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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려은 님의 서재입니다.

라포르리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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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려은
작품등록일 :
2011.07.03 01:44
최근연재일 :
2011.07.03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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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30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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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쪽

La~port Liarta - 49장 테라의 주민들 #06

DUMMY

제 49장 테라의 주민들 #06


이른 아침이었다. 아란일행이 묵고 있는 온천휴양지 자하르의 쉼터의 입구에는 새로운 인영들이 당도해 있었다.

"우와아~! 여기가 그 유명한 '자하르의 쉼터'!"

"엣헴~! 어때? 이 몸이 힘좀 썼다능. 나 이정도면 좋은 신랑감 맞지?"

"오, 신기해요. 요즘의 인간들은 이런 커다란 휴양지를 만들어 놓고 휴식을 취하는군요."

금발청년이 콧대를 으쓱이며 동의를 구하자, 분홍빛 머리카락의 어여쁘지만 맹한 느낌의 소녀와 인형같이 생긴 자그만 초록빛 요정은 순수하게 감탄하며 신기해한다. 이들은 바로 '자하르의 쉼터'를 찾은 노스페라투 '닥터 오'와 그 일당들 이었던 것이다. 시드의 폭주를 막고 쉬하라를 달래기 위해 이 남자, '닥터 오'는 예전 제국을 순례할 때 찾은 최고급 휴양지중 하나인 곳을 방문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이봐, 요즘의 인간들이라니, 원래 뱀파이어 일족 중에서도 4대 가문 뱀파이어는 인간들 틈에 섞여 살아가는 것 아니었어?"

"그, 그게……."

쉬하라는 말하기가 곤란했는지 얼굴을 붉히고 우물쭈물한다.

"저희 리넨 가문은 그 4대가문의 보호를 받는 가문들 중 하나인지라, 벼, 별로 나가본 적이 없어요."

닥터 오의 표정이 묘하게 뻣뻣해졌다.

"……."

"……최고로 장시간동안 인간들 틈에 섞였을 때는?"

"……고, 고양이, 미미가 아랫마을로 도망갔을 때? 그, 그나마 그것도 길 어귀에서 찾았지만…."

"……."

"허허, 그럼 아예 인간을 본적이 없다는 거구만? 우리 곱게 자란 아가씨께서는……."

"죄, 죄송합니다……."

별 것 아닌데도 쉬하라는 울먹이며 사과한다. 사실 쉬하라가 인간을 본 적은 몇 번 있었다. 그녀의 가문 리넨가문만 하더라도 경영하는 와인가게나 음식점등 그 개수만 해도 열 손가락을 족히 넘었는데 그 경영자들은 죄다 인간이었으니 말이다. 허나 그녀는 그 당시 너무 어렸기에 그들이 인간인지 뱀파이어인지 알아보는 감각이 없었고, 그 뒤로 약혼자를 만나기 위한 여정과 그 뒤로 이어진 가혹한(?) 여정은 낮에 자고 밤에는 닥터 오에 쫓겨 숲을 가로지르는 여정이었기에 인간들을 볼기회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그걸 눈치 챈 닥터 오는 장난 끼가 동했는지 히죽거리며 그녀에게 속삭인다.

'그럼 이 닥터가 인간들에 대한 비밀을 하나 가르쳐 주지. 인간들은 말이야. 몸 구조가 우리 뱀파이어들과는 약간 틀려.'

'네? 네!'

쉬하라는 잔뜩 긴장한 채 닥터 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인간들 중에는 말이야. 다리가 세 개인 존재들이 있어. 그들은 뱀파이어 킬러라는 무시무시한 존재들인데 말이지.'

'다, 다리가 세 개? 히익!'

쉬하라는 그것이 거짓말인줄도 모르고 그 징그러운 모습을 상상하며 몸서리친다.

'만일 그들이 그 무기, 즉 그 가운데 다리가 말이지. 널 조준해서 맹독을 발사 한다면 말이야. 넌 그 자리에서 몸이 굳어버린뒤 한방에 즉사하는 무시무시한 맹독을 품은 무기야. 그들의 무기에 찔리지 않도록 조심해. 조금만 찔려도 넌 즉사하니깐 말이야.'

