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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싶다.

대머리가 태양광을 흡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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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작품등록일 :
2024.07.19 09:36
최근연재일 :
2024.08.09 09:00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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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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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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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의 조건(3)

DUMMY

한국은 인터넷 통신망을 전국에 깔았다. 스마트폰 보급율도 높다. 사실상 걸어다니는 CCTV가 수천만 개다. 뭔가 신기한 일이 벌어지면 사람들이 영상을 찍어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에 올린다.


부천역 조건 게이트 사태도 금방 알려졌다.

누군가 게이트 철문에 적힌 입장 조건을 확대 촬영했다.


[키 160 미만 입장 가능]

[공략 제한 시간 초과 시 게이트 폭발]

[제한 시간 : 10분]


대중이 반응했다. 영상에 댓글이 달렸다.


[조건 게이트였어? 미친. 부천역 근처에 있던 사람들 다 죽을 뻔했네.]

[나 부천 사는데 저런 거 생긴 줄도 몰랐음.]

[고마워요, 연합방위부!]


연합방위부의 평판이 올라갔다.

현장에 출동한 각성자 요원에 대해서도 관심이 쏟아졌다.


[저런 분들이 영웅이지. 멋있다.]

[국회의원보다 오조오억 배 훌륭하심.]

[ㄴ오조오억?]

[정장 입은 요원 잘 생겼네. 키도 크고.]

[여자 각성자 몸매 미쳤다. 탈동양이다.]

[ㄴ변태 새끼야 너희 남자들은 여자 가슴밖에 안 보이냐?]

[난쟁이가 게이트를 닫았는데 키 큰 사람들이 주목받네. 세상 참 더럽다.]

[ㄴ꼬우면 너도 키 크든가. 누가 키 크지 말라고 칼 들고 협박함?]


인류연합방위부의 활동은 기밀이다. 사회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정보화시대에 기밀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일반인의 사생활까지 낱낱이 폭로되는 세상이다.


각성자의 얼굴도 알음알음 알려졌다. 특히 잘 생기고 예쁜 각성자가 인기를 얻는다.

홍대 여신, 육상 여신, 골프 여신에 이어 각성자 여신.

미남 축구선수, 미남 특수부대원, 미남 각성자.

한국 사회의 외모지상주의.

몬스터에게 습격을 당하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남의 얼굴을 끊임없이 평가한다.


물론 악평도 존재한다.


[저 대머리 각성자는 인생 망했네. 아직 30대 같은데 머리털이 하나도 없어.]

[하나도 없지는 않아. 정수리 뒤로는 거뭇거뭇해. 삭발을 했나 봐.]

[아니 씨발 안 그래도 인상 더러운데 삭발까지 해? 몬스터를 협박으로 물리치나?]

[저렇게 못생긴 각성자는 밖에 안 나왔으면 좋겠음. 나라 망신임.]


못생기면 나라 망신.

인상 더러운 대머리.

하지만 민광두는 상처받지 않는다. 그는 집착을 버렸다. 남들의 시선은 관심이 없다. 대머리라고 욕을 먹어도 강해질 수만 있다면, 배신자를 처단할 수 있다면 아무래도 괜찮다.


민광두를 응원하는 댓글도 있다.


[대머리 괄시하지 마시오. 누구는 대머리가 되고 싶어서 되었소?]

[탈모는 자연의 섭리지요~]

[고연,, 놈들!! 니들은. 안 늙을 줄. 아냐?? 나중에 빈 머리통. 붙들고,,, 울지나 말어~ 이것들아!!!]


댓글 작성자의 비율을 보았다. 50대 남성이 가장 많았다. 민광두는 30대 중반이다. 그러나 그는 탈모 때문에 50대에게 응원을 받는다.

기뻐해야 하나?

세상이 대머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신단하에 관한 평가도 달렸다.


[저 키 작은 각성자 엄청 불쌍하다. 얼굴은 괜찮게 생겼는데 키가 작으니까 멋이 없네.]

[여자친구도 없을 듯.]

[하지만 키가 작아서 게이트에 들어갔죠? 임무 성공했죠? 누가 승리자죠?]

[임무는 성공. 연애는 패배.]

[씨발 몬스터가 키 큰 놈들만 다 죽여버렸으면 좋겠다. 그러면 나처럼 키 작은 사람이 인기 많아질 텐데.]


민광두가 신단하를 보았다. 신단하도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아마 댓글도 읽었을 것이다. 대중의 비난을 들었을 것이다.

그가 막내 팀원에게 물었다.


“댓글 봤냐?”


신단하가 끄덕였다.


“네.”

“상처받지 마. 댓글은 일부야. 사람들 대부분은 너에게 고마워할 거다.”

“상처 안 받아요. 키가 작은 게 잘못은 아니잖아요.”


신단하가 씨익 웃었다. 밝다. 편안하다. 그는 오늘 깔창을 빼고 출근했다. 직장 동료 모두가 신단하의 진짜 키를 알게 되었다.

159센티미터.

