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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l************ 님의 서재입니다.

제로원 하우스

웹소설 > 일반연재 > 드라마, 현대판타지

완결

rlaalstn719173
작품등록일 :
2021.01.31 19:03
최근연재일 :
2021.03.16 06: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1,915
추천수 :
10
글자수 :
196,833

작성
21.03.03 07:32
조회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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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20쪽

제로원 하우스 30화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DUMMY

해가 지자 여섯 명은 해변가에 모여 앉았다.

한낮의 열기가 장렬 했던만큼 바닷바람은 차고 상쾌했다.

하지만 낮과는 뭔가 분위기가 달랐다.

바로 소영이의 표정이 어두웠기 때문이었다.


저녁을 먹을 때부터 소영이 눈치를 보느라 배불리 먹지도 못한 창배였다.

그렇게 한참 눈치만 살피던 창배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 소영아.. 무슨 일 있어?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은데...."


말을 하면서도 창배는 한걸음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소영이에 대한 본능적인 경계심이 작동 한 것이리라...


그제서야 친구들이 자신을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소영이는 억지스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일은 무슨.. 바닷바람도 시원하고...

낮에 우리가 좀 뛰어 다녔냐?

조금 피곤해서 그래...

그러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창배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 난 또 무슨 일 있는 줄 알고 얼마나 긴장 한 줄 아냐?"


그 말을 들은 소영이가 쏘아붙이듯 말했다.


" 나한테 일이 있다고 창배 네가 왜 긴장을 하는데?"


" 난 또 소영이 네가 CF촬영 하기 싫다고 그럴까 봐 얼마나 걱정했는데...

소영이 널 내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말해서 언제 마음이 변할지 지금도 조마조마하다니까...."


창배 말에 소영이의 표정이 변한 건 동시였다.

하지만 그 사실을 창배만 모르고 있었다.


" 솔직히 말해서 소영이 네가 좀 변덕이 심해야 말이지..

이 오빠나 되니까 그거 다 받아 주는 줄 알아라..."


그렇게 말하던 창배가 고개를 들다 그만 소영이의 살기어린 눈과 마주치고 말았다.

깜짝 놀란 창배와는 달리 어찌 된 영문인지 소영이는 귀찮다는 듯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평소였다면 벌써 주먹이 불을 뿜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뭔가 반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창배는 친구들을 돌아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는 그 미소를 본 순간 무조건 창배를 말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 행동보다 창배의 입이 더 빨랐다.

그런 창배가 소영이를 보며 너스레를 떨기 시작했다.


" 해도지고 밤공기도 서늘 한 게.. 옛날에 치악산 놀러 갔다가 생긴 일 기억나냐?

나는 밤만 되면 가끔 생각 나던데..

너희들도 생각나지?

왜 있잖아.. 길수네 큰아버지 집에 놀러 갔을 때 말이야...."


그제서야 뭔가를 깨달은 길수 현민이 창배의 말에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 아!.. 강원도 신림에 놀러 갔을 때 말하는 거지?"


길수 말에 창배가 무릎을 "탁" 치며 말했다.


" 맞아!.. 그때 생각만하면 지금도 오금이 저린다니까...."


녀석들의 말을 듣고 있던 소영이가 슬쩍 끼어들며 말했다.


"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우리가 언제 길수네 큰아버지 집에 놀러 갔다고 그래?...."


소영이 말에 창배는 당연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 소영이 넌 모를 거야...

너 빼고 우리 네 명만 갔었거든...."


그 말을 들은 소영이가 주먹을 불끈쥐며 말했다.


" 죽을래?..

우리가 놀러 다닐 때 내가 빠진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무슨 헛소리야?"


소영이가 눈알을 부라리며 말하자 갑자기 소심해지는 창배였다.


" 아.. 그.. 그게 말이지...."


말문이 막힌 창배가 갑자기 나를 보며 말했다.


" 그래.. 건우 너 생각나지?..

그때가 ..언제지?"


창배 말에 나는 얼떨결에 대답하고 말았다.


" 어.. 그러니까...

그래 소영이 너.. 미국에 사시는 외삼촌 댁에 놀러 간 적 있었잖아.. 그때였어...."


그 말을 들은 소영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 우리가 길수 만난게 초등학교 들어가고 한참 있다 아닌가? 내가 미국에 간 건 그 전인 거 같은데..."


그 말을 들은 창배가 누가봐도 과장되고 어색한 표정과 말투로 말했다.


