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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駕飛) 님의 서재입니다.

귀혼환령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가비(駕飛)
작품등록일 :
2012.10.29 08:03
최근연재일 :
2020.12.20 20:55
연재수 :
2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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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07.07.15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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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글자
18쪽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12>

DUMMY

이때 위현룡은 허리에 찬 검(劒)을 풀어 적무평에게 내놓았다.


"이 검을 제게 내어주시면서 대협께서는 악인의 피만 묻히라고 당부하셨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렇게 누명을 쓰고 도피하는 지금, 이 검을 소지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돌려드리려고 합니다."


적무평은 물끄러미 검을 내려다보았다.

과거 북마교와의 전투 당시 허석문이 하사했던 검(劒).

제자와도 같던 수하들을 그곳에서 모조리 잃고, 마교를 박차고 나온 이후, 이 검은 그를 따라다니면서 무단히도 괴롭히곤 하였다.

검을 볼 때마다 전투에서 피를 뿜으며 죽어가던 수하들이 계속해서 머리 속에 떠올랐던 것이다.

이 검은 마교의 성물(聖物)이었으므로 적무평은 검에 대한 처분을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

소지하고 있을 것인가, 버릴 것인가...

그렇게 번민의 세월만 흘려보내던 차, 청성파 속가제자 위현룡을 만나게 되었고, 적무평은 미련없이 위현룡에게 검을 건네주게 되었다.

그리고 위현룡에게 검을 넘긴 후부터는 이상하리만큼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 있었다.

적무평은 위현룡이 내민 검을 슬쩍 밀어내면서 말했다.


"아직 주범을 모르는 이상 자네가 간직하고 있게나."


"하지만...이 검은 대협께서 심혈을 기울여 만드신 보검이 아닙니까? 저는 이것을 간직할만할 사람이 되지 않습니다."


"아무튼 일단 자네가 가지고 있게나. 허나 명심하게! 만약 원기종을 죽인 흉수가 자네라면 난 반드시 그 검으로 자네의 목을 칠 걸세!!"


갑자기 진지하게 변한 적무평이 위현룡을 무서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경고를 하고 있었다.

이를 보고 있던 홍후인은 소름이 쫙 끼쳤다.

무림에서 적무평의 경고는 죽음의 서막(序幕)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위현룡은 망설이지 않고 즉각 그에게서 검을 받아 들었다.


"만약 제가 주범이라면 대협께서 제 목을 치기 전에 제가 직접 제 목을 칠 것입니다!"


그의 결연한 의지를 보게된 적무평은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 기억해 두겠네!! 그런데 오른손으로 검을 잡은 것을 보니 손이 다 나았나보군...이것도 기연 덕분인가?"


자신의 오른손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는 그에게 위현룡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전 별로 기쁘지 않습니다. 전 제 오른팔보다도 더 소중한 것들을 잃고 말았으니까요..."


위현룡이 자조섞인 음성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을 적무평은 아무말없이 주시하였다.

그러다가 걱정스러운 어투로 물었다.


"그래 이제 어쩔 셈인가?"


"아직 계획해둔 것은 없습니다만...소교주가 약왕문에서 자리 잡을 때까지만 도와주고 곧장 떠나려고 합니다."


"훗날 마교가 도움을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해 본적이 없는가?"


그의 물음에 위현룡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저를 도우려다가 마교가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일입니다. 어차피 제가 저지른 일, 제가 모두 책임을 져야합니다. 설사 종국에 가서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더라도 말입니다."


위현룡이 마교에 기대서 자신의 일을 해결하려는 것으로 예측했던 적무평은 그의 용기있는 결심에 마음속으로 박수를 쳐주었다.


"잘 생각했네. 당분간 천하를 주유(周遊)하면서 기회를 엿보는 것도 나쁘진 않지..."


"그런데...적대협...저 사람들은...."


위현룡은 아까부터 적무평의 뒤쪽에서 검을 뽑아 들고 서 있는 열 명의 신원이 매우 궁금하던 차였다.

