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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싶다.

대머리가 태양광을 흡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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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작품등록일 :
2024.07.19 09:36
최근연재일 :
2024.08.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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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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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봉인 해제(2)

DUMMY

민광두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인류연합방위부 한국지부]


10년 전, 게이트가 열리고 몬스터가 침공하자 세계 각국은 힘을 하나로 모았다.

전세계의 모든 국가가 인류연합방위부를 공동으로 창설해 지구적 위협에 대응하기로 결정했다. 최고의 인력과 막대한 물자가 하나의 조직에 집중되었다. 세계 곳곳에서 각성자를 찾아내 무장시켰다.


갈등과 분쟁은 잠시 접어두었다. 인류 전체가 멸망할 위기였다. 다 죽으면 영토 분쟁이고 패권 전쟁이고 소용없다. 독도가 한국 땅인지 일본 땅인지는 한국과 일본이 존속할 때에 의미를 가진다.

한국인 5천만이 몬스터에게 척살되고 일본인 1억2천만이 창조주에게 학살당하면 독도는 한국 땅도 아니고 일본 땅도 아니고 몬스터의 땅이 된다.


민광두는 각성자다.

그는 능력을 얻자마자 인류연합방위부에 자동으로 소속되었다.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일종의 징병제다. 신체 건강한 한국 남자가 군대에 끌려가듯 각성자는 무조건 연합방위부에 들어가 몬스터와 싸워야 한다.


그가 건물을 올려다보며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매일 출근하는 직장인데 오늘은 왠지 기분이 새롭군. 다시 태어난 느낌이다.’


그는 실제로 다시 태어났다. 배신자 이재욱에게 살해당하자 5년 전으로 회귀했다. 죽음을 경험한 사람은 예전과 같을 수 없다.

가장 큰 변화.

가발 미착용.

탈모 공개.

지금껏 부분 가발과 흑채로 꽁꽁 숨겨왔던 대머리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민광두가 빌딩으로 들어섰다.

경비원이 흠칫 놀란다.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


경비원은 체격이 건장하고 혈색이 좋다. 아파트 단지를 관리하는 할아버지 경비원이 아니다. 다들 허리에 총을 차고 팔뚝에 근육을 장착했다. 이들은 국가에서 정식으로 채용한 무장 병력이다.

특수부대 출신.

경찰특공대.

대통령 경호실 근무 경력.

정부가 인류연합방위부에 온 힘을 쏟고 있다는 증거다.


민광두가 인사했다.


“고생하십니다. 저는 전투지원팀의 민광두입니다.”


경비원이 숨을 들이킨다.


“미··· 민광두 팀장님이시라고요? 하지만 민 팀장님은 모발이 풍성하셨는데···”

“가발이었습니다.”

“아!”


경비원이 그제서야 진실을 깨달았다. 민광두의 얼굴에 대머리를 얹은 남자가 진짜 민광두였다. 어제까지 보았던 민광두는 가발 민광두였다.

그가 민망한 듯 고개를 숙였다.


“들어가십시오.”


경비원은 민광두를 알아보지 못했다. 민광두가 가발을 벗은 탓이다. 대머리는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민광두가 신원 확인 장치에 손바닥을 올렸다.

기계가 마나를 스캔한다. 최첨단 기술이다. 데이터베이스가 마나의 특징을 분석해 신원을 판별한다. 정부가 인류연합방위부에 예산을 빵빵하게 지원한다는 증거다.


[신원 확인. 전투지원팀 민광두. 반갑습니다.]


문이 열렸다.

민광두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전투지원팀. 그가 팀장을 맡고 있다.

사무실.

구석진 자리.

창고 앞 파티션.

푸대접.


전투지원팀은 말 그대로 전투를 지원한다. 전투에서 사용할 무기를 관리하고 의약품을 구비하고 식량과 간식을 조달한다. 한마디로 심부름꾼이다.

잡역부.

하인.

서포터.

물 당번.


민광두는 처음부터 지원팀 소속이었다. 그는 재능이 없었다. 정확히는 가발 때문에 재능을 깨닫지 못했다. 각성자 중에서 재능이 부족하거나 혹은 재능이 있더라도 별 쓸모가 없는 인원은 지원 부서에 배정된다.