'으힉! 으아아아, 징그러워라. 인, 인간들이란 역시 제 생각대로 무, 무서운 존재들이었군요! 흐으으….'

"뭐야!? 또 쉬하라한테 이상한 장난질 치고 있죠?"

그때 마침 녹색의 작은 요정, 호문클루즈 시드가 허리에 두 손을 얹은 채 도끼눈을 뜨고 닥터 오를 질책한다. 그에 닥터 오는 깜짝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흥건해졌지만 내색하지는 않는다.

"아, 아냐~! 그냥 우리 쉬하라가 인간들과 대면하는 건 처음이라고 하기에 대충 몇 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준 것뿐이야. 그 외에 별건 없다고……."

"지인~짜 에요?"

시드의 눈매가 더욱 가늘어진다. 능글거리는 닥터 오는 전혀 신용이 가지 않았기에 시드는 고개를 돌려 쉬하라를 바라본다.

"……에에…으힉!"

그러나 그녀는 인간들의 외모를 상상하며 그 끔찍한 생김새에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몸서리를 치고 있을 뿐이었다. 시드는 석연찮은 분위기였지만 그것을 쉬하라가 동의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의심을 버렸다. 참고로 쉬하라가 상상한 인간의 모습은 눈이 세 개 달리고 다리가 세 개에, 팔이 여섯 개 달린 심각한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래서 첫 선생과 첫교육이 중요하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닌 것이다.

다음날 오후 늦게 태양이 중천을 넘어서야 아란은 방 밖을 나섰다. 루치야의 혼담이 들어왔다는 어제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 덕분에 시원하게 밤을 샜고, 동틀 녘이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새벽녘에 잠을 설친 신이 참다못해 베개로 내리쳐 '기절(?)' 시켰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만 말이다.

아란이 일어나보니 신은 밥을 먹으러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란은 방밖을 나서며 식당으로 내려간다.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작은 나뭇조각으로 된 식권은 어제 루치야의 아버지가 잔뜩 주었기 때문에 모자를 걱정은 없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사야당주는 아란일행의 편의를 봐주어 전 시설을 무료로 쓸 수 있도록 배려했다. 덕택에 신이나 다른 이들이 밤늦게까지 온천을 즐기다 들어온 것까지는 기억난다. 그리고 새벽녘에 무언가가 침울해져있는 자신을 덮쳐서 기억이 끊긴 것도, 그러나 그게다 무슨상관이란 말인가 루치야가 결혼을 한다는데……. 듣기로는 귀한 가문의 자제라니 자신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남자일 것이다. 아란은 한숨을 쉰다.

"하아……."

루치야를 지금 만나볼 용기는 나지 않는다. 루치야의 심정은 어떨까? 좋은 사람 만나는 거니까 설레일까? 세상에 루치야만큼 예쁜 소녀를 거부할 목석같은 남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만약 소녀가 싫어한 다해도, 아버지의 뜻을 그녀가 거스를 수 있을까? 그 심약한 소녀가 그럴 수 있을 리가 없다.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자신 이외의 사람과 이야기조차 제대로 나누지 못했던 소녀가 집안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는 아버지의 뜻을 거스른 다는 것은 꿈에서 조차 상상할 수 없으리라.



아란은 식당으로 내려와 식권을 지불하고 음식을 한 껏쌓아 한 귀퉁이의 빈자리에 앉았다. 시각이 점심시간을 조금 지난 시각이라 드넓은 식당에는 아란 이외 데이트를 즐기거나 가족끼리 간단하게 간식을 즐기는 몇몇 이외에는 보이지 않았다. 여름의 날씨가 후덥지근해졌으니 다들 계곡이나 호수로 놀러 나간 것 같았다. 이곳이 온천 휴양지 이기는 하나 기본적으로 계곡을 낀 휴양지 이었으므로 낮에는 시원한 계곡과 호수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꼬르륵!

앉자마자 음식냄새를 맡은 빈속이 요동친다. 아란은 자신의 처량함에 한숨을 쉬며 식기 구를 들어서 입으로 음식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와구와구!