그들은 마치 적무평의 신변에 파리 한 마리도 접근하지 못하게 할 요량으로, 바짝 긴장하면서 사방경계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내 수하들일세. 아직은 무공이 일천하지만 제대로 조련만 시킨다면 빠른 시일 내에 고수의 반열로 올라설 수가 있을 거야..."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포진하고 있던 열 명의 무사들의 얼굴에서 기대와 감동의 물결이 넘쳐흘렀다.

천하의 고수 적무평을 가까이서 한번 바라보는 것 만해도 영광인데 그를 직접 모시면서 무공까지 전수 받을 수 있다니...

이것은 모든 무사들에게 있어서 기연 중에 기연이라 할 수 있었다.

이때 홍후인이 입을 열었다.


[적무평이라면...단기간 내에 저들을 고수로 만들 수가 있을 게다...어째서 그런지 아느냐? 적무평의 무공은 지하밀성의 무공처럼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가 최고 고수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천재적인 무학적 기질에서 찾아 볼 수가 있다. 예를 들어서 대적이 시작되면 그는 불필요한 초식을 제하고 가장 공격적이고 가장 적합한 초식을 찾아서 검을 휘두른다. 물론 당연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격전 속에서 냉철하게 상대의 약점이나 무공의 맥을 찾아 끊어낸 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언제나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허나 특별하게도 적무평만큼은 무학에 있어서 완벽에 가까운 인물로 평가되고 있지. 뭐...아무튼 과거에 그의 수하들이 하나같이 고수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적무평이라는 최상의 스승 곁에서 무공을 보고 배우면서 무학에 대한 깨우침을 얻었기 때문일 것이다.]


홍후인은 갑자기 귀혼환령검을 적무평이 익혔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해보았다.

아마도 과거, 현재, 미래를 통틀어 그의 무학을 넘어설 자는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에 의해 전개될 귀혼환령검법의 위력을 떠올려보자 홍후인은 갑자기 몸이 파르르 떨려왔다.


(천재적인 무학적 기질....)


이렇게 뇌까리던 위현룡은 단번에 천승비를 머리 속에 떠올렸다.

천승비 역시 작은 가르침에도 큰 깨달음을 얻어내는 사람이 아니던가.

정식제자로 올라서기 위한 비무(比武)에서도 속가제자들 중 유일하게 일대제자로 올라선 천승비.

일대제자가 되어 제대로 된 무공을 전수 받자마자 그의 무학은 승천하는 용처럼 거침이 없었다.

위현룡은 천승비가 가진 무학적 천재성이 적무평의 그것과 엇비슷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다.


"그럼 이만 가봐야겠네....어디 가 볼 때가 있어서 말야...!"


적무평의 목소리가 위현룡의 상념을 깨웠다.


"약왕문을 떠나시는 것입니까?"


"아니! 당분간은 여기서 머무를 생각이네."


"아...네....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그래 나중에 보세나!! 녹무군도 잘 있게!!"


적무평이 자취를 감추자 그의 수하인 십인(十人)도 신속하게 움직이며 뒤를 따랐다.


[뜬금없이 녹무군에게 인사라니....그나저나 저 열 명이 일개무사들 인줄 알았더니 몸놀림이 제법인데...그 동안 적무평의 가르침이라도 받은 것인가?]


사라지고 있는 그들을 보면서 홍후인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선배님말씀대로 적무평대협의 능력이 뛰어나니 저들도 금방 고수의 반열에 올라설 듯 싶습니다. 저들에게는 참으로 잘 된 일입니다."


이렇게 말하던 위현룡이 막 발길을 돌리려는 찰나, 전각 위에서 누군가가 재빠르게 뛰어 내려왔다.

갑작스런 인기척에 놀란 위현룡이 반사적으로 검을 뽑아 들었다.


"혹시나 해서 주군을 따라와 봤습니다."


앞에 서 있는 인물은 놀랍게도 녹무군이었다.


