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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싶다.

대머리가 태양광을 흡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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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작품등록일 :
2024.07.19 09:36
최근연재일 :
2024.08.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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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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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대머리의 힘(3)

DUMMY

각성자의 신체는 일반인보다 훨씬 튼튼하다. 고층 빌딩에서 떨어져도 죽지 않고 자동차에 치여도 멀쩡하다.

럭비선수 출신은 A급 전투원이다.

그러나 민광두의 대머리는 A등급 각성자의 주먹보다 단단했다.


- 콰직


“으악!”


럭비선수 출신이 손을 감싸며 주저앉는다.


“아으으···”


전의 상실.

참을 수 없는 고통.

처음 느껴보는 단단함.


1팀장 김건혁이 신입 팀원을 윽박지른다.


“야 임마, 뭐해? 엄살 떨지 말고 일어나.”


거구의 청년이 울먹인다.


“팀장님, 저 손가락 부러진 것 같습니다.”

“무슨 헛소리야? 네 손가락이 왜 부러져? 저 대머리 머리통이 부러져야지. 너 강화 골격이잖아.”


강화 골격.

뼈가 튼튼함.

럭비선수 출신 각성자는 강인한 맷집이 재능이었다. 강화 골격을 가진 전투원은 전선 맨 앞에서 적의 공격을 막아낸다. 럭비팀의 수비수 역할과 비슷하다. 게임으로 따지면 탱커다.


그러나 민광두의 대머리는 강화 골격의 단단함을 넘어섰다. 금강석 응축. 머리가 금강불괴. 인간의 신체가 아무리 단단해도 금강석보다 단단할 수는 없다.


민광두가 1팀장에게 말했다.


“진짜야. 얘 손가락 부러졌어. 얼른 의무실 데려가라.”


김건혁이 현실을 부정했다.


“설마.”

“못 믿겠으면 네가 직접 링에 올라와서 내 대가리를 때려 보든가.”


민광두가 앞머리를 쓸어넘겼다. 정확히는 중간 머리다. 이마가 정수리 근처까지 올라간 탓에 중간 머리가 앞머리처럼 기능했다.

대머리가 활짝 열렸다.

너무나 깨끗했다.

완벽.


“으음···”


결국 김건혁이 럭비선수를 코너로 불러 상태를 점검했다. 전투용 장갑을 벗기자 실태가 드러났다. 뼈가 피부를 찢고 튀어나와 있었다.


“헉.”


그가 대경실색했다.


“야, 얘 얼른 의무실 데려가.”


선배 팀원이 럭비선수를 부축했다. 거구의 청년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훈련장에서 나갔다.

김건혁이 인상을 구겼다.


“민 팀장님. 무슨 요술을 부렸습니까? 대머리 안에 철판이라도 심으셨어요?”


민광두가 혀를 찼다.


“네가 보여달라고 했잖아. 내 실력을. 그래서 보여줬다.”

“팀장님 F급이잖아요.”

“그런데?”

“이건 사기입니다. F급은 A급을 이길 수 없어요.”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하면 방법이 없지. 직접 느끼는 수밖에.”


그가 김건혁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도발이다.


“올라와.”

“으윽···”


김건혁이 이를 악물더니 와이셔츠 단추를 풀었다. 당장 링 위로 올라올 기세였다.


중후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만.”


김건혁이 흠칫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건장한 중년 사내와 노회한 정치인이 이쪽으로 걸어왔다.

인류연합방위부 한국지부장과 대한민국 국방부장관.

권력의 핵심이 나타났다.


“자··· 장관님.”


김건혁이 단추를 황급히 채웠다. 1팀 부하들도 허리를 공손히 숙였다. 각성자는 준 공무원이다. 공무원은 국가 권력에 절대 복종한다. 그래야 높은 자리로 올라갈 수 있다.

장관이 말했다.


“승부는 이미 끝난 것 같은데. 그렇지 않소, 백 지부장?”


백태준 지부장이 장관의 말에 동의했다.


“맞습니다. 대응1팀에서 내보낸 선수가 전투불능 상태에 빠졌으니 지원팀의 승리입니다.”


