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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싶다.

대머리가 태양광을 흡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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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작품등록일 :
2024.07.19 09:36
최근연재일 :
2024.08.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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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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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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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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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대마도 정벌(1)

DUMMY

민광두는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았다.

원룸 자취방. 햇빛이 들지 않아 어둡다. 건너편 빌라가 조망을 가린다. 해가 떴는데 초저녁같다.


그러나 형광등은 안 켠다.

머리가 충분히 빛난다.

거울에 대머리가 비친다.

이마가 정수리를 넘어 뒤통수에 다다랐다. 이제 이마를 이마라고 부르기 힘들다. 이마와 머리통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민머리와 주변머리로 나누어야 한다.


민광두가 웃었다.


‘좋군.’


만족스럽다. 머리카락이 줄어들고 민머리가 늘어났는데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 오히려 행복하다.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

전화위복.

새옹지마.

민광두가 원수에게 감사를 표했다.


‘고맙다, 이재욱. 네놈 덕분에 인생의 목표가 생겼다.’


그가 두피 관리기를 착용하고 출근길에 나섰다.

길을 걸었다. 지하철에 탔다. 사람들이 민광두를 쳐다본다. 몇몇이 수군거린다.


“저 아저씨 봐. 헬멧 쓰고 있어. 알려줄까?”

“헬멧 아니야. 두피 관리기야.”

“그게 뭔데?”

“원적외선이 혈액순환을 촉진해서 모발의 성장을 돕는대.”

“그럼 저 아저씨 대머리야?”

“그렇겠지.”

“불쌍해. 탈모가 얼마나 싫으면 두피 관리기를 지하철에서까지 쓰고 다닐까. 우리나라는 외모지상주의 너무 심한 것 같아.”

“그러면 너는 대머리 남자랑 사귈 수 있어?”

“아니.”


지하철은 지하로 다닌다. 지하철에서는 햇빛을 못 쬔다.

민광두는 성장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출퇴근 길에도 두피 관리기를 착용한다. 두피 관리기 안에 영원한 빛을 장착한 덕분에 그는 언제 어디서나 태양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다.


[태양광 흡수 중···]

[흡수 효율 90퍼센트]


그는 히드라의 피를 마셔 탈모를 가속시켰다. 태양광 흡수 효율이 올라가고 마나도 늘어났다. 민광두가 체내에 쌓은 마나의 양만 따지면 F등급을 한참 넘어섰을 것이다. 어쩌면 A등급에 맞먹을 수도 있다.

폭풍 성장.

그러나 민광두는 여유를 부리지 않았다. 갈 길이 여전히 멀다.


배신자 이재욱은 S등급 중에서도 최상위다. 세계 3위의 실력자. 거기에 막대한 자본과 튼튼한 조직을 가지고 있다. 이재욱의 개인 창고에 희귀한 아이템이 가득하다.

놈은 창조신에게 후원도 받는다.

민광두가 적당히 강해서는 창조신의 대리인을 이길 수 없다.

압도적으로 강해져야 한다.

출퇴근 시간조차 낭비해서는 안 된다.


직장에 도착했다.

민광두가 두피 관리기를 벗고 정문을 통과했다. 남들은 지하 통로로 내려가 햇빛을 피하는데 그 혼자만 연병장을 가로질렀다. 아침 햇살이 대머리를 달구었다. 자연 태양광이 인공 조명보다 확실히 강렬했다.


[자연광 보너스 : 1초당 마나 0.5점 추가 획득!]


야외 훈련장에 익숙한 사람이 있었다.

현장대응1팀 소속의 A급 각성자 류충수. 럭비선수 출신. 커다란 덩치와 드센 힘. 하지만 스파링에서 민광두에게 패배.

럭비선수가 웃통을 벗은 채 연병장에서 턱걸이를 하다가 민광두를 발견했다.


“안녕하십니까, 민광두 팀장님.”


태도가 공손하다. 분위기가 스파링 때와 180도 다르다. 그는 전에 민광두를 무시하더니 지금은 깍듯하다.

