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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駕飛) 님의 서재입니다.

귀혼환령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가비(駕飛)
작품등록일 :
2012.10.29 08:03
최근연재일 :
2020.12.20 20:55
연재수 :
2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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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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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07.08.19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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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글자
17쪽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17>

DUMMY

서로를 노려보면서 대치하는 동안 팽팽한 긴장감이 숨막히게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담담함을 잃지 않으려는 녹무군과는 달리 은무적의 얼굴은 시시각각(時時刻刻) 변화무쌍(變化無雙)하였다.

살짝 주위의 눈치를 보던 은무적은 호기롭게 검을 뽑아들었다.

어차피 상대는 혈혈단신(孑孑單身)이 아닌가.

수적으로 우세한 마당에 머뭇거리고 있는 것도 뭐했다.


"저 놈을 당장 요절내거라!!"


책사 노독천은 문주가 너무 서두르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상황이야 어쨌든 녹무군이 저렇게 살기를 드러내고 있는 이유라도 듣고 나서 참살령(斬殺令)을 내려도 되기 때문이었다.

은무적의 명이 떨어지자마자 십여 명의 약왕문 무사들이 일제히 달려나갔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은무적까지 검을 휘두르며 협공에 가세하였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던 녹무군은 약왕문 무사들의 검공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나가면서 신속한 공방전(攻防戰)을 펼쳤다.

하지만 적들의 수가 많아서인지 녹무군은 제대로 된 공격도 한번 못 해본 채 뒷걸음질만 쳐댔다.

"그 놈을 절대로 살려둬선 안 된다!!"

예상대로 녹무군이 수세에 몰리자 은무적의 얼굴엔 화색이 만연해졌다.


그때 은무적이 공격범위 안으로 들어오기를 덫을 치며 기다리고 있던 녹무군의 신형이 전광석화처럼 움직였다.

전방으로 무사들을 보내놓고 뒤쪽에서 기회나 엿보며 암습을 감행해보려던 은무적은 갑작스런 녹무군의 공격에 기절초풍하였다.

-스윽.

살을 헤집는 듯한 소름끼치는 소리가 밤공기를 갈랐다.

은무적은 자신의 목이 달아나는 듯한 생각에 혼비백산하였지만 정작 쓰러진 것은 약왕문의 무사들이었다.

그것도 한 명도 아닌 다섯 명이나 되는 무사들이 삽시간에 피를 토하고 있었다.

(저...저 놈의 무공이 저토록 고강했단 말인가!!)

녹무군의 기세에 은무적이 움찔하는 동안 약왕문 무사들의 인생은 삶에서 죽음으로 뒤바뀌고만 있었다.

'으악!' 하는 비명소리와 함께 또 한 명이 나가자빠졌다.

앞을 막고 있던 적들을 연달아 베어 넘기던 녹무군은 더 이상 시간낭비하지 않고 은무적을 향해 보법을 밟았다.


녹무군이 무서운 기세로 다가오고 있자 은무적은 두려움에 피가 얼고 몸이 경직되는 것만 같았다. 생각 같아서는 날쌔게 피하고 반격도 하고 싶었지만 행동이 따라주질 않고 있었다.

녹무군의 날카로운 검이 은무적을 노리고 넓은 반원을 허공에 그었다.

쾌속무비(快速無比).

그의 공격에 완전히 얼이 빠져버린 은무적은 뒷걸음질을 치다가 얼떨결에 목을 뒤로 젖혔다.

순간 녹무군의 검이 그의 턱을 스치고 지나가면서 붉은 선 하나를 새겼다.

비틀대던 은무적의 턱에서 식은땀이 핏방울과 함께 섞여 뚝뚝 떨어졌다.

은무적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목덜미를 더듬었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목은 온전히 몸뚱이에 붙어 있었다.

"어....어....어서 저...저 놈을 죽여라!!"

얼굴이 하얗게 질린 은무적이 미친듯이 소리를 질러댔다.

하지만 든든하게 여겨졌던 약왕문 무사들은 모조리 죽어 너부러진 상태였다.


은무적과 노독천은 전율을 금지 못했다.

