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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싶다.

대머리가 태양광을 흡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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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작품등록일 :
2024.07.1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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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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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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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가 음모를 숨김(3)

DUMMY

미락 식품은 도시락 제조 업체다. 그들은 지금껏 인류연합방위부에 각종 식음료를 공급했다. 민광두가 아는 한 미락 식품이 한국에서 즉석 도시락을 가장 맛있게 만든다.

특히 제육 도시락이 일품이다.

매콤한 양념과 부드러운 육질의 조화.

사내 만족도 조사에서 1등을 차지했다.


‘맛있는 도시락을 먹지 못하게 되면 현장 요원들이 불만을 터뜨릴 것이다. 그런 사태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민광두가 차를 몰고 충청북도 청주시에 도착했다.

청주시 외곽에 미락 식품 본사가 있다. 본사는 전형적인 중소기업이다. 논밭 한가운데에 직사각형 모양의 공장과 기숙사가 우뚝 서 있고 마당 한쪽에 강아지가 뒹군다. 참새와 비둘기가 바닥에 떨어진 밥알을 집어먹는다.


개가 낯선 사람을 보고 짖는다.


“왈왈.”


어두운 피부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방문객을 바라본다.


“대머리다.”


그들이 유소빈 주임을 목격한다.


“어우야···”


유소빈은 글래머다. 세상 모든 남자가 글래머를 좋아한다. 베트남, 스리랑카, 파키스탄, 우즈벡 남자도 예외는 아니다. 미녀는 어디서나 주목받는다.

민광두가 유소빈 주임을 데려온 이유다.


업체 사장이 작업복 차림으로 달려나온다.


“아이고, 민 팀장. 멀리 청주까지 내려오고. 뭐하러 이런 고생을 해요? 부르면 내가 서울로 올라갈 텐데.”


사장이 민광두와 악수를 나누면서도 한쪽 눈으로 유소빈을 흘끔흘끔 쳐다본다. 어쩔 수 없다. 남자의 본능이다.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다. 마치 먼지를 마시면 재채기를 하듯이 남자는 미녀에게 시신경을 집중한다.

무죄.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유죄.


유소빈이 용건을 대뜸 꺼낸다.


“사장님, 어떻게 재계약을 안 하실 수가 있어요? 저희랑 함께 한 시간이 얼마인데. 진짜 너무해요.”


그녀가 발을 동동 구른다. 땅바닥은 시멘트다. 반발력이 그대로 돌아온다. 상체의 특정 부위가 진동한다.

시각 공격.

미인계.

업체 사장이 당황한다.


“미··· 미안해, 유 주임. 다른 고객이 너무 좋은 조건을 제시해서 나도 어쩔 수가 없었어. 우리도 먹고 살아야지.”

“힝. 저희는 공공기관이라 매입 단가를 막 높이기 힘들단 말이에요. 애초에 민간 기업하고 경쟁이 안 돼요. 사장님도 아시면서.”


공공기관은 예산이 정해져 있다. 물건값을 갑자기 높게 지불할 수가 없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감사기관에서 조사를 나온다. 국가의 존망이 경각에 달려 있는데도 이 놈의 규정이 발목을 잡는다.

한심.

나라를 지키는 영웅에게 도시락 하나 제대로 먹이기가 이토록 힘들단 말인가!


하지만 업체 사장은 사업가다. 사업가는 공공의 이익보다 개인의 이익을 중시한다. 상품을 더 비싸게 팔 수 있는데 굳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의리를 지킬 의무는 없다. 그것이 자본주의다.

그가 말했다.


“이해해 줘. 뉴월드 그룹이랑 계약 만료되면 다음에는 연합방위부에 꼭 납품할게. 우리가 이번 기회에 돈 많이 벌어서 라인 확장하고 사람 더 뽑고 재료도 더 좋은 걸로 쓸게. 그러면 연합방위부 직원들도 더 맛있는 도시락 먹을 수 있어. 윈윈이야.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모른다.

그럴 일은 없다.