민광두가 인사를 받았다.


“오랜만이다. 손은 괜찮고?”


럭비선수가 오른손을 꼼지락거렸다. 깁스를 얼마 전에 풀어서 피부색이 다른 곳보다 밝았다.


“다 나았습니다. 이제 멀쩡합니다.”

“잘 됐네.”

“팀장님은 괜찮으십니까? 조건 게이트에 들어갔다 나오셨다고 들었습니다.”


민광두는 부천역 조건 게이트에서 살아 돌아왔다. 그 게이트는 A급 난이도였다. 비상식적인 결과다. F급 각성자는 A급 게이트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상식 파괴의 F등급.

민광두가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아무것도 안 했어. 우리 팀 막내가 다 했지. 그 녀석이 입장 조건을 충족했거든.”


민광두가 게이트 안에서 무엇을 했는지 다른 사람들은 모른다. 신단하만 안다. 덕분에 거짓말이 통한다. 민광두는 실력을 아직 숨기고 싶다.

럭비선수가 주억거렸다.


“아하, 키 160 미만이요.”

“그래. 깔창 벗고 159.”


럭비선수가 탄식했다.


“저는 키가 커야 무조건 좋은 줄 알았습니다. 리치가 긴 사람이 싸움을 잘하니까요. 그런데 이번에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키가 작은 게 유리할 때도 있네요.”


민광두가 동의했다.


“좋고 나쁨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니까.”

“많이 배웠습니다.”

“배웠다니 다행이네.”

“더 배우고 싶습니다.”

“바람직한 자세야.”

“팀장님, 기회가 된다면 저에게 한 수 더 가르쳐 주십시오.”


럭비선수가 간청했다.

민광두가 당황했다.


“뭘 더 배우고 싶은데? 너 혹시 고통을 즐기냐? 그런 취향이야?”

“그런 거 아닙니다. 그냥··· 저도 팀장님처럼 한계를 뛰어넘고 싶습니다.”


럭비선수가 존경을 표했다. A급이 F급에게 배움을 청한다.

상황 역전.

계급 타파.

일진 리버스.


민광두가 럭비선수의 눈을 보았다. 진심이 느껴진다. 이 녀석은 단순하다. 자기보다 강한 사람을 존중한다. 민광두가 럭비선수를 이겼으니 민광두는 럭비선수보다 강하다.

대머리가 부탁을 수락했다.


“알았다.”

“감사합니다!”


럭비선수가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


민광두가 훈련장에서 럭비선수 출신과 땀을 흘린 뒤 사무실로 올라왔다. 이번에도 민광두가 럭비선수를 눕혔다. 럭비 신입은 못 본 사이에 성장했지만 민광두는 그보다 더 강해졌다.


지부장 백태준이 민광두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피가 촉촉하군.”


민광두가 알머리를 수건으로 닦았다.


“훈련장에 들렀다 왔습니다.”

“아침부터?”

“상쾌합니다.”

“피곤할텐데.”

“앉아서 쉬면 되죠.”

“미안하게 됐어. 광두 팀장은 오늘 못 쉬어.”


지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작전용 지도에 압정을 꽂았다.

민광두가 위치를 확인했다.


“대마도네요.”


백태준이 끄덕였다.


“게이트가 열렸어.”

“대마도는 일본 땅입니다. 일본 지부에서 담당할 텐데요.”

“알아. 하지만 대마도는 한국과 가깝지.”


대마도는 부산에서 약 50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일본 본토에서는 80킬로미터 정도 올라와야 한다. 대마도는 일본 본토보다 한국과 더 가깝다.

지부장이 설명했다.


“공식적으로 대마도는 일본 영토야. 따라서 일본 지부가 대마도를 관리해. 대마도에 게이트가 열리면 일본 각성자들이 주민을 보호하고 몬스터를 물리쳐야 하지. 인류연합방위부에서 그렇게 규정하고 있어.”


