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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려은 님의 서재입니다.

라포르리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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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려은
작품등록일 :
2011.07.03 01:44
최근연재일 :
2011.07.03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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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08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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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port Liarta - 48장 유리도시 라스문드 #07

DUMMY

제 48장 유리도시 라스문드 #07



어느 덧 저녁노을이 라스문드의 시가지를 발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거리의 수놓는 수많은 조각상들이 그 빛에 반사되어 붉게 빛난다. 신은 대로를 따라 사야상회를 향해 걷고있었다. 주변의 사람들은 저녁 준비에 한창인지 부산히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아란이 두시간 어쩌고 한게 있긴하지만 자신이 알바 아니었다. 어차피 사야상회로부터 루치야가 부탁한 여행물품을 구하는 일은 아무리 빨라봐야 내일 이후 일것이라고 들어둔 터였다.

신은 지금 방탄코트대신 가죽재킷을 입고있는 중이었다. 왼팔도 저릿하긴 하지만 어느정도 쓸 수있는것 같아 고정부목을 풀어버리고 재킷안으로 붕대만 감아놓았다. 만드라고라의 부작용은 무서울정도로 자신의 상처 부위를 치유해나가고 있었다. 이것은 상처 부위의 시간을 빠르게 돌리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슈트라우스 노인은 경고했다.

"불을 향해 달려드는 부나방은 오히려 나일지도 모르지……."

마치 자신이 괴물같다고 생각하며 신은 자조적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슈트라우스 노인은 망가진 방탄코트와 오토리로더, 여기저기 균열이간 엄브렐러를 손봐주기로 했다. 신은 그에게 일정한 댓가를 주는 대신 새로운 탄환까지 공급 받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선 용병길드에 맡겨둔 몇개의 금괴를 찾아와야 했기에 일단 일행들에게 통보하기위해 사야상회로 가야만했던 것이다.

그런 신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것이 있었다. 군중들 사이에서도 한눈에 확띄는 존재. 검은 고딕드레스에 검은 베일로 얼굴을 가린 금발의 귀부인이 신의 앞에서 수행원들로 보이는 두 명의 사내와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 수행원들은 특이하게도 한 명은 하얀 수트와 베일을, 한 명은 온통 검은 복색으로 얼굴까지 가리고 있어 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시선을 모으는 독특한 이들 이었다. 그리고 신은 그 가운데 그녀의 정체를 한눈에 알아보고는 흠칫했다.

'저 여자는……?'

그런데 그녀도 자신을 알아보았는지 이쪽을 쳐다보고는 싱긋 웃는다. 신은 홀린 듯 그녀에게로 다가가며 의문이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넌……?"

그러자 그녀의 옆을 지키던 하얀 옷의 사내가 신을 막으며 밀치려했다. 그때 귀부인의 입이 열리며 은은하지만 날카롭게 벼려진 것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만! 아는 사람이에요. 스펙터."

"……."

귀부인의 말에 스펙터라 불린 하얀 사내는 옆으로 물러났다. 신은 그런 그녀를 똑바로 내려다보며 재차 말한다.

"역시, 너로군."

"그래요. 아직 날 기억 하고 있군요."

신의 말에 베일을 쓴 그녀가 고개를 들어 신을 보며 씨익 웃어보였다. 그녀의 붉게 칠한 요염한 입술이 아슬하게 곡선을 그린다. 뭇 남성들이 보았다면 애간장이 다 녹아버렸을 것 같은 미소. 그러나 신은 눈빛하나 흔들리지 않고 그녀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어떻게 된거지? 이전보다 아주 잘~지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호호호~ 그 멍청한 가면에 혼자 잘났다는 듯한 말투는 고쳐지지 않는군요. 뭐 어찌되었건 당신과는 상관없지 않나요?"

"후우, 그건 그렇군. 당신이 이렇게 있는 것, 카론은 알고있나?"

신이 '카론'이라는 이름을 꺼내자 그녀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팍하고 일그러졌다. 하지만 목소리는 평정을 가장한 지극히 가는 목소리였다.

"하아, 불쾌하군요. 감히 제 앞에서 그 자의 이름을 꺼내들다니…."

"…흥, 모르는 모양이군. 그에 대해 들은 것은 있나?"