한국 남성의 평균키보다 15센티미터나 작다.


민광두가 마주 웃었다.


“성장했구나.”

“키는 줄었어요.”

“정신이.”

“팀장님 말씀대로 집착을 버렸어요. 그랬더니 마음이 한결 편해요. 발바닥도 편하고요. 전에는 깔창 때문에 걷기가 힘들었거든요.”

“나도 봤다. 네가 깔창을 벗고 훨훨 날아다니는 모습을.”


신단하가 물었다.


“저도 이제 강해질 수 있겠죠? 팀장님처럼요.”

“그래.”

“헤헤.”


신단하가 까까머리를 긁었다.


글래머 유소빈이 창고에서 나와 신단하의 머리통을 끌어안았다.


“이야, 우리 막내 이제 포상도 받고 승진도 하겠네. 축하파티다.”


민광두가 지적했다.


“축하파티는 여자친구랑 먼저 해야지. 요즘은 직장보다 사랑이 중요하니까.”


신단하가 씁쓸하게 고백했다.


“저 여친이랑 헤어졌어요.”


유소빈이 소리쳤다.


“왜?”

“키가 너무 작다고요.”

“원래도 작았잖아.”

“170까지는 괜찮은데 160 미만은 도저히 못 만나겠대요.”

“아아···”


유소빈이 탄식했다. 깔창을 벗으니 여자친구와 헤어진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무언가를 얻으면 다른 것을 잃는다.

민광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신단하의 어깨를 두드렸다.


“힘내라. 여자가 한국에만 있냐? 다른 나라에도 많다. 일본 여자는 평균키가 157이라더라.”


신단하가 동의했다.


“그래서 저도 일본어 공부 시작했어요. 일본 여자는 한국 여자보다 남자 키를 덜 따진대요.”

“훌륭한 국제감각이다.”

“글로벌 시대잖아요.”


두 남자가 희망회로를 돌렸다.


내선전화가 울렸다.


- 따르릉


민광두가 수화기를 들었다.


“전투지원팀 민광두입니다.”

“민 팀장, 나 국방부장관이야. 잠깐 볼 수 있겠나? 신단하 직원도 같이.”


-


민광두와 신단하가 한남동 공관촌에 도착했다.

경비가 삼엄하다. 군인이 총을 들었다. 보안 설비가 통신을 방해한다.


민광두가 경비병에게 신분증을 제출했다. 경비병이 몸을 수색한다. 가슴, 배, 다리.

머리카락은 검사하지 않는다. 어차피 없다.


“들어가십시오.”


사실 각성자가 마음만 먹으면 경비병 정도는 쉽게 제압할 수 있다. 일반인 병사는 각성자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관습은 오래 지속된다. 한국 정부는 여전히 보안 시설에 경비병을 세운다.


민광두가 저택에 들어섰다.

국방부장관이 응접실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게, 민 팀장. 신단하 직원. 바쁜데 부른 건 아니지?”

“한가합니다.”

“아무래도 남들 시선을 피하기에는 공관이 적합해서 말이야. 요즘은 카메라가 워낙 많거든.”


민광두가 물었다.


“저희가 남들 눈을 피해야 할 이유라도 있습니까?”

“시치미 안 떼도 돼. 나는 자네가 실력을 왜 숨기는지 알아.”

“무슨 말씀이신지···”

“백태준 지부장과 나는 자네의 애국심을 지켜주기로 했네.”


애국심.

국방부장관은 민광두가 승진을 거부하고 지원팀에 남은 이유를 애국심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민광두가 실력을 드러내면 인류연합방위부의 사령관이 그를 본부로 차출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국 정부에 반기를 들기 힘들다. 노먼 사령관의 요구를 꼼짝없이 따라야 한다.


진실은 다르다.

민광두는 여유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지원팀에 남았다. 조직은 유능한 직원을 마구 부린다. 무능한 직원은 내버려둔다. 상급 각성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러니 민광두는 무능한 사람으로 남아야 한다. 그는 업무 말고도 할 일이 많다.

일광욕.

등산.

해외여행.


민광두는 국방부장관의 상상력을 지켜주기로 했다.


“역시 장관님의 눈은 속일 수가 없군요. 맞습니다. 저는 애국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지부에 남아있어야 합니다. 저에게는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과연!”


국방부장관이 기뻐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민광두의 손을 붙잡고 등짝을 두드렸다. 고위 관료의 스킨십. 당황스럽다.

장관이 신단하에게 관심을 돌렸다.


“보고를 받았어. 단하 군이 이번 조건 게이트 사태를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던데. 사실인가?”


민광두가 인정했다.


“그렇습니다.”

“깔창을 벗었다고.”

“허위의식을 버리고 진실을 추구해 조건을 통과했습니다.”

“훌륭하군. 대단해.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의 콤플렉스를 공개하다니. 그 팀장에 그 팀원이야. 윗물이 맑으니 아랫물도 맑아.”


국방부장관이 칭찬을 늘어놓더니 본론을 꺼냈다.


