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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싶다.

대머리가 태양광을 흡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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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작품등록일 :
2024.07.19 09:36
최근연재일 :
2024.08.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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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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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의 힘(2)

DUMMY

하루가 지났다.

인류연합방위부 한국지부에서 긴급 회의를 열었다. 장관, 차관, 고위 공무원과 군부대 장성이 한자리에 모였다.

진지한 분위기.

엄숙한 선서.

기밀 유지.


지부장 백태준이 상황을 브리핑했다. 그는 사관학교 출신으로 엘리트 장교 코스를 밟다가 늦은 나이에 각성했다. 경험과 실력을 겸비한 덕분에 한국지부의 총책임자라는 중책을 맡았다.


“어제 발생한 남한산성 게이트는 최초 탐지 시 경계 등급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임무 규정 상 경계 등급 이하 게이트는 현장대응팀에서 처리합니다. 따라서 대응3팀이 현장에 출동했습니다. 3팀은 C등급 각성자로 구성되었습니다.”


국방부장관이 말을 끊었다. 본론으로 들어가라는 뜻이었다.


“오케이. 그런데?”

“게이트의 위험도가 일몰 직후에 갑자기 상승하며 스펙터가 나타났습니다. 스펙터는 B등급 몬스터입니다. 3팀 요원들은 스펙터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습니다.”

“피해는?”

“현장대응3팀 전원이 전투능력을 상실했습니다. 사실상 퇴직입니다. 이들은 지금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스펙터는 희생자의 정신에 공포를 주입한다. 공포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정신력이 약한 사람은 평생을 PTSD에 시달린다. 이들은 다시 싸울 수 없다.


브리핑이 끝났다.

국방부장관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게 끝인가?”


지부장 백태준이 끄덕였다.


“예.”

“연합방위부에서 초기 대응에 실패했는데도 민간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스펙터가 나왔다며. 놈들은 부유형 몬스터야. 하늘을 떠다녀. 스펙터가 근처 아파트 단지를 습격했을 텐데?”

“지원팀장 민광두가 스펙터 무리를 현장에서 제압했습니다.”


국방부장관이 되물었다.


“잠깐, 뭐라고? 무슨 팀장?”

“지원팀장입니다.”


백태준이 다시 말했다.

국방부장관은 귀를 의심했다.


“지원팀장이 스펙터를 어떻게 제압하지? 지원팀은 후방 지원 조직이잖아.”

“그들도 어쨌든 각성자입니다. 재능이 부족할 뿐이죠.”

“스펙터 무리라며.”

“총 8마리였습니다.”

“무재능 각성자가 스펙터 8마리를 물리친 사례가 있나?”

“없습니다.”

“외국 사례도?”

“전무합니다.”


국방부장관이 미간을 찡그렸다. 그는 공무원이다. 공무원은 예외를 싫어한다. 모든 상황이 예측대로 흘러가야 편안하다.


“당황스럽군. F등급 각성자가 B등급 몬스터를 쓸어버리다니. 한국 정부에서 마련한 각성자 등급 분류 시스템이 부정확하다는 증거잖아.”


지부장이 고개를 저었다.


“등급 분류 시스템의 정확성을 의심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이번 사례가 유달리 특이할 뿐입니다.”

“민광두 그 친구는 뭐래? 이야기 들어봤어?”

“사소한 집착을 버렸더니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무슨 집착?”


지부장이 헛기침을 했다.


“민 팀장은 대머리입니다. 지금까지는 대머리를 숨기느라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고 합니다. 가발이 벗겨질까 두려워서요. 하지만 현실을 인정하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몸동작도 자연스러워졌다는군요.”

“정말?”

“예.”


국방부장관이 탄식했다.


“도무지 믿을 수가 없군.”

“저도 그렇습니다.”

“내가 그 친구를 직접 만나봐야겠어. 민 팀장 지금 어디 있나?”


지부장 백태준이 상황실에 민광두의 현재 위치를 물었다. 그가 전화를 끊고 말했다.


“훈련장에 있답니다.”


