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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싶다.

대머리가 태양광을 흡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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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작품등록일 :
2024.07.19 09:36
최근연재일 :
2024.08.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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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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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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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의 힘(1)

DUMMY

스펙터는 유령이다. 분노의 사념이 형상화된 결과물이다. 놈들은 살아있는 존재를 증오한다. 희생자의 생명력을 빨아먹고 정신을 파괴한다.

위험 등급 몬스터.

현장대응3팀의 수준으로는 상대하기 어렵다.


“스펙터가 왜 나와? 여기 경계 등급이라며!”

“나는 못해. 죽기 싫어.”

“위치 지켜! 물러서지 마!”


스펙터가 전투 요원에게 날아든다. 몬스터가 각성자의 공격을 모두 회피한다. 스펙터는 육신이 없다. 오직 마법으로만 이 놈을 타격할 수 있다.

유령이 전투원을 감싼다.

영혼이 지배당한다.

희생자가 눈알을 뒤집고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른다.


“으아아아!”


방어 진형이 무너진다.

C급 각성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먹다 남은 바나나우유가 흙바닥을 뒹군다.


“살려줘!”


신단하가 팀장에게 다급하게 묻는다. 그들은 부식 상자 뒤에 숨어있다.


“팀장님, 어떡해요?”


민광두가 지시했다.


“내가 저 놈을 막을 테니까 너는 도망쳐.”

“네?”

“어서!”


그가 막내 팀원을 밀친다. 태도가 강경하다. 대머리 때문에 인상이 더 무섭다.

신단하가 입술을 깨물었다.


“지원군 불러올게요. 금방 올게요!”


신입사원이 비탈길을 내달려 수풀 너머로 사라졌다.


민광두는 안심했다.

됐다. 무대가 준비되었다. 목격자는 사라졌다. 현장대응3팀 요원들은 스펙터에게 정신을 지배당해 제 살을 깨물고 서로를 때린다.


“형사님, 잘못했어요. 한 번만 봐주세요.”

“아줌마, 여기서 장사하고 싶으면 자릿세부터 내야지.”

“영숙아, 사랑했다!”


아수라장.

혼돈과 망각.

스펙터가 위험한 이유다.


민광두가 부식 상자 앞으로 나왔다. 앞머리를 쓸어넘겼다. 광활한 이마가 드러났다.


“와라.”


스펙터 무리가 다가온다.


- 스스스스


무섭다. 떨린다. 스펙터는 희생자의 공포를 자극한다. 상대가 가장 두려워하는 기억을 끄집어낸다. 전생에서 민광두는 머리털이 모조리 뽑히는 환각을 보고 바지에 오줌을 지리며 도망쳤다.

질질질.


이번에는 다르다. 민광두는 재능을 깨달았다. 가발을 벗고 태양에너지를 흡수했다. 복수심이 넘친다.

그는 태양의 화신이다.


“빛이 있으라.”


민광두의 대머리가 태양광을 뿜어냈다.


- 번쩍


스펙터가 영혼의 비명을 지른다.


- 끄에에에


반투명한 형상이 타들어간다. 신체 곳곳에 구멍이 뚫린다. 빛의 장막이 몬스터를 포위한다. 놈들이 빛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리저리 도망치지만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

빛은 우주에서 가장 빠르다.


- 파스스


완전 연소.

스펙터 무리가 한 줌의 재로 변했다. 모두 여덟 마리. 잿더미 여덟 개.

임무 완료.

게이트가 닫혔다.


민광두가 신음을 토했다.


“크흑.”


그가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에너지를 완전히 쏟아냈다. 태양을 지상에 구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지쳤다. 힘들어. 수련이 아직 부족해. 마나를 더 쌓아야 한다.’


각성자의 전투력은 마나에 비례한다. 마나를 몸속에 더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기술을 더 강력하게 시전할 수 있다. 댐의 수위가 높으면 수문을 열었을 때 물이 거세게 방출되는 것과 비슷하다.


민광두는 오늘 낮 반나절 동안 태양에너지를 축적했다. 그 결과 태양광을 3초 정도 뿜어내 스펙터 8마리를 처치했다. 스킬을 강화하려면 에너지 충전 효율을 올리거나 태양광을 더욱 거세게 쬐어야 한다.


산길 저편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막내 팀원 신단하가 소리쳤다.


“팀장님!”


민광두가 뒤를 돌아보았다. 신단하가 뒤뚱거리며 달려오고 있었다. 발놀림이 괴상했다. 마치 높다란 나막신을 신은 모양새다.


“지원군 데려왔어요.”


군인 무리가 등장했다. 매서운 눈매의 장교가 민광두에게 물었다.


“스펙터는?”


특수작전팀.

이들은 극도로 위험한 임무에만 투입된다. 군대로 따지면 특수부대다. 실력이 뛰어난 각성자만 특수작전팀에 들어갈 수 있다. 특수작전팀 대원들은 자부심이 대단하며 희생정신으로 똘똘 뭉쳤다.