뉴월드 그룹이 물건값을 제 때 지불하지 않아서 미락 식품은 망하고 사장은 폐인이 된다. 사장이 뉴월드 그룹을 고소하지만 판결이 나기 전에 인류는 멸망한다.

예정된 불행.

다만 그 사실은 민광두만 알고 있다.

사장에게 미래를 아무리 설명해도 그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눈앞의 유혹이 너무 크다.


유소빈도 크다.


“아잉, 사장님. 내년에 저희가 예산 더 따서 매입 단가 올려 드릴게요. 그냥 저희랑 계속 해요. 네?”


유소빈이 앙탈을 부린다.

사장이 흐뭇한 미소를 짓다가 정신을 차렸다.


“미안해.”

“너무해.”


유소빈이 팔짱을 낀다. 팔뚝의 위치가 일반적인 사람보다 아래에 위치한다. 쫄쫄이 티셔츠가 흔들린다.

사장은 흔들리지 않는다.


“나도 어쩔 수가 없어.”

“하···”


유소빈이 한숨을 내쉰다.

미인계가 안 통한다. 협력업체 사장은 청년이 아니다. 그는 늙었다. 60살을 넘었다. 욕구를 거의 상실했다. 남성호르몬 수치가 바닥을 쳤다.

남성성 희박.

생식능력 사망.

진정한 불혹이다.


유소빈이 뒤로 물러나 민광두에게 속삭였다.


“내 애교가 안 먹혀요. 자존심 상해.”

“늙은 남자는 욕구가 낮지.”

“이제 어떡해요?”

“별 수 없지. 업체가 싫다는데 어쩌겠어. 우리가 조폭도 아니고.”


민광두가 한 발 나아가 업체 사장에게 말했다.


“사장님 뜻은 잘 알겠습니다. 저희는 다음 기회를 노려야겠네요. 돈 많이 버세요.”


업체 사장이 미안하다는 티를 냈다.


“고마워요, 민 팀장. 우리 사정 이해해줘서. 내가 진짜 다음에는 꼭 연합방위부랑 계약할게. 약속.”


구두 약속은 강제력이 없다. 그냥 하는 말이다. 언제 밥 한 번 같이 먹자는 소리와 비슷하다.

사장이 과거의 고객에게 공수표를 날린 뒤 사무실로 들어갔다.


유소빈이 민광두에게 화를 냈다.


“팀장님, 진심이에요? 정말 그냥 돌아가요? 아까는 업체 사장이랑 담판을 짓겠다면서요.”


민광두가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야. 국민이 국가의 제안을 무조건 따라야 할 이유는 없어.”

“치, 실망이야. 나는 또 팀장님한테 뭔가 대단한 계획이 있는 줄 알았죠.”


계획은 있다.

다만 공개하기 어려울 뿐이다.

민광두가 너스레를 떨었다.


“아이, 덥다. 괜히 시간만 낭비했네. 음료수나 하나씩 뽑아 먹고 돌아가자고.”


민광두가 유소빈에게 지폐를 건넸다. 유소빈이 툴툴거리며 음료수 자판기로 걸어갔다. 스키니 바지가 늘씬한 라인을 자랑했다.

그녀가 멀어졌다.

민광두가 금팔찌를 만졌다.


“메헨이시여.”


뱀이 대답했다.


“업체 사장이란 놈을 해치우면 되나?”

“아닙니다. 저 사람은 죄가 없습니다.”

“그러면?”

“겁만 주십시오. 공장을 모조리 때려부술 것처럼.”

“아쉽군.”


팔찌가 스르르 풀렸다. 뱀이 풀밭으로 숨어들었다. 이윽고 공장 건물 옆에서 거대한 괴물이 튀어나왔다.


- 카아아!


뱀은 은밀한 사냥꾼이다. 소리를 내지 않는다. 저 포효는 겁을 주기 위한 용도다.

노동자들이 공장에서 뛰어나왔다.


“으아악! 사람살려!”

“사장님, 나 이런 데서 일 못해!”


