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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싶다.

대머리가 태양광을 흡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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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작품등록일 :
2024.07.19 09:36
최근연재일 :
2024.08.09 09:00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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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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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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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진화의 원리(1)

DUMMY

민광두는 이번 일로 깨달음을 얻었다.

돈이 필요하다.


배신자 이재욱은 갑부다. 그는 한국 최강의 각성자로 인정을 받아 인기를 끌고 광고를 찍고 투자를 받고 SNS에서 활동하여 수익을 엄청나게 올렸다.

청담동 각성 부자 이재욱.


심지어 정치권에 인맥도 많다. 국회의원이 앞다투어 이재욱을 찾아온다. 그와 셀카를 찍어 홍보자료에 넣는다. 선거 공약집에 이재욱의 사진이 들어가 있으면 지지율이 10퍼센트는 올라간다.

위인.

셀럽.

미남.

이재욱 위인전이 학부모 사이에서 불티나게 팔린다.


반면 민광두는 가난뱅이다. 평범하다. 공무원이다. 월급이 세후 250만 원이다. 후방 지원 담당이라서 인센티브를 거의 못 받는다. 가진 재산이라고는 투룸 보증금뿐이다.

열악.

후줄근.

F급 각성자의 현실.

이런 상황에 탈모까지 왔으니 민광두의 인생은 잿빛이다.


물론 민광두는 세속적 욕망을 전생에 버렸다. 이재욱에게 가발을 강제로 잡아뜯긴 뒤부터 그의 목표는 오로지 복수다.

복수를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이재욱이 가진 자본과 조직, 인적 네트워크를 상대하려면 민광두도 그만한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 동료를 모으고 아이템을 수집하고 무기를 제련하고 보급선을 구축해야 한다.

총력전.

온 힘을 다해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그가 달력을 보았다.

7월 첫째 주.

몬스터의 대규모 공습이 예정되어 있다. 이 공습 현장에 수백억 원에 달하는 아이템이 나타날 것이다.

민광두는 그 돈을 손에 넣기로 결심했다.

그가 연합방위부 인력관리 시스템에 접속했다.


[대민지원 신청합니다.]

[지원자 : 전투지원팀 민광두 외 2명]

[장소 : 서울종합운동장]

[행사 : 워터밤 서울]


대머리 아저씨가 워터밤에 간다.


-


워터밤은 국내 최대의 음악 축제다. 수많은 청춘 남녀가 한곳에 모여 춤을 추고 음악을 듣고 서로에게 물총을 쏜다. 힙합 뮤지션, 케이팝 그룹, EDM 디제이 등 인기 연예인이 총출동한다. 환락과 쾌감, 기쁨과 젊음이라는 것이 폭발한다.

인싸들의 파티.

짝짓기 시즌.

35살 대머리 아저씨 민광두는 이런 잔치와 관련이 전혀 없다.


다만 몬스터 게이트 사태가 발생한 뒤부터 정부는 대규모 행사장에 각성자 요원을 필수적으로 배치하도록 방침을 내렸다. 몬스터가 행사장을 습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각성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비를 서고 시민을 보호한다.

일종의 각성자 대민지원이다.

지역 축제 현장에 공무원을 배치하는 것과 비슷하다.


잠실에 도착했다.

분위기가 벌써부터 뜨겁다. 근육질 남자와 날씬한 여자가 육체미를 과시한다. 참석자들이 끈적한 눈빛과 흐뭇한 미소를 교환한다. 저출산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


“저기요, 몇 명이서 왔어요?”

“두 명이요.”

“아쉽다. 우리는 세 명인데.”

“2대3도 좋아요.”


민광두는 투명인간이다. 아무도 그를 주목하지 않는다. 잡상인, 혹은 음료수 업체 직원이라고 여긴다. 대머리는 워터밤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씁쓸하군.’


하지만 일을 하기에는 대머리가 좋다. 민광두는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마음껏 움직일 수 있다. 그와 비슷하게 입장한 근육 문신남은 행사장 입구에서 무대까지 걸어오는 동안 여자들에게 물총을 10번이나 맞았다.