"절 배신한 이에 대한 것 따윈 알고싶지 않군요. 그것보단 당신에 대한 것은 어때요? '배덕의 탄환'?"

"큿!"

배덕의 탄환 이라는 말에 그렇게 바위산처럼 흔들림 없던 신이 처음으로 흠칫하며 물러난다. 그에 득의의 미소를 짓고있던 귀부인은 다시 고혹적인 입술을 열어 천천히 한 단어씩 신을 향해 내뱉는다.

"기사였던 자가 자신의 맹세와 의무를 내팽개치고 오로지 살인을 위한 기계가 되어 주인을 살해하고 도망간 이야기는 천녀도 알 정도로 유명하거든요. 후후?"

"너 이 자식!"

순간 신의 눈빛이 분노로 강렬하게 폭사되어 나왔다.

-파칭! 채앵!

그러자 귀부인의 양 옆을 지키고있던 하얀 사내, 스펙터와 검은 사내가 자신의 무기를 순식간에 뽑아들어 신을 귀부인에게서 제지한다. 보랏빛에 기괴하게 생긴 검과 날카로운 기형 날이 인상적인 차크람 같은 무기가 신을 위협한다. 신도 그에 맞춰 슈트라우스에게 아직 부탁하지 않아 남아있던 한 정의 엄브렐러를 재킷의 품에서 꺼내 귀부인의 미간을 정확하게 겨누었다. 귀부인은 조금은 놀랐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그래도 아직 실력은 녹슬지 않았군요."

"후후후, 역린을 정확하게 후벼파는 그 망할 주둥이는 오히려 더 강도가 세진 것 같은데?"

네 명의 기묘한 대치가 시선을 끌었던지 주변의 시선들이 하나 둘씩 그들을 향하기 시작했다. 주변의 눈이 많다고 인식한 귀부인은 부드럽게 웃으며 신의 총구를 슬쩍 피한다.

"여긴 눈이 많아서 당신을 죽이기에는 알맞은 장소가 아닌 것 같군요."

"흥, 날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이런 장승 두 녀석을 가지고?"

"아뇨, 당신은 제가 직접 죽일 수도 있죠."

신은 씨익 웃으며 그렇게 말하는 그녀에게서 오싹한 느낌을 받았다. 허풍인가 아니면 진짜로 그녀는 그런 힘을 얻은 것인가. 그녀의 눈빛을 보았을때는 그녀는 오로지 진실만 말하고 있다. 신은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신이 그렇게 총구를 내리자 귀부인을 위시한 두 명의 수행원들은 신을 지나쳐 걸어가기 시작했다.

"가죠. 스펙터, 데몬하이란!"

"이봐…!"

신이 갑자기 돌아서 무슨 말을 하려했지만 귀부인은 그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이만 바빠서 가보겠어요. 그대의 앞길에 무훈이 가득하기를…. 하지만 옛정을 생각해서 충고를 하자면 '성배'근처에는 가지 않는 것이 좋을 거예요. 항상 피냄새가 가득할테니까. 호호홋."

"잠깐!"

그러나 금발의 귀부인은 들은체 만채 하며 자신의 발걸음을 재촉할 뿐이었다. 신은 그런 그들을 뒤쫓을 수 없었다. 그녀의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그에게 오싹한 느낌을 주었던 것이다. 예전에 알고 있던 그녀의 모습이 아니었다. 좀더 퇴폐적이고 사악하다고 할만한 분위기가 그녀의 몸에서 느껴졌다.

'도대체 당신 그 동안 무슨일을 당한거지. 엘리자베스……!?'

신은 떠오르는 의문을 눌러 참으며 자신의 한 정의 엄브렐러를 다시 재킷 안쪽에 갈무리하고 사야상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아란 일행은 사야 상회에 도착해서 한숨을 돌렸다. 기사단이 자신들을 쫓고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아란과 이노가 기사들을 두들겨 팬일은 보통일이 아닌지라 일단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 여겼기에 여기까지 도망 왔던 것이다. 물론 제발 저린 결과였지만 다들 그에 못마땅한 건 어쩔 수 없었나보다.

"난 이해가 안돼. 어째서 이 망할 꼬맹이 때문에 우리가 기사들을 보고 도망치지 않으면 안되는 거냐고!"