[맙소사! 이렇게 접근해 있는 데도 눈치를 못 채고 있었다니!!]


홍후인이 얼굴을 일그러트리면서 경악성을 내뱉었다.

위현룡도 홍후인의 심정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녹무군이 일신(一身)에 어느 정도의 무공을 지니고 있었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녹대협의 무공이 놀랍습니다!"

진심으로 우러난 위현룡의 찬사였다.

이에 녹무군이 정색을 하였다.


"주군! 저는 주군에게 대협이라고 불릴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니 저를 그냥 무군이라고 불러주십시오."


"허나 저는 당신의 주군이 아닙니다."


"이미 주군으로 모시기로 작정하였습니다!"


또 다시 시작되는 녹무군의 집요함에 위현룡은 난처하기 그지없었다.


[허허허, 나 원...황소고집이긴 하다만...녹무군의 무학이 이토록 고강하다면 곁에 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 싶구나...]


하지만 위현룡은 홍후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 정도의 무학을 지닌 무인이라면 자신의 수하보다는 무림에서 대협의 칭호를 들으면서 명성을 드높이는 것이 그에게 있어서 백 번, 천 번 나은 일이었다.

이 때문에 위현룡은 더더욱 이 사람을 수하로 둘 수 없다고 결심하였다.


"더 이상 나를 따라오지 마십시오!!"

일부러 냉정하게 뿌리친 위현룡은 녹무군을 뒤로하고 차가운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리고 우연하게 지나가던 허운과 허혜린을 만나게 되자 이렇게 물었다.


"녹대협 말입니다...도대체 그의 내력이 어떻게 됩니까?"


"녹무군이요? 그는 어머니의 충복이에요, 아울러 호위무사도 되지요."


허혜린의 간결한 대답에 위현룡이 재차 물었다.


"그 사실 외에 녹대협의 다른 내력이나, 약왕문에서 서열이라든지 이런 것들도 설명 해주십시오."


"글쎄요...녹무군은 좀 특별한 존재예요. 그의 무학도 그렇고....사실 약왕문에서 그에게 직접적인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굳이 있다면 저의 어머니나...문주님 정도지요. 하긴 그의 성격이 강직해서 문주님도 간혹 명령을 하는데 애를 먹기도 하지만요. 호호호"


"그럼 녹대협은 완전한 약왕문 출신입니까?"


"네 그래요. 그는 어릴 적부터 약왕문의 갖가지 약초를 복용하면서 무공을 닦아왔어요. 그의 무학적 재능에 할아버지는 그를 무척 아끼셨고, 어머니의 호위까지 맡기셨지요."


"그런데 문주께서 어째서 소교주의 모친을 호위하게 하셨지요? 호위를 해야할 만큼 모친께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입니까?"


위현룡의 이번 질문은 매우 날카로웠다.

허나 이는 허혜린도 미처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래서 잠시 생각하다가 이렇게 대답하였다.


"글쎄요...아무래도 어머니의 몸이 약하시니 가까이서 보필하라고 녹무군을 내어 준 것이 아닐까요? 사실 그 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네요...."


"아...네..."

단순히 보필을 위한 것이라면 차라리 시중을 드는 몸종이 필요할 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공이 뛰어난 녹무군이 호위했다면 필시 어떤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위현룡은 단정지었다.


"아무튼 녹무군은 현재 약왕문에서 최고 고수예요. 아시다시피 약왕문은 무력을 숭배하지 않아요. 그래서 약왕문 무사들의 무예도 그리 높지 않지요. 하지만 녹무군은 달랐어요. 약왕문 무사들도 약초를 복용하면서 무공을 쌓았는데 이상하게 녹무군만 두각을 나타내더라구요. 아마 그가 뛰어난 무사라는 증거겠지요. 그런데...위대협! 왜 갑자기 녹무군에 대해 자세히 물으시지요?"


"그냥...궁금해서 물어봤습니다."


"녹무군을 아직도 받아들이시지 않으실 건가요?"


