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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싶다.

대머리가 태양광을 흡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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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작품등록일 :
2024.07.19 09:36
최근연재일 :
2024.08.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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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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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가 음모를 숨김(2)

DUMMY

인류연합방위부 한국지부장 백태준이 보고서를 읽었다. 보고서는 시화호 게이트 사태의 과정과 결과를 서술했다.


[미확인 몬스터가 현장을 습격함. 몬스터는 뱀 형대의 대형 개체. 현장대응3팀이 습격에 대항했으나 역부족. 3팀장 김우진 전사. 나머지 팀원은 전원 생존. 지원팀장 민광두는 트럭에 숨었고 신단하 요원은 당시 편의점에 다녀오느라 현장에서 벗어나 있었음. 최종 인명피해는 김우진 1명···]


백태준이 보고서를 덮었다.

미확인 몬스터가 나타났다. 거대한 뱀이었다. 현장에 있었던 요원들의 진술에 따르면 길이 백여 미터의 코브라가 공중을 날아다녔다. 일부 요원은 용이 승천한 줄 알았다고 한다.

뱀이 그만큼 강력했다는 뜻이다.

3팀장 김우진을 손쉽게 잡아먹을 만큼.


‘그런데 왜 나머지 인원은 무사했을까? 그토록 거대한 뱀이 사람 하나 잡아먹고 식사를 끝내다니?’


그가 익숙한 이름에 주목했다.

민광두.

대머리 지원팀장.

F등급 각성자.

그의 이름이 보고서에 또 등장했다.


민광두는 가발을 벗은 뒤부터 여러 사건에 휘말렸다. 그는 A급 각성자를 스파링에서 때려눕혔고, 트리플 게이트 사태에서 살아남았으며, 엘더 리치를 막아냈다. 심지어 미확인 몬스터의 습격도 피했다.

심상치 않은 존재감.


며칠 전에는 설악산 대청봉에서 정체불명의 대머리 각성자가 민간인 가족을 구해내기도 했다. 지부장이 아는 한 연합방위부 요원 중에 대머리는 민광두 하나뿐이다. 민광두는 그 사건이 본인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지부장은 의심을 거두기 어려웠다.

절묘한 우연.

대머리가 고블린 소대를 맨손으로 때려눕힘.

그렇게 강력한 대머리가 민광두 말고 누가 있단 말인가?


‘뭔가 있다. 민광두는 비밀을 숨기고 있어.’


민광두는 실력자다. 정황 증거가 그 사실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객관적인 증거는 없다. 민광두는 잠재력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고, 본인도 전면에 나서기를 싫어한다.

이해하기 어렵다.

민광두의 실력이 정말로 뛰어나다면 그는 왜 승진을 거절하고 한직에 남았을까? 왜 실력을 드러내지 않을까? 사람이라면 응당 가진 것을 자랑하고 남들에게 인정받기를 바랄 텐데 말이다.


‘이런 캐릭터는 처음 보는군.’


지부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휘관 인생에서 가장 큰 난관에 봉착했다. 부하가 분명히 실적을 내는데 그 실적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가 없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 똑똑똑


누군가 노크했다. 남자가 문 밖에서 말했다.


“지부장님, 저 강판석입니다.”


강판석 대위.

특수작전팀 중대장.

그는 백태준 지부장의 제자다. 백태준이 특수부대 시절에 강판석을 직접 육성했다. 스승과 제자는 보직을 옮긴 뒤에도 관계를 끈끈하게 유지했다.


백태준이 제자를 반갑게 맞았다.


“강 대위, 어서 와. 잘 지냈어? 신수가 훤하네.”


늦은 나이의 지부장이 아직 젊은 중대장을 끌어안고 등을 두드렸다. 애정이 느껴지는 태도다.

강판석이 농담을 던진다.


“지부장님은 신수가 암울하시네요. 고생이 많으신 모양입니다.”


백태준이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앉았다.


“고생 많지. 일은 많고, 병력은 부족하고, 정치인들은 제 이득만 좇고.”

“언제는 안 그랬습니까.”

“신종 몬스터까지 나타났어.”


강판석이 표정을 굳혔다.


“들었습니다. 코브라를 닮았다면서요.”

“맞아. 거대한 뱀이야. 날아다녀. 독까지 뿜어. 무시무시한 놈이지.”

“큰일이네요.”

“신임 팀장이 놈한테 한 방에 당했어. 시체조차 못 찾았네.”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내 마음보다는 국민의 안전이 더 걱정이지. 거대한 뱀이 한강공원을 습격하면 어떻게 되겠나?”


지부장 백태준이 탄식했다.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그는 나라 걱정에 밤잠을 못 이룬다.

숙연.

백태준이 분위기를 바꾸었다.


“자네는 요즘 어때? 군생활이 잘 풀리는 것 같은데.”


강판석이 헛기침을 했다.


“무공훈장을 받았습니다.”

“정말인가?”

“주거지 인근 공원에 잠입한 카멜레온을 혼자서 제압했거든요.”


백태준이 제자를 칭찬했다.


