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살고싶다.

대머리가 태양광을 흡수함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벼랑끝
작품등록일 :
2024.07.19 09:36
최근연재일 :
2024.08.09 09:0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4,188
추천수 :
139
글자수 :
131,210

작성
24.07.30 09:00
조회
159
추천
5
글자
12쪽

대머리가 음모를 숨김(1)

DUMMY

신임 팀장 김우진은 다른 팀 순회를 끝내고 자리로 돌아왔다.

파티션 가장 안쪽이 그의 자리다. 팀장. 한 집단의 우두머리. 현장 지휘관.


[현장대응3팀장 김우진]


뿌듯하다.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윗사람에게 충성하고 후배에게 친절하니 평판이 올라가고 빠르게 승진했다. 성격에 안 맞게 착한 척을 하느라 힘들었다.

인류연합방위부의 우수 요원 김우진.

그의 가면이다.


‘인류가 망하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 나만 잘 살면 되지.’


김우진은 공공의 안전에 관심이 없다. 그는 권력을 탐하고 이익을 추구한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남에게 피해를 기꺼이 끼친다. 죄책감은 느끼지 않는다. 원래 세상은 약육강식이다.

B등급 김우진.

사실 그는 S등급이다.

이재욱이 그에게 실력을 숨기라고 지시했다. 그래서 약한 척을 하는 것이다.


‘대장은 똑똑하니까 다 계획이 있겠지.’


한국 최강의 각성자 이재욱은 김우진에게 부와 권력을 약속했다. 자신에게 충성을 바치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상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김우진은 제안을 당연히 수락했다. 그는 돈을 좋아하고 힘을 사랑하고 지배자가 되기를 원한다.

야망.

욕심.

지위.

그가 추구하는 요소들이다.


김우진이 이재욱의 약속을 떠올렸다.


“김우진, 너는 연합방위부 내에서 때를 기다려라. 동료들과 신뢰를 쌓아라. 모두가 너를 믿도록 만들어라. 방심한 상대는 쉽게 처리할 수 있다. 최대한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라.”

“언제까지 그래야 합니까?”

“때가 되면 알려주겠다.”

“반란입니까?”

“혁명이다.”

“혁명에 성공하면 저는 무엇을 얻습니까?”

“너는 새로운 세상의 신이 될 것이다.”


신!

김우진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상상만해도 짜릿하다. 그는 세상의 정점에 설 수 있다. 만인이 그를 우러러보고 그에게 복종하고 그를 신봉할 것이다. 그는 인간을 지배할 것이다. 올림푸스의 일원이 될 것이다.

어찌 거부할 수 있겠는가?

거부하는 것은 위선이다.


김우진이 품 속으로 손을 넣어 약속의 증표를 만졌다. 증표는 다리가 여섯 개 달린 별이다. 이재욱이 그에게 증표를 직접 하사했다. 별을 가진 자는 혁명군의 일원이다.

혁명군은 점조직이다.

조직원끼리도 서로를 모른다.

오직 이재욱만 조직원 명단을 가지고 있다. 이재욱이 모든 조직원을 직접 선발했기 때문이다.


아마 한국지부 내에도 혁명군이 더 있을 것이다. 김우진은 확신한다. 야망은 보편적이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자가 현재의 지위에 만족하기는 불가능하다.

누굴까?

어떤 사람이 위대한 계획을 함께하고 있을까?


김우진이 시선을 돌려 다른 팀을 보았다.


현장대응1팀장 김건혁. 실력자. 엘리트. 부유한 집안과 대단한 학벌. 잘생긴 외모. 모든 것을 가졌다.

그러니 혁명군은 아니다.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은 지금 세상이 유지되기를 바랄 테니까.


2팀장과 4팀장은 쭉정이다. 그 자리에 딱 어울리는 능력과 야망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노력하지 않는다. 자리 보전이 목표다. 마누라에게 용돈이나 타면서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낭비한다. 전형적인 공무원이다.

이재욱이 이런 놈들을 혁명군에 끌어들였을 리가 없다.

제외.