허혜린이 슬쩍 위현룡의 마음을 떠보았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절대로 안됩니다."


"호호호, 위대협은 정말 소신이 있으세요! 하지만 이래서 제가 위대협을 좋아하는 거지요!"


갑자기 크게 웃던 허혜린은 순간 말실수를 깨닫고 얼른 입을 다물었다.

듣고 있던 위현룡도 왠지 무안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녀의 실언(失言)에 담긴 뜻이 매우 의미심장했기 때문이었다.

[허허허허...]

홍후인이 별 소리 안하고 굵은 웃음소리만 내고 있는 사이, 허운도 고개를 한쪽으로 슬쩍 돌린 채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그녀 때문에 멋쩍었던 위현룡은 황급히 인사를 하고 자리를 피했다.

허혜린은 멀어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녀의 행동을 유심히 주시하던 허운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소교주께서 위대협을 마음에 담아두고 계시는군...)


"소교주...피곤하실 텐데 들어가셔서 푹 쉬고 계십시오. 나머지 일은 제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약왕문까지 오는 동안 심신(心身)이 지쳐있었던 허혜린은 허운의 권유를 뿌리치지 않았다.


"그래야겠어요.. 참모님께서 수고를 해주세요."


** **


그녀를 내실까지 배웅한 허운은 곧바로 몇 개의 대문(大門)을 종종걸음을 쳐서 지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도천당(渡天堂)' 이라고 써 있는 현판 아래에 다다르자 비로소 걸음을 멈추었다.

대문 안쪽으로 남색기와를 얹은 사당(祠堂)이 보였다.

이 사당은 약왕문 조상들과 식솔(食率)의 위패를 모신 곳이었다.

잠시 경건한 모습을 갖춘 허운은 대문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그때 갑자기 열 명의 무사들이 앞을 가로막았다.


"적대협께서 와 계십니다."

허운은 그들이 적무평의 수하들임을 잘 알고 있었다.


"적대협을 뵙고 상의드릴 일이 있어서 잠시 온 것이니 길을 터 주시오."


정중히 부탁하는 어투에 그들은 잠시 망설였다.

그들도 마교 출신인지라 마교 내에서 허운의 인품과 명성을 모르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적무평과 관계가 돈독한 허운을 무턱대고 막아서면 적무평의 인품에 흠을 내는 불충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다.

끝내 그들은 허운에게 길을 내 주었다.

하지만 아무리 안면이 있다해도 경계는 해야겠기에 몇 사람이 허운의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누가 감히 적대협을 해할 수가 있단 말인가...)


허운은 속으로 웃음이 났지만 적무평을 생각하는 그들의 충직한 마음만큼은 대단하다고 인정해주었다.

사당 안으로 들어간 허운은 오른쪽으로 보이는 다소 호화스럽게 꾸며져 있는 작은 방에 한 남자가 고목처럼 서 있는 것을 목도하였다.

적무평이었다.

그는 매우 침울한 얼굴로 앞에 보이는 위패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위패는 바로 허혜린의 모친인 고(故) 은자연(殷姿蓮)의 위패였다.

상념에 젖은 채 아련한 회상을 더듬고 있는 모습에서 허운은 자신도 모르게 숙연해졌다.


사당 내부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짙게 내려앉았다.

허운은 그를 방해아지 않기 위해 입을 굳게 다물고 지켜보기만 하였다.

한참 후, 적무평은 어두운 얼굴로 걸어나왔다.


"아무 말도 건네지 않고 기다려 줘서 고맙소."


적무평과 나란히 걸으면서 허운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는 적대협께서 은부인을 사모하고 계셨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적무평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시인하였다.


"삼조곡 나무둥치에 '연(蓮)'을 표시하여 나를 약왕문으로 인도한 것이 허운 참모가 아니오...."


"그렇습니다. 그런데...그거 아십니까? 교주께서도 이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다."


순간 적무평이 충격을 받았는지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서버렸다.