김건혁이 발끈했다.


“하지만 저희 팀은 아직 선수가 많이 남아있···”


장관이 지적했다.


“단판 승부 아니었나? 나는 그렇게 들었는데. 공무원이 규칙을 멋대로 바꾸면 안 되지.”


말투가 싸늘하다. 눈빛이 날카롭다. 국방부장관은 각성자가 아닌데도 남다른 카리스마를 뿜는다. 권력의 힘이다. 장관의 말 한마디에 김건혁은 창고관리부서로 쫓겨날 수 있다.

김건혁이 꼬랑지를 내렸다.


“죄송합니다.”


장관이 온화한 표정을 되찾았다. 사람 다루는 스킬이 S급 정치인이다.


“알면 됐어. 앞으로는 승부욕을 자제하도록 해.”

“명심하겠습니다.”


김건혁이 부하들을 데리고 훈련장에서 떠났다. 뒷모습이 초라했다.


국방부장관은 민광두에게 시선을 옮겼다.


“민광두 팀장.”


민광두가 글러브를 벗고 머리카락을 다듬었다. 흐트러진 모발이 제자리를 되찾았다.


“예.”

“소식 들었네. 자네가 어제 남한산성에서 스펙터 무리를 물리쳤다고?”

“그렇게 됐습니다.”

“비결을 물어봐도 되겠나?”


국방부장관이 일개 부서 팀장에게 관심을 보인다. 그만큼 이례적인 사건이다. 전세계를 통틀어 F급 각성자가 B급 몬스터를 격파한 사례는 하나도 없다.


민광두가 고민했다.

사실대로 보고할까? 재능을 깨달았다고? 대머리로 태양광을 흡수한다고? 국방부장관이라면 믿을 만하지 않을까?


아니다.

배신자 이재욱이 정부 기관 곳곳에 스파이를 심어 놓았다. 전생에서 민광두의 가발을 벗긴 슬라브 미녀 마리나는 대통령 비서실장의 내연녀였다.

국방부장관이 깨끗해도 주변 사람까지 깨끗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비서, 직원, 운전기사 등 비밀을 누설할 후보는 아주 많다.


민광두가 적절히 둘러댔다.


“정신력입니다.”


장관이 민광두의 답변을 곱씹었다.


“정신력이라.”

“저는 재능이 부족합니다. 잠재력 테스트에서 F등급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훈련을 등한시하고 게으르게 지냈습니다. 노력해도 어차피 안 될 거라고 지레짐작했기 때문입니다.”

“저런.”

“하지만 얼마 전,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제 태도에는 모순이 있었습니다. 정해진 운명을 바꿀 수 없다면, 저는 왜 탈모라는 운명을 바꾸려고 이토록 노력할까요?”


장관이 크게 끄덕였다.


“과연.”

“저는 운명을 핑계로 삼아 나약한 정신과 게으른 태도를 합리화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가발을 벗었나?”

“예. 가발 폐기는 나약한 과거와의 결별입니다.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국방부장관이 감탄하고 신단하는 감동했다. 수행원과 경호원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몇몇 사람은 눈시울을 붉혔다. 그들도 탈모로 고생하는 듯하다.

인간승리의 표본.

정치인이 선호하는 이미지다.


장관이 악수를 청했다.


“훌륭한 인재로군. 자네 같은 영웅 덕분에 우리나라 국민이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네.”

“감사합니다.”

“내가 자네에게 운명을 거스를 영약을 선물하고 싶은데.”

“예?”


장관이 말했다.


“프로페시아라고 들어봤나?”


프로페시아(Propecia)!


민광두는 프로페시아의 존재를 당연히 알고 있다. 프로페시아는 2024년 현재 시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탈모 치료제다. 미국 FDA가 프로페시아의 효능을 인정했다. 물론 이 약을 먹는다고 머리카락이 쑥쑥 자라나는 건 아니지만 한방 샴푸나 두피 관리기에 비하면 특효약이다.

그가 대답했다.


“알고 있습니다.”

“복용하나?”

“아닙니다.”