민광두는 물총을 안 맞는다.

그가 접근하면 길이 열린다.

대머리의 기적이다.


‘나는 신이다.’


막내 팀원 신단하가 어기적어기적 달려온다.


“팀장님.”


신단하는 벌써 물에 흠뻑 젖었다. 티셔츠와 반바지가 축축하다. 삭발한 머리에서 물기가 뚝뚝 떨어진다. 미소년이 눈썹을 훔친다. 앳된 얼굴이 매력적이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사람들이 물총을 너무 많이 쏴대서 앞을 보기가 힘들어요.”


그렇군.

신단하는 단신이다. 키가 170센티미터 정도다. 그러나 얼굴은 깔끔하게 생겼다. 요즘 유행하는 꽃미남 스타일이다. 여자한테 인기가 많을 것 같다.

과연 키보다는 얼굴인가.

민광두가 관대함을 유지했다.


“힘들겠네. 고생이 많다.”

“팀장님은 깨끗하시네요. 물총을 한 대도 안 맞으셨나 봐요.”

“너 같으면 나한테 총을 쏘겠냐?”

“앗··· 아니요.”


민광두가 시계를 보았다. 현재 시각 15시. 유소빈 주임이 늦는다. 무슨 일이 생겼나?

문득 저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안돼요. 저 여기 일하러 왔어요. 놀러 온 거 아니에요.”


유소빈이다.

젊은 남자 무리가 그녀를 끈질기게 따라온다.


“일 끝나고 같이 놀아요. 몇 시에 퇴근이에요?”

“당직이에요.”

“아쉽다. 그러면 전화번호라도···”


글래머 미녀를 향한 수컷들의 구애. 서울 한복판에 사바나가 펼쳐진다.

유소빈이 남자들을 겨우 따돌린 뒤 민광두에게 말했다.


“죄송해요, 팀장님. 남자들이 말을 너무 많이 걸어서 거절하느라 늦었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가면이라도 쓰고 올 걸 그랬나 봐요.”


틀렸다.

유소빈은 얼굴이 문제가 아니다.

복장이 문제다.

글래머 미녀가 몸에 찰싹 붙는 옷을 입고 왔으니 남자들에게 관심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저것은 자석이다. 남자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초강력 마그네틱 필드다.


민광두가 팀원들에게 말했다.


“슬슬 일 시작하자. 다들 임무는 알고 있지?”

“네.”

“각자 위치로.”

“위치로!”


신단하가 행사장 출구로 향했다. 유소빈은 무대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저 둘이 시민을 대피시킬 것이다.


민광두는 관객석 중앙에 섰다.

경기장의 한복판.

공습 지점.

게이트의 중심.


‘시간이 됐군.’


갑자기 검은색 장막이 나타나 운동장 위를 덮었다. 반구 형태의 장막이다. 워터밤 행사장이 돔 경기장으로 변했다. 햇빛이 차단되고 어둠이 깔렸다.

사람들이 당황했다.


“뭐··· 뭐야? 이벤트야?”

“여기 원래 돔 구장이었어?”


이윽고 음악도 멈추었다. 무대에서 원판을 돌리던 디제이마저 넋을 놓았다.

정적.

놀람.

상황파악 중.


검은색 천장의 한가운데가 열렸다. 돔 지붕에 동그란 구멍이 생겼다. 그러나 하늘은 보이지 않았다. 구멍 너머는 이세계다.

돔 형태의 게이트.

감옥 함정.

천장 중앙의 구멍에서 길다란 촉수가 내려온다. 촉수는 끈적하고 축축하고 물기를 잔뜩 머금었다. 물속에 사는 종류가 분명하다. 문어 혹은 오징어다. 워터밤에 어울린다.


군중이 소리쳤다.


“몬스터다.”

“으아아악!”


대혼란이 벌어졌다.


-


서울 동부 상황실.

관측 요원이 주파수를 감지한다.


“게이트 발생. 게이트 발생. 위치는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

“등급은?”

“S등급입니다.”


상황실장이 욕설을 뱉었다.


“제기랄. 거기 지금 행사 중이잖아.”