-스윽

그때 마침 아란의 등 뒤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아란은 풀린 눈을 하고는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아본다.

"응?"

"네 녀석 여기 있었군."

하얀 카니발 가면을 쓴 신이었다. 헌데, 삼각 카우보이모자와 가면을 제외한 신은 해변에 온 듯 한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이었다. 몸에 물이 흐르는 것을 보니 휴양지에 놀러온 김에 제대로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듯 했다. 그런 모습은 또 처음 보는지라 아란은 묘한 표정을 지었지만, 신은 그에 관심 없다는 듯이 아란에게 선언한다.

"난 지금부터 씻고 '잘'테다! 이제 일어났으면 밖에 나가서 처 놀도록! 어젯밤엔 방안에서 네 놈이 낑낑 거리는 소리때문에 제대로 숙면을 취하지 못했으니 지금부터라도 숙면을 취해야겠군. 그러니 지금부터 저녁이전에 방으로 기어들어오거나 한다면 네 놈이라도 머리통에 총알을 처박아주지!"

살벌한 협박이었다. 아란은 뭔가 상당히 부조리하고 부당한 대우라고 생각했지만, 너무도 진지한 신의 말에, 더구나 반박할 힘조차 없었던 아란이었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개를 끄덕인다.

"……."

"좋아. 그렇다면 저녁때 보기로 하지. 애송이 리더! 알았다고 한 걸로 알겠어. 만일, 그런데도 방으로 기어온다면 나는 네 녀석의 용기를 칭찬하며 특별히 네 녀석의 머리통에 아까 말했던 것에서 두~발 더 박아주겠다!"

신은 왠지 의기양양한 태도로 방으로 돌아간다. 아란은 그 모습에 다시 한숨을 -푸욱 내쉰다.

"하아…."

이로써 밤까지 방에 들어가는 일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아란은 다시 접시로 시선을 떨군다.

-우걱우걱

그런데 얼마나 지났을까? 아란은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듯한 인기척에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익숙한 커다랗고 짙은 와인 빛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헉! 무, 무슨 일이지? 리?"

"저, 저, 착한 오빠."

"응?"

곰 인형(이라 쓰고 살인병기라 부른다.)을 들고서 왠지 상당히 초조해 보이는 리의 모습에서 아란은 이상함을 느꼈지만 그렇게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여, 여기! 신이 왔었다고 들었어효~! 그래서, 혹시 알고 있으면 어디로 갔는지 좀… 알려주세효."

"신? 아, 아마 방으로 돌아갔을 텐데……. 아무래도 지금 가서 신을 깨우는 것은 그렇게 좋은 생각은 아닌 것 같아."

아란은 문득 방금 전에 신이 협박한 대사가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부터 저녁이전에 방으로 기어들어오거나 한다면 네 놈이라도 머리통에 총알을 처박아주지!'

"아, 그래효? 고맙습니다아!"

그러나 아란이 만류할 새도 없이 행선지를 정한 리는 총알처럼 식당을 가로질러 사라졌다.

"아……, 지금 신을 깨우는 건 잠자는 용의 콧털을 한 움큼씩 잡아 뽑는 거랑 다를 바 없을 텐데……."

그래도 아란은 설마 신이 아무리 괴팍하다 해도 저 귀염상의 조그만 소녀를 어떻게 할 것 같지는 않았다. 둘의 사이도 많이 가까워진 것 같고 말이다. 설마 총질까지 하겠어? 아란은 문득 그렇게 생각해 버렸다. 근데 왠지 불안했다. 혼자만의 낮잠시간을 갖게 된 방금 전의 신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묘하게…….

'행복해보였었어!'

아란은 뜨악했다.



리는 조용히 주변의 사물과 동화되었다. (라고 이 작은 소녀는 생각했다.) 리는 자신의 소중한 전력인 '곰돌이군'을 안은 채로 조심조심 발소리가 나지 않도록 살금살금 움직이다 이윽고 복도를 가로질러 목표한 장소의 문 앞에 도달한다. 그곳은 바로 아란과 신의 방. 이 은발의 작은 소녀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머릿속을 맴돌고 있는 단하나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가면을 벗은 신은 과연 어떻게 생겼을까?'