" 소.. 소영이 너.. 지..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기.. 길수는 우.. 우리랑 같이.. 유치원을 다녔다고...

기.. 길수 별명이 코.. 찔찔이인 거.. 생각 안 나냐?..

다.. 당장 길수한테.. 사과해...."


누가봐도 어설프고 어색했다.

바보가 아니고서야 어찌 저 말과 행동에 속을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이마를 집은 채 고개를 돌렸다.

친구 길수 현민이의 표정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바로 그 때 소영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미안!.. 어릴 때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했어..

네 말을 듣고 나니까 모두 다 기억 났어..

내가 잠깐 착각을 했네.. 하하하~~"


그 말을 들은 창배가 소영이 등 뒤에서 우리를 향해 브이자를 날리고 있었다.

우리가 두 눈을 껌뻑이고 있을 때 또 다시 소영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 그런데 그 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데?"


그 말을 들은 창배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아무리 궁금해도 묻지마.. 알면 다친다."


그 말에 소영이는 더욱 궁금한 모양이었다.


" 이게 오냐오냐 하니까.. 맞고 불래? 그냥 불래?"


소영이가 주먹을 치켜 들자 창배는 못이기는 척 어떤 기억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 그러니까.. 그날은...."












" 첫날은 정말 재미있었어..

물장난치고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이틀인가 삼일이 지나고 나니까..

좀이 쑤셔서 죽겠더라고..

그때 동네 형들한테 귀가 솔깃 할 만한 이야기를 듣게 됐지."


" 그게 뭔데?"


소영이 말에 창배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 뒷산에 가면 동글이 하나 있는데 그곳에 황금박쥐가 있다는 거야.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 황금박쥐 한 마리가 백만원이나 한다는 거야..

그 말을 못 들었으면 모르지만 들은 이상 가만히 있을 순 없었지..."


" 그래서 잡았어?"


" 잡긴.. 황금박쥐는 구경도 못 했는 걸."


" 그게 뭐야..."


" 그런데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분명 우린 뒷산을 조금 올랐을 뿐인데..

아무리 내려와도 마을을 찾을 수가 없는 거야..

마치 귀신에라도 홀린 듯 우린 온종일 산 속을 헤매고 다녔다니까..."


" 그래도 이렇게 여기에 있는 걸 보면 잘 살아왔네...."


이런 소영이 말에 창배는 눈을 가늘게 뜨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해는 점점 저물어 가는데 갑자기 겁이 덜컥 나는 거야.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 어떻게 하긴...

그때 내가 해결 할 방법을 생각해 냈지..

우리는 내려왔던 산을 다시 올라가서 마을을 확인 하기로 했지.

그런데 산을 오르던 중에 해가 지고 말았어..

그렇게 산 속을 얼마나 헤맸는지 몰라..

정말 눈앞이 캄캄 했다니까."


거기까지 이야기를 들은 소영이가 혀를 차며 말했다.


" 이 바보야..

해가 지고 있는데 산에 올라가면 어쩌자는 거야?

이래서 내가 너희들만 어딜 보낼 수가 없다니까."


" 그래.. 그때 소영이 네 생각 엄청 많이 나더라..

만약 소영이 네가 우리 곁에 있었으면 그렇게 무섭진 않았을 텐데..."


그 말을 들은 소영이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 당연하지..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 그렇게 산 속을 헤매던 중 저 멀리서 불빛이 하나 보이는 거야..

우리는 생각할 것도 없이 그 불빛을 따라 무작정 달려갔어..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집에 도착하긴 했는데...."


잠시 창배가 말을 끊었다.

그리고 물을 한 모금 마시는 사이 소영이는 물론이고 옆에 있던 나와 친구 녀석들까지 창배 곁에 둘러앉은 채 창배의 다음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마치 재미난 이야기를 듣기라도 하는 듯 흥미진진한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을 한번 둘러본 창배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 그런데 그 집이 마치 전설의 고향에나 나올법한 그런 낡고 오래된 초가집이더라구..

막상 찾아 오기는 했지만 문을 두드릴 용기가 나지 않을 정도로 을씨년스러운 집이었어..

귀신이 당장 튀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니까..."


그렇게 말하던 창배가 갑자기 소영이를 보며 물었다.


" 소영이 너.. 귀신이 있다고 생각해?"


갑작스런 창배 말에 소영는 평소 답지않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 무..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세상에 귀.. 귀신 따위가 어디 있다고..

나.. 난 그런 거 안 믿어...."