이런 부대를 지원군으로 보내다니.

아무래도 상부에서 민간인 피해를 우려한 모양이다. 남한산성 근처에 아파트 단지가 있다.


민광두가 학살의 현장을 가리켰다.


“저기 있습니다.”


쓰러진 사람들과 잿더미 여덟 개. 현장대응3팀 요원들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장교가 흠칫했다.


“잿더미··· 상황이 종료되었다는 뜻입니까?”

“그렇습니다.”

“어떻게? 누가?”


그가 의문을 표했다.

현장에는 그들뿐이다. 전투원은 스펙터에게 모조리 당했고 민광두는 지원팀 소속이다.

지원팀은 잉여 병력이다.

그런데 전투원은 쓰러지고 잉여 인간만 멀쩡하다.

비정상적인 상황.


민광두가 어깨를 으쓱했다.


“운이 좋았습니다.”

“설마 당신이?”


특수부대 팀장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부대원들이 수군거렸다.


“말도 안 돼. F등급이 스펙터를 어떻게 잡아?”

“누가 도와줬겠지. 아니면 대응팀 직원들이 살을 주고 뼈를 취했거나.”

“저 대응팀이 그럴 놈들로 보이지는 않는데. 팔뚝에 이레즈미 문신을 새겼어.”


현장대응3팀은 평판이 나쁘다. 건달과 전과자 출신이 대부분이다. 사고뭉치 각성자를 한 곳에 몰아넣었다. 그래야 정부에서 관리하기 편하다.

그런 놈들이 목숨을 바쳐 싸울 리가 없다.


장교가 민광두에게 물었다.


“그쪽 등급이 뭡니까? 원래는 실력자인데 낙하산 인사에게 밀려서 지원팀으로 좌천됐습니까?”


민광두가 사실대로 대답했다.


“아니요. 나는 처음부터 지원팀 소속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무재능 각성자라는 뜻인데.”

“재능은 없지만 의지는 충만합니다.”

“의지?”


민광두가 드넓은 이마를 손바닥으로 때렸다.


- 짝


“강해지려는 의지.”


그가 오묘한 미소를 짓더니 스펙터의 잔해를 헤집었다. 잿더미 하나에서 아이템이 나왔다. 형체가 불분명한 광원이다.


[영원한 빛]


자그마한 빛이 민광두의 손바닥 위를 둥둥 떠다녔다. 주변이 은은하게 밝아졌다. 어둠의 존재 스펙터가 빛의 원천을 토했다. 역설적이다.

민광두가 주장했다.


“이 아이템은 우리가 챙기겠습니다.”


특수작전팀 지휘관이 수긍했다.


“뭐··· 그러세요. 그쪽이 찾았으니까.”


영원한 빛은 잉여 등급 아이템이다. 전투에 별 쓸모가 없다. 광원 아이템보다 훨씬 밝은 LED 손전등을 온라인 쇼핑몰에서 3만 원에 구입할 수 있다. 특수부대 요원은 야간투시경도 보유하고 있다.

민광두가 장교에게 악수를 청했다.


“또 뵙죠.”

“그럽시다.”


두 남자가 손을 맞잡았다.


민광두는 특수부대 군인들에게 빵과 우유를 나누어준 뒤 트럭으로 돌아왔다. 막내 팀원 신단하가 헐레벌떡 따라왔다.


“팀장님, 정말이에요? 팀장님께서 스펙터를 잡으셨어요?”

“불가능은 없다. 헛된 집착이 발목을 잡을 뿐.”


그들이 부식 트럭을 몰고 산에서 내려왔다.


-


특수부대원들이 빵과 우유를 씹었다. 빵 안에 생크림이 가득했다. 우유는 바나나맛 오리지널이다. 간식이 입맛에 딱 맞았다.

부대원들이 민광두를 칭찬했다.


“솜씨 좋네. 부식을 제대로 추진했어. 일할 맛이 나는걸.”

“저 사람 군부대에서 행정보급관 맡아도 잘하겠다.”


능력자.

유능한 서포터.

후방에서 능력을 발휘.


하지만 지원병은 지원병이다. 지원병이 전투를 담당할 수는 없다. 무재능 각성자는 후방 보급 임무에 적합하다.

전투 재능은 따로 있다.

그러니 이레즈미 건달을 현장에 보내는 것이다.


부관이 강판석 대위에게 단팥빵을 내밀었다.


“대장님, 이것도 드십시오.”

“그래.”


지휘관이 빵을 씹었다. 단팥빵도 훌륭했다. 편의점에서 파는 싸구려 단팥빵이 아니다. 명인 제빵사의 솜씨다. 대머리 지원팀장이 협력업체를 제대로 선정한 것이 틀림없다.

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맛이 좋군.”