그녀의 머릿속에서 악마처럼 못생긴 '성녀(?)'가 기괴한 웃음을 흘리며 비웃는 영상이 지나간다.

'분명 신의 가면 뒤에 숨겨진 얼굴은 더럽게 생긴 추남일 꺼야 오홋홋홋홋!'

'이익! 아, 아니에효!'

재수 없게 마리아의 비웃음이 선하게 그려진다. 리는 곰돌이군 을 끌어안은 팔에 힘을 주며 부정했다. 그러자 그때까지 가만히 있던 곰돌이 인형은 팔을 허우적거리며 살려달라는 듯 한 포즈를 취한다. 그걸 눈치 채지 못한 리는 마리아의 영상이 더욱더 진해질 때마다 더더욱 자신의 상상에 반감을 불태우며 더세게 죄어왔지만…….

이윽고 리는 문고리를 슬쩍 돌려본다. 방금 전 계곡 가에 다녀온 신은 씻고있을터! 그렇다면 지금이 찬스였다! 씻을 때에도 가면을 쓰는 사람은 없다는 진리를 리는 깨우치고 있었던 것이다.

문에 귀를 대보니 역시나 아니나 다를까 물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신은 씻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리는 문고리를 조심스레 돌려본다. -끼릭하며 문은 우스울 정도로 부드럽게 열렸다.

-철컥!

그러나 행운도 잠시, 문에 체인이 걸려있었다. 그래도 리는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이럴 줄 알고 (살인병기가 아닌)곰돌이군 을 데려 온 것이다.

"곰돌이군! 도와줘!"

리가 바닥에 내려놓자 왠지 모르게(?) 거품을 물고 바닥에 쓰러지던 곰돌이군은 리의 명령에 따라 비척이며 일어서 거수경례를 한다. 그리고서는 리의 주문이 알았다는 듯이 몸을 문틈으로 우겨넣은 뒤 문을 닫고 -철컥 거리며 체인을 끌러냈다.

이윽고 문이 열리자 리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방안으로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방안은 옷가지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는 모습이었다. 그렇게나 멋지던 신의 코트도 나무의자에 널려있자 단순한 빨랫감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다행히도 신은 씻는데 집중한 나머지 리의 진격을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았다. 무엇보다 큰 이유는 샤워 실을 가로막고 있는 문이 굳건하게 잠겨있었다는게 컸겠지만…….

-쏴아아!

리는 그 샤워실의 문으로 다가가 은근슬쩍 돌려본다. 리는 이것을 연 순간 신이 의아해하며 돌아보면 그의 맨 얼굴을 보고선 잽싸게 튈 생각이었다. 곰돌이군 에게는 방문을 사수하라는 특명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리는 곧 크나큰 문제에 봉착했다. 문이 열리지 않는 것이었다!

-철컥철컥!

'망했네효!'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스치고지나갔다. 이게 잠겨있으면 아무의미도 없는 것이었는데, 만약에 신이 가면을 가지고 들어갔다면 나올 때 쓰고나올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기껏 여기까지 온 것이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낙담한 리는 어깨를 늘어뜨리며 걸어 나오다 탁자위에 올려진 무언가를 보았다. 하얗고 귀신같고 아름다운(?) 그것은, 신이 항상 쓰고다니던 가!면! 이었다. 리의 와인빛 눈동자가 순간 번쩍였다. 번개같이 가면을 채어 손에 든다.

'오오, 이것이 바로…….'

신이 쓰고다니던 현자 루슬란의 작품인 가면이었다. 허나 리는 그것을 누가 만든 건지는 새똥만큼도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신의 물건이라는 것(!)이 이 작은 소녀에게는 중요했다. 가면의 뒤를 보니 부드럽지만 매끈한 재질로 마감되어있었고 그 안은 향긋하지만 이름 모를 약초냄새가 났다. 리는 무심코 가면을 써보았다. 순간, 무언가가 시원하게 자신의 얼굴을 감싸며 가면을 고정시킨다. 그리고 리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작은 소녀의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방문너머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갑자기 천둥치는 소리처럼 들리는데다 왠지 모르게 방안을 날아다니고 있는 파리날개의 주름까지 보인다.