김우진이 반대 방향을 바라보았다.

파티션 너머에서 대머리가 반짝인다.


지원팀 민광두. F등급 각성자. 대머리. 원래는 가발을 착용했으나 얼마 전부터 심경의 변화를 겪었는지 민머리를 드러냈다. 심지어 휴가 중에 삭발을 감행했다.

괴짜.

미친놈.

또라이.

요즘 민광두에게 들러붙는 수식어다.


김우진이 의심했다.


‘설마 민광두가 혁명군 동지?’


가능성 있다. 대머리는 핍박을 받는다. 놀림을 당한다. 배척받는다. 혐오 생물로 취급당한다. 여자에게 인기가 없다. 결혼 시장에서 탈락한다.

민광두는 현실에 불만이 가득할 것이다.

세상을 뒤집어 엎고 싶을 것이다.

혁명을 간절히 바랄 것이다.


‘하지만 실력이 부족하지.’


민광두는 무재능이다. 무재능은 혁명에 도움이 안 된다. 걸리적거리기만 한다. 요즘 민광두에 대해 요상한 소문이 돌고 있지만 김우진은 헛소리를 믿지 않는다.

F급이 강하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


‘민광두는 도시락이나 나르는 게 딱 어울린다.’


- 위잉


사이렌이 울린다. 상황이 걸렸다. 게이트가 발생했다는 뜻이다.

뒤이어 방송이 나왔다.


“안산 시화호에 C등급 게이트 발생. 현장대응3팀은 즉시 출동 바랍니다.”


김우진이 팀원들에게 말했다.


“갑시다.”


실적을 쌓을 기회가 왔다.


-


민광두는 이번에도 부식을 챙긴다.


“메뉴는?”


신단하가 보고한다.


“핫도그요.”

“맛있겠군.”

“우유도 챙길까요?”

“아니. 콜라.”

“왜요?”

“덥잖아.”

“아하.”


여름이다. 시화호는 더위를 피할 곳이 별로 없다. 우유는 더위에 취약하다. 그러니 여름 야외 활동에는 탄산음료나 이온음료가 적절하다.

지원팀장의 노하우가 빛을 발한다.

민광두가 묻는다.


“소빈 주임은?”

“경찰서요.”

“왜?”

“부식 창고에 도둑이 들어서 잡으러 갔어요.”

“환장하겠네.”


공무원의 비애다. 본래 업무보다 잡일에 시간을 더 빼앗긴다.


두 사람이 트럭을 몰고 시화호로 향했다.

시화호는 경기도 서남부에 있는 인공 호수다. 원래는 바다와 강 사이를 둑으로 막아 간척지로 만들려고 했는데 고인 물이 썩는 바람에 간척사업은 취소되고 호수만 남았다.


현장에 도착했다.

게이트 주변은 한산했다. 사람은 없고 철새만 보인다. 민간인 피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민광두가 간식 상자를 들고 3팀에게 다가갔다.


“핫도그가 왔습니다. 시원한 콜라도 있어요.”


대응3팀 요원들이 반색한다.


“핫도그! 어디 거예요?”

“명량.”

“나이스.”


예전의 3팀은 건달 무리였다. 팀장부터가 조폭 출신이고, 팀원들도 문신충에 전과자였다.

새로운 3팀은 평범하다. 눈이 맑고, 표정이 밝고, 기대감에 가득 차 있다. 신규 임용자의 특징이다. 누구나 처음에는 의욕이 넘친다.


신임 3팀장 김우진도 비슷하다.

신사적이고 단정하며 웃음기를 잃지 않는다.


“핫도그 맛있네요. 잘 먹겠습니다, 민광두 팀장님.”


매너 좋은 사람.

동료 평가 만점.

김우진의 이미지다.


그러나 민광두는 김우진의 본성을 알고 있다. 놈은 배신자다. 적이다. 스파이다. 암세포다. 웃는 얼굴로 뒤통수를 칠 것이다.

암세포는 미리 제거해야 한다.

가만히 두면 점점 퍼진다.

민광두가 마주 웃었다.