-


민광두는 출근하자마자 훈련장으로 향했다. 한 순간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았다. 남은 시간은 5년이다. 그 안에 검신 이재욱보다 강해져야 한다.

쉽지 않은 길.

배신자 이재욱은 SS급 각성자다. 세계 랭킹이 무려 3위다.


‘할 수 있을까? 전교 꼴등이 5년 안에 수능을 박살내고 서울대에 들어갈 수 있을까?’


없다.

불가능하다.

하지만 해내야 한다. 다른 길은 없다. 성공하지 못하면 죽는다. 전세계 수백만의 각성자 중에서 3등 안에 들어야 한다. 어쩌면 서울대 입학보다 어려울 수도 있다.


민광두가 훈련장에 들어섰다.

열린 창문으로 아침 햇살이 비친다.

그가 햇빛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오전에는 실내에서 훈련하고 해가 기울면 밖으로 나갈 계획이다.


[태양에너지 충전이 시작됩니다.]

[충전 효율 52퍼센트···]


그는 밤 사이에 영원한 빛으로 마나를 충전했다. 낮에는 햇빛을 쬐어 성장한다. 24시간 성장 시스템을 만들었다.

시간 효율 극대화.


다만 출퇴근 시간이 문제다. 지하철 안에서는 태양광을 못 받는다. 노선이 지하로 다닌다. 민광두는 출근길 퇴근길 각각 한 시간을 성장 없이 보내야 한다.

싫다.

안 된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두피 관리기를 쓰고 다닐까?


막내 팀원이 훈련장에 나타났다.


“팀장님!”


신단하가 운동복 차림으로 어기적어기적 달려온다. 느리고 둔하다. 관절염에 걸린 노인 같다. 키가 작고 몸매가 날씬한데도 움직임이 힘겹다. 신단하는 이런 약점 때문에 지원팀으로 배정되었다.

민광두가 막내를 반긴다.


“오오, 네가 훈련장에는 웬일이냐?”

“저도 팀장님처럼 강해지려고요.”


신단하가 뒷머리를 긁는다. 머쓱한 듯하다.

민광두가 칭찬했다.


“잘 생각했어. 집착을 버리면 돼.”

“정말··· 그럴까요?”


글쎄.

모르겠다.

신단하에게도 숨겨진 재능이 있을까? 있으면 좋겠지만 없더라도 괜찮다. 사람은 희망을 먹고 살아간다.


민광두가 물었다.


“소빈 주임은?”

“창고에 갔어요. 재고 파악한대요.”

“고생이 많네.”

“그런데 팀장님··· 머리 내놓고 다녀도 안 부끄러우세요?”


신단하가 조심스레 묻는다.

민광두는 관대하게 웃는다.


“안 부끄럽다. 탈모는 죄가 아니야.”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흉을 보잖아요.”

“주변의 시선보다 내면의 목표가 더 중요하다.”

“우와···”


신단하가 감탄한다.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현장대응1팀의 팀장이 부하들을 이끌고 훈련장에 들어왔다. 김건혁. 30대 초반 남자. 명문대 출신의 엘리트.

그가 비아냥거렸다.


“민 팀장님, 아무리 그래도 주변 사람 신경은 써야죠. 이거 완전 시각 테러잖아요.”


김건혁은 A급 각성자다. 그의 팀원들도 모두 A급이다. 다들 멀끔하게 잘 생겼고 키가 크며 패션도 트렌디하다. 강남 번화가에서 자주 보는 스타일이다. 여자친구도 예쁠 것 같다.


민광두가 표정을 굳혔다.


“보기 싫으면 보지 마. 나는 너희한테 내 머리를 보라고 강요하지 않았어.”


김건혁이 킬킬 웃었다.


“안 보려고 해도 보이는 걸 어쩝니까. 대머리가 워낙 빛나서 눈이 부시잖아요.”


대응1팀장과 팀원들이 손으로 눈을 가리는 시늉을 했다. 몇몇 팀원은 선글라스까지 착용했다.


“아윽, 눈 아파. 실명하겠어!”


김건혁은 민광두와 예전부터 사이가 나빴다. 엘리트 팀장은 무재능 각성자를 세금 도둑이라고 비난했다. 무능한 직원은 조직에서 당장 쫓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건혁은 철저한 엘리트주의자다.