“이번에 미국에서 프로페시아 업그레이드 버전을 새로 개발했어. 기존 약물보다 효능이 훨씬 강력해. 자네에게 신형 프로페시아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네. 평생동안. 어떤가?”

“!”


파격적인 보상.

거부할 수 없는 제안.

민광두의 마음이 흔들린다. 받고 싶다. 강화 프로페시아를 먹고 대머리에서 탈출하고 싶다. 풍성충으로 진화하고 싶다.

탈모 환자가 이토록 적절한 보상을 어찌 거부할 수 있으랴!


하지만···

탈모를 치료하면 성장은 멈춘다. 모발이 자랄수록 태양에너지 흡수율은 떨어진다. 민광두의 전투력은 대머리에서 나온다.

대머리가 힘의 원천.

빠질수록 강해짐.


모발과 성장. 둘 다 가질 수는 없다. 하나를 버려야 한다.

모발이냐, 목숨이냐?

풍성충이냐, 복수냐?

여자친구냐, 인류의 구원이냐?


민광두가 결정했다.


“거절하겠습니다.”


국방부장관이 흠칫 놀랐다.


“뭐라고? 어째서?”


민광두가 진중하게 대답했다.


“모발이 되살아나면 정신력이 약해질 것 같습니다.”

“대체 왜?”

“한눈을 팔게 되니까요. 훈련할 시간에 미용실을 찾고, 역기를 들 시간에 소개팅 어플을 두드릴 겁니다. 풍요로운 환경은 저를 나약하게 만듭니다.”


장관이 동공을 흔들었다.


“자네는 탈모인이잖아. 탈모 치료는 모든 탈모인의 꿈이야.”

“저에게는 그보다 더 큰 꿈이 있습니다.”

“그게 뭐지?”

“국민의 생존입니다.”

“아!”


장관이 입을 쩌억 벌렸다. 신단하가 눈가를 훔쳤다. 수행원과 경호원도 찬사의 시선을 보냈다.

노회한 정치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대단하군.”


민광두가 겸양을 보였다.


“과찬이십니다.”

“진심이야. 나는 원래 칭찬에 인색한데 이번만큼은 칭찬을 안 할 수가 없어.”


장관이 민광두의 어깨를 두 손으로 붙들었다.


“민광두 팀장, 앞으로도 계속 우리나라의 안전을 지켜주게. 자네는 영웅이야. 머리카락을 바쳐 나라를 구원할 영웅!”


-


국방부장관 조성기는 공무를 마치고 수행원과 함께 주차장으로 향했다. 지부장 백태준이 장관을 배웅했다. 백태준은 인류연합군 소속이지만 한국 정부의 공무원이기도 하다.


장관이 걸어가는 길에 민광두를 입이 닳도록 칭송했다.


“민광두 팀장. 정말 대단한 친구야. 저렇게 의지가 강한 사람은 처음 봤어.”

“그 정도입니까.”

“자네는 탈모의 고통을 모르지. 하지만 나는 알아. 슬슬 벗겨지고 있거든.”


국방부장관이 앞머리를 깠다. 이마가 초승달 모양으로 올라가 가운데 지점에서 만났다. 머리카락이 민머리 지대에 둘러싸여 섬을 이루었다.

지부장이 신음했다.


“그렇군요.”


장관이 속알머리를 다시 숨겼다.


“의지가 강하니 운명을 거스를 수 있는 것이지.”


지부장이 고개를 저었다.


“글쎄요. 제 생각은 다릅니다. 노력은 재능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합니다. 타고난 운명을 의지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안타깝지만 현실이 그렇습니다. 지금껏 전 세계에서 수백만 명이 각성했지만 정해진 등급을 넘어선 사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장관이 반박했다.


“민광두가 역사를 새로 쓸 수도 있잖아.”

“너무 큰 기대는 안 하시는 게 좋습니다. 실망도 크니까요.”


지부장은 각성자 등급 시스템을 신뢰한다. 등급 측정치는 언제나 적중했다. A급 각성자는 A등급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고, C급 각성자는 C등급 몬스터와 호각을 이룬다. 예외는 없다. 하급 각성자에게 고난이도 임무를 맡기면 결과는 전멸이다.