업체 사장도 마당으로 나왔다. 그가 공장 지붕에 또아리를 튼 뱀을 보았다. 뱀은 공장 건물보다 거대했다.

그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으··· 으아아···”


근원적 공포.

늙은 남자는 성적 욕구를 상실했지만 생존 욕구는 여전히 충만했다.


유소빈이 민광두에게 달려왔다.


“팀장님! 큰일났어요. 저거 봐요. 몬스터예요. 상황실에 얼른 지원 요청해요.”


민광두가 고개를 저었다.


“늦어. 각성자 부대가 도착하기 전에 저 괴물이 사람들을 잡아먹을 거야.”

“그럼 어떡해요?”

“내가 막는다.”

“제정신이에요? 팀장님!”


민광두는 공장 건물을 향해 달렸다. 도망쳐오는 사람들과 반대 방향이다. 근로자들이 공포에 질려 그를 지나친다. 인종과 국적은 각각 다르지만 표정은 하나다.


그가 괴물 앞에 도착했다.

공장 안은 비었다. 사람이 한 명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들의 대화를 아무도 듣지 못한다.

메헨이 말했다.


“사장 놈이 바지에 오줌을 지렸다. 냄새가 난다.”


민광두가 엄지를 세웠다.


“잘하셨습니다.”

“이제 뭘 하나?”

“저와 싸우십시오.”

“싸우자고?”


메헨이 당황했다.

민광두가 주머니에서 붉은색 물감을 꺼내 얼굴과 몸통에 발랐다.


“물론 연출입니다.”

“흐흐. 그렇군. 알았다.”


메헨이 아가리를 사납게 벌렸다. 길다란 독니가 먹잇감을 노렸다. 거대한 포식자가 민광두를 덮쳤다.

구경꾼들이 비명을 질렀다.


“팀장님!”

“민 과장!”

“대머리 아저씨!”


민광두가 몸을 날려 뱀의 아가리를 가까스로 피했다.

그러자 뱀은 꼬리를 휘둘러 민광두를 쳐냈다. 민광두가 부웅 날아가 족구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바람 빠진 축구공이 데굴데굴 굴러갔다.

민광두가 고통을 연기했다.


“크흑··· 아프다. 하지만 물러설 수 없다. 국민을 지켜야 한다. 나는 연합방위부 요원 민광두다!”


그가 비장한 대사를 외치더니 ‘근면 성실’ 입간판을 밟고 뛰어올랐다. 그리고 뱀의 옆구리를 대머리로 들이받았다.

콕.

뱀이 몸부림쳤다.


- 크아아!


메헨이 민광두를 몸통으로 둘둘 말았다. 구렁이의 사냥법이다. 인간의 신체가 거대한 비늘 사이에 묻혔다. 민광두는 메헨의 몸집에 비하면 금붕어 수준이다.

거대한 뱀이 공장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민광두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정적.


유소빈이 울먹였다.


“아··· 어떡해.”


업체 사장이 말렸다.


“가까이 가지 마요. 위험해.”


구경꾼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걱정은 되지만 누구 하나 싸움에 끼어들지 못했다. 괴물이 너무 무섭고 목숨은 하나뿐이다.


시간이 흘렀다.

더 이상의 난장판은 벌어지지 않았다.

뱀이 사냥을 마친 듯했다. 민광두는 먹혔다. 그렇게 추측할 수밖에 없다. 뱀은 먹이를 삼킨 뒤 조용히 소화한다.


그들의 예상이 틀렸다.


- 저벅


건물 뒤에서 민광두가 나타났다. 그는 엉망이었다. 옷이 너덜거리고 얼굴과 팔다리가 피투성이였다. 다리를 다친 모양인지 절뚝거리기까지 했다.

사람들이 경악했다.


“팀장님!”

“민 과장!”

“대머리 아저씨!”


민광두가 군중 앞에 섰다. 그가 지친 표정으로 숨을 헐떡거리며 승리를 선언했다.


“몬스터는 도망쳤습니다.”

“오오!”