"와아……이, 이거…… 죽이네효."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리가 그 신기한 현상에 정신을 빼앗겨있을때, 저쪽에서 철컥하고 문고리 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신이 샤워를 끝내고 나오고 있는 것이다! 리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자기가 몰래 들어와 잠잘 때도 쓰고자는 귀중한 가면을 함부로 만진 사실을 알게 되면 진짜 총알을 맞을 수도 있다! 당황해서 가면을 벗어내려하는 리, 허나 상황은 그렇게 순탄하게 흐르지 않았다. 가면이 벗겨지지 않았던 것이다.

'아악 안 돼! 살려주세효!'

리는 온힘을 다해 가면을 벗어보려했지만, 가면은 어떤 저주나 주문이라도 걸려있는지 소녀의 조그만 얼굴에 완전하게 흡착하여 떨어지지 않았다. 곧,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리는 신의 얼굴을 훔쳐 볼 새도 없이 곰돌이군의 팔을 잡은 채 냅다 튀고 말았다.

'잉잉! 죄송해효 신!'

그 뒤로 신의 분노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뭐야? 망할!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내 가면!"



아란은 지금 누군가를 조용히 주시하고 있었다. 상대는 금발머리의 묘한 느낌을 주는 남자. 휴양지에 어울리지 않게 흰 예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그는 아란이 식당에서 여기 온천으로 들어가는 입구까지 뒤를 밟게 할 만큼 수상한 남자였다. 아란은 지금 온천욕장으로 통하는 복도의 모퉁이 끝에서 몸을 숨긴 채 금발사내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는 그 입구에 서서 여기저기 살펴보며 히죽거리고 있었는데 아란은 이것이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저 남자가 연신 힐끔거리는 저 곳은 여탕의 입구일 뿐 아니라, 아란이 판단하기로 그는 위험한(?) '파렴치범' 이었으니까.

물론, 여탕 앞이 문으로 꽉 닫혀있는것이 아니라 얇은 천으로 가려져 있다고 해도 구조상 저기서 서서 힐끔거린다고 내부가 보이진 않았다. 그런데 저 남자는 보고 있기라도 하듯 히죽거리고 있었다. 아란은 저 녀석이 저기서서 여탕을 훔쳐보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아까 식당에서 본 광경이 생각났던 것이다.

아란은 밥을 다 먹은 뒤 힘없이 자신의 의자에 앉아있었다. 어느새 사람들이 하나 둘씩 들어와 식당은 반쯤 들어차 있는 상황, 그 사이에서 아란은 그 금발머리에 흰 로브를 걸친 남자를 보았다. 로브사이로 비치는 붉은 예복이 특이한 남자였다. 그는 여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처음엔 아란도 그냥 특이한 사람이구나 하고 상관하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아란은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그 남자가 슬쩍슬쩍 다른 이들과 스쳐지나가고 있었는데 그와 스쳐지나가기만 하면 장미 한 송이가 그 밑으로 툭툭 떨어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 장미를 조심스럽게 잡아 다른 손으로 옮겨 로브자락 속에 감추었다.

문제는 그가 그러한 행동을 보이는 대상들이 죄다 젊은 여자 손님들이라는 것이었고, 그것도 전부 치마를 걸친 이들이었는데, 그와 스치기 만하면 그 여자들은 뭔가에 깜짝 놀라 몸이 굳어버린 채 걸음걸이가 어색해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상하다 그런 생각을 하는 찰나 아란은 자신과 가까이서 밥을 먹다 일어나 디저트를 가지러 가던 또래 소녀가 그 남자와 스쳐지나 가는 것을 보았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그 소녀의 발밑으로 장미꽃 한 송이가 떨어졌고, 그 남자는 자연스럽게 그 장미를 주워 손에 감추려 넘겼다. 그러나 아란이 그 순간 남자의 손에서 본 것은 장미 따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분홍빛에 귀여운 무늬의…….