"허교주가 알고 있었단 말이오?"


"그렇습니다. 하지만 교주께서는 적대협의 그 순수한 마음을 이해하셨습니다."


허운은 적무평의 심기를 어지럽히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허석문의 마음을 전했다.


"도대체...허교주가 어떻게 알아챘단 말이오?"


그의 물음에 허운은 잔잔한 얼굴을 하면서 대답하였다.


"잊으셨습니까? 오래 전 은부인께서 북마교에게 납치되셨던 일을 말입니다. 은부인을 구출하는 일은 매우 위험천만한 시도였습니다. 그러나 적대협께서는 교주의 결단이 떨어지기도 전에 수하들을 이끌고 은부인을 구출해오시지 않으셨습니까? 저는 그때 처음으로 적대협의 다급해하는 모습을 보았고, 은부인을 무사히 구출해오셨을 때 처음으로 적대협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


"교주께서도 그때 아시게 되셨습니다. 적대협께서 교주님의 아내인 은부인을 사모하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허석문에게만큼은 감추고 싶었던 심중(心中)을 꿰뚫린 적무평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뜸을 들이던 허운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제가 궁금한 것은 적대협께서 어찌 은부인과 인연을 맺게 되었는가 하는 것입니다. 적대협께서 마교에 투신하였을 당시엔 은부인은 약왕문에서만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적대협께서는 은부인의 얼굴조차 모를 텐데 어떻게 그리 쉽게 은부인을 찾아내서 구출하셨단 말입니까?"


허운의 예리한 질문에 적무평은 아무런 저항도 없이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


"사실...내가 은소저...아니 은부인을 처음 본 장소는 다름 아닌 이곳 약왕문에서였소이다."


"오....그렇습니까?."


뜻밖의 사실에 허운은 놀라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소. 내가 긴히 약이 하나 필요하여 약왕문을 수소문하던 때가 있었지. 허나 정확한 위치를 몰라서 약왕문 부근에서 헤매고만 있었는데 우연히 어린 소녀하나를 발견하게 되었소. 그 소녀가 바로 은부인이오. 당시 은소저는 매우 우울한 상태였는데 그 이유가 외로움 때문이라고 말하였소. 보아하니 약왕문에서 마음 편히 지내지 못하는 것 같더군. 아무튼 그때 그녀가 내게 부탁했었소. 가끔 찾아와서 말동무가 되어 주면 안되겠냐고....그 때문에 나는 남의 이목을 피해서 몰래 약왕문에 들어오곤 하였소. ."


무림에서 냉혹하고,차가운 정(情)만 지니고 있던 적무평에게 이런 면이 있을 줄 상상도 못했던 허운은 '과연 사람의 마음속은 바다보다도 깊구나.' 라고 생각하였다.


"은소저와 나는 마치 오누이처럼 지냈소. 그녀는 나를 오라버니라고 불렀지. 내 나이가 훨씬 많았기 때문이오. 그때 그녀를 호위하고 있는 젊은 무사가 녹무군이었는데...난 그 사람에게 많은 무공을 가르쳤소. 은소저의 신변을 확실하게 보호할 수 있게 말이오. 그러나 정작 그녀는 허무하게도 병사(病死)하고 말았지."


적무평의 말에는 안타까움과 슬픔이 가득 베어 있었다.


"은부인의 몸이 갑자기 약해지셨다고 들었습니다. 이곳 약왕문에서 치료받으며 살아야 할 정도로 말입니다."