지원 부서는 당연히 대접이 안 좋다.

현장 요원에게 무시당한다.

찬밥 신세.

전투지원팀이 사무실 구석 자리를 배정받은 이유다.


20대 청년이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린다.


“팀장님, 오셨··· 헉?”


청년이 기겁한다. 신단하. 전투지원팀의 막내 직원. 각성했지만 재능이 부족해 민광두 팀에서 부식이나 추진하고 있다.

민광두가 평소처럼 인사한다.


“어, 단하야. 별 일 없지?”


별 일이 없을 것이다. 현장대응팀이 몬스터를 상대하고, 연구개발팀이 신무기를 만든다. 전술은 작전팀에서 담당한다. 지원팀은 심부름만 하면 된다.

그러나 신단하에게는 팀장의 외모 변화가 큰일이었다.


“헤어스타일을··· 많이 바꾸셨네요.”


민광두가 본인의 머리통을 쓰다듬었다.


“바꾼 게 아니고 원래 대머리야.”

“정말요?”

“나는 지금껏 부분 가발과 흑채로 진실을 감추었어. 하지만 이제는 아니야. 본모습을 드러내기로 결정했다. 지금 나에게 중요한 것은 헤어스타일이 아니라 인류 수호니까.”

“아···”


신단하가 오묘한 반응을 보였다.

맞는 말이다. 인류가 멸망할 위기에 처했다. 헤어스타일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생존이 최대 관건이다. 껍데기는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가발을 벗는 것이 인류의 미래에 무슨 도움을 주는가?

대머리를 공개하면 몬스터가 도망치나?


민광두가 물었다.


“소빈 주임은?”

“협력업체에 외근 나갔습니다. 현장대응팀이 식사에 컴플레인을 넣어서요.”

“무슨 컴플레인?”


신단하가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돈까스김밥에 마요네즈가 부족하대요. 자기는 마요네즈를 먹어야 힘이 나는데 김밥에 마요네즈가 덜 들어가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대요.”


정부는 연합방위부 소속 요원에게 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 간식도 준다. 병사는 잘 먹어야 잘 싸운다. 밥이 곧 전투력이다. 각성자가 아무리 애국심으로 똘똘 무장하더라도 배가 고프면 사기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탕비실에 간식이 풍족.

야근 식대 3만 원.

외근 중에 간편식 제공.


다만 일부 까다로운 전투원이 괴상한 요구사항으로 지원팀을 괴롭힌다. 음식점에 진상 손님이 끊이지 않듯 정부 조직에도 암적인 구성원이 존재한다.

마요네즈라니.

돈까스가 이미 기름진데 거기에 마요네즈까지 발라야 하는가?


어쩔 수 없다. 지원팀은 잉여, 전투 요원은 핵심 인재다. 현장대응팀이 요구하면 지원 부서는 해결해야 한다.

민광두가 혀를 찼다.


“소빈 주임이 고생이 많군.”

“그러니까요. 우리 업무가 얼마나 힘든지 전투 요원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네요.”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전투 요원은 후방 지원 부서를 마지막까지 무시한다. 검신 이재욱이 인류를 배신하고 연합방위부가 무너지는 와중에도 부서 간 알력다툼은 사라지지 않는다.

쓸데없는 싸움.

본질에서 벗어난 다툼.

어쩌면 그것이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른다.


민광두가 외투를 의자 등받이에 걸치고 사물함에서 운동용 장갑을 꺼냈다.


“나도 나간다. 너는 시간 맞춰서 퇴근해.”

“어디 가세요?”

“훈련장.”

“네?”


신단하가 또 놀랐다.


-


지원팀 막내 신단하는 오늘 민광두에게 두 번 놀랐다.


첫 번째는 가발이다. 신단하는 팀장이 대머리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오히려 머리카락이 풍성하다고 생각했다. 민광두 팀장은 헤어스타일을 언제나 단정하게 정리했다.

7대3.

전형적인 공무원 가르마.

빈틈은 없었다.