“맞습니다. 워터밤입니다.”

“사람 얼마나 모였어?”

“3만 명입니다.”


상황실장이 탄식했다.


“세상에···”


인명피해 3만 명. 끔찍하다. 상상조차 어렵다. 난리가 날 것이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가 물었다.


“이재욱은?”

“현재 부상 치료 중입니다.”

“망할, 왜 하필 이런 때에···”


상황실장이 입술을 깨물었다. 한국 최강의 각성자 이재욱이 중요한 순간에 나서지 못한다. 최선의 카드가 사라졌다. 차선책은 특수작전팀이다.

그가 지시했다.


“특수작전팀 불러.”


관측 요원이 화면을 가리켰다.


“실장님, 게이트의 형태가 평소와 다릅니다.”

“어떤데?”

“게이트가 돔 형태입니다.”

“뭐?”


상황실장이 화면을 확인한다. 드론이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워터밤 행사장이 검은색 돔으로 덮여 있다. 내부 사정을 볼 수가 없다.

장막은 단단하다.

아무도 드나들지 못한다.

상황실장이 당황한다.


“설마··· 막혔어?”

“그런 것 같습니다.”

“뚫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 병력을 진입시켜야 해. 저 안에 민간인 3만 명이 갇혔어.”


관측 요원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돔 안에 각성자가 있습니다. 대민지원 중이었습니다.”


상황실장이 반색했다.


“누군데?”

“연합방위부 소속 전투지원팀입니다.”

“지원팀? 걔들 F급이잖아.”


상황실장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잠깐 나타났던 희망이 금방 사라졌다. 지원팀은 잉여 전력이다. 지금 상황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그가 욕설을 중얼거렸다.


“제기랄. 왜 하필 지원팀이 대민지원을 서가지고.”


상황실장이 오매불망 특수작전팀을 기다렸다.


-


돔 모양 게이트 안에서는 미성년자 관람불가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지붕에서 내려온 촉수가 헐벗은 사람들을 마구 건드렸다.


- 미끈


“꺄악!”


- 스물스물


“엄마야!”


횟집 사장이 어항 속 물고기를 고르는 듯하다. 어느 놈이 싱싱한지 탐색하고 있다. 촉수는 길이가 수십 미터고 두께는 통나무만하다. 유연하고 끈적하며 말랑하고 단단하다. 촉감이 불쾌하다. 마치···


“장어!”


다행히 워터밤은 성인용 행사다. 미성년자는 입장할 수 없다. 촉수는 심의를 어기지 않았다. 이 정도 행위는 합법이다.


물론 법은 공포심을 규제하지 않는다.

군중은 패닉에 빠졌다.

거대한 촉수가 지렁이처럼 꿈틀댄다. 그 모습 자체로 혐오스럽다. 이성이 멀리 떠나간다.


다행히 각성자 세 명은 평정심을 유지했다.

유소빈이 총을 든다. 물총이 아니라 마나 소총이다. 그녀가 무대에 뛰어올라 마이크를 붙잡는다.


“연합방위부 요원입니다. 통제에 따르세요. 모두 행사장 뒤쪽에 설치된 천막으로 들어가세요. 당장!”


군중이 양떼처럼 천막을 향해 우르르 달려간다.

신단하가 천막 앞에 서서 사람들을 인도했다.


“안으로 밀착!”


신단하가 천막 지붕에 전기 방어막을 폈다. 방어막은 촉수를 감전시킬 것이다.


하지만 상황을 완전히 해결한 것은 아니다. 전기 방어막은 3만 명을 모두 보호하기에는 턱없이 작다. 수많은 시민이 여전히 촉수의 공격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되어 있다.


촉수가 적당한 목표물을 골랐다.


- 휘리릭


긴 생머리 여자가 괴물에게 붙들렸다. 여자는 비키니 수영복 차림이다. 몸매가 과도하게 풍만하다. 인스타 속 미녀가 현실에 나타난 듯하다.

여자가 비명을 지른다.


“살려주세요!”