"전 이해가 되효. 역시 마음씨는 생긴거에 비례한다는 말이 딱 와닿거든효."

"뭐야. 무슨뜻이야 그게?"

"휴우~! 역시 못생긴건 용서가 되도 무식에는 장사가 없어효!"

"뭐라고!?"

마리아와 리는 틈만 나면 다투었다. 둘은 오늘 처음 본 사이주제에 완벽한 상극이었나보다. 아이비와 이노는 그런데, 그게 그렇게나 웃긴지 둘이 싸움만 붙으면 옆에서 키득거리느라 정신을 못차렸다. 아란은 하아 하고 깊은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야상회의 지부장 라르슨씨가 나와 일행을 안내했다.

"기다리고있었습니다. 아가씨께서 응접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 네 벌써 저녁시간이군요. 혹시 저희 일행의 준비상황은 어떻게 되는지 알수 있을까요?"

"음, 준비는 빨라도 내일까지는 걸릴거라고 생각합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저희야 이렇게 준비를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거기에 새 마차까지 내준다면 더 감사할텐데~!"

"그러게말이야."

"난 넓은 마차가 좋더라."

"……."

물에 빠진사람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란다. 이노와 아이비가 한마디씩하자 아란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돌아본다.

"양심좀 챙기세요들!"

"해본 소리야. 후후."

아란일행은 지부장 라르슨의 안내를 받아 응접실로 안내 되었다. 상회의 건물안에는 상회 사람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작지않은 건물 한채가 연결되어있었는데 저택만큼 크진 않았지만 당주가 머물 수 있을정도로 작지않은 건물이었다. 그 복도를 걸으며 일행은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구경한다. 그렇게 화려하거나 웅장한 곳은 아니었지만 매끈하고 실용적으로 지어진 편리한 구조의 집이었다. 루치야가 물주니 뭐니 하면서 부자 소리만 들었지 실제로 보는것은 처음인 마리아와 아이비는 연신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느라 정신 없다.

"루치야가 부자긴 부자인 모양이야. 햐아~!"

"흥, 난 관심없어. 우리 아란은 루치야의 돈따위에 홀린게 아니니까. 게다가 나도 추종자들이라면 지지 않아! 분명 나에게 찬스는 있어!"

"하하, 과연 그럴까? 너 아란과 맺어지는 순간 그걸로 도망자 신세가 될텐데? 너 이마빡에 '이단'마크 찍혀봤냐?"

"아, 아니 큿!"

아이비의 짖궂은 농담에 아랫입술을 깨무는 마리아, 그건 자신이 생각해봐도 좀 끔찍한거 같긴 했나보다. 아이비는 그걸보며 키득거리다 고개를 돌려 라르슨을 툭툭친다.

"이봐요 아저씨."

"네, 말씀하시죠."

"사야 상회라면 제국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상단이잖아요? 그럼 이런 거점이 도대체 몇개나 있다는 거에요?"

아이비의 질문에 라르슨은 곰곰히 생각을 해보더니 웃으며 말한다.

"서부지부만 총 12군데의 거점이 있군요. 물론 이보다 더 좋은 거점도 더 좋지않은 거점도 있긴하지만, 대부분 도시 규모에 따라 다르지요. 웬만한 중소도시 이상에는 다 하나씩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익!? 그럼 제국 전체만 놓고 보면 도대체 몇개라는 소리야? 못해도 이런 건물이 40채는 넘는 다는 말이잖아?"

"우와~! 뭐야? 루치야가 그렇게 부자였던거야?"

"흠? 건물 많으면 부자에효?"

사야상회의 어마어마한 규모에 깜짝놀라는 마리아와 아이비, 그에 리마저 호기심을 보이며 묻자 이노가 다그친다.

"아니, 마음이 부자여야 진짜 부자지."

"아니 마음은 부질없고 돈말이에효. 많으면 부자 잖아효? 건물이 비싸니까 부자인 거에효?"

"……."

리의 너무나도 조숙한 말에 이노는 할말을 잃었다. 평소의 자신답지 않게 평범해보이는 말을 하려 했으나 오히려 자신이 리에게 당한 기분이다. 자신의 어린시절을 보는 것 같기도해서 왠지 빈정이 상한 이노는 대답하지 않는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리는 머리위로 연신 물음표를 띄우며 이노를 바라봤지만 소녀는 이노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고개를 갸웃 했을 뿐.