“자네들에게 포상을 내리고 싶은데. 공식적인 포상 말고 비공식적으로 은밀하게. 우리끼리만 아는 걸로. 혹시 원하는 게 있나?”


은밀한 포상.

원한다.

민광두가 말했다.


“히드라의 피를 주십시오.”

“그게 뭐지?”

“독극물입니다. 위험물질 저장소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장관이 놀랐다.


“그걸로 뭘 하게?”

“마실 겁니다.”

“뭐라고?”


모두 경악했다.

신단하가 호소했다.


“안 돼요, 팀장님. 히드라의 피를 마시면 머리털이 다 빠져요.”


민광두가 초연하게 말했다.


“나도 알아.”

“그런데 왜···”

“그렇기 때문에 마시려는 거야.”


독은 약이다. 약은 독이다. 약물을 잘못 쓰면 독이 되고, 독극물을 적절히 사용하면 약이 된다. 방사선은 세포를 파괴하지만 암세포도 없앤다. 죽음의 물질이 암환자에게는 생명을 준다.

히드라의 피도 마찬가지다.

그 물질을 섭취하면 마나를 큰 폭으로 얻을 수 있다. 다만 부작용으로 탈모를 일으킨다.

마나 성장, 모발 쇠락.

세상에 공짜는 없다.


국방부장관이 목소리를 떨었다. 감동을 받은 듯했다.


“민광두 팀장.”

“예.”

“히드라의 피, 가져가.”

“감사합니다.”

“우리는 자네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하겠네.”


장관이 눈물을 닦았다.


-


민광두는 히드라의 피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템은 밀폐 보관함에 들어있다. 독극물이다. 유출되면 큰일이다. 독액을 흡입한 사람은 머리카락을 잃는다.


‘하지만 나는 상관없다. 가진 것이 없으니 두렵지도 않다.’


전생에서는 히드라의 피를 적군 교란용으로 사용했다. 이 물질을 적진 한복판에 뿌리면 적군이 혼비백산하여 흩어진다. 풍성충은 탈모를 두려워한다.


민광두는 대머리다.

머리카락이 줄어들수록 성장 속도는 빨라진다.

히드라의 피는 그에게 성장촉진제다.


- 푸슉


밀폐 보관함이 열린다. 공기가 안으로 들어간다. 강화유리 앰플이 구멍 위로 솟아오른다.

붉은 액체. 몬스터의 혈액. 생화학 무기.

민광두가 앰플 뚜껑을 열고 내용물을 마셨다.


- 꿀꺽


목구멍이 짜릿하다. 식도가 타는 듯하다. 독한 술을 마신 것 같다. 내장의 형태가 확인된다.

이윽고 뱃속에서 열기가 치솟았다.


“으음.”


민광두가 이를 꽉 물었다. 참아야 한다. 견딜 것이다. 고통은 그를 죽이지 못한다. 복수하지 못하고 죽는 것이 가장 큰 고통이다.

열기가 정수리에 다다랐다.


“크흑!”


두피가 따갑다. 한여름의 모래사장에 머리통을 비비는 것 같다. 혹은 겨울 바람이 머리통을 할퀴는 것 같다. 뜨겁고 차갑다.

모순.

양면성.

음양의 순환.

이윽고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다.


- 파스스


느껴진다.

모근의 죽음이.

두피의 사막화가.


메시지가 떠올랐다.


[태양광 흡수 효율 증가]

[효율 90퍼센트 달성!]


민광두는 더욱 강해졌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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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대마도 정벌(2) 24.08.09 56 5 12쪽
22 대마도 정벌(1) 24.08.08 63 4 12쪽
» 각성의 조건(3) 24.08.07 92 4 11쪽
20 각성의 조건(2) 24.08.06 92 4 13쪽
19 각성의 조건(1) 24.08.05 95 3 13쪽
18 진화의 원리(3) 24.08.04 103 3 14쪽
17 진화의 원리(2) 24.08.03 121 6 12쪽
16 진화의 원리(1) 24.08.02 129 7 12쪽
15 대머리가 음모를 숨김(3) 24.08.01 135 5 12쪽
14 대머리가 음모를 숨김(2) 24.07.31 145 7 13쪽
13 대머리가 음모를 숨김(1) +1 24.07.30 159 5 12쪽
12 태양의 후예(3) 24.07.29 154 6 13쪽
11 태양의 후예(2) 24.07.28 163 5 13쪽
10 태양의 후예(1) 24.07.27 169 6 14쪽
9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3) +1 24.07.26 182 8 13쪽
8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2) 24.07.25 192 5 13쪽
7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1) 24.07.24 211 7 14쪽
6 대머리의 힘(3) 24.07.23 228 8 12쪽
5 대머리의 힘(2) 24.07.22 232 8 12쪽
4 대머리의 힘(1) 24.07.21 264 10 11쪽
3 봉인 해제(3) 24.07.20 322 6 13쪽
2 봉인 해제(2) +1 24.07.19 359 8 13쪽
1 봉인 해제(1) +3 24.07.19 516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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