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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싶다.

대머리가 태양광을 흡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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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작품등록일 :
2024.07.19 09:36
최근연재일 :
2024.08.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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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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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진화의 원리(2)

DUMMY

촉수 괴물이 처음으로 사냥에 실패했다.

민광두는 대머리다. 머리통이 미끄럽다. 붙잡을 곳이 마땅치 않다. 그는 목을 움츠려 촉수의 포박을 쉽게 벗겨냈다.

회피기동.

태생적 방어술.

대머리는 촉수 괴물의 공격에 내성을 가진다.


군중이 환호했다.


“피했어. 안 잡혔어. 탈모라서 살았어.”

“대머리 아저씨 파이팅!”


희망이 생긴다. 사기가 오른다.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다. 촉수 괴물은 무적이 아니다. 놈은 대머리에게 약하다. 인류에게는 대머리 각성자가 있다.

사람들이 인생 처음으로 탈모인을 부러워하기 시작했다.


물론 민광두는 방심하지 않았다.

그는 촉수 괴물의 공격을 한 번 피했을 뿐이다. 몬스터는 아직 건재하다. 촉수가 팔팔하게 움직인다.


- 파닥파닥


놈이 다시 습격한다. 이번에는 촉수가 민광두의 몸통을 노린다. 사냥감의 허리를 감싸서 끌고 갈 생각이다.

민광두가 순순히 붙들렸다.


- 스르륵


촉수가 민광두를 둘둘 말아올린다. 김밥을 싸는 것 같다. 방울뱀이 똬리를 트는 것 같다. 팽이에 줄을 감는 모양새다.

이윽고 민광두가 촉수에 완전히 둘러싸여 모습을 감추었다.


군중이 탄식한다.


“아아··· 역시 안 되나.”

“그럼 그렇지. 대머리를 어디에 써먹어.”


유소빈이 마나 소총을 발사한다.


- 탕탕


탄환이 촉수에 명중한다. 그러나 효과는 거의 없다. 미끄러운 진액이 괴물의 피부를 보호한다. 마나 탄환이 튕겨나간다.

유소빈이 발을 동동 구른다.


“어떡해. 팀장님.”


순간, 촉수로 이루어진 똬리 안에서 빛이 번쩍인다.


- 번쩍


촉수가 포박을 풀고 고통에 몸부림친다. 타는 냄새가 났다. 괴물의 피부가 검게 그을렸다.

요리사 출신 관람객이 코를 킁킁거린다.


“장어구이 냄새야.”


촉수가 익었다. 빛이 열을 동반했다. 미스터리한 현상이다. 이곳은 워터밤 행사장이다. 인화성 물질을 가지고 들어올 수 없다.

빛과 열은 어떻게 발생했는가?


민광두가 제자리에 멀쩡히 서 있다.

군중이 술렁인다.


“설마 저 대머리 아저씨가?”

“내가 봤어. 대머리가 번쩍 빛났어. 확실해. 거의 레이저 무기였어.”


믿을 수 없는 광경.

태양이 지상에 강림했다.


-


특수작전팀이 현장에 도착했다.

강판석 대위가 상황을 보고받았다.


“돔 형태의 게이트가 워터밤 행사장을 덮었습니다. 현재 게이트 안으로 출입이 불가능합니다. 차단막을 뚫을 수가 없습니다.”

“게이트 내부 상황은?”

“둠 안에 민간인 약 3만 명이 갇혀 있습니다.”


강판석이 어금니를 깨물었다.

비상사태다. 최악의 인명피해가 발생할 위기다. 돔 모양 게이트를 반드시 뚫어야 한다.

방법은?

모른다. 전례가 없다. 외국의 사례도 찾지 못했다. 맨땅에 머리를 박아야 한다.

그가 팀원을 불러모았다.


“전원 집합.”

“집합!”

“다들 무기 꺼내.”


특수작전팀 요원들이 무기를 들고 검은색 장막 앞에 섰다. 장막이 비누방울처럼 불규칙하게 일렁인다. 마나의 움직임이다.

물리력으로는 마나 장벽을 부수지 못한다.

마나를 사용해야 한다.

강판석이 장막의 한 지점을 가리켰다.