촉수가 먹이감을 휘감았다. 연체동물의 사냥법이다. 여자가 발버둥을 쳤으나 머리카락이 촉수에 엉켜 탈출하지 못했다.

그녀가 천장의 구멍으로 끌려갔다.

마지막 절규.


“머리카락 짧게 자를 걸!”


여자가 사라졌다.

군중이 공포에 떨었다.


“아아···”


그러나 잠시 후 촉수 괴물이 비키니 여자를 도로 배출했다.


- 철퍼덕


여자가 잔디밭에 쓰러졌다. 기절이다. 비키니 상의가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유지했다.


- 단단


민광두는 촉수 괴물의 목적을 알아챘다.

놈은 실험용 모르모트를 고르고 있었다. 아마도 납치 희생자는 생체실험에 사용될 것이다. 그러니 사냥감을 살아있는 상태로 포획한다.

다행이다.

저 여자는 성형 미녀다. 코와 가슴에 보형물을 채웠다. 자연산이 아니다. 병원산이다. 현대의학이 창조한 인공 생명체다.

괴물은 성형 미녀를 인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촉수가 다음 사냥감을 고른다. 놈이 이번에는 근육질 남자를 붙들었다. 근육질 남자는 건강하고 튼튼해 보인다.


- 덥석


근육 남자가 포박에서 벗어나려 용을 쓴다.


“이이익···”


그러나 남자는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장발이다. 요즘 유행하는 울프컷 스타일이다. 앞머리를 5대5로 가르고 뒷머리는 길게 남겼다. 붙잡힐 곳이 많다. 남자는 겨드랑이와 사타구니를 제모했지만 머리털은 제거하지 않았다.

남자도 천장의 구멍으로 끌려갔다.


“으아악!”


잠시 후 괴물이 사냥감을 또 버렸다.


- 휙


남자가 잔디 바닥에 엎어졌다. 가슴 근육이 너무 두꺼워 상체가 대각선으로 기울었다. 팔뚝은 닭다리처럼 통통하다.


민광두가 이유를 직감했다.

근육남은 약을 꽂았다. 남성호르몬, 성장호르몬,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육체를 화학약품에 절였다.

괴물은 저 근육남을 상한 재료라고 판단했다.


- 꾸물꾸물


촉수가 신선한 실험대상을 계속 찾아다녔다. 인공 보형물과 화학약품에 오염되지 않은 인간을 탐색했다.

마침내 적절한 목표물을 발견했다.

민광두.

순수한 육체.

가발 벗은 대머리.


촉수가 쭈욱 늘어나 민광두의 머리통을 감쌌다.

포획에 실패했다.


- 미끄덩


대머리가 미끄러졌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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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대마도 정벌(1) 24.08.08 64 4 12쪽
21 각성의 조건(3) 24.08.07 92 4 11쪽
20 각성의 조건(2) 24.08.06 92 4 13쪽
19 각성의 조건(1) 24.08.05 95 3 13쪽
18 진화의 원리(3) 24.08.04 103 3 14쪽
17 진화의 원리(2) 24.08.03 121 6 12쪽
» 진화의 원리(1) 24.08.02 130 7 12쪽
15 대머리가 음모를 숨김(3) 24.08.01 135 5 12쪽
14 대머리가 음모를 숨김(2) 24.07.31 145 7 13쪽
13 대머리가 음모를 숨김(1) +1 24.07.30 159 5 12쪽
12 태양의 후예(3) 24.07.29 155 6 13쪽
11 태양의 후예(2) 24.07.28 163 5 13쪽
10 태양의 후예(1) 24.07.27 169 6 14쪽
9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3) +1 24.07.26 182 8 13쪽
8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2) 24.07.25 192 5 13쪽
7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1) 24.07.24 211 7 14쪽
6 대머리의 힘(3) 24.07.23 228 8 12쪽
5 대머리의 힘(2) 24.07.22 232 8 12쪽
4 대머리의 힘(1) 24.07.21 264 10 11쪽
3 봉인 해제(3) 24.07.20 322 6 13쪽
2 봉인 해제(2) +1 24.07.19 359 8 13쪽
1 봉인 해제(1) +3 24.07.19 516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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