민광두가 혀를 찼다.


“유치한 놈들.”


1팀장 김건혁이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민광두에게 다가왔다.


“이번에 남한산성 게이트에서 민 팀장님 혼자만 살아 돌아오셨다면서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동료들은 정신병원에 갇혀서 사경을 헤매는데 민 팀장님은 시원한 훈련장에서 햇빛이나 쬐시고. 미안하지도 않습니까?”


민광두가 대꾸했다.


“나는 최선을 다했어.”

“무슨 최선? 말해봐요. 저도 좀 압시다.”

“게이트가 열렸을 때 나는 뒤쪽에 있었고 대응3팀 요원들은 앞에 있었다. 덕분에 내가 준비할 시간을 벌었어. 그 뿐이야.”


김건혁이 과장된 몸짓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해도 무재능 각성자께서 스펙터 8마리를 때려잡는다? 설마. 나도 그 정도는 버거운데. 도무지 납득이 안 되네요.”

“내가 왜 너를 납득시켜야 하지?”

“사실은 대응3팀이 스펙터랑 싸우고 민 팀장님은 뒤에 숨어있다가 상황이 종료되니까 앞으로 나와서 공을 독차지한 것 아닐까요?”


도발적인 언사.

상대를 깎아내리는 태도.

민광두는 등을 돌렸다.


“마음대로 생각해. 나는 네 추측에 관심이 없다.”


김건혁이 민광두를 돌려세웠다.


“그러면 지금 여기서 의혹을 해소하세요. 링 위에서 실력을 보여주세요. 민 팀장님이 우리 팀 요원하고 싸워서 이기면 저도 그쪽을 인정하겠습니다.”

“내가 왜 너에게 인정을 받아야 하지?”

“안 그러면 제가 민 팀장님을 감사팀에 고발할 예정이니까요.”


김건혁이 비릿하게 웃었다.

감사팀장은 김건혁과 대학교 동문이다. 그들은 사적으로도 친하다. 김건혁이 감사팀에 고발을 넣으면 감사팀장은 민광두를 비롯한 지원팀 전원을 집요하게 괴롭힐 것이다.


“비겁한 놈.”

“동료를 버리고 뒤에 숨는 것보다는 덜 비겁하죠.”


민광두가 탄식했다.

어쩔 수 없다. 이것이 조직생활이다. 사내 정치와 알력다툼. 인류는 멸망의 순간까지도 서로 싸워댄다.

그가 도전을 수락했다.


“알았다.”


김건혁이 신을 냈다.


“그렇지. 민 팀장님 의외로 화끈하시네. 우리 팀 선수는 이 친구입니다. 럭비선수 출신. 잠재력 A등급. 입사 1년차 초보 전투원이니까 민 팀장님의 능수능란한 생존 노하우로 쉽게 상대할 수 있을 겁니다. 하하하!”


그가 부하직원의 등을 두드렸다. 현장대응1팀의 막내 팀원은 키가 190센티미터에 어깨는 트럭 범퍼만큼 넓었다.

럭비선수 출신 전투원이 민광두에게 꾸벅 인사했다.


“류충수입니다. 한 수 가르쳐 주십시오.”


압도적 근육.

체급 차이 심각.

민광두도 나름 덩치가 있는 편이었으나 럭비선수 앞에서는 허약체질이다.


“잘 부탁한다.”


김건혁과 부하들이 링 반대편 코너에서 시합을 준비했다.


“죽여버려. 나머지 머리털도 뽑아버려.”


민광두는 홀로 글러브를 끼었다. 손가락이 노출된 종합격투기용 장갑이다. 헤드기어는 쓰지 않았다. 모근에 대한 미련을 남기기 싫었다.


신단하가 울상을 지었다.


“팀장님, 이래도 돼요? 같은 편끼리 싸우기 있어요?”


민광두가 설명했다.