그것은 속임수였다. 부분 가발과 흑채의 조합이었다. 민광두는 흑채 다루는 솜씨가 탁월했다. 오랜 경력에서 우러나온 노하우가 타고난 손재주와 결합했다.

재능.


두 번째로 놀란 점은 팀장이 훈련장에 갔다는 것이다.

민광두는 무재능 각성자다. 그는 전투에 적합한 재능을 갖지 못했다. 재능은 타고난다. 각성자의 등급은 후천적으로 향상시킬 수 없다.


따라서 지원팀 직원은 훈련장에 거의 안 간다.

재능 없는 각성자가 훈련에 땀을 흘려봤자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한다.

그럴 시간에 차라리 엑셀 차트나 만들고 전투 요원들에게 다음 간식으로 무엇을 먹고 싶은지 설문조사를 돌리는 것이 낫다.


심지어 이러한 사실을 민광두가 막내 팀원에게 가르쳤다. 그가 평소에 입버릇처럼 말했다.


“우리는 재능이 없어서 지원팀에 배정되었다. 그러니 헛된 희망을 버리고 현실에 적응해라. 무재능 각성자는 절대로 전투 요원이 될 수 없어. 우리의 임무는 뒷받침이다. 보조 요원이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궂은일을 처리해야 돼. 인류 전체의 승리를 위해 개인의 욕망은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팀장은 의기소침해 보였다. 승진 심사에서 연거푸 탈락하고 한직으로 밀려난 공무원 같았다. 신단하는 자신도 나이를 먹고 민광두처럼 될까 봐 두려웠다.


하지만 오늘 팀장은 분위기가 달랐다.

투지가 넘쳤다.

강렬한 목표가 엿보였다.

분노마저 느껴졌다.


왜?

사람이 하루아침에 변할 수 있나?

심지어 가발까지 벗어던지고? 그토록 꽁꽁 숨기던 대머리를 갑자기 노출하다니?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셨나? 짝사랑인가?’


신단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리 없다. 짝사랑에 빠진 남자는 외모를 가꾼다. 가발을 벗는 게 아니라 커스텀 가발을 맞춘다. 어떻게든 멋있어지려고 노력한다.


‘혹시··· 근육으로 승부하시려고? 마음에 드는 여자가 서양 출신인가?’


그렇다면 민광두가 훈련장에 간 것이 납득된다.

백인 남자는 대머리 비율이 높다. 어떤 조사에 따르면 유럽계 백인 남자의 절반이 탈모인이라고 한다. 따라서 서양 여자는 대머리 남자에게 비교적 관대할 것이다.


‘어찌 되었건 팀장님이 활력을 찾아서 다행이야. 대머리가 드러나서 인상이 흉측해진 것만 빼면···’


창밖에서 소음이 들렸다.


- 쿵


단단한 물체가 더 단단한 물체에 부딪히는 소리다. 오함마로 돌덩이를 내리치는 듯하다. 창문이 떨리고 바닥이 울린다.

직원들이 동요했다.


“무슨 소리야? 어디 공사 해?”

“누가 천근추 연습하나? 이 정도 위력이면 보통 아닌데.”


신단하가 창밖을 보았다.

민광두 팀장이 야외 운동장에 설치된 바위를 머리통으로 들이받고 있었다.


- 쿵 쿵 쿵


막내 직원이 경악했다.


‘팀장님이 자해를 하고 있어!’


-


민광두는 야외 훈련장으로 나왔다.

요즘 날씨가 덥다. 햇빛이 강렬하다. 다들 실내 훈련장을 이용한다. 야외 운동장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당연한 이치.

시원한 실내 훈련장을 두고 굳이 밖에서 훈련할 이유가 없다.


민광두는 다르다. 그는 태양에너지를 받아야 한다. 지붕 밑에서는 태양빛을 쬐지 못한다.

야외가 적절하다.

햇빛 아래에서는 가만히 있어도 강해진다.


[태양광에 노출되었습니다. 태양에너지를 마나로 전환합니다.]

[흡수 효율 50퍼센트]


일종의 광합성.

민광두는 몸 속에 에너지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후우···”


활력이 돈다. 동체시력이 향상된다. 근력과 민첩성이 성장한다.