그리고 일행은 한참을 더 걸었다. 응접실로 가는 복도에 들어서자 아란이 넌지시 묻는다.

"저 혹시, 이번에 온 루치야와 아는 남자는 대체 누구죠?"

"아, 유리히공 말인가요?"

아란은 계속 루치야에게 추근덕거리는 그 금발 남자가 신경쓰였나보다. 하긴 속으로 좋아하는 여자애에게 그것도 사람 낯가리기로 하얀호수마을에서도 유명한 루치야에게 남자가 생겼다니 아란도 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으리라. 궁금하지 않으면 사람이 아닐 것이다.

"글쎄요. 저도 잘은 모르겠군요. 그저 당주님과 인연이 있는 분 같던데 전 아가씨가 내성적인 성격이라 들었는데 저분과 있는 걸 보니 제가 잘못 들은게 아닌가 생각 했었죠. 잘어울리시지 않나요? 상당히 잘생긴데다 실력있는 궁사라고 들어서요. 아가씨의 남편감으로 딱이지 않은가 여겼었죠."

-쿠궁!

아란에게 한방 먹이는 한마디, 뭐라고 남편감?

"그쵸? 둘이 잘어울리죠? 루치야라면 저런 금발 남자와 맺어지는게 맞겠죠? 우와! 루치야 무지무지 부럽다. 저렇게 잘생긴남자랑 결혼도 하고, 돈도많은데 남편감도 정해져있나보네. 우리 아란 불쌍해서 어떻게 해."

"……."

아란이 멍해진 틈을타 마리아가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다시 들러붙기시작했다. 불난집에 대포로 포격하는 마리아의 한마디 한마디에 아란은 혼이 나갈 지경이 되었다. 마리아는 이틈이다 싶었는지 아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자기만 믿으란 듯한 최면 아닌 최면을 걸고있었다.

"괜찮아. 아란 내가있잖아. 나 제도가서 대충 성스러운 짓좀 하다가 적당한 애 찾아서 바꿔치기 해놓고 우리 같이 도망치자. 후후, 루치야 따윈 잊어버려. 자기 사랑찾아간다는데 말리는 것도 우습잖아?"

"나대지 마효. 못난이!"

그러나 태클은 자신의 뒤편에서 날라왔다.

"뭐라고? 이 은색 콩딱지가?"

"우리 평범한 오빠 괴롭히지 말아효. 역시 금발머리 치고 정상인이 없다는 말이 딱 맞았어효! 설마 염색한 건가효?"

"뭐시라? 내 금발은 백금발이야! 자연산이라고!"

다시 싸움박질이 시작되었다. 아란이 심란해진 상황에서 넋놓고 있자 둘사이서 곤란해진건 라르슨이었다. 아이비는 여기저기 구경하느라 바빴고, 이노는 여기에 들어올때부터 뭔가에 긴장이 되는지 묵묵하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루치야와 유리히라 불린 남자가 응접실에서 나왔다. 아란은 덜컥 가슴께가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루치야는 샤워도 끝내고 옷도 갈아입었는지 귀여운 경장을 입고있었는데 그게 또 말끔한 용병수트를 차려입은 유리히라는 남자와 너무도 잘어울려 아란은 차마 심란한 마음을 정리할 수 없었다.

그와 같이 응접실에서 나온 루치야는 만면에 미소를 띄고있었다. 저렇게 기뻐하는 루치야를 최근들어 본적이 있던가. 아란은 자기도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 유리히라는 남자, 금발에 얼굴도 잘생긴데다 키도 늘씬하게 크고 적당한 근육에, 게다가 상당한 수준의 궁술의 소유자라고 했던가.

성배로 인해 엉터리로 힘을 얻은 자신과는 비교도 되지않는 조건이다. 루치야가 혹 할만 하다고 여겼다. 이런 아란의 타들어가는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루치야는 밝아진 얼굴로 일행에게 유리히를 소개했다.

"어? 이제야 왔어요, 다들? 아, 소개할께요. 이쪽은 유리히씨. 제 오랜 친구이자 스승님의 둘도 없는 친구세요."