“잘했어. 역시 강 대위. 내가 자네를 에이스로 점찍은 이유가 있다니까.”

“다만···”


강판석이 뜸을 들였다.

백태준이 호기심을 드러냈다.


“왜?”

“사실 저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정체불명의 조력자에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조력자?”

“제가 카멜레온에게 목을 졸리고 있을 때 누군가 300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레이저를 발사해 몬스터의 혀를 잘랐습니다. 당시 야간이었습니다. 조력자의 도움이 없었다면 저는 죽었을 겁니다.”


백태준이 혀를 내둘렀다.


“야간에 혀를 맞추다니. 대단한 솜씨군.”


강판석이 확언했다.


“각성자가 분명합니다. 민간인이 그런 사격술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고, 레이저 저격총은 미국에서도 아직 개발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분명 각성자의 스킬이었습니다.”


합리적인 추론.

지부장이 물었다.


“자네는 지금 그 미지의 조력자를 찾고 있구만.”


강판석이 인정했다.


“그를 제 팀에 스카우트하고 싶습니다.”

“국가에 큰 도움이 되겠군.”

“안타깝지만 조력자의 정체를 아직 모릅니다. 그의 신원을 밝힐 증거는 하나뿐입니다.”

“뭔데?”

“그는 탈모 환자입니다.”

“탈모!”


지부장이 놀랐다. 웬만해서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프로페셔널 군인이 온몸으로 경악했다.

강판석이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지부장이 신음했다.


“우리 조직에도 심상치 않은 대머리가 한 명 있어.”

“그게 누굽니까?”

“지원팀장 민광두.”

“민광두!”


이번에는 강판석이 놀랐다. 그 또한 민광두의 이름을 알고 있다. 민광두는 남한산성 게이트 현장에서 스펙터 무리를 혼자 물리쳤다. 강판석은 뒤늦게 도착해 스펙터의 잔해만 확인했다.

지부장이 물었다.


“자네도 민 팀장을 알고 있나?”

“남한산성에 긴급 지원을 갔을 때 만났습니다. C등급 각성자 팀이 전투력을 상실하고 민광두 혼자 스펙터와 싸워 이겼습니다. 전투 과정은 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도착했을 때 상황은 이미 종료되었습니다.”


백태준이 주억거렸다.


“그랬지. 기억이 나는군. 나도 그 보고를 듣고 귀를 의심했어.”


강판석이 진중하게 요청했다.


“지부장님, 민광두를 만나게 해주십시오. 그를 특수작전팀에 스카우트하고 싶습니다.”

“진심인가? 민 팀장은 F급이야. 특수작전팀은 S급 각성자만 들어갈 수 있어. 그가 정말 자네가 찾던 조력자가 확실한가?”

“확신은 못합니다. 하지만 우연이 너무 절묘합니다. 민광두가 가는 곳에 승리가 따라옵니다. 탈모에 시달리는 실력자. 민광두 말고 누구를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으음···”


지부장이 고민 끝에 결정했다. 대의를 위해 소를 버려야 한다. 그런 실력자는 특수작전팀에서 활약하는 것이 인류에게 훨씬 이득이다.


“좋아. 만나 봐.”


그가 민광두를 집무실로 호출했다.


-


민광두는 지부장 사무실에서 S급 각성자 둘을 마주했다. 백태준과 강판석. 한국이 자랑하는 강자다.


“부르셨습니까.”


민광두가 품속에 손을 넣어 배신자의 증표를 만졌다. 증표는 반응하지 않았다. 이 공간에 배신자는 없다. 백태준과 강판석 둘 다 인류에 충성한다.


지부장이 특수작전팀 중대장을 소개했다.


“둘이 만난 적 있지? 특수작전팀 강판석 대위.”


민광두가 끄덕였다. 그는 상대의 얼굴을 잘 알고 있다. 민광두는 강판석의 목숨을 구했다.


“예.”

“이 친구가 자네를 특수작전팀에 데려가고 싶다는군.”

“예?”


특수작전팀은 사령부 직속 조직이다. 가장 어려운 임무, 가장 중요한 임무, 가장 위험한 임무가 특수작전팀에 하달된다. 오직 최고의 실력자만 특수작전팀에 소속될 수 있다.

미국의 티어 제로.

영국의 SAS-A.

러시아의 제타 그룹.

한국의 특수작전팀.

각 국가를 대표하는 최강의 전사들이다.


지부장이 확신했다.


“이번 제안은 거절할 수 없겠지? 자네도 각성자라면 특수작전팀에 소속되는 것이 얼마나 큰 영광인지 알 테니까.”


민광두가 상식을 배반했다.


“거절합니다.”


지부장이 경악했다.


“어째서!”


강판석 대위도 충격에 휩싸였다.


“왜!”


민광두가 말했다.


“저는 지원팀이 특수작전팀보다 인류 수호에 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배고픈 군대가 잘 싸울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없지.”

“저희 지원팀은 전투 요원을 배불리 먹입니다. 배부른 전투원이 몬스터를 잘 물리칩니다. 따라서 인류 방위의 핵심은 현장 전투원이 아니라 후방 지원팀입니다.”


