 24.08.08 64 4 12쪽
21 각성의 조건(3) 24.08.07 92 4 11쪽
20 각성의 조건(2) 24.08.06 92 4 13쪽
19 각성의 조건(1) 24.08.05 95 3 13쪽
18 진화의 원리(3) 24.08.04 103 3 14쪽
17 진화의 원리(2) 24.08.03 121 6 12쪽
16 진화의 원리(1) 24.08.02 129 7 12쪽
15 대머리가 음모를 숨김(3) 24.08.01 135 5 12쪽
14 대머리가 음모를 숨김(2) 24.07.31 145 7 13쪽
13 대머리가 음모를 숨김(1) +1 24.07.30 159 5 12쪽
» 태양의 후예(3) 24.07.29 155 6 13쪽
11 태양의 후예(2) 24.07.28 163 5 13쪽
10 태양의 후예(1) 24.07.27 169 6 14쪽
9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3) +1 24.07.26 182 8 13쪽
8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2) 24.07.25 192 5 13쪽
7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1) 24.07.24 211 7 14쪽
6 대머리의 힘(3) 24.07.23 228 8 12쪽
5 대머리의 힘(2) 24.07.22 232 8 12쪽
4 대머리의 힘(1) 24.07.21 264 10 11쪽
3 봉인 해제(3) 24.07.20 322 6 13쪽
2 봉인 해제(2) +1 24.07.19 359 8 13쪽
1 봉인 해제(1) +3 24.07.19 516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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