민광두도 그 조항을 알고 있다. 한국 땅에 열린 게이트는 한국 정부가, 일본 땅에 열린 게이트는 일본 정부가 해결한다. 게이트에서 습득한 아이템도 전부 해당 국가에 귀속된다. 인류연합방위부는 국가의 주권을 인정한다.


“그런데 지부장님께서 왜 일본 땅에 열린 게이트를 신경 쓰십니까?”


백태준이 설명을 이었다.


“일본 정부가 얼마 전에 이 규정을 위반했어. 독도 게이트에 일본 작전팀을 파견했지. 놈들은 현장에 한국 작전팀보다 먼저 도착해 게이트를 공략하고 아이템을 수거해 갔다.”


민광두가 인상을 찡그렸다. 이마에 주름이 졌다.


“주권 침해네요. 연합사령부에서 아무런 조치도 안 내렸습니까?”


지부장이 한숨을 쉬었다.


“예외 조항이 있거든. 해당 국가의 정부가 게이트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경우 인접 국가에서 개입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능력이 충분합니다.”

“알아. 일본 정부에서 그렇게 주장하는 거야. 한국 방위부는 전투력이 떨어진다. 그러니 일본에서 독도를 관리하겠다.”


일본 정부가 욕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들은 독도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게이트를 자신들이 처리함으로써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려는 것이다.


이런 사태가 계속 벌어지면 인류연합방위부 사령부는 독도 구역을 일본에 넘길 지도 모른다.

사령부 입장에서는 독도 구역을 일본에서 관리하든 한국에서 관리하든 아무런 차이가 없으니까.

민광두가 신음했다.


“인류 전체가 존망의 위기에 처했는데 한낱 땅따먹기에 힘을 쓰다니. 참으로 한심하네요. 세상이 쫄딱 망하면 독도가 누구 땅이든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백태준이 반론했다.


“하지만 세상은 아직 건재해. 일본 정부가 저렇게 나오는데 우리는 아무 대응도 안 하면 여론이 어떻게 되겠나?”

“난리가 나겠죠. 한국지부는 뭐하냐고.”


지부장이 지도를 두드렸다. 대마도가 울렁거렸다.


“맞불 작전이야. 대마도 게이트는 우리가 닫는다. 한국인의 자존심을 건드린 대가를 치러야지.”


민광두가 물었다.


“그런데 왜 저를 찾아오셨습니까? 저희는 지원팀입니다. 특수작전팀을 보내시죠.”

“특수작전팀은 S급이야. 자네들은 F급이고. 일본 작전팀이 한국의 F급 각성자에게 패배해야 일본 정부의 자존심이 더 크게 구겨지지 않겠나?”


백태준이 씨익 웃었다.


-


민광두와 팀원들은 군용 함정을 타고 대마도로 향했다.

대마도는 대부분 산이다. 평지가 별로 없다. 농사를 짓기 힘들어서 인구도 적다. 경제적으로 중요한 땅은 아니다.


하지만 자존심 싸움에서는 중요하다.

일본이 독도를 노리니 우리는 대마도를 찌른다.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


대마도에 도착했다.

민광두가 함정 갑판에서 해변으로 뛰어내렸다. 신단하도 공중을 가로질렀다. F급이라고 보기 힘든 수준의 경공술이다. 그들은 A급 전투원만큼 날렵하다.


유소빈만 보트를 타고 왔다.

그녀는 아직 둔하다.


“팀장님, 같이 가요.”


민광두와 팀원들이 보급품을 부두에 내렸다. 지도에서 게이트의 위치를 확인했다. 게이트는 민가 뒤편의 산등성이에 생성되었다.

유소빈이 한탄했다.


“비탈길 한가운데네. 산을 올라가야 하잖아. 더워 죽겠는데.”


민광두가 말했다.


“보급품은 마을에 두고 꼭 필요한 물건만 챙겨서 올라가자.”

“팀장님 일본어 할 줄 아세요?”

“아니.”