물론 녹무군의 무공이 뛰어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허나 이들 십여 명의 무사들은 약왕문에서 가장 무공이 출중했고, 평소 가늠해본 녹무군의 무공을 놓고 비교했을 때 절대로 단 시간 내에 죽음을 당할 자들이 아니었다.

"네 놈....무공을 숨기고 있었더냐?"

은무적이 몸을 부르르 떨면서 묻자 녹무군이 차갑게 대꾸하였다.

"숨긴 것이 아니라 드러낼 기회가 없었을 뿐이오."


녹무군은 저승사자가 되어 은무적에게 다가갔다.

은무적은 부들거리는 손으로 검을 움켜쥐었다.

두려움을 떨치려고 했으나 주위에 피범벅이 되어 죽어있는 수하들의 주검만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이제 죽었구나....)

이런 불길한 예감이 머리 속을 지배하기 시작하자 은무적의 사지(四肢)는 빳빳하게 굳어져만 갔다.


"도대체...네가 나에게 무슨 원한이 있어서 이러는 것이더냐!!


죽음의 기로(岐路)에 선 은무적이 마지막 발악을 해대고 있었다.


"네 놈 때문에 은부인께서 세상을 등지셨거늘 정녕 발뺌을 할 셈이더냐!"


"뭐....뭐라고...내....내가..뭐 어쨌다고 그러는 게냐! 은자연은 원래가 몸이 약해서....그래서...죽은..."


은무적이 말을 더듬거리면서 변명을 꺼내놓자 녹무군의 안광에서 섬뜩한 살기가 쏟아져 나왔다.


"닥쳐라!!! 이놈!!"


"으악!!"


녹무군이 대성일갈(大聲一喝)을 하자 그가 검을 휘두른 것으로 착각한 은무적이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면서 비명을 질렀다.

그 모습에 비릿한 조소(嘲笑)를 흘리던 녹무군은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


"네 죄값이라고 생각하거라. 죽어서 은부인을 만나게 되거든 무릎을 꿇고 손이 닳아 무뎌질 때까지 빌고 또 빌어라!"


"아이고...이보게 녹무군...도대체 왜 이러는 건가...나 좀 살려주게!!"


약왕문 문주의 체면도 다 집어던진 은무적은 녹무군의 바지가랑이를 붙잡고 울부짖었다.

하지만 녹무군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죽어라!!"

"아이고!! 나 죽는다!!"

은무적은 땅바닥에 머리를 처박은 채 두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시퍼런 검날이 은무적의 목을 끊어내기 위해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그때 갑자기 안면(顔面)으로 폭풍과도 같은 장풍이 날아 들어왔다.

깜짝 놀란 녹무군이 신속하게 검으로 쳐내고 있는 동안 은무적은 누군가에 의해 뒤로 빼돌려지고 있었다.

(적이다!!)

암습을 받은 녹무군은 검으로 온몸을 철통같이 방비하였다.

눈앞에는 어디서 나타났는지 두 사내가 음습한 기운을 풍기며 서 있었다.

주름이 잔뜩 덮인 홀쭉한 얼굴에 흉측하게 튀어나온 광대뼈가 인상적인 자들이었는데 보고 있자니 마치 마른 장작개비 두개가 세워져 있는 것만 같았다.

두 명 모두 흑의(黑衣)를 입고 있었고 전체적인 분위기도 매우 닮아있었다.

이 때문에 한 사람이 두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 착시(錯視)가 일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혹시 약왕문밖에 포진하고 있던 대막천궁 분들이십니까?"


그들에 의해 구사일생(九死一生)으로 살아난 은무적이 굽실대면서 묻고 있었다.


그러자 그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우린 적월교에서 나왔소. 약왕문 밖 대막천궁이라니? 대막천궁은 아직 당도하지도 않았을텐데..."


순간 책사 노독천이 부르짖었다.


"문주! 함정이었습니다! 녹무군이 문주를 유인하기 위해 꾸민 짓입니다!"


그제야 뭐가 어찌 돌아가는 것인지 파악을 한 은무적은 땅에 떨어진 검을 주워들고 무섭게 일갈하였다.