'여자 팬티!? 에이 설마.'

꽃으로 여자팬티를 만드는 마법사도 있나?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던 아란은 자신의 눈을 부비적거렸다. 허나, 그 남자는 아란 곁을 빠르게 스쳐지나갔고, 아란은 그게 정확하게 무엇이었는지 다시 볼 수 없었다. 아란이 고개를 갸웃하고 있는데 옆 테이블의 방금 전 장미를 낳았던(적어도 아란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소녀가 울상을 하고는 아니나 다를까 엉거주춤한 걸음으로 자신의 어머니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엄마, 이상해. 나 팬티가 없어졌어.'

순간 아란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돌아보니 그 남자는 히죽거리며 또 다른 장미를 줍고 있었다. 장미로 팬티를 만든다 생각했는데 그 반대였다! 저 망할 놈이 여자들의 팬티를 훔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서봤자 물증이 없으니 아란은 고민하다 남자를 뒤쫓기로 했다.



'와! 세상엔 별 해괴한 또라이가 다있구나!'

아란은 여탕앞에서서 히죽거리고 있는 남자의 동태를 살피며 그렇게 생각한다. 저 정도의 마법사가 자신의 마법을 여자팬티나 훔치는데 쓰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거기에 지금은 여탕 훔쳐보기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저런 변태중의 상변태가 무슨짓을 저지를지 몰랐다. 그랬기에 아란은 그 망할 변태를 따라다니며 감시하기로 결정했다. 저 변태마법사가 욕정에 굶주려 누군가를 덮치기라도 하면 당장에 달려가 저지하기 위해서 이었다. 헌데 그런 그가 서있는 자리가 이상했다. 온천욕장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들은 그가 그곳에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것 같이 그를 지나쳐 가고 있었던 것이다.

"흐흐흐, 오늘은 좋은 수입이 짭짤하군. 귀여운 팬티부터 섹쉬한 팬티까지 스무장가까이 손에 넣었으니. 역시 피규어를 만드는데 는 리얼리티가 최고지. 그러기위해선 다양한 팬티를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니, 오늘도 좋은 수확이 많았는걸? 오늘에야 말로 레나쨩 피규어를 꼭 완성 하겠다능. 후후후."

아란이 그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엿들어보니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가득했다. 마법(?)의 술식이나 그러한 쪽의 전문용어 같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저 남자가 식당에서 여자들의 팬티를 훔친 것이 확실하다는 것. 그렇게 여탕앞에서서 히죽거리던 그 남자는 갑자기 품에서 백묵을 꺼내어 벽에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좋아. 이곳은 오늘 밤에 접수해야지. 이번엔 팬티뿐 아니라 훌륭한 모델들의 바디까지 손에넣어주겠다능!"

아란은 직감했다. 저 극도로 위험한 파렴치범은 오늘 밤 저질러도 무언가 크게 저지를 것 같다고 말이다. 거기에 루치야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루치야가 오늘밤에 온천욕장을 쓰지 않는 다는 보장도 없었다. 물론 소녀에게 달려가 물어보면 될 일이지만 당장에 소녀와 대면하는 것은 아란도 용기가 나지 않았기에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것보다 어서 지금이라도 손을 쓰지 않으면! 아란은 크리사오르를 입구에 맡긴 것이 그렇게 원통할 수 없었다. 물론 요령 없는 아란과 루치야만 자신의 무기를 로비에 맡겨버렸지만…….

그래도 지금 쥐고 있는 식당에서부터 몰래 가져온 빵을 자르는 칼과 성배를 가지고는, 비록 이길 수는 없겠지만 남자와 대결하여 아란이 소란을 일으킬 수 있을 터, 그 뒤로는 경비원들에게 놈의 존재를 각인시켜 뒤쫓게 할 수 있다. 그런 마음을 먹고 아란이 왼손의 성배를 움켜쥔 채 마법사를 향해 달려 나가려는 순간……? 눈앞에 익숙한 하얀카니발가면이 튀어나왔다.

"우와아악! 신!? 어, 어떻게 여기에!?"