물론 민광두는 다를 수 있다.

예외는 언제나 존재한다.

그는 스펙터 무리를 운 좋게 격파했다.


그렇다고 희박한 확률에 판돈을 걸어야 하는가? 지휘관은 부하의 목숨을 소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지부장은 그 원칙에 적극 공감한다.


장관이 말했다.


“알겠네. 하지만 나는 일반인의 심정에서 민광두를 응원하고 싶군.”

“저도 응원은 하겠습니다.”

“일단 지켜보자고. 민광두가 어디까지 올라가는지. 자네도 그 친구한테 신경 좀 써주고.”


지부장이 물었다.


“장관님은 민광두가 그리 마음에 드십니까.”

“탈모인끼리 서로 도와야지. 안 그래도 슬픈 운명인데.”


국방부장관의 목소리가 촉촉하다.


-


민광두는 훈련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는 지원팀이다. 행정 업무가 많다. 잡일도 처리해야 한다. 종일 훈련에만 매진하기는 어렵다.

창문을 통해 햇살을 쬘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 뜨끈뜨끈


대머리가 달아오른다.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모근이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민광두는 햇빛을 피하지 않는다.

고통이 성장을 부른다.


- 따르릉


내선전화가 울린다.

민광두가 수화기를 들었다.


“전투지원팀 민광두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수화기 너머의 상대가 가래 끓는 목소리로 말했다. 담배를 많이 피우는 중년 남자다.


“광두 팀장,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나 장비관리팀장.”

“어우야, 웬일이세요?”

“지부장님한테 특별 지시를 받았어. 지원팀한테 개인용 무기를 지급하라네.”

“진짜요?”


개인용 무기는 전투원에게만 지급된다. 지원팀은 공용화기를 사용한다. 민광두 역시 현장에 출동할 때 기관단총을 휴대한다.

장비관리팀장이 말했다.


“시간 날 때 무기고에 와서 하나씩 골라 봐.”

“아무거나 골라도 돼요?”

“응. 뭐든지 가져가. 암시장에 팔아먹지는 말고.”


민광두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연합방위부의 무기고. S급 장비가 즐비하다.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유니크 무기도 한가득이다.


그 중에서 남들에게는 쓸모가 없지만 민광두에게는 꼭 필요한 아이템이 있다.

키클롭스의 눈알.

그것을 얻어야 한다.


“당장 갈게요.”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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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가 태양광을 흡수함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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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대마도 정벌(2) 24.08.09 56 5 12쪽
22 대마도 정벌(1) 24.08.08 63 4 12쪽
21 각성의 조건(3) 24.08.07 91 4 11쪽
20 각성의 조건(2) 24.08.06 92 4 13쪽
19 각성의 조건(1) 24.08.05 95 3 13쪽
18 진화의 원리(3) 24.08.04 103 3 14쪽
17 진화의 원리(2) 24.08.03 121 6 12쪽
16 진화의 원리(1) 24.08.02 129 7 12쪽
15 대머리가 음모를 숨김(3) 24.08.01 135 5 12쪽
14 대머리가 음모를 숨김(2) 24.07.31 145 7 13쪽
13 대머리가 음모를 숨김(1) +1 24.07.30 159 5 12쪽
12 태양의 후예(3) 24.07.29 154 6 13쪽
11 태양의 후예(2) 24.07.28 163 5 13쪽
10 태양의 후예(1) 24.07.27 168 6 14쪽
9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3) +1 24.07.26 182 8 13쪽
8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2) 24.07.25 191 5 13쪽
7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1) 24.07.24 211 7 14쪽
» 대머리의 힘(3) 24.07.23 228 8 12쪽
5 대머리의 힘(2) 24.07.22 232 8 12쪽
4 대머리의 힘(1) 24.07.21 264 10 11쪽
3 봉인 해제(3) 24.07.20 321 6 13쪽
2 봉인 해제(2) +1 24.07.19 359 8 13쪽
1 봉인 해제(1) +3 24.07.19 515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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