하지만 말과는 달리 소영이의 손이 곁에 있던 내 옷 소매를 꼭 부여잡고 있었다.

그 모습을 창배는 놓지지 않고 있었다.

천하에 두려울 것 없는 소영이도 단 하나 무서워 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귀신이었다.


" 바로 그때 갑자기 문이 열렸던 거야.. 갑자기 문이 열리니까 우리가 얼마나 놀래겠어.. 안 그래?"


소영이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살짝 긴장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또 다시 창배가 말을 이어갔다.


" 그런데 집에서 나온 분도 우리를 보고 깜짝 놀라더라고..

안 그러겠어?..

다행히 그분은 스님이셨어..

스님은 우리 사정을 듣고는 내려 가는 길을 설명해주시며 다짜고짜 얼른 산을 내려가라고 만 하시는 거야..

하지만 우린 지쳤고 무서워서 그럴 수가 없었지..

스님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우리를 집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셨지..

막상 대하고 보니 스님은 참 좋은 분이셨어..

우리에게 밥도 주셨고 나뭇가지에 긁혀 상처난 곳도 치료해 주셨지..

그리고 우리가 묵을 방으로 안내 해 주며 한가지 당부를 하시더라고..."


" 지금 너희들을 마을까지 데려다주기엔 밤도 깊고 너무 위험한 것 같구나..

일단 이곳에서 하룻밤 묵고 날이 밝는 대로 내가 마을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주마..."


" 고맙습니다. 스님"


" 그래.. 그런데 학생 이름이 뭐지?"


" 창배라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는 제 친구 들이고요.

여기 있는 길수 큰아버지 댁에 놀러 왔다가 뒷산에서 길을 잃고 말았어요.

이렇게 스님을 만나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 참 영민한 아이구나..

어찌 됐든 이 또한 인연이 아니겠느냐."


말을 하던 스님은 잠시 망설이다 창배를 보며 말했다.


" 이곳에 머무는 동안은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할 수 있겠느냐?"


" 말씀하세요.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거기까지 이야기를 듣던 소영이가 창배의 이야기를 자르며 말했다.


" 뭐 영민.. 스님이 정말 그렇게 말했어?

그곳에 내가 없었다고 너 멋대로 말하는 거 아니지?"


소영이 말에 창배가 발끈하며 말했다.


" 뭐야!.. 그 표정은 지금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거야?

그럼 뭐 더 이상 이야기 할 것도 없네.. 안 그래?"


창배 말에 소영이는 급히 얼굴 표정을 고치며 말했다.


" 얘는 말이 그렇다는 거지..

설마 스님이 거짓말을 했겠어..

사내 녀석이 뭐 그런 걸 가지고.. 삐진 건 아니지?"


소영이 말에 곁에 있던 길수도 거들고 나섰다.


" 소영이가 그런 뜻 아니래잖아..

그러니까 빨리 얘기해 봐.. 궁금해 죽겠다."


그 얘기를 듣고 있던 나는 아차 싶은 생각에 소영이의 눈치를 살폈다.


' 길수 이 바보 녀석...'


그런데 이상한 건 길수 말을 들은 소영이의 반응이었다.

소영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길수 말에 공감을 표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는 나만 이상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시 창배의 말이 이어졌다.


" 스님은 우리에게 커다란 놋숟가락 하나를 건내 주시며 말했지..."


"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거라..

나는 방에 불을 밝혀 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나가고 나면 문고리를 잠그고 그곳에 이 놋숟가락을 끼거라..

최대한 인기척을 내지 말고 혹시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더라도 절대 문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

혹여 내가 너희들을 부르더라도 절대 문을 열어 주거나 밖오로 나와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알겠느냐?"


스님 말에 창배는 제차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다시 물었다.


" 스님이 우리를 부르더라도 말씀이세요?"


" 그렇다.

날이 밝기 전까진 절대로 나와선 안 된다.

할 수 있겠느냐? 아니 꼭 그렇게 해야 한다."


" 알겠습니다. 스님."


"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오늘 밤엔 절대 잠을 자서는 안 된다."


" 잠을 자지 말라고 하셨습니까?

저희는 지금도 졸립고 피곤한데요."


창배 말에 스님이 정색하며 말했다.


" 만약에 잠을 자게 된다면 잠을 잔 사람은 죽게 될 것이다.

이건 절대 농담이 아니다.

그래서 너희들을 마을로 내려 보내려 한 것이다.