"여, 반갑군요. 모두다, 루치야에겐 얘기 많이 들었어요. 다들 놀라운 실력의 소유자라고 들었는데, 이렇게 상당한 미인들일 줄이야. 이거 만나게 되서 적지않은 영광인데요?"

"아하하! 별말씀을…."

"호, 역시 보는 눈은 있어가지고…."

타들어가는 아란의 속도 모르고 간단한 칭찬에 홀라당넘어가는 동료들을 보고있자니 아란은 다시한번 서글퍼진다.

"아, 물론 내 눈에 비치는 가장 미인은 바로 루치야 너야. 하하!"

"아! 뭐에요~! 놀리지 마세요. 유리히!"

루치야는 얼굴이 빨개져서 유리히를 타박한다. 그게 또 연인들의 사랑놀음 같아보여 다시한번 아란의 심장을 후벼파고있었다. 마리아와 아이비는 그걸 보고 자기들끼리 예상이 진짜 일지도 모른다며 뒤에서 수군댄다. 루치야는 일행들을 응접실로 안내한다.

"자, 그럼 저녁준비가 되는 동안 응접실에서 기다려요. 라르슨 아저씨, 다되면 불러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아가씨."

라르슨이 물러가자 루치야는 일행을 이끌었다.

"그럼 갈까요? 유리히, 저녁은 먹고 가실꺼죠?"

"음, 그럴까?"

'안돼, 안돼, 안돼!'

아란의 간절한 외침이었다. 허나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러지 뭐 내 상관이라면 나없다고 혼자서 밥 굶고 다닐만한 사람은 아니니까."

-쿠궁!

"풋, 재미있는 사람 밑에서 일하시나봐요."

아란은 절망했다. 이런 지옥같은 시간이 저녁시간 내내 이어진다고? 이것보다 더한고문이 있을까? 하지만 아란의 바람은 의도치 않게 이뤄졌다.

"안됐지만, 유리히공. 그대의 상관은 오늘 저녁식사때 그대의 낯짝을 보고싶어하십니다."

갑자기 나타난 목소리에 아란일행은 어리둥절해졌다. 그는 언제부터 있었는지, 아란과 유리히 사이에 홀연히 나타나 있었다. 흰색 수트와 흰색 망토에 얼굴에는 베일을 쓰고있는 남자였다. 유리히는 낙담했는지 뚱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연다.

"하아, 스펙터인가? 백영(白影)같은 기술을 나같은 악동 단속하는데 쓰지말라고. 나도모르게 '에르메키아'가 날아갈 수 있으니까 말이야."

"…후, 어디한번 해보시지요. 신궁나리, 어찌되었건, 흑성녀께서 당신을 호출 하셨습니다. 함께가주셔야 겠습니다."

"알겠어. 아, 루치야, 여러분 미안해요. 같이 저녁을 함께하며 여러분의 무용담 듣고싶었는데, 허나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아, 가시는 거에요?"

루치야가 아쉬운 말투로 그를 잡으려하자, 그때까지 가만히 있던 아란이 벌떡 소리친다.

"아! 네 반가웠습니다. 유리히씨. 바쁘시다면 어쩔 수 없죠. 루치야, 유리히씨는 바쁘시대. 어쩔 수가 없잖아? 바쁘신분 잡는 건 실례라고 루치야."

"아, 그렇구나. 그럼 다음에 봐요, 유리히."

"다음에 볼때는 숙녀가 되야 한단다, 그래야 나한테 시집오지. 하하하!"

"아, 무슨소리를 하는거에요!? 유리히!"

유리히가 넉살좋게 인사하고 복도를 가로질러 나가자, 스펙터라 불린 정체불명의 사내도 루치야에게 목례하며 뒤로 돌아 아란을 지나쳐 갔다.

"후후…."

그가 아주 잠깐이지만 아란을 향해 웃음을 흘렸다. 유리히때문에 정신이 없는 아란이었지만, 그것만은 느꼈다. 아란의 눈동자 순식간에 커졌다. 이 느낌은? 그만큼 그의 분위기는 아란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옆에서 중얼거리는 이노의 말이 아란의 뇌리를 강타했다.

"유리히라, 설마 저녀석이 신궁 유리히 도나하는 아니겠지? 리전 오브 판톰에서 기사놀이를 하고 있다고 듣긴 했지만, 놈들이 이곳에 있을리가, 동명이인인가?

