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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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부싯돌이 서로 충돌하면서 불꽃을 생산해냈다
적막한 밤 공기를 가르면서 맑은 소리가 은근히 퍼지자 보초를 서던 무사들은 토끼 마냥 귀를 쫑긋 세웠다.
-딱딱딱....
깊은 산중에 이 무슨 묘한 소리란 말인가.
그들은 이 소리가 부싯돌이 부딪히는 소리라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혹시나 떠도는 원혼들이 출현하는 소리가 아닐까 하는 상상만 하고 있었다.
위현룡은 겨우 만든 불씨 주위로 종이에 쌓인 돌멩이들을 둥글게 배치하여 한꺼번에 불이 붙을 수 있게 했다.
그리고는 불이 붙자마자 두 손을 부지런히 움직여 공중으로 힘껏 던졌다.
대천마교 무사들은 괴이한 소리에 이어 검은 하늘을 가로지르는 도깨비불까지 보게되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것들이 무엇인가...”
누군가 놀란 음성으로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 사이 불덩어리들은 유성우(流星雨)가 되어 막사위로 무지막지하게 떨어져 내렸다.
“으악!”
그제야 정신이 번쩍 난 그들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불이야!!! 막사에 불이 붙었다!!!”
막 잠자리에 들려던 무사들이 비명소리를 듣고 혼비백산하여 막사에서 튀어나왔다.
불은 순식간에 온 막사로 번져나갔다.
“불이야!!!!”
죽은 듯이 고요하던 곳에 난데없이 일대 소란이 일어났다.
“무슨 일이냐!!”
한 막사 안에서 건장한 사내 한 명이 허겁지겁 뛰어나오면서 고함을 쳤다.
“냉대협! 적의 야습인 것 같습니다. 화공으로 인해 막사에 불이 크게 번지고 있습니다!”
그의 수하 한 명이 급히 아뢰자 냉대협이라 불리던 자는 눈을 찢어질 듯 치뜨며 입을 벌린 채 다물 줄을 몰랐다.
그는 이하민 참모로부터 적의 암습은 없을 테니 매복만 하고 있다가 별도의 지시와 함께 일제히 움직여 적들을 일거에 섬멸하라는 명만 받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난데없이 기습공격이라 하니 어안이 벙벙했던 것이었다.
그는 암습을 가한 적들을 발견하고자 했으나 보이는 것은 점점 크게 치솟는 불길뿐이었다.
(빌어먹을! 식량까지 다 타버리겠다!!)
이런 생각이 들자마자 다짜고짜 소리 질렀다.
“어서 불을 꺼라!!!!”
그러나 이 깊은 산중에서 화재진압을 위한 물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을 리가 만무했다.
대천마교 무사들은 급히 나뭇가지를 꺾어 휘두르면서 불길을 잡으려 했지만 불길은 더욱 맹렬한 기세로 계속 퍼져나갈 뿐이었다.
이때 풀숲에서 검은 인영(人影)이 튀어나오더니 혼란에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무사들 사이를 스치듯 지나갔다.
“어이쿠! 나 죽는다!!”
“뭐냐!! 으악!!”
위현룡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한 녀석씩 바닥을 뒹굴었다.
“적의 공격이다!!!”
불끄느라 다급해죽겠는데 적의 공격까지 시작되자 대천마교 무사들은 도대체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암습이라는 외침을 듣고 급급히 무기를 들고 사방을 둘러보지만 적은커녕 갈팡질팡하는아군들만 즐비할 뿐이었다.
“어서 불을 꺼라!!”
“적의 공격에 대비하라!!”
이런 외침소리가 교차하는 가운데 위현룡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혼란을 이용한 암습을 계속했다.
“모두 진정하라! 혈룡단(血龍團) 일대(一隊)는 불을 끄고, 혈룡단 이대(二隊)는 전열을 갖춰 적의 암습에 저항하라!”
복잡한 상황이 점차 가라앉기 시작하자 위현룡은 누군가가 혼란에 빠진 무사들을 독려하면서 진정시키는 것을 깨달았다.
적들이 진정되고 나면 적진 깊숙이 들어가 있는 자신은 포위를 뚫지 못해 위험해질 수가 있었다.
그는 더 생각하지 않고 곧바로 적의 수장(首長)을 찾아 움직였다.
혈룡단을 이끌고 있던 대천마교 고수 냉언령은 후두에서 위협적인 강력한 기(氣)를 감지해냈다.
그 순간 직감적으로 반응한 그의 몸이 재빨리 움직이면서 검으로 틀어막았다.
-쨍!
위현룡과 그의 검이 힘차게 충돌하면서 맑은 금속성을 흘렸다.
두 사람의 눈빛이 교환되었다.
“네 놈은 누구냐!!”
“이미 주위는 포위되었으니 그만 항복하시오!”
“뭐라고!!”
냉언령은 대경실색하여 주위의 기척에 모든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러자 그 기회를 이용한 위현룡은 재빨리 귀혼검법 본초식을 이끌어 선제공격을 했다.
다섯 개의 환영이 분산되면서 시야를 어지럽히자 냉언령은 정신이 번쩍 났다.
(이 놈이 보통 고수가 아닌가 보구나!)
급히 몸을 뒤로 빼내던 냉언령은 위현룡의 선제공격을 검으로 겨우 틀어막았다.