“공격.”


요원들이 무기를 휘둘렀다. 칼을 찌르고 탄환을 발사했다. 마력이 한 지점에 집중되었다. 굉음이 발생했다.


- 쩌저적


장막에 구멍이 뚫렸다.


“성공인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장막은 원래의 형태로 복구되었다. 구멍이 막히고 시야가 차단되었다. 요원들은 돔 내부를 잠깐 엿보았을 뿐이다.

그러나 돔 내부의 광경은 특수작전팀을 놀라게 만들었다.


“지금 봤어? 대머리가 거대 촉수랑 싸우고 있어.”

“어느 쪽이 괴물이야?”

“촉수가 괴물이지.”

“다행이네. 내가 잘못 본 게 아니구나.”

“각성자겠지?”

“당연하지. 저렇게 높이 뛰고 빨리 움직이는데.”

“그런데 대머리야. S급 각성자 중에 대머리가 있나?”


강판석 대위가 신음했다.


‘대머리 각성자라니. 설마··· 민광두?’


그의 마음속에 한 줄기 희망이 비추었다.


-


촉수는 거대하다. 길이가 수십 미터에 달한다. 피부에 화상을 조금 입었다고 해서 전투력을 상실하지는 않는다. 사람으로 비교하자면 손가락에 물집이 잡힌 수준이다.


- 펄떡펄떡


촉수의 중심을 타격해야 한다.

치명상이 필요하다.

민광두가 높이 뛰어올랐다.


- 부웅


그가 게이트 지붕 가까이에 다다른다. 촉수 괴물의 기둥이 보인다. 그가 기둥을 향해 주먹을 연달아 내질렀다.


- 퍽퍽


촉수의 물렁한 살이 타격을 받고 움푹 들어간다. 방어 기술이다. 촉수 괴물은 신체를 자유롭게 변형해 피해를 최소화한다. 연체동물의 장점이다.


하지만 그 장점은 민광두에게 통하지 않는다.

민광두가 촉수 괴물의 함몰된 부위에 자신의 머리통을 꽂았다.

그리고 태양광을 뿜었다.


- 펑


괴물의 살덩이가 폭발한다. 내파. 촉수의 체액이 강렬한 열기를 받아 끓어올랐다. 기체는 액체보다 부피가 훨씬 크다. 체액이 부풀어올라 피부를 찢었다.


- 지글지글


길다란 촉수가 밑둥부터 끊어져 바닥에 떨어졌다. 절단된 부위가 살아있는 것처럼 요동친다. 투명한 피가 튀고 살점이 뭉글뭉글 녹는다. 꼼장어가 달군 철판 위에서 익어가는 듯하다.

태양광의 위력.

태양 표면의 온도는 약 섭씨 5,500도다.


민광두가 행사장 바닥에 착지했다.

그는 멀쩡했다.

촉수만 끊어졌다.

대머리 각성자가 공포스러운 괴물을 순식간에 격파했다.


군중이 환호한다.


“우와아!”

“대머리 아저씨가 이겼다. 우리는 살았어. 집에 갈 수 있어.”

“사랑해요, 탈모인!”


이것은 기적이다. 전에 보지 못했던 싸움이다. 압도적인 능력이다. 맨손으로 거대한 촉수를 물리쳤다. 3만 명의 민간인이 각성자의 위엄을 목격했다.

감동.

열광.

생명의 은인.


유소빈이 달려왔다.


“팀장님, 괜찮으세요? 어떻게 한 거예요? 방금 그거 무슨 기술이에요?”

“잠깐.”


민광두가 말을 끊었다.


“소빈 주임, 진정하고 주위를 봐. 게이트가 아직 열려 있어.”


촉수 괴물을 물리쳤는데 검은색 돔이 여전히 존재한다. 보통은 몬스터를 처치하면 게이트는 닫힌다. 따라서 돔은 사라져야 마땅하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게이트가 아직도 열려 있다.

적이 남아있다는 증거다.


유소빈이 기겁한다.


“투명화?”

“쉿.”


