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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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따르는 혈룡대 무사는 약 50 여명으로 혈룡단 무사들 중에서도 특히 무공이 뛰어난 자(者)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의 임무 상 고수들이 아니면 이 험난한 협곡을 부지런히 넘나들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들은 화무룡의 명 한마디에 신속하게 그리고 소리 없이 뒤따랐다.
정신을 집중하고 내공심법을 운행하던 위현룡은 갑자기 인기척이 들려오므로 깜짝 놀랐다.
눈을 떠보니 어느새 적들이 원형으로 포위를 하고 있었다.
황급히 몸을 일으켜 검을 뽑아 드는데 그들 중 장창을 든 건장한 사내가 앞으로 한발자국 나오면서 호통을 쳤다.
“네 놈은 누구냐! 여기 지옥대 무사들은 모두 어떻게 된 것이고, 이 불길은 또 무엇이냐!”
장창을 들고 있는 사람의 웅혼한 기도가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는 기분이 들었다.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잔뜩 긴장을 한 위현룡은 사방을 살피면서 빠져나갈 구멍을 찾기 위해 고심했다.
상대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자 화무룡은 눈썹을 위로 치켜 뜨며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보아하니 대천마교 무사는 아닌 듯하고...그렇다고 저 놈 혼자 곽대협이 이끄는 지옥대를 격파했을 리도 없을 것이고...“
잠시 정황을 토대로 추측을 하던 화무룡은 분명 이 녀석이 이끄는 무사들이 주위 어딘가에 포진하고 있을 것이라고 결론을 지었다.
“네 놈의 잡졸들은 모두 어디로 숨어버린 것이냐?”
장창을 살짝 올려 잡고 다가오는 화무룡의 전신에서 은근한 살기가 감지되고 있었다.
위현룡은 검(劍)을 잡은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어려운 상대가 되겠구나!!)
태어나서 장창(長槍)같은 병장기와 대적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현재 무림은 검(劍)이 주를 이루고, 도(刀)가 그 뒤를 따르는 추세였다.
그러나 간혹 특이한 병장기를 가지고 싸우는 자들이 더러 있었는데, 이들 중 고수들은 극히 드물었다. 제대로 된 비급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위현룡은 무림에 장창을 쓰는 고수가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어떻게 대적해야 할지 갈피조차 잡을 수가 없었다.
(선배님이 계셨다면 많은 조언을 해 주셨을 텐데...)
상대의 얼굴이 굳어지고 있는 것을 본 화무룡은 껄껄대고 웃었다.
“싸움하기도 전에 벌써 두려운 것이냐? 싸울 때는 내 생명이 다 했다고 생각하고 싸우는 것이니라! 상대가 고수이든 하수이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비록 적이지만 그의 말이 틀린바가 없었다.
위현룡은 약간 고개를 숙여 충고에 대한 예를 차린 후 지체없이 공격해 들어갔다.
초반엔 귀혼검법의 변초식들을 기초로 선공을 취했다.
제법 빠르고 매서운 초식이 들어오므로 화무룡은 크게 찬사를 하였다.
“매우 특이하고 기민한 공격초식이로다!”
화무룡은 뒤로 일장 이상 움직여 멀리 피하더니 갑자기 기합과 함께 오른팔을 쭉 뻗었다.
“앗!”
눈앞에서 번쩍하는 광채를 보자마자 놀라 몸을 피해낸 위현룡의 어깨를 화무룡의 장창이 살짝 찢고 지나갔다.
뒤로 비틀거리다가 겨우 자세를 잡은 위현룡의 얼굴색이 검게 변했다.
왼쪽 어깨가 쓰라림에 화끈거려 왔다.
(저 먼 거리에서 순식간에 공격을 해왔다! 설마 저렇게 빠른 공격이 출수 될 줄이야!!)
화무룡과의 거리가 꽤 되기에 약간 방심을 하고 있긴 했었다.
그러나 장거리에서부터 피하기 어려운 속공을 해올 수 있다면 접근전에서의 위력은 배(倍)가 될 것이라는 사실이 위현룡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정신을 바짝 차린 위현룡은 보법으로 일정한 방위를 밟으면서 기회를 노렸다.
(기본기가 잘 잡힌 자(者)로군.)
보통내기 같았으면 어깨를 꿰뚫리거나 한쪽 팔이 찢겨나갔을 터였다.
화무룡은 위현룡의 움직임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용케 피해냈구나!! 그러나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화무룡은 그 거리에서 다시 한번 창을 앞으로 쭉 뻗었다.
먼 거리에서 장창이 구사할 수 있는 초식은 많지가 않았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위현룡은 몸을 수그리는 동시에 앞으로 시위를 떠난 활처럼 쏘아져 갔다.
그리고 가까이 붙었다고 생각되었을 때, 그의 검이 장창을 밀쳐내면서 역으로 화무룡의 오른팔을 베려했다.
고수를 상대로 매우 과감한 공격법을 행하므로 화무룡은 넋이 다 나갈 지경이었다.
위현룡은 이 공격이 매우 시기 적절하고 효과적이었다고 확신하였다.
그런데도 화무룡은 개구리처럼 위로 펄쩍 뛰어 오르더니 오른쪽 발로 자신이 내지르던 검을 힘껏 차내는 것이 아닌가.