무공수위로 따지자면 냉언령의 무공은 위현룡을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러나 이미 포위되었다는 위현룡의 거짓에 넘어가 현명한 판단과 행동을 취할 여유가
없었다. 위현룡의 공격에 반격을 못한 채 방어만 하던 그는 주위에 대고 냅다 소리 질렀다.
“모든 무사들은 공세를 취하고 적의 공격에 대비하라!”
불을 끄던 무사들까지 모두 검을 뽑아들고 전열을 갖추기 시작했다.
순간 위현룡은 냉언령의 시선이 잠시 우회하는 틈을 타고 잽싸게 몸을 빼냈다.
완벽한 포위망이 구축되기 전에 자리를 떠야 했기 때문이었다.
냉언령은 눈앞에서 위현룡이 도망치는 것을 보았으나 쫓아갈 수가 없었다.
무턱대고 쫓았다가 매복에 걸려 버린다면 일거에 전멸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사방에 불길이 거세게 일어나 모든 막사를 태우고 있는데도 냉언령은 매운 연기를 참으며 한꺼번에 몰려올 적들의 공격에만 신경을 집중시켰다.
그를 중심으로 공격태세를 갖춘 혈룡대 무사들도 냉언령의 명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저 어둠 넘어 몸을 숨기고 있을 수많은 적들을 생각하면서 그의 목덜미에는 굵은 땀방울이 흐르고 있었다.
한식경이 지나갔다.
긴장한 혈룡단 무사들의 숨소리가 찬 밤 공기를 데우는 사이, 다 타버린 막사주위로는 가끔씩 불씨만 탁탁거리며 튀고 있을 뿐이었다.
약간 이상하다고 느낀 냉언령은 신중하게 생각하더니 수하 몇 명에게 명을 내렸다.
“너희들은 주위를 조심스럽게 살피고 오너라! 적들이 발견되면 얼른 와서 내게 알려라.”
“넵!”
“그리고 너희들은 사상자를 파악 하거라!”
“존명!”
잠시 후, 일단의 수하들이 다가와 이렇게 아뢰었다..
“부상자가 수십여 명이고 사망자는 한 명도 없습니다!”
“뭐라? 적들이 암습을 가해 피해가 극심한데 사망자가 한 명도 없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냉언령은 도대체 뭐가 어찌 돌아가는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그때 주위를 수색했던 무사들이 돌아왔다.
“주위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적들이 모두 물러간 것 같습니다.”
“확실한 것이냐?”
“넵! 제가 더 넓은 범위까지 수색해보았으나 적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거야 원...”
냉언령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비규환으로 변해버린 주위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데 다른 수하가 급히 다가왔다.
“냉대협! 뭔가 좀 이상합니다. 무사들에 의하면 목격한 적은 단 한 명뿐이었다고 합니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느냐! 여기 쑥대밭이 된 것을 보아라! 단 한 명이 이렇게 만들었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느냔 말이다! 포위를 한 적들은 최소 백여 명이 넘었을 것이 분명하다!“
벌어진 참사를 바탕으로 정확한 추론을 펼쳐 보인 그는 이윽고 수하에게 명을 내렸다.
“너는 참모께 이 사실을 자세히 보고하도록 하거라. 또한 적들이 이곳까지 움직여 기습을 가했으니 어떻게 해야하는지 참모께서 하달하는 지시도 받아오너라!“
“알겠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나를 따라서 저 쪽 부근에 매복을 한다. 반드시 적들은 다시 몰려올 것이다. 이번엔 우리가 선수(先手)를 쳐야 한다!!“
** **
한편 위현룡은 그곳에서 물러나 곧장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어둠을 헤치며 바람처럼 달려가던 그는 문득 중얼거렸다.
“저곳을 지키던 수장은 물(水)에 해당하는 군.”
그는 참모 허운이 언급했던 말을 기억 속에 떠올렸다.
[전쟁에 있어서 무사들을 이끄는 자(者)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것은 크게 수(水)와 화(火)로 나뉘는데, 물이라는 것은 본시 외부의 압박이 없다면 움직이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습니다. 반면 불은 주위를 태워 없애면서 끊임없이 활동하려 듭니다. 만약 이 두 개의 성질을 바탕으로 계략을 세운다면 큰 성공을 거둘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른바 수화상극(水火相剋)의 계(計)이지요.]
위현룡은 거친 산악지형을 타고 빠르게 움직이면서 그가 언급한 말을 곰곰이 되새겨 보았다.
(참모께서는 상대의 성질에 따라서 계교에 변화를 줘야한다고 말씀하셨으니, 내 지략에 따라서 성패(成敗)가 갈릴 수도 있겠구나. 수화상극이라...요(要)는 상극(相剋)을 만들기 위해서 필히 물과 불의 두 존재가 필요하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거의 한 시진(2시간)이 지나갈 무렵 그는 경공을 멈추고 주위의 지세를 살폈다.
(참모의 말씀대로 이 근처는 무사들이 주둔하기에 좋은 지형이다.
이곳 어디에 분명 다른 일단의 대천마교 무사들이 주둔하고 있을 것이다.)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핀 그는 마침내 수많은 막사가 펼쳐있는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처음 화공을 할 수 있었던 곳과는 달리 이곳은 화공에 적합하지가 않았다.
막사들이 촘촘히 붙어있지 않은데다가 몸을 숨기며 자신이 접근 할 수 있는 곳과는 거리가 꽤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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