그러나 그것은 신이 아니었다. 그 하얀 가면은 조금 더(?) 작은 체구에 조금 더(?) 곰돌이스럽게 생긴 무기를 들고 있었던 것이다.

"어? 설마! 으엑!? 리?"

"자, 쟐섕킨 오퐈 샬려쥬세효~!"

왠지 이 작은 소녀는 지금 정상의 상태가 아닌 것 같았다.


---------------------------------------------------------------------------<계속>


작가의말

아.. 인터넷이 요소요소마다 끊겨서 피를 토하며 세번째 올립니다. 그나마 액세스기능도 막판에는 제목만 복사하는군요. 슬픕니다.ㅠㅠ
이번에는 그나마 조금(?)빨리 올렸답니다. 하하;; 그런데 다 쓰고보니 이번화는 내용이 없군요! 이럴수가;; 그래도 다 지우고 다시쓰는 것보단 올리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올립니다.
저의 부족한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제가 자주 글을 쓸 수 있는 여건이 안되다보니 저도 막 오락가락 한답니다. 여기저기 들어오는 지적도 달게 받을께요. 그럼 감사합니다. 즐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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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La~port Liarta - 49장 테라의 주민들 #07 +8 11.07.03 346 7 17쪽
» La~port Liarta - 49장 테라의 주민들 #06 +8 11.05.30 346 5 22쪽
204 La~port Liarta - 49장 테라의 주민들 #05 +8 11.05.23 342 5 19쪽
203 La~port Liarta - 49장 테라의 주민들 #04 +7 11.04.24 442 8 15쪽
202 La~port Liarta - 49장 테라의 주민들 #03 +3 11.02.11 421 7 15쪽
201 La~port Liarta - 49장 테라의 주민들 #02 +3 11.01.09 302 6 19쪽
200 La~port Liarta - 49장 테라의 주민들 #01 +5 10.12.16 364 7 19쪽
199 La~port Liarta - 48장 유리도시 라스문드 #11 +5 10.12.02 374 7 14쪽
198 La~port Liarta - 48장 유리도시 라스문드 #10 +3 10.11.12 404 7 17쪽
197 La~port Liarta - 48장 유리도시 라스문드 #09 +3 10.11.04 384 6 17쪽
196 La~port Liarta - 48장 유리도시 라스문드 #08 +4 10.10.26 369 6 16쪽
195 La~port Liarta - 48장 유리도시 라스문드 #07 +4 10.10.08 479 7 19쪽
194 La~port Liarta - 48장 유리도시 라스문드 #06 +5 10.09.27 334 7 19쪽
193 La~port Liarta - 48장 유리도시 라스문드 #05 +6 10.09.15 456 7 13쪽
192 La~port Liarta - 48장 유리도시 라스문드 #04 +4 10.09.08 428 6 15쪽
191 La~port Liarta - 48장 유리도시 라스문드 #03 +6 10.09.01 456 5 16쪽
190 La~port Liarta - 48장 유리도시 라스문드 #02 +5 10.08.24 420 5 15쪽
189 La~port Liarta - 48장 유리도시 라스문드 #01 +4 10.07.27 453 5 16쪽
188 La~port Liarta - 47장 탈출구(Road, to Escape..) #10 +4 10.07.02 431 7 13쪽
187 La~port Liarta - 47장 탈출구(Road, to Escape..) #09 +5 10.06.17 350 5 13쪽
186 La~port Liarta - 47장 탈출구(Road, to Escape..) #08 +6 10.06.03 373 3 18쪽
185 La~port Liarta - 47장 탈출구(Road, to Escape..) #07 +7 10.05.17 431 5 13쪽
184 La~port Liarta - 47장 탈출구(Road, to Escape..) #06 +3 10.05.06 431 4 15쪽
183 La~port Liarta - 47장 탈출구(Road, to Escape..) #05 +3 10.04.18 441 7 10쪽
182 La~port Liarta - 47장 탈출구(Road, to Escape..) #04 +5 10.04.10 458 4 13쪽
181 La~port Liarta - 47장 탈출구(Road, to Escape..) #03 +4 10.03.21 441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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