자신이 없다면 지금 당장 내려가거라...."


잠시 말을 멈춘 창배가 소영이를 돌아보며 말했다.


" 그때 스님의 표정은 정말 진지했어..

정말 잠을 자면 스님 말대로 될 것 같았다니까..

얼마나 무서웠다고..."


그 말을 들은 소영이 역시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 그래서.. 정말 밤을 샌거야?"


말을 하고 있는 소영이는 어느새 엉덩이를 내 쪽으로 바짝 밀어붙인 상태였다.

정말 창배 말이 무서웠던 모양이었다.

그런 소영이의 모습을 보며 창배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 스님이 나가기 전에 당부하듯 다시 한번 말씀 하시더라고.. 자정이 지나면 이곳은 칠흑같은 어둠에 잠길 거라고..

그러면 잠을 참기가 정말 힘들어질 거라며..

그때는 우리 네 사람이 방 모서리에 각각 앉아서 앞 사람의 등을 쳐주며 계속해서 자리를 바꾸라고 하셨어..

그렇게 밤새도록 자리를 바꾸다 보면 금방 날이 밝을 거라며..."


"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 그래서는 뭐.. 스님이 나가고 나서 정말 문고리를 잠그고 놋숟가락으로 문고리를 잠가 버렸지..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스님 말대로 문 밖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하는 거야..

처음엔 바람 소리가 요란 하더니만 조금 지나자 마당 여기저기서 인기척이 들려 오기 시작하는 거야..

그때 우리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줄 알아?

그러다 누가 우리 방문을 열려고 방문을 막 흔들어 대는 거야...."


소영이는 마른침을 한 모금 삼킨후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 그.. 그래서?"


" 우리는 숨소리도 내지 않고 방 한쪽 구석에 몸을 웅크린 채 모여 있었지..

그런데 조금 지나자 이내 조용해 지더라고..

갑자기 조용해 지니까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 지는거야..

마침 문쪽에 작은 구멍 하나가 보였지..

나는 살금살금 다가가 그 작은 구멍으로 문 밖을 살펴 봤는데..."


" 뭐가.. 보였어?"


" 문 밖을 보다가 내가 얼마나 놀랬는지 알아?"


소영이는 참지 못하고 또 다시 물었다.


" 뭐가 보였는데?"


" 글쎄 구멍으로 보니까 밖은 온통 붉은색 뿐이더라고."


" 붉은색!?"


" 그래!..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냥 붉은색만 보이더라니까."


" 그때 내가 얼마나 놀랬는 줄 알아?

지금 생각만 해도 몸에 소름이 돋는다.

그리고 더 놀라운 건 정말 스님 말대로 밤이 깊어지자 점점 방안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거야..

분명 달빛이 밝은 밤이었거든..

그런데 코 앞도 보이지 않더라니까..

정말 우리는 잠을 자면 스님 말대로 죽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여 있었지..

그래서 스님 말대로 우리 네 사람은 방 모퉁이에 각각 앉은 채 돌아가며 앞사람을 깨우기 시작했어.. 그때 정말 졸려 죽는 줄 알았거든..."


소영이는 내 팔을 꼭 끌어안은 채 창배에게 물었다.


"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 뭐 어떻게 돼.. 그렇게 날이 밝았고 우리는 산을 내려왔지..."


" 뭐야!.. 그게 다야?"


소영이의 실망스러워 하는 얼굴을 보며 창배가 씩 웃으며 말했다.


" 그게 다 일리가 없잖아..

우리는 산길을 내려오며 스님한테 그 집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가 우리 모두는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말았다니까..."


" 왜 기절했는데?"


" 원래 그 집엔 정말 아름답고 참한 처녀가 살았대..

그런데 사랑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고 피 눈물을 흘리다 결국 죽게 되었데..

그런데 그 때부터 이상한 일이 생기게 된 거야..

처녀가 죽은 날만 되면 눈 빨간 귀신이 그 집을 찾아 오게 되었데..

그 눈 빨간 귀신과 눈이 마주치면 귀신한테 홀리게 되는데 홀린 사람들을 절벽이나 강물로 데리고 간대..

더구나 그 집을 찾아 갔던 날이 그 처녀가 죽었던 날이라고 하더라고..."


" 그런데 그게 뭐...."


아직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는 소영이를 위해 나는 소영이에게 조용히 설명해 주었다.


" 소영아 그때 창배가 문 밖을 봤을 때 온통 붉은색이었다고 했잖아..