"네 이놈! 녹무군!! 절대로 가만두지 않겠다!! 대협들! 저 놈이 잔꾀를 부려 나를 죽이려 들었습니다. 그러니 당장 저 놈을 요절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은무적을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한번 내려다본 후, 곧바로 녹무군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당신이 녹무군인가? 듣자하니 무공이 매우 뛰어나다고 들었는데...적월교에 투신(投身)할 생각이 없소?"


그들 중 한 명이 이렇게 묻고 있자 은무적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대협께서는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 저 놈은 약왕문의...아니 적월교의 적입니다!!"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은무적이 강력하게 저항하고 나섰다.

그러자 적월교에서 나온 그들의 인상이 심하게 찡그려졌다.

그때 녹무군의 짧은 음성이 떨어졌다.


"거절하오!"

이미 예상했던 일이었는지 그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처음부터 덥석 넘어올 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모양이었다.


"새외에서 적월교가 어떤 위치인지 당신도 잘 알 것이오. 적월교는 녹대협의 명성을 더욱 드높여줄 것이며, 든든한 배경도 되어 줄 수 있소. 그러니 일신의 무학을 쓸데없이 퇴보시키지 말고 적월교같은 넓은 곳에서 마음껏 펼쳐 보이는 것이 어떻겠소?"


"거절하오!"


"거 참 고집이 세시구료. 허나..지금으로써는 그 길만이 살길이오."


"누가 죽을지는 봐야 할 것이오."


"하하하, 설마 녹무군 당신은 우리들의 명성이 당신보다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오?"


"...."


"혹시 흑포마성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소?"


"흑포마성(黑袍魔星)!!"


그들이 자랑스럽게 네 글자를 들먹이는 동안 녹무군은 물론 은무적까지 놀람을 금지 못했다.


흑포마성이라면 한때 새외에서 명성을 날렸던 두 형제를 칭하는 것이다.

형의 이름이 풍염(豊炎)이었고 동생의 이름이 풍사진(豊嗣辰)이라 했는데 처음엔 그저 풍씨형제로 불리우다가 큰 명성을 얻고 나서부터는 흑포마성이라는 별호로 대신하였다.


아무튼 갑자기 자취를 감추었던 흑포마성이 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새외에서 엄청난 화젯거리가 될 수 있겠으나, 정작 놀라운 사실은 이들이 적월교에 투신했다는 사실이었다.

왜냐하면 과거 적월교에서 흑포마성을 주살(誅殺)하기 위해 고수들을 보낸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협들께서 그 유명하신 흑포마성이셨군요. 이런 분들께서 약왕문을 방문해주시니 약왕문으로서는 대단한 영광입니다."


은무적이 갑자기 비굴한 웃음과 함께 이들의 기분을 띄우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리고 이런 노력이 효과를 발휘했는지 흑포마성은 매우 흡족한 표정을 드러냈다.


녹무군은 상상도 못했던 강적이 두 명이나 출현했으므로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고심하였다.

당장이라도 흑포마성에게 바짝 붙어 간살거리고 있는 은무적을 제거하고 싶었지만, 흑포마성이 수수방관(袖手傍觀)하고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이보시오...녹대협! 이제 그만하면 녹대협의 우직함을 충분히 보았소이다. 그러니 이제 그만 적월교로 들어오시오."


이 정도면 예의를 갖출 만큼 갖추었고 권할 만큼 권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흑포마성은 녹무군이 자신들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심 장담하였다.

그러나....


"거절하오!"


흑포마성은 끝까지 고집을 피우는 녹무군앞에서 곱게 간직했던 자존심이 모조리 추락하는 기분을 맛보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온유한 미소를 띄우고 있었던 이들의 얼굴에 검은 살기가 짙게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이제 보니 죽을 자리 살 자리도 구분 못하고 천방지축 날뛰는 미련한 작자였군...죽더라도 행여 우리들을 원망하지 마시오!"


흑포마성이 낮은 휘파람을 불자 순식간에 날카로운 병장기를 든 검은 무리들이 몰려들었다.