민광두가 그녀를 진정시키고 군중을 살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환호하고 있다. 제자리에서 방방 뛰고 두 팔을 높이 들어올린다. 음악이 없는데 축제 분위기다. 몇몇 남자가 근처의 여자를 얼싸안았다.

모두가 기뻐한다.

월드컵 우승 분위기다.


오직 한 명만 당황한다.

수영복 차림의 남자. 반바지 트렁크. 상체는 탈의. 근육과 문신의 적절한 조화. 잘생긴 얼굴의 인싸 청년.

그는 아래를 바라보며 바지에 손을 넣고 무언가를 조작한다.

반응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

수상하다.


민광두가 말했다.


“소빈 주임, 저 남자 보이지? 근육 문신.”

“왜요?”

“바지에 손을 넣고 있어.”

“변태.”

“소빈 주임이 뒤쪽을 맡아. 도망가지 못하게 해.”


유소빈이 짧게 끄덕인 뒤 군중 바깥으로 빙 돌아갔다. 하지만 그녀의 외모가 워낙 눈에 띄어서 사람들의 시선을 완벽하게 피하기는 힘들었다. 다행히 근육 문신남은 바지 속에 신경을 집중하느라 유소빈의 움직임을 알아채지 못했다.


민광두가 근육 문신남에게 다가갔다.


“선생님?”


근육 문신남이 고개를 번쩍 든다.


“네?”

“어디 다치셨습니까?”


민광두가 근육 문신남의 하반신을 가리켰다. 반바지 수영복 안에 커다란 물건이 들어있다. 물건이 워낙 길쭉하고 단단해서 실루엣을 감추기 어렵다.

문신남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안 다쳤어요. 괜찮습니다.”

“자꾸 만지고 계시네요.”

“아하, 이건··· 끼어서요.”


근육 문신남이 멋쩍게 웃는다.

하지만 민광두는 상대의 순진한 미소에 속지 않았다. 그는 이미 알고 있다. 배신자의 증표가 떨린다. 이재욱의 끄나풀이 가까이에 있다는 뜻이다.

이 놈은 배신자다.

인류의 적.


근육남이 수영복 안에 차원공명장치를 숨기고 있다. 차원공명장치는 돔 형태의 게이트를 발생시킨다. 이번 게이트 사태는 저 놈이 일으켰다. 대량학살 사태는 배신자의 협력으로 이루어진다. 전생의 민광두는 이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길쭉하고 단단한 차원공명장치.

마나의 결정체.

암시장에서 수백억 원에 거래된다.


민광두가 근육 문신남의 아랫도리를 움켜쥐었다.

문신남이 기겁했다.


“헉··· 왜 이러세요?”

“연기하지 마. 아무 느낌 없잖아.”

“무··· 무슨 말씀이세요?”

“꺼내.”

“여기서요?”

“어서.”

“큭···”


문신남이 수영복 허리끈을 뽑았다. 허리끈이 날카로운 채찍으로 변했다. 그가 민광두의 머리를 채찍으로 후려쳤다.


- 찰싹


민광두의 대머리는 멀쩡하다.

배신자가 놀란다.


“미친!”


그가 뒤로 펄쩍 뛰어 도망친다. 반바지가 벗겨진다. 속은 삼각팬티 차림이다. 실루엣이 소박하다. 방금 전까지 아랫도리에 달고 있던 원통형 물체는 눈속임이었다.

차원공명장치는 배신자의 손에 들려 있다.

검은 장막이 사라진다. 차원공명장치가 작동을 멈추었다. 격리가 풀린다. 문신 근육남이 행사장 바깥으로 달린다.


민광두가 팀원들에게 외쳤다.


“저놈 잡아.”


유소빈이 근육 문신남의 앞을 가로막았다.


“멈춰.”


그러나 문신남은 펄쩍 뛰어올라 유소빈의 머리 위를 넘었다. 일반인의 운동능력이 아니다. 배신자 또한 각성자다.

유소빈이 발을 굴렀다.


“에잇.”


그녀가 문신남을 좇아 달려갔다. 신단하도 합류했다. 그들이 최선을 다해 범인을 추적했다.