'신궁 유리히!'

자신은 왜 미처 그의 이름을 생각해내지 못했던 건가. 어렸을때 읽었던 기사무용담에서는 항상 어린 신궁의 이야기가 마음속에 남아있었다. 아란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한다. 리전 오브 판톰, 드래곤 슬레이어 루카스 크리슈나단, 하이드로 드라이브 아비게일 헨보르튼, 신궁 유리히 도나하. 리전 오브 판톰이 이 곳 라스문드에 온 것은 이제 분명해졌다. 그렇다면 그들의 목적은 대체 무엇인가. 새로운 고민들에 아란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계속>


하아 이번화는 좀 늦었네요..ㅠㅠ 사죄의 마음으로 보통의 1.5배 분량~! 연참아닌 연참입니다^^;;


이제 슬슬 떡밥들이 모이기 시작하는군요. 그럼 다음 화도 기대해주세요^^;;


다음화는 좀 빠를지도 모르겠네요.~!


(추신: 혹시 댓글에 영어와 이상한 도메인 주소만 잔뜩적힌 녀석의 정체를 아시는 분은 좀 가르쳐주세요;; 없애는데 애먹고 있답니다...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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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41 키온
    작성일
    10.10.08 14:00
    No. 1
  • 작성자
    Lv.5 슬라임베스
    작성일
    10.10.08 14:13
    No. 2

    어라, 저 여인은 전에 공녀님이랑 싸웠던 그들인가요?
    그리고 이제 슬슬 신의 과거 떡밥도 좀 나오고….
    그런데 흑성녀가 유리히를 부르니 <리전 오브 판톰>은 적일까요? …발릴 것 같은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9 검은백합
    작성일
    10.10.08 21:36
    No. 3

    역시 주인공은 굴려야 제맛!
    그리고 아란 너도 강해질테니 너무 걱정은 하지마렴 (강하게 해주시겠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월하려은
    작성일
    10.10.26 15:10
    No. 4

    키온 님 네 건필입니다^^

    슬라임베스 님 네 정답입니다^^ 흑성녀일행이죠. 신도 이제 슬슬 과거사가 까발려질때가 된거 같더군요. '리전오브판톰'은 레기온연합의 기사단이니 제국측인 아란에게는 당연히 적이 되겠죠?

    blacksaga 님 역시 주인공은 굴려야 제맛입니다. 그쵸? ㅋㅋ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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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La~port Liarta - 48장 유리도시 라스문드 #08 +4 10.10.26 373 6 16쪽
» La~port Liarta - 48장 유리도시 라스문드 #07 +4 10.10.08 484 7 19쪽
194 La~port Liarta - 48장 유리도시 라스문드 #06 +5 10.09.27 336 7 19쪽
193 La~port Liarta - 48장 유리도시 라스문드 #05 +6 10.09.15 458 7 13쪽
192 La~port Liarta - 48장 유리도시 라스문드 #04 +4 10.09.08 429 6 15쪽
191 La~port Liarta - 48장 유리도시 라스문드 #03 +6 10.09.01 460 5 16쪽
190 La~port Liarta - 48장 유리도시 라스문드 #02 +5 10.08.24 424 5 15쪽
189 La~port Liarta - 48장 유리도시 라스문드 #01 +4 10.07.27 455 5 16쪽
188 La~port Liarta - 47장 탈출구(Road, to Escape..) #10 +4 10.07.02 435 7 13쪽
187 La~port Liarta - 47장 탈출구(Road, to Escape..) #09 +5 10.06.17 354 5 13쪽
186 La~port Liarta - 47장 탈출구(Road, to Escape..) #08 +6 10.06.03 379 3 18쪽
185 La~port Liarta - 47장 탈출구(Road, to Escape..) #07 +7 10.05.17 435 5 13쪽
184 La~port Liarta - 47장 탈출구(Road, to Escape..) #06 +3 10.05.06 438 4 15쪽
183 La~port Liarta - 47장 탈출구(Road, to Escape..) #05 +3 10.04.18 442 7 10쪽
182 La~port Liarta - 47장 탈출구(Road, to Escape..) #04 +5 10.04.10 462 4 13쪽
181 La~port Liarta - 47장 탈출구(Road, to Escape..) #03 +4 10.03.21 447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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