그제서야 사람들이 민광두에게 모여들었다. 영웅이 나타났다. 대머리가 괴물을 물리쳤다. 민광두는 생명의 은인이다.


업체 사장이 말을 더듬었다.


“자네 머리에 상처가···”


민광두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별 것 아닙니다. 후시딘 바르면 낫습니다.”

“별 것 아니기는! 모근이 상했잖아!”


업체 사장이 울부짖었다. 그도 탈모인이다. 모근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안다. 두피에 상처라도 나면 한참을 괴로워한다.

동병상련.

감정이입.

민광두는 모근을 바쳐 공장을 구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행복을 희생했다. 그는 진정한 영웅이다.


사장이 눈시울을 붉혔다.


“미안해. 내가 잘못 판단했어. 자네는 머리털을 바쳐 국민을 지키는데 나는 돈 벌 궁리만 하다니. 용서해 줘. 나는 하찮은 인간이야.”

“고개 드세요, 사장님.”

“재계약할게. 연합방위부에 도시락 납품할게. 세상이 끝날 때까지 자네랑 같이 갈게. 절대로 배신하지 않을게. 진심이야!”


미락 식품 사장이 민광두의 손을 붙잡고 눈물을 흘렸다.

충성 맹세.

민광두가 재계약을 성공시켰다.


-


한국 최강의 각성자 이재욱은 서울 강남의 고급 저택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휴대전화가 울렸다.


[뉴월드 그룹 CEO]


사실 CEO는 바지사장이고 뉴월드 그룹의 진짜 주인은 이재욱이다. 이재욱이 명령을 내리면 CEO는 따를 뿐이다.

그가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입니까?”


뉴월드의 CEO가 우물쭈물했다.


“미락 식품이 저희와 계약하지 않고 연합방위부에 도시락을 계속 납품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어째서요? 우리가 제시한 조건이 훨씬 좋을 텐데?”

“의리를 지키겠답니다.”

“의리?”


이재욱의 입술이 뒤틀렸다.

의리라.

그런 낭만적인 단어가 요즘에도 존재한단 말인가?

그가 말을 씹어 뱉었다.


“멍청한 놈. 사업가가 의리를 따지다니. 회사 말아먹을 게 뻔하군.”

“그러게 말입니다.”

“그냥 둬요. 다른 할 일 많으니까.”

“알겠습니다.”


이재욱이 전화를 끊은 뒤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계획이 뒤틀렸다. 연합방위부 요원에게 맛없는 음식을 먹여 사기를 떨어뜨리려 했는데 결과가 반대로 나왔다. 미락 식품은 앞으로도 계속 연합방위부에 맛있는 제육볶음 도시락을 공급할 것이다.

명품 제육 도시락.

이재욱도 그 맛을 인정한다.


‘아쉽군. 목적지까지 조금 돌아서 가야겠어.’


그가 첫 번째 실패를 경험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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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각성의 조건(2) 24.08.06 92 4 13쪽
19 각성의 조건(1) 24.08.05 95 3 13쪽
18 진화의 원리(3) 24.08.04 103 3 14쪽
17 진화의 원리(2) 24.08.03 121 6 12쪽
16 진화의 원리(1) 24.08.02 130 7 12쪽
» 대머리가 음모를 숨김(3) 24.08.01 136 5 12쪽
14 대머리가 음모를 숨김(2) 24.07.31 145 7 13쪽
13 대머리가 음모를 숨김(1) +1 24.07.30 159 5 12쪽
12 태양의 후예(3) 24.07.29 155 6 13쪽
11 태양의 후예(2) 24.07.28 163 5 13쪽
10 태양의 후예(1) 24.07.27 169 6 14쪽
9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3) +1 24.07.26 182 8 13쪽
8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2) 24.07.25 192 5 13쪽
7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1) 24.07.24 211 7 14쪽
6 대머리의 힘(3) 24.07.23 228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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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대머리의 힘(1) 24.07.21 264 10 11쪽
3 봉인 해제(3) 24.07.20 322 6 13쪽
2 봉인 해제(2) +1 24.07.19 359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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