“부족하면 말해. 여유롭게 챙겨 왔어.”

“역시 민 팀장님. 최고예요.”


민광두가 트럭으로 돌아왔다. 콜라 한 병을 따서 마신다. 짜릿하다. 그가 인상을 쓰며 게이트를 살핀다.

보라색.

C등급 낮은 난이도.


김우진은 여기서 나타난 몬스터를 쉽게 잡는다. 놈은 사실 S급 재능이다. 단지 스파이 역할 때문에 실력을 숨기고 있을 뿐이다. 김우진이 임무 도중에 사망할 것이라는 기대는 품지 않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직접 죽이는 수밖에.


민광두가 막내 팀원에게 말했다.


“단하야, 미안한데 너 편의점 좀 다녀와야겠다.”

“편의점이요?”

“소화제를 깜빡했어. 구급함에 상비해야 되는데.”

“아···”


신단하가 핸드폰으로 지도를 검색했다.


“편의점 여기서 한참 먼데요.”

“괜찮아. 게이트 완전히 열리려면 아직 시간 남았어. 천천히 다녀와.”


민광두가 운영비 카드를 내밀었다.

신단하가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키가 작은 20대 청년이 갈대밭을 뒤뚱거리며 달려갔다. 몸매는 날씬한데 걸음걸이가 관절염 환자스럽다. 이윽고 신단하가 갈대 너머로 모습을 감추었다.


민광두가 구급함에서 소화제를 꺼내 흙 속에 버렸다.

그리고 황금 팔찌에 대고 속삭였다.


“메헨이시여, 할 일이 생겼습니다.”


뱀이 대답했다.


“무엇이냐?”

“저 놈을 드셔야겠습니다.”


민광두가 김우진을 가리켰다.

뱀이 바람소리를 냈다.


“맛있겠군.”


팔찌가 스르르 풀렸다. 뱀이 갈대밭 사이를 기어 물 속으로 숨었다. 그리고 게이트 뒤쪽으로 돌아가 본모습을 드러냈다.


- 크아아!


거대한 뱀이 게이트 뒤에서 등장했다.

3팀장 김우진과 팀원들이 기겁했다.


“몬스터다! 뱀이다!”

“게이트는 아직 안 열렸는데?”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뱀은 너무 크고 위협적이다. 성채가 공중을 떠다니는 듯하다. S급 몬스터가 분명해 보인다.


거대 뱀이 김우진을 습격한다.

김우진이 칼을 휘두른다.


- 서걱


칼날이 뱀의 피부를 베었다. 초록색 피가 튀었다.

김우진이 미소를 찾았다. 이 뱀은 보기보다 약한 것 같다. 겁먹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김우진의 미소는 금방 사라졌다.

뱀의 피가 땅에 닿자마자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초록색 안개를 만들었다.

독 안개.

3팀 요원들이 눈을 감싸고 기침을 해댔다.


“눈이 따가워. 앞이 안 보여.”

“콜록콜록···”


김우진도 괴롭기는 마찬가지였다. 그가 마나를 운용해 독기운을 밀어내며 외쳤다.


“정신차려! 죽기 싫으면···”


뱀이 이빨에서 독을 쏘았다.

독액이 김우진의 얼굴에 명중했다.

피부가 녹아내렸다.


- 치이익


김우진이 얼굴을 감싸며 비명을 질렀다.


“끄아악!”


뱀의 아가리가 김우진을 덮쳤다.


- 꿀꺽


인간의 형체가 사라졌다. 비명이 끊겼다. 뱀이 호수 밑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갈대만 흔들렸다.

수면이 잔잔해졌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


연합방위부 사내 게시판에 공고가 떴다.


[현장대응3팀장 김우진 요원. 임무 중 순직.]


슬픈 소식.

잔인한 결과.

팀원은 무사하고 팀장만 사망했다. 김우진의 시신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몬스터가 김우진을 잡아먹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동료 요원들이 슬퍼했다.


“김우진 팀장 승진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순직이라니. 사람 인생 참···”

“진짜 너무해요. 우진 팀장님 정말 좋았는데.”