민광두가 확신에 찬 말투로 주장했다.

사실 속으로는 확신하지 않는다. 당연히 현장 전투 요원이 중요하다. 지원팀은 후방에서 물자만 잘 보급하면 된다.


하지만 그는 이번 제안을 적절히 거절해야 한다.

민광두는 할 일이 많다. 여유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복수를 준비해야 한다.

특수작전팀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곳에 들어가면 민광두는 위에서 시키는 대로 여기저기 불려가 죽도록 싸워야 한다.


지부장이 반박했다.


“지원팀 업무도 중요하지. 하지만 그런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맡겨도 되잖아. 꼭 자네가 그 일을 맡아야 해?”

“다른 사람이 저만큼 지원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까요?”

“안 되나?”


민광두가 말했다.


“퀴즈를 드리겠습니다. 수도권 신도시의 아파트 단지에 A급 난이도의 게이트가 열렸습니다. 어떤 메뉴를 부식으로 제공해야 모두가 행복할까요? 1번은 떠먹는 요거트, 2번은 보리차입니다. 골라보십시오.”


지부장이 눈알을 굴렸다.


“아무래도··· 요거트지. 맛있잖아.”


강판석 대위가 동조했다.


“배도 부르고요. 보리차는 배가 안 차죠.”


민광두가 고개를 저었다.


“틀렸습니다. 정답은 보리차입니다.”

“뭐?”


그가 정답을 해설했다.


“A등급 게이트는 대응1팀이 맡습니다. 1팀장 김건혁은 요거트 뚜껑을 핥아먹지 않습니다. 부잣집에서 자랐으니까요. 그는 뚜껑에 묻은 요거트를 그냥 버립니다.”

“설마.”

“만약 주민들이 그 장면을 본다면 어떻게 반응할까요? 공무원이 부식으로 나온 요거트를 대충 먹고 버렸다며 민원을 제기할 겁니다. 세금 낭비라고요.”

“말도 안 돼.”

“궁금하면 시험해 보십시오. 민원의 세계는 넓고 다양합니다.”


충격적인 주장.

공무원이 요거트 뚜껑을 핥아먹지 않으면 세금 낭비라고 항의가 들어오는 세상.

요즘 공무원 퇴직율이 올라가는 이유가 있었다.


백태준이 충격에 빠졌다.


“그런 문제가 생길 줄이야.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


민광두가 일깨웠다.


“하찮은 임무는 없습니다. 모든 직무가 중요합니다. 저는 현재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자네는 공명심이 없나? 명예욕도?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부와 인기를 누리고 싶지 않아?”

“저는 오직 인류의 생존을 바랍니다.”


이번에는 진심이다.

민광두는 미래를 안다. 인류가 멸망하면 부, 인기, 명예 따위는 물거품이 된다. 그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이재욱의 죽음이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민광두가 집무실에서 나갔다.


백태준이 한참 만에 강판석에게 물었다.


“어떤가?”

“더욱 탐이 납니다.”

“그렇지? 민광두, 대단한 친구야. 의지가 투철해.”

“저는 그를 반드시 데려갈 겁니다.”


강판석이 다짐했다.


-


민광두가 지원팀으로 돌아왔다.

그는 속으로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특수작전팀!’


특수작전팀은 꿈의 자리다. 모두가 그곳에 들어가고 싶어한다. 전직 특수작전팀 요원은 방송에 출연하고 미팅 프로그램에 나가고 미녀 연예인과 광고도 찍는다. 돈과 인기가 벼락처럼 쏟아진다.

달콤한 인생.


하지만 민광두는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사사로운 욕심은 버려야 한다. 미녀 연예인의 향기보다 이재욱을 향한 분노가 더욱 크다.


그가 자리에 앉았다.

유소빈 주임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팀장님, 큰일났어요.”


그녀가 숨을 몰아쉰다.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한다. 진동이 발생한다. 중력이 작동한다. 주변 남자들이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글래머 미녀 유소빈.

하체가 날씬한데 상체는 풍요로움.

유소빈 주임은 웬만한 연예인 뺨칠 정도로 예쁘다. 아마 몸매는 연예인보다 더 좋을 것이다. 그녀가 나타나면 주변의 시선이 집중된다. 유소빈도 그런 관심을 즐긴다.


민광두가 눈알을 안전한 지점에 고정했다.


“무슨 일인데?”

“도시락 공급 업체가 우리랑 재계약을 안하겠대요. 뉴월드 그룹이라는 곳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대요. 거기가 물건값을 우리보다 두 배로 쳐준대요.”


뉴월드 그룹.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


민광두는 이 회사의 정체를 알고 있다. 이재욱이 세운 유령회사다. 그는 뉴월드 그룹을 이용해 각종 방해공작을 펼친다.

그냥 넘어갈 수 없지.

민광두가 자동차 열쇠를 챙겼다.


“가자. 내가 업체 사장이랑 직접 이야기할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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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2) 24.07.25 191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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