감회가 새롭다.

이런 기분이구나.

재능을 타고나는 것이.


[태양에너지 충전 완료. 태양 능력을 개방합니다. 다음 중 하나를 고르세요.]

[1. 홍염 분출]

[2. 광속 이동]

[3. 태양풍 폭발]

[4. 금강석 응축···]


태양에너지를 일정량 흡수하자 새로운 스킬이 열렸다. 이 중에서 하나만 배울 수 있는 모양이다.


‘어떤 스킬을 얻을까?’


그가 고민했다.

최후의 적수는 이재욱이다. 배신자 이재욱은 양손 대검을 엄청난 속도로 휘둘러 검신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그의 쾌검을 한 대도 맞지 않고 완벽하게 회피하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민광두는 방어력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검신의 공격을 수십 방은 버틸 수 있을 정도의 맷집이 필요하다.


‘회귀 직전에 나는 톱날 공격을 머리로 튕겨냈지.’


각성자의 무기는 일반 무기와 차원이 다를 정도로 단단하고 날카롭다. 그런 공격을 민광두는 무방비상태에서 튕겨냈다.

금강불괴 대머리.


그가 스킬을 골랐다.


‘금강석 응축.’


이마가 저릿하며 무언가 응축된 느낌이 들었다. 압력이 강해지면 밀도가 올라가듯이 민광두의 이마도 금강석처럼 단단해졌다.

민광두가 주억거렸다.


‘과연··· 태양 중심부의 기압이 지구 표면보다 약 2650억 정도 높다더니. 압력을 증가시켜 두피를 응축시켰군.’


결과를 시험해보기로 했다.

그가 운동장 가장자리에 놓인 바위를 앞머리로 들이받았다.


- 쾅!


아프지 않았다. 상처도 없었다. 오히려 바위에 금이 갔다.


‘성공이다.’


민광두가 박치기를 계속했다. 돌가루가 날렸다. 소음이 퍼졌다.

숙련도가 올라갔다.


[금강석 응축 레벨2]

[스킬 적용 범위가 넓어집니다.]


저릿한 느낌이 이마에서 정수리까지 퍼졌다. 더 넓은 부위가 단단해졌다. 대머리의 절반이 무적에 가까운 방어력을 얻었다.


운동장 저편에서 지원팀 막내가 소리치며 달려왔다.


“팀장님!”


신단하가 민광두 앞에 이르러 숨을 헐떡거렸다.

민광두가 물었다.


“왜 그래? 무슨 일 났어?”


막내 직원이 만류했다.


“이러지 마세요. 모근 상해요!”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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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대마도 정벌(2) 24.08.09 56 5 12쪽
22 대마도 정벌(1) 24.08.08 64 4 12쪽
21 각성의 조건(3) 24.08.07 92 4 11쪽
20 각성의 조건(2) 24.08.06 93 4 13쪽
19 각성의 조건(1) 24.08.05 95 3 13쪽
18 진화의 원리(3) 24.08.04 103 3 14쪽
17 진화의 원리(2) 24.08.03 122 6 12쪽
16 진화의 원리(1) 24.08.02 130 7 12쪽
15 대머리가 음모를 숨김(3) 24.08.01 136 5 12쪽
14 대머리가 음모를 숨김(2) 24.07.31 145 7 13쪽
13 대머리가 음모를 숨김(1) +1 24.07.30 160 5 12쪽
12 태양의 후예(3) 24.07.29 155 6 13쪽
11 태양의 후예(2) 24.07.28 163 5 13쪽
10 태양의 후예(1) 24.07.27 169 6 14쪽
9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3) +1 24.07.26 183 8 13쪽
8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2) 24.07.25 192 5 13쪽
7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1) 24.07.24 211 7 14쪽
6 대머리의 힘(3) 24.07.23 228 8 12쪽
5 대머리의 힘(2) 24.07.22 233 8 12쪽
4 대머리의 힘(1) 24.07.21 264 10 11쪽
3 봉인 해제(3) 24.07.20 322 6 13쪽
» 봉인 해제(2) +1 24.07.19 359 8 13쪽
1 봉인 해제(1) +3 24.07.19 517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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