언뜻 보아도 오십여 명이 훌쩍 넘는 인원이었다.


"이래도 대항해보겠소? 이들은 방금 전 당신이 쉽게 죽여 없앤 그저 그런 무사들이 아니오! 아마도 협공을 당한다면 녹대협의 무공이 아무리 고강하다 한들 개죽음을 면하기 어려울 게요!"


그들의 경고 대로였다.

이 많은 적들과 공방전을 전개한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흑포마성까지 상대하게 된다면 더더욱 그러했다.

녹무군은 칼자루를 힘껏 쥐고는 은무적을 노려보았다.

흑포마성에게 육신(肉身)이 갈기갈기 찢어지든 말든 무조건 은무적만 죽여 없애버리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그러자 이런 낌새를 눈치 챈 책사 노독천이 얼른 입을 열었다.


"저 자가 노골적으로 흑포마성의 위신을 더럽히고 있으니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만약 이 사실이 새외에 소문이라도 탄다면 흑포마성 대협들의 명성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차도살인(借刀殺人)(남의 칼을 빌려 다른 사람을 죽임)이라 했던가.

노독천은 은무적을 위해 어떻게든 녹무군을 죽일 기회를 만들려 하였다.

허나 흑포마성은 마지막까지도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묻는 것이오! 녹대협! 적월교에 투신하겠소? 말겠...."


"거절하오!"


"음...."


흑포마성은 녹무군의 변함없는 결심에 혀를 끌끌 차고야 말았다.

어차피 자신이 쓰지 못한다면 남도 쓰지 못하게 해놓는 것이 후환을 대비하는 올바른 처사(處事)가 아니겠는가.

흑포마성은 한 손을 위로 쳐들었다.

그러자 포위하고 있던 오십여 명의 적월교 무사들이 일제히 공격해왔다.


녹무군은 추호도 두려운 기색 없이 몰려오는 적들 속으로 몸을 날렸다.

날카로운 병장기 소리가 밤하늘을 가르며 은근히 퍼져나갔다.

그리고 덩달아 이름 모를 무사들의 비명소리가 곡음(哭音)처럼 흘러나왔다.


녹무군의 무학은 실로 무시무시하였다.

모든 전력을 끌어올린 그가 한번 기합을 지를 때마다 적월교 무사 한 명씩 죽어 나자빠지고 있었다.

그 모습은 흡사 한 마리의 범이 수십 마리의 들개들과 싸우는 것과 같았다.

관망하던 흑포마성은 낮은 신음을 흘렸다.

이대로 싸운다면 무조건 적월교의 필승(必勝)이었다.

허나 그 대신 녹무군 하나를 죽이기 위해 들어간 손실은 막대할 것이다.


(녹무군의 실력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었군....)


적월교 교주에게 질책을 당할까 두려웠던 흑포마성의 풍염과 풍사진은 행동개시를 위한 눈짓을 주고받았다.


또 한 명을 힘겹게 베어 넘긴 녹무군의 입에서는 거친 숨소리가 새어나왔다.

무공 수위를 떠나서 단신(單身)으로 많은 적들을 상대한 다는 것은 우선 체력적으로 큰 부담이었다.

적월교 무사들은 녹무군의 무공이 의외로 고강한 것을 알게되자 초반의 자만심을 모두 버리고 집요하게 차륜전(車輪戰)만 펼쳤다.

녹무군의 체력을 고갈시켜 그 예봉(銳鋒)을 뭉그러트려 보겠다는 수작이었다.


녹무군은 문득 저만치에서 고전하는 자신을 보면서 싱글벙글하고 있는 은무적이 눈에 들어왔다.

(네 놈만큼은 절대로 살려둘 수가 없다!!)

그는 살심(殺心)을 극성으로 끌어올리면서 흐트러지는 정신을 다잡았다.

그리고 은무적을 향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접근하기 시작했다.


이때 후두(後頭)로 가공스러운 장력이 빗발쳤다.

'아차' 싶어 몸을 숙이는데 옆구리로 갈고리 같은 것이 아슬아슬하게 스쳐갔다.