- 뒤뚱뒤뚱

- 묵직묵직


두 사람 모두 달리기가 느리다. 신단하는 걸음걸이가 어색하고 유소빈은 상체에 무게추가 둘이나 달려 있다. 신체적 한계가 움직임을 제약한다.

민광두가 팀원들을 금방 추월했다.

신단하와 유소빈이 울상을 짓는다.


“죄송합니다, 팀장님.”

“저희는 틀렸어요. 먼저 가세요.”


팀원들이 멀어졌다.


민광두가 땅을 박차고 날아올라 올림픽주경기장의 지붕을 넘었다. 경기장 안에 들어서자 배신자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신 근육남이 민광두를 가리켰다.


“너. F급이 아니네?”


민광두가 모호하게 대답했다.


“글쎄.”

“감히 혁명군의 작전을 방해하다니. 너는 이 자리에서 죽는다.”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그냥··· 재미있으니까.”


근육 문신남이 킬킬 웃었다. 쾌락에 중독된 인간의 모습이다. 그는 어린 나이부터 온갖 쾌락을 추구한 나머지 이제는 웬만한 일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몸이 되어버렸다.

민광두가 혀를 찼다.


“한심하다. 머리카락도 풍성한 놈이.”

“너는 모르겠지. 모든 것을 가진 자의 권태를.”

“배가 불렀군.”

“내 배는 안 불렀다. 여자들 배가 불렀지. 킬킬킬.”


문신남이 안면을 기괴하게 뒤틀었다. 마약 중독자 같았다.

그가 웃음을 멈추고 말했다.


“이제 죽어라.”


근육 문신남이 채찍을 들고 민광두에게 달려갔다. 살기가 뿜어져 나온다. 마나가 넘실거린다. S급의 아우라가 전장을 압도한다.

그러다가 그는 잔디밭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문신남이 엎드린 채로 발치를 보았다. 뱀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그가 황당해했다.


“올림픽경기장에 웬 뱀이···”


뱀이 커졌다. 아가리를 벌렸다. 메헨이 배신자를 한입에 삼켰다.


-


특수작전팀이 행사장으로 진입했다. 그들은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어리둥절했다. 돔 게이트가 사라졌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민간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바닥에 드러누운 남녀 각 1명은 잠시 기절했을 뿐이다.

정체불명의 대머리 각성자가 기적을 일으켰다.


지휘관 강판석이 부관에게 말했다.


“자네가 현장 통제해. 부상자 파악하고. 민간인이 몬스터 잔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출입금지 팻말 세워.”

“예.”

“대민지원 병력은 어디 있지?”

“모르겠습니다. 안 보입니다.”


군중 속에 대머리는 없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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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가 태양광을 흡수함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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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대마도 정벌(2) 24.08.09 56 5 12쪽
22 대마도 정벌(1) 24.08.08 64 4 12쪽
21 각성의 조건(3) 24.08.07 92 4 11쪽
20 각성의 조건(2) 24.08.06 92 4 13쪽
19 각성의 조건(1) 24.08.05 95 3 13쪽
18 진화의 원리(3) 24.08.04 103 3 14쪽
» 진화의 원리(2) 24.08.03 122 6 12쪽
16 진화의 원리(1) 24.08.02 130 7 12쪽
15 대머리가 음모를 숨김(3) 24.08.01 136 5 12쪽
14 대머리가 음모를 숨김(2) 24.07.31 145 7 13쪽
13 대머리가 음모를 숨김(1) +1 24.07.30 160 5 12쪽
12 태양의 후예(3) 24.07.29 155 6 13쪽
11 태양의 후예(2) 24.07.28 163 5 13쪽
10 태양의 후예(1) 24.07.27 169 6 14쪽
9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3) +1 24.07.26 182 8 13쪽
8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2) 24.07.25 192 5 13쪽
7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1) 24.07.24 211 7 14쪽
6 대머리의 힘(3) 24.07.23 228 8 12쪽
5 대머리의 힘(2) 24.07.22 232 8 12쪽
4 대머리의 힘(1) 24.07.21 264 10 11쪽
3 봉인 해제(3) 24.07.20 322 6 13쪽
2 봉인 해제(2) +1 24.07.19 359 8 13쪽
1 봉인 해제(1) +3 24.07.19 516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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