“그러니까요. 탐이 납니다. 우리 부대 군수과장도 이 정도만 해주면 참 좋을 텐데요.”

“아쉽지만 그건 어렵지. 특수부대는 S급 각성자만 뽑으니까. 대머리 지원팀장은 F급이고.”

“그래서 이상합니다. F등급 각성자가 정말로 스펙터를 물리쳤을까요?”


부관이 의혹을 표했다.

장교가 상식적인 답을 내렸다.


“그건 불가능해.”

“제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머리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특수부대 지휘관이 전투의 현장을 가리켰다.


“마법을 사용한 흔적이 없어. 마법 무기도 안 보이고. 그런데 스펙터는 잿더미로 변했지. 마치 태양광을 직통으로 맞은 것처럼.”

“게이트는 일몰 후에 동기화되었습니다. 따라서 스펙터가 나타났을 때 햇빛은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더욱 이상하지. 해가 졌는데 스펙터는 왜 햇빛에 타죽었을까? 마치 태양이 이곳 지상까지 내려온 것처럼 말이야.”


부관이 입을 다물었다. 지휘관도 침묵했다. 전투 경험이 풍부한 특수부대 베테랑조차 답을 찾지 못했다.


구급차가 도착했다.

의료진이 실신한 사람을 병원으로 옮겼다.

특수부대 요원들은 현장을 정리한 뒤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민광두는 집으로 돌아왔다.

투룸. 월세. 혼자 살아서 넓은 집은 필요가 없다. 언젠가 결혼을 하게 되면 넓은 집으로 이사하려고 돈을 모았지만 탈모가 장밋빛 계획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 딸깍


불을 켰다. 조명이 실내를 밝혔다. 민광두가 가방에서 발광 아이템을 꺼냈다. 영원한 빛은 형광등에 비하면 미약하다.

은은한 광원.

취침용 등불 정도.

발광 아이템은 전기를 소모하지 않는다는 점만 빼면 인류의 발명품에 비해 나은 점이 하나도 없다.


그나마 과학자가 밝혀낸 바에 따르면 영원한 빛은 태양광과 성질이 똑같다. 다만 강도가 약할 뿐이다. 몇몇 화초 애호가는 영원한 빛을 집안에 설치해 식물의 생장을 도모한다. 수초를 기르는 데에도 안성맞춤이라고 한다.

취미용 아이템.

실전에서는 쓸모가 없음.

특수작전팀 지휘관이 아이템을 민광두에게 순순히 넘겨준 이유다. 원칙상 몬스터가 뱉어낸 아이템은 모조리 정부의 소유다.


그러나 남들에게 무용지물이 민광두에게는 보물이다.

그가 베란다 구석에 널브러져 있던 두피 케어 장치를 가져왔다.


[원적외선 두피 관리기 - 헤어세이버]


두피 케어 장치는 헬멧 모양이다. 이 장치를 머리에 쓰고 전원을 켜면 헬멧 안쪽에서 원적외선을 방출한다. 원적외선은 두피를 따듯하게 데워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모발에 영양을 공급한다고 알려져 있다.

가격은 무려 백만 원.


민광두는 이 장치를 몇 달이나 사용했지만 아무런 효능을 보지 못했다. 실망이었다. 머리카락이 계속 빠졌다. 결국 그는 백만 원짜리 두피 관리기를 집안 구석에 처박았다.


‘이제는 다르다. 나는 원적외선이 아니라 태양광을 쬔다.’


그가 장치를 개조했다. 뚜껑을 열고 원적외선 발생기를 분리한 뒤 그 자리에 영원한 빛을 장착했다.

플라즈마 형태의 발광체.

이세계의 물질.

꺼지지 않는 빛.


그가 장치의 뚜껑을 닫고 전원을 켰다. 그러자 헬멧 안쪽에서 태양광이 나오기 시작했다. 충전기를 꽂지 않았는데도 작동한다.

민광두가 두피 케어 장치를 머리에 썼다.


[태양광 흡수를 시작합니다.]

[흡수 효율 51퍼센트···]


그는 이제 밤에도 성장한다. 머리카락은 자라지 않지만 마나는 쑥쑥 자란다.

기뻐해야 하는가?


‘기쁘다. 짜릿할 만큼. 나는 대머리를 모욕한 놈들에게 지옥의 고통을 선사할 것이다!’


민광두가 두피 관리기를 착용한 채로 잠을 청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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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2) 24.07.25 191 5 13쪽
7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1) 24.07.24 211 7 14쪽
6 대머리의 힘(3) 24.07.23 227 8 12쪽
5 대머리의 힘(2) 24.07.22 232 8 12쪽
» 대머리의 힘(1) 24.07.21 263 10 11쪽
3 봉인 해제(3) 24.07.20 321 6 13쪽
2 봉인 해제(2) +1 24.07.19 359 8 13쪽
1 봉인 해제(1) +3 24.07.19 515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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