풍염이 장력을 날리고 풍사진이 권각으로 공격을 해온 것이었다.


"새외에 명성이 자자하다더니 이렇게 해도 명성은 올라가는 모양이오?"


"시간이 촉박해서 말이오. 어차피 이길 꺼 시간 끌게 뭐 있단 말이오..."


녹무군의 빈정거림에 당황한 흑포마성이 조잡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적월교 무사들과 팽팽한 접전을 벌이던 상황에서 흑포마성의 가세는 단숨에 녹무군을 열세(劣勢)로 빠트렸다.

녹무군은 어떻게든 은무적을 죽이려고 노력하였으나 흑포마성의 공격을 막다보니 일방적으로 밀리기만 할뿐 은무적에게는 조금도 다가갈 수가 없었다.


"녹대협! 지금이라도 적월교에 투신하는 게 어떻겠소!! 하하하!"


완전히 기선을 잡은 흑포마성이 득의만연한 미소로 마지막 회유(懷柔)를 하고 있었다.

왠지 희롱을 당한 기분이 든 녹무군은 끓어오르는 분함을 억누르면서 악착같이 버텼다.


그때 녹무군의 뒤쪽에서 무엇인가가 빠르게 접근하고 있는 것이 포착되었다.

먼저 발견한 흑포마성의 풍염이 저게 무엇인가 싶어 안광에 힘을 주고 있는데 어느 새 눈앞으로 번쩍이는 검(劍)이 날아들고 있었다.


"으헉!"

녹무군의 측면을 공략하고 있던 풍염은 비명을 지르면서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비틀었다.

그러자 소름끼치는 검성(劒聲)과 함께 번쩍이는 다섯 개의 섬광이 그에게 바짝 따라붙었다.

갑작스런 기습에 위협을 느낀 풍염은 7할대로 유지하고 있던 전력을 극성으로 끌어올리더니 날아오는 섬광을 향해 미친듯이 쌍장(雙掌)을 움직였다.

막강한 장력이 뿜어져 나오면서 강한 폭발음을 생산시켰다.

"웬놈이냐!!!"

가까스로 적의 기습공격을 막아낸 풍염이 날카로운 음성으로 호통을 쳤다.


"주군!!!!!"


녹무군은 자신을 구하고자 앞을 막아선 사람이 위현룡인 것을 알자 벅찬 감격을 주체하지 못했다.

위현룡의 두 눈이 재빨리 녹무군을 훑다가 돌아왔다.


(늦게 움직였더라면 녹대협의 목숨이 위험할 뻔했다.)


위현룡의 출현으로 인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던 싸움은 일단 소강상태로 들어섰다.

흑포마성의 풍염은 정신을 차리고 방금 자신을 기습했던 자가 누구인지 쳐다보았다.

삼십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긴 회색 장포를 입은 사내였다.

흑포마성은 그가 들고 있는 검(劒)을 중심으로 괴이한 무형(無形)의 기(氣)가 폭사되고 있음을 느끼게 되자 왠지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음...흑포마성이구만...한때 새외에서 활동하다가 중원으로 넘어가면서 대단한 악명을 떨쳤지. 그 때문에 중원의 구대문파에 의해 무림공적으로 낙인되었고, 자신들을 쫓는 수많은 구대문파 고수들을 살상하면서 더욱 유명해진 자들이다. 허나 종국에 가서는 목숨의 위협을 느낀 나머지 돌연 행적을 감추었는데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이야....근데 흑포마성이 입고 있는 옷에 적월(赤月)이라고 수놓아져 있는 것을 보니 적월교가 이들을 보호해주고 있었던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적월교도 많이 썩어 들어가고 있는 모양이군...]