어느새 그의 감정에 동화되버린 허운도 이렇게 말하며 애처로운 낯빛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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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26> +58 08.01.06 19,411 70 7쪽
15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25> +67 07.12.30 18,001 70 16쪽
15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24> +79 07.12.02 20,814 68 16쪽
15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23> +71 07.11.11 18,742 68 16쪽
15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22> +92 07.10.21 19,381 77 14쪽
15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21> +111 07.10.14 19,181 71 13쪽
15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20> +97 07.09.16 20,216 75 18쪽
15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19> +58 07.09.10 19,542 72 14쪽
15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18> +53 07.09.02 20,175 68 16쪽
15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17> +57 07.08.19 21,554 72 17쪽
15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16> +65 07.08.12 21,499 70 13쪽
14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15> +48 07.08.05 21,543 66 14쪽
14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14> +72 07.07.29 20,966 72 13쪽
14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13> +76 07.07.22 21,497 68 21쪽
»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12> +61 07.07.15 22,222 68 18쪽
14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11> +64 07.07.08 21,814 70 18쪽
14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10> +54 07.07.01 22,022 74 14쪽
14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09> +71 07.06.24 22,269 72 17쪽
14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08> +78 07.06.17 22,399 79 15쪽
14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07> +41 07.06.10 23,482 58 13쪽
14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06> +75 07.06.03 23,337 67 15쪽
13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05> +57 07.05.27 23,156 71 12쪽
13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04> +67 07.05.20 22,752 74 13쪽
13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03> +72 07.05.16 22,703 72 15쪽
13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02> +72 07.04.29 24,749 70 17쪽
13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01> +49 07.04.22 25,726 73 14쪽
13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21> +70 07.04.14 24,488 66 13쪽
13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20> +47 07.04.08 23,073 72 14쪽
13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19> +73 07.04.01 23,298 72 12쪽
13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18> +77 07.03.25 22,723 68 10쪽
13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17> +56 07.03.18 23,797 70 12쪽
12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16> +71 07.03.11 24,016 68 18쪽
12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15> +90 07.03.04 24,026 75 17쪽
12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14> +93 07.02.25 24,262 73 15쪽
12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13> +72 07.02.18 23,612 73 14쪽
12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12> +80 07.02.11 23,651 70 18쪽
12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11> +47 07.02.04 24,133 74 14쪽
12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10> +63 07.01.28 24,438 72 15쪽
12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09> +64 07.01.21 24,428 69 12쪽
12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08> +63 07.01.14 25,010 79 13쪽
12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07> +79 07.01.09 25,089 79 13쪽
11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06> +60 07.01.02 25,821 67 11쪽
11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05> +57 06.12.29 25,066 76 11쪽
11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04> +59 06.12.22 25,170 73 14쪽
11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03> +55 06.12.19 24,845 74 9쪽
11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02> +99 06.12.14 25,165 72 10쪽
11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01> +52 06.12.10 25,996 68 10쪽
11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50> +65 06.12.04 25,495 71 13쪽
11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49> +70 06.11.30 24,400 72 8쪽
11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48> +41 06.11.26 23,918 66 13쪽
11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47> +61 06.11.21 24,255 62 16쪽
10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46> +52 06.11.18 23,838 75 15쪽
10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45> +44 06.11.14 24,038 66 11쪽
10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44> +36 06.11.12 24,085 64 13쪽
10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43> +32 06.11.09 24,611 69 13쪽
10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42> +31 06.11.07 24,607 70 10쪽
10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41> +38 06.11.03 24,865 72 13쪽
10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40> +39 06.11.01 24,963 70 10쪽
10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39> +37 06.10.30 25,084 75 9쪽
10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38> +43 06.10.26 25,635 71 11쪽
10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37> +62 06.10.21 28,369 68 14쪽
9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36> +51 06.10.17 25,630 70 10쪽
9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35> +47 06.10.11 25,497 73 12쪽
9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34> +57 06.10.06 25,292 72 10쪽
9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33> +39 06.10.03 25,527 68 9쪽
9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32> +48 06.09.28 25,503 71 10쪽
9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31> +39 06.09.23 25,599 74 10쪽
9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30> +41 06.09.20 25,839 77 10쪽
9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29> +41 06.09.16 25,418 71 8쪽
9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28> +35 06.09.14 26,501 75 10쪽
9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27> +38 06.09.07 27,489 77 12쪽
8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26> +43 06.08.26 28,529 7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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