“스파링이다. 전투 요원은 원래 이런 식으로 훈련해. 우리가 훈련장에 안 와봐서 몰랐던 거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심하잖아요. 저쪽은 A등급 전투원이고 팀장님은 무재능 노력파잖아요. 노력이 재능을 어떻게 이겨요? 저 럭비선수 떡대 좀 봐요. 저런 놈한테 주먹 한 방만 맞아도 실신할 거예요.”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그렇다.

가발을 쓴 민광두는 A급 전투요원을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전생에서 이런 상황에 맞닥뜨렸다면 그는 온갖 핑계를 대며 도망쳤을 것이다.


그러나 2회차 민광두는 일반적이지 않다. 그는 특별하다. 가발을 벗고 진정한 사나이로 거듭났다.

그가 자신있게 말했다.


“걱정마라. 내가 이긴다.”

“팀장님.”

“의료팀 부를 준비나 해.”


민광두가 일어나 링 중앙으로 걸어갔다. 실전과 가까운 훈련. 전쟁에 규칙은 없다.

심판이 외쳤다.


“시작!”


럭비선수 각성자가 민광두에게 접근했다.


“실례하겠습니다.”


거대한 청년이 큼지막한 주먹을 뻗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났다.

민광두는 주먹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이마를 들이댔다.


- 콰직


럭비선수의 주먹이 민광두의 대머리를 때렸다. 손가락이 부러졌다.


“으악!”


그가 비명을 질렀다.


-


국방부장관이 훈련장 복도를 걷다가 창문 안으로 스파링 장면을 보았다.


“저 대머리, 민광두 팀장 아닌가?”


백태준 지부장이 대답했다.


“맞습니다.”

“지금 뭐하는 거야?”

“스파링입니다. 실전형 훈련이죠. 각성자는 기본적으로 신체능력이 우수하기 때문에 상처를 입어도 금방 회복합니다. 따라서 저희 지부는 풀컨택트 스파링을 장려합니다.”


국방부장관이 지적했다.


“체급이 너무 다르잖아. 저 거대한 친구는 보나마나 헤비급이고 민광두는 기껏해야 미들급인데.”

“몬스터는 체급을 따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헤비급 전투원이 미들급 지원팀장의 머리통을 때렸다. 주먹이 대머리에 적중했다. 민광두의 대머리에서 격렬한 소리가 났다.

국방부장관이 인상을 찡그렸다.


“잔인하군. 탈모 환자의 머리통을 공격하다니. 안 그래도 모근이 죽어가는데···”


헤비급 전투원이 주먹을 감싸며 주저앉았다.


“으악!”


예상 밖의 전개.

국방부장관과 백태준 지부장이 동시에 놀랐다.


“어?”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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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대마도 정벌(2) 24.08.09 56 5 12쪽
22 대마도 정벌(1) 24.08.08 64 4 12쪽
21 각성의 조건(3) 24.08.07 92 4 11쪽
20 각성의 조건(2) 24.08.06 93 4 13쪽
19 각성의 조건(1) 24.08.05 95 3 13쪽
18 진화의 원리(3) 24.08.04 103 3 14쪽
17 진화의 원리(2) 24.08.03 122 6 12쪽
16 진화의 원리(1) 24.08.02 130 7 12쪽
15 대머리가 음모를 숨김(3) 24.08.01 136 5 12쪽
14 대머리가 음모를 숨김(2) 24.07.31 145 7 13쪽
13 대머리가 음모를 숨김(1) +1 24.07.30 160 5 12쪽
12 태양의 후예(3) 24.07.29 155 6 13쪽
11 태양의 후예(2) 24.07.28 163 5 13쪽
10 태양의 후예(1) 24.07.27 169 6 14쪽
9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3) +1 24.07.26 183 8 13쪽
8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2) 24.07.25 192 5 13쪽
7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1) 24.07.24 211 7 14쪽
6 대머리의 힘(3) 24.07.23 228 8 12쪽
» 대머리의 힘(2) 24.07.22 233 8 12쪽
4 대머리의 힘(1) 24.07.21 264 10 11쪽
3 봉인 해제(3) 24.07.20 322 6 13쪽
2 봉인 해제(2) +1 24.07.19 359 8 13쪽
1 봉인 해제(1) +3 24.07.19 517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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