“능력 좋지, 매너 좋지, 인상 좋지. 아까운 인재를 잃었어.”


민광두는 슬퍼하지 않았다.

기뻤다. 즐거웠다. 인류의 배신자를 처단했다. 이재욱의 오른팔을 잘랐다.


그가 조사팀에 불려가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


“거대한 뱀이 김우진 팀장을 삼켰습니다. 그리고 사라졌습니다. 김 팀장은 용감하게 싸웠습니다.”


조사관이 물었다.


“뱀은 어떤 종류였나요? 플라잉 스네이크? 드래곤?”

“처음 보는 몬스터였습니다. 코브라와 닮았습니다. 다만 크기가 엄청나게 컸습니다.”

“사막에 사는 코브라요?”

“네.”


조사관이 키보드를 두드린다.


“큰일이네요. 그렇게 위험한 몬스터가 자취를 감추다니. 당분간 시화호의 출입을 통제해야겠어요.”

“동의합니다.”

“그런데요. 거대 코브라는 왜 김우진 팀장만 잡아먹고 사라졌을까요? 다른 팀원들 많이 남았는데. 민광두 팀장님도 근처에 있었고요.”


민광두가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요. 배가 불러서 그런 것 아닐까요? 맹수는 배가 부르면 사냥을 멈추니까요.”


뱀 팔찌가 꿀렁거렸다.


-


민광두가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왔다.

원룸이 그를 맞이한다. 방은 어둡고 적막하다. 고독이 짙게 깔려 있다.


메헨이 몸집을 적당히 키운 뒤 트름했다.


“끄윽.”


민광두가 물었다.


“식사 맛있게 하셨습니까.”

“놈이 이런 물건을 가지고 있더군.”


뱀이 입을 벌리더니 엄지손가락 크기의 금속을 토했다.

다리가 여섯 개 달린 별.

민광두는 물건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배신자의 증표입니다.”


뱀이 말했다.


“어쩐지 이 물건에 기묘한 마법이 걸려 있더군.”

“어떤 마법입니까?”

“공명. 이 증표는 자기와 똑같은 물건과 가까워지면 진동한다.”


민광두가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 증표로 다른 배신자 조직원을 찾아낼 수 있겠네요.”

“그렇지.”

“소화는 다 되셨습니까?”

“배에 기별도 안 온다.”


뱀이 혀를 날름거렸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머리가 태양광을 흡수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이 글은 체력단련용입니다. 24.07.19 244 0 -
23 대마도 정벌(2) 24.08.09 56 5 12쪽
22 대마도 정벌(1) 24.08.08 64 4 12쪽
21 각성의 조건(3) 24.08.07 92 4 11쪽
20 각성의 조건(2) 24.08.06 92 4 13쪽
19 각성의 조건(1) 24.08.05 95 3 13쪽
18 진화의 원리(3) 24.08.04 103 3 14쪽
17 진화의 원리(2) 24.08.03 121 6 12쪽
16 진화의 원리(1) 24.08.02 130 7 12쪽
15 대머리가 음모를 숨김(3) 24.08.01 136 5 12쪽
14 대머리가 음모를 숨김(2) 24.07.31 145 7 13쪽
» 대머리가 음모를 숨김(1) +1 24.07.30 160 5 12쪽
12 태양의 후예(3) 24.07.29 155 6 13쪽
11 태양의 후예(2) 24.07.28 163 5 13쪽
10 태양의 후예(1) 24.07.27 169 6 14쪽
9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3) +1 24.07.26 182 8 13쪽
8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2) 24.07.25 192 5 13쪽
7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1) 24.07.24 211 7 14쪽
6 대머리의 힘(3) 24.07.23 228 8 12쪽
5 대머리의 힘(2) 24.07.22 232 8 12쪽
4 대머리의 힘(1) 24.07.21 264 10 11쪽
3 봉인 해제(3) 24.07.20 322 6 13쪽
2 봉인 해제(2) +1 24.07.19 359 8 13쪽
1 봉인 해제(1) +3 24.07.19 516 9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