왜 문 밖이 온통 붉은 색인지 아직도 모르겠어?

그때 눈 빨간 귀신이 그 구멍으로 방 안을 쳐다보고 있었던 거야..."


그 말을 들은 소영이는 너무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두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그런 소영이를 보며 나는 웃으며 또 다시 말해 주었다.


" 그리고 이상한게 또 하나 있잖아."


소영이는 불안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 뭐가 또 이상한데?"


" 생각해 봐.. 창배가 내 등을 두드려 주고 그 자리에 앉았어.. 그리고 난 길수의 등을 두드려 주고 그 자리에 앉았겠지.. 또 길수는 현민이의 등을 두드려 주고 그 자리에 앉았다면 현민이는 누구의 등을 두드려 준걸까?

그리고 창배의 등은 또 누가 두드려 줬지?...."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소영이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호텔 쪽을 향해 뛰어 가기 시작했다.


"꺄악~ 눈 빨간귀신!!!~~"


우리는 그런 소영이의 뒷모습을 보며 터져나오는 웃음을 겨우 참고 있었다.

그때 길수가 대단하다는 듯 창배의 등을 치며 말했다.


" 창배 너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소영이 앞에서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그런 거짓말을 할 수가 있어?

난 죽었다 깨어나도 소영이 앞에선 절대 그러지 못할 것 같은데..."


길수 말을 들은 창배가 뭔 개 풀 뜯어먹는 소리를 하냐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거짓말은 누가 거짓말을 했다고 그래?..

뭐야!.. 너희들 정말 생각나지 않는 거야?

그때 스님 말씀 듣고 너희 세 명 다 기절 했었잖아..

마을까지 너희들 데리고 오느라고 스님하고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줄 알아?"


창배 말을 들은 우리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나는 창배가 또 다시 장난을 치는 거라 생각했다.


" 이게 누굴 속이려고..."


내 말을 들은 창배가 미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와.. 정말 기억 안 나는 거야?"


내게 말하던 창배가 갑자기 길수를 돌아보며 말했다.


" 야 너네 큰 집 마당에 커다란 감나무 있잖아.. 그치?


" 너 그걸 어떻게 알았어?"


" 어떻게 알긴.. 가봤으니까 알지..

그리고 뒷마당에 있는 우물에서 우리 등목도 했었잖아.. 너희들 정말 기억 안 나?"


그때 현민이가 나서며 이 모든 상황에 종지부를 찍어 주었다.


" 길수야.. 너네 큰집에 억수로 이쁜 누님 계시지?..

지금은 부산으로 시집 가서 잘 살고 있지?"


" 넌 또 그건 어떻게 알았어?"


길수의 놀라 자빠질 듯한 표정을 보며 현민이는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 이 바보야 어떻게 알긴.. 다 너한테들은 거지..

우리가 너랑 알고 지낸지가 몇 년인데.. 솔직히 말해서 너희 부모님 보다 우리가 더 너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지도 몰라.. 안 그래?

분명 창배도 은연중에 네가 한 말을 듣고는 저렇게 아는 척 하는 거라고..."


현민이 말을 들은 우리는 창배의 뒤통수를 한 대씩 후려갈긴 후 소영이를 따라 호텔로 돌아갔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남은 창배는 뭐가 그리도 억울한지 혼자서 "씩씩" 거리고 있었다.


" 이것들이 정말.. 왜 내 말을 안 믿는 거야..

그리고 어떻게 그 일을 세 녀석 다 똑같이 기억을 못 할 수가 있지?..

정말 그게 가능한거야?...."


문득 하늘을 올려다 보던 창배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 그 날처럼 달이 참 밝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까...

그때가 이맘때쯤 아니었나?...."


그때까지 창배 곁에 앉아 있던 제로원이 창배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창배가 물었다.


" 제로원.. 왜?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 아니.. 그게 아니라.. 창배 오빠 등 뒤에 눈이 빨간 여자분이 매달려 있어요...."




다음 작품에서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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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제로원 하우스 13화 21.02.13 47 0 12쪽
11 제로원 하우스 12화 21.02.12 51 0 16쪽
10 제로원 하우스 11화 21.02.11 60 0 9쪽
9 제로원 하우스 10화 21.02.10 53 0 12쪽
8 제로원 하우스 9화 21.02.09 55 0 14쪽
7 제로원 하우스 8화 21.02.07 58 0 12쪽
6 제로원 하우스 7화 21.02.06 65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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