홍후인이 기가 찬 듯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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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27> +28 08.01.20 17,346 77 10쪽
16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26> +58 08.01.06 19,411 70 7쪽
15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25> +67 07.12.30 18,001 70 16쪽
15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24> +79 07.12.02 20,814 68 16쪽
15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23> +71 07.11.11 18,742 68 16쪽
15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22> +92 07.10.21 19,381 77 14쪽
15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21> +111 07.10.14 19,181 71 13쪽
15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20> +97 07.09.16 20,216 75 18쪽
15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19> +58 07.09.10 19,541 72 14쪽
15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18> +53 07.09.02 20,175 68 16쪽
»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17> +57 07.08.19 21,554 72 17쪽
15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16> +65 07.08.12 21,499 70 13쪽
14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15> +48 07.08.05 21,542 66 14쪽
14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14> +72 07.07.29 20,966 72 13쪽
14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13> +76 07.07.22 21,496 68 21쪽
14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12> +61 07.07.15 22,222 68 18쪽
14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11> +64 07.07.08 21,814 70 18쪽
14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10> +54 07.07.01 22,022 74 14쪽
14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09> +71 07.06.24 22,269 72 17쪽
14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08> +78 07.06.17 22,399 79 15쪽
14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07> +41 07.06.10 23,482 58 13쪽
14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06> +75 07.06.03 23,337 67 15쪽
13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05> +57 07.05.27 23,156 71 12쪽
13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04> +67 07.05.20 22,752 74 13쪽
13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03> +72 07.05.16 22,703 72 15쪽
13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02> +72 07.04.29 24,749 70 17쪽
13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약왕문(藥王門) <01> +49 07.04.22 25,726 73 14쪽
13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21> +70 07.04.14 24,488 66 13쪽
13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20> +47 07.04.08 23,073 72 14쪽
13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19> +73 07.04.01 23,297 72 12쪽
13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18> +77 07.03.25 22,723 68 10쪽
13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17> +56 07.03.18 23,797 70 12쪽
12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16> +71 07.03.11 24,016 68 18쪽
12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15> +90 07.03.04 24,026 75 17쪽
12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14> +93 07.02.25 24,262 73 15쪽
12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13> +72 07.02.18 23,612 73 14쪽
12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12> +80 07.02.11 23,651 70 18쪽
12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11> +47 07.02.04 24,133 74 14쪽
12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10> +63 07.01.28 24,438 72 15쪽
12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09> +64 07.01.21 24,427 69 12쪽
12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08> +63 07.01.14 25,010 79 13쪽
12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07> +79 07.01.09 25,089 79 13쪽
11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06> +60 07.01.02 25,821 67 11쪽
11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05> +57 06.12.29 25,066 76 11쪽
11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04> +59 06.12.22 25,170 73 14쪽
11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03> +55 06.12.19 24,845 74 9쪽
11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02> +99 06.12.14 25,165 72 10쪽
11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화룡점정(畵龍點睛) <01> +52 06.12.10 25,996 68 10쪽
11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50> +65 06.12.04 25,495 71 13쪽
11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49> +70 06.11.30 24,400 72 8쪽
11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48> +41 06.11.26 23,918 66 13쪽
11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47> +61 06.11.21 24,255 62 16쪽
10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46> +52 06.11.18 23,838 75 15쪽
10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45> +44 06.11.14 24,038 66 11쪽
10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44> +36 06.11.12 24,085 64 13쪽
10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43> +32 06.11.09 24,611 69 13쪽
10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42> +31 06.11.07 24,606 70 10쪽
10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41> +38 06.11.03 24,865 72 13쪽
10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40> +39 06.11.01 24,963 70 10쪽
10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39> +37 06.10.30 25,084 75 9쪽
10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38> +43 06.10.26 25,635 71 11쪽
10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37> +62 06.10.21 28,369 68 14쪽
9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36> +51 06.10.17 25,630 70 10쪽
9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35> +47 06.10.11 25,497 73 12쪽
9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34> +57 06.10.06 25,292 72 10쪽
9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33> +39 06.10.03 25,527 68 9쪽
9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32> +48 06.09.28 25,503 71 10쪽
9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31> +39 06.09.23 25,599 74 10쪽
9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30> +41 06.09.20 25,839 77 10쪽
9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29> +41 06.09.16 25,418 71 8쪽
9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28> +35 06.09.14 26,501 75 10쪽
9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27> +38 06.09.07 27,488 77 12쪽
8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 귀혼검법(鬼魂劍法) <26> +43 06.08.26 28,529 7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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