“그러면 제가 마을 사람들한테 부탁해볼게요. 보급품 여기 두어도 되냐고.”

“소빈 주임 일본어 해?”

“조금요.”


유소빈이 보급품 상자에서 과자 선물세트를 챙겨 어촌 마을로 향했다. 복장은 평소처럼 쫄쫄이 티셔츠 차림이었다. 노년의 남자 이장을 설득하기에 적합했다.


민광두는 기다렸다.

신단하도 기다렸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친다. 갈매기가 날아다닌다.


절벽 뒤에서 일본 군함이 나타났다. 군함은 자위대 깃발을 달고 있었다.


- 뿌우


일본 군함이 부두에 닻을 내렸다. 각성자 무리가 상륙했다. 일본 지부의 작전팀이다. 그들은 체구가 비교적 작고 치열이 불규칙하며 헤어스타일이 다양하다.


작고 귀여운 여자가 선두에 서서 내려오다가 민광두를 발견하고는 공격적으로 물었다.


“너희들 누구야?”


그녀는 일본 여자 아이돌처럼 차려입었다. 하얀 블라우스에 짧은 교복치마, 리본 넥타이가 인상적이다. 몬스터와 싸우러 온 것이 아니라 행사장에 공연을 온 것 같다. 카와이라는 형용사가 떠오른다.

민광두가 대답했다.


“우리는 한국 작전팀이다.”

“한국?”


그녀가 한국어로 말했다. 억양이 살짝 어색한 것 빼고는 한국어 실력이 훌륭했다.


“거짓말. 너희 중국이지?”


민광두가 부정했다.


“한국이라니까.”


일본 여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네. 한국 남자들은 다들 키가 크고 잘생겼는데. 너희는 키만 크거나 얼굴만 잘생겼잖아.”

“크흑···”


키 큰 남자는 민광두, 잘생긴 남자는 신단하다. 그러나 키 크고 잘생긴 남자는 이곳에 없다. 민광두는 탈모인이고 신단하는 키작남이다.

환상 파괴.

국적 의심.


일본 여자가 민광두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워낙 작아서 손바닥을 어깨 위로 올려야 했다.


“나는 아오키 아이코. 연합방위부 일본지부의 작전조장이야. 미안하지만 너희는 빈 손으로 돌아가게 될 거야. 왜냐면 나는 일본지부의 에이스거든.”


아이돌 소녀가 턱을 치켜들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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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가 태양광을 흡수함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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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대마도 정벌(2) 24.08.09 56 5 12쪽
» 대마도 정벌(1) 24.08.08 64 4 12쪽
21 각성의 조건(3) 24.08.07 92 4 11쪽
20 각성의 조건(2) 24.08.06 92 4 13쪽
19 각성의 조건(1) 24.08.05 95 3 13쪽
18 진화의 원리(3) 24.08.04 103 3 14쪽
17 진화의 원리(2) 24.08.03 121 6 12쪽
16 진화의 원리(1) 24.08.02 129 7 12쪽
15 대머리가 음모를 숨김(3) 24.08.01 135 5 12쪽
14 대머리가 음모를 숨김(2) 24.07.31 145 7 13쪽
13 대머리가 음모를 숨김(1) +1 24.07.30 159 5 12쪽
12 태양의 후예(3) 24.07.29 154 6 13쪽
11 태양의 후예(2) 24.07.28 163 5 13쪽
10 태양의 후예(1) 24.07.27 169 6 14쪽
9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3) +1 24.07.26 182 8 13쪽
8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2) 24.07.25 192 5 13쪽
7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1) 24.07.24 211 7 14쪽
6 대머리의 힘(3) 24.07.23 228 8 12쪽
5 대머리의 힘(2) 24.07.22 232 8 12쪽
4 대머리의 힘(1) 24.07.21 264 10 11쪽
3 봉인 해제(3) 24.07.20 322 6 13쪽
2 봉인 해제(2) +1 24.07.19 359 8 13쪽
1 봉인 해제(1) +3 24.07.19 516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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