위현룡은 하마터면 검을 놓칠 뻔했다.
손아귀가 얼얼하여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데 화무룡이 장창을 짧게 잡고 목에 위치한 천돌혈을 노려왔다.
검으로 틀어막기엔 늦은 지라 측면으로 움직여 피하려했다.
화무룡은 위현룡의 움직임을 읽자마자 장창으로 찌르려던 자세를 바꿔 회전을 하면서 넓게 반원을 그었다.
위현룡은 크게 휘둘러 오는 장창의 공세를 피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고 생각했다.
검과는 달리 긴 창의 공격 범위란 상상을 초월할 만큼 광범위했던 것이다.
위기를 모면하고자 위현룡은 땅바닥에 바짝 엎드려 겨우 피해냈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자마자 귀혼검법 본초식으로 대항을 시작했다.
소름끼치는 검성(劍聲)과 함께 위현룡의 검이 다섯 개의 환영을 만들어내자 화무룡은 기이한 표정을 지었다.
생전 처음 보는 검법 초식이었던 것이다.
귀혼검법이 엄청난 기세와 함께 화무룡의 가슴을 엄습하자 화무룡은 얼른 장창을 바람개비처럼 빙빙 돌리면서 창막(槍膜)을 형성해냈다.
창막이라는 것은 검막(劒膜)과 마찬가지로 내력을 머금은 창이 빠르게 움직여서 허공에 얇은 막을 형성시키는 것을 말한다.
다량의 내력이 혼합된 막을 뚫기 위해서는 약 두 배의 내력을 검에 주입했을 때만 가능했다.
허나 그 누가 검에 그 많은 내력을 흘려서 헛된 내력소모를 자초하겠는가.
더군다나 위현룡의 귀혼검법은 그 특성상 일정량의 내력만을 기초로 움직이는 검법이기에 내력 면에서는 밀릴 수밖에 없었다.
-쨍!.
위현룡의 검은 도로 퉁겨져 나왔다.
그때 화무룡이 광속으로 연달아 다섯 초식을 공격해왔는데, 위현룡은 제대로 막지 못해 위태한 상황까지 몰리게 되었다.
허겁지겁 검으로 방어를 하면서 뒤로 물러나자 화무룡이 돌진하듯 움직이다가 갑자기 좌각(左脚)으로 다리를 걸면서 우각(右脚)으로 위현룡의 아랫배를 힘껏 걷어찼다.
설마 장창을 움직이면서 각공(脚攻)을 할지 상상도 못했던 위현룡은 눈뜨고 멍청하게 당하고야 말았다.
‘퍽’ 소리가 나면서 위현룡의 허리가 꺾여 들어갔다.
땅바닥으로 굴러 떨어진 위현룡은 극심한 고통을 참아냈다.
고개를 들어 상대의 후속공격을 먼저 확인하는데 우연히 화무룡의 발을 보게 되었다.
가죽으로 만든 그의 신발에는 쇳조각이 붙어 있었다.
흡사 말굽과도 비슷했는데 틀린 점이라면 좀 더 넓었고 발바닥이 아닌 신발주위를 감싸고 있었던 점이었다.
그가 내력이 감긴 검을 발로 걷어찰 수 있었던 것은 저런 이유였다.
무거운 쇠를 달고 각공을 하다니 대단한 각력이 아닐 수 없었다.
(그가 익힌 창법은 단지 창만이 아닌 각공과 병행하는 것이었던가?)
위현룡은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켰다.
화무룡은 상대가 일어나자 다시 공격을 위한 자세를 취했다.
흔히 상대가 약하거나 질 기미가 보이면 강자로써 여유를 부릴 만도 한데 그는 절대 얕보지 않고 최선을 다하려 하고 있었다.
이것은 위현룡이 상대의 자만을 틈타 기습공격조차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네가 시전하고 있는 검법이 특이하구나. 어디 문파 출신이냐?
마교와 구대문파 출신은 절대 아닐 것이고...새외(塞外) 출신이냐?“
“내가 이기면 대답해 주겠소.”
위현룡이 칠전팔기로 검을 치켜세우고 달려들자 화무룡은 크게 웃었다.
“검법은 훌륭하다만... 고수들을 상대로 하기엔 위력이 많이 못 미친다. 만약 네 검법이 현재 12성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라면 너는 고수들과 대적하는 것을 포기하는 게 나을 것이다.“
귀혼검법 본초식을 연달아 다섯 번이나 몰아쳤는데도 화무룡은 긴 창의 이점을 이용하여 먼 거리에서부터 막아내고 있었다.
도저히 화무룡을 이길 재간이 없자 위현룡은 슬슬 초조해졌다.
포위망을 뚫고 도망치려 해도 엄청난 살기를 내뿜고 있는 50여명의 혈룡단 무사들은 너무나도 큰 부담이었다.
그러던 중 서쪽 방향에서 흘러오는 공기를 타고 수많은 발자국 소리들이 감지되어 왔다.
순간 화무룡의 눈동자도 그쪽으로 움직였다.
백여 명이 넘는 인원들이 지친 몸을 이끌고 어둠 속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바로 지옥대 무사들과 그의 수장인 곽뢰문이 당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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