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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l************ 님의 서재입니다.

제로원 하우스

웹소설 > 일반연재 > 드라마, 현대판타지

완결

rlaalstn719173
작품등록일 :
2021.01.31 19:03
최근연재일 :
2021.03.16 06: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1,919
추천수 :
10
글자수 :
196,833

작성
21.02.13 06:00
조회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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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로원 하우스 13화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DUMMY

평소라면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를 했을 소영이 였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일주일째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나는 제로원이 뽑아준 기획안이 대박을 터트리는 바람에 특근에 야근까지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고민 끝에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소영이네 집에 전화를 걸었다.


" 여보시오?"


소영이 할머니였다.

나는 정중하게 인사를 드렸다.


" 안녕하세요. 할머니.

저 소영이 친구 건우에요.

혹시 소영이 집에 있나요?"


" 아니 이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여.

너는 아직도 소영이가 백순줄 아냐?

집에서 소영이를 찾게...

그리고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면 되지 왜 집에다 전화질이여..

똥도 편하게 못 누게 시리."


소영이 할머니는 언제나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그래도 나는 최대한 정중하게 말했다.


" 죄송합니다. 할머니.

일주일째 소영이하고 연락이 안 돼서요.

혹시 무슨 일이 있나 걱정이 돼서 이렇게 전화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할머니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 뭐시라!...

일주일째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잠시 전화기 너머로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할머니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 그려! 딱 걸렸어!!....

계집이 베개에 얼굴을 묻고 이불을 뒤집어쓴 채 통곡을 하는 것은.. 딱 그 이유 하나밖에 없는 것이지...

그러니께. 소영이를 올린 게 바로 네놈이라 이거지?

네놈이 껌딱지처럼 우리 소영이 곁에 붙어 다닐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저것이 그리 흉한 물건 인지도 모르고...

어릴 때 이쁘다고 저놈의 고추랑 붕알을 얼마나 주물러 준겨...

내 당장에 이놈의 손모가지를 잘라 버리든지 해야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할머니가 따지듯 물었다.


" 그래서 어찌할 것이냐?

어떻게 책임질겨?

어서 말해 보랑께"


할머니가 전화기 너머에서 나를 마구 다그치자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매야만 했다.


'' 할머니.. 진짜로 제가 소영이 울린 거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내 말에 할머니의 목청은 더한층 높아졌다.


" 지금 뭐라고 했냐?

그러니까 네놈 말은 책임을 못 지겠단 말이냐?

이런 썩을 놈을 봤나.

너 당장 이리 못 오냐.

내 당장 다리 모가지를 부러뜨릴 랑께...

그리고 잘난 붕알 두 쪽도 홀라당 벗겨버릴랑께."


당황한 나는 허겁지겁 전화기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 하.. 할머니.. 정말 죄송한데요.

제.. 제가 나중에 다시 전화 드릴게요.

안녕히계세요."


내가 전화를 끊기 전까지 수화기 너머에선 연신 할머니의 걸쭉한 욕지거리가 튀어나오고 있었다.

얼마나 욕을 먹었던지 전화를 끊고 나서도 한참 동안이나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잠시 멍하니 앉아 있던 내 마음이 무거워졌다.

소영이가 울었다는 말을 들은 이후부터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하루 종일 고민하던 나는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도 평소보다 조금 일찍 퇴근했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소영이를 꼭 만날 생각이었다.


그래서 나는 소영이네 집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소영이가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차마 집 근처에서 기다릴 용기가 나지 않아서였다.


만약 할머니랑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두 다리가 문제가 아니라 정말 더한 일을 당할 것만 같아서였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버스에서 내리는 소영이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너무 반가운 나머지 뛰어가며 소영이를 큰소리로 불났다.


" 소영아! 소영아!..."


손을 흔들며 반갑게 달려오는 나를 본 소영이의 얼굴엔 자기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이내 미소는 사라지고 얼음처럼 차가운 시선 만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 무슨 일이야?"


갑자기 소영이와 나 사이에 깊은 골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 어.. 그게.. 너랑 연락도 안 되고.. 무슨 일이 있나.. 걱정도 되고 해서..."


" 걱정 안 해도 돼...

나 지금 피곤해.

먼저 갈게."


소영이가 쌀쌀맞게 말하며 돌아 서려 할 때 나는 소영이의 손을 잡았다.

소영이는 돌아서지도 않고 말했다.


" 더 할 말이라도 있어?"


" 나.. 어제 월급 탔어.

그리고 사장님한테 칭찬 많이 들었어...

그리고 일 잘 했다고 특별 보너스도 받았어.

그래서.. 너한테 맛있는 거.. 사주고 싶어서..."


" 미안. 나 지금 배불러."


소영이가 돌아서려 했지만 나는 아직도 소영이의 손을 놔주지 않고 있었다.

그런 나를 돌아보며 소영이가 말했다.


" 미안한데.. 손 좀 놔 줄래?"


하지만 나는 손을 놓을 수 없었다.

지금 이 손을 놓게 되면 다시는 소영이를 볼 수 없을 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간절한 마음이 손끝으로 전해졌을까...

소영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 그럼.. 술이나 한잔 사던가...."







나와 마주 앉은 소영이는 말없이 소주만 마시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 소영아.. 안주도 좀 먹어.

너 좋아하는 두루치기 하고 매운 닭발이야."


이런 내 말은 듣기도 싫다는 듯 소영이는 연거푸 소주만 들이켰다.

그렇게 술병이 늘어가는 만큼 취기도 오르고 있었다.


'' 나쁜 새끼!...."


소영이 입에서 처음 나온 말이었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 소영이의 화를 풀어 주고 싶었다.

아니 꼭 풀어야만 했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소영이가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 걸 보면 분명 내가 큰 잘못을 한 게 틀림없었다.


" 소영아 정말 미안해...

내 마음은 그게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나도 모르게...

정말 미안해...

소영아. 한 번만 용서해 줘."


내 말에 소영이가 불같이 화를 내며 말했다.


" 용서?.. 이걸 어떻게 용서할 수 있어?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절대 용서 못해."


분명 잘못한 게 있긴 있었다.

소영이가 이렇게까지 말을 하는 걸 보면...

도대체 그게 뭔지 알 수만 있다면 내 마음도 후련할 것만 같았다.


답답한 마음에 나도 소주 한 잔을 들이켰다.

오늘따라 술맛이 너무 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소영이가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 너 몰랐지?

4년 동안 네가 내 신랑이었다는 거..."


소영이의 갑작스러운 말에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그게.. 무슨 소리야?

신랑이라니..."


" 바보!.. 그런 게 있어...

네가 신랑 일 때는 참 귀찮고 싫었는데....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허전하고 섭섭하더라.

그런데...

너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다른 여자를...."


갑자기 울먹이는 소영이의 모습에 깜짝 놀란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소영이가 울다니...


" 도대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 말할 수 없어.

말하는 건 내 자존심이 용납 못 해.

절대 말 안 할 거야..."


소영이의 이런 모습은..

소영이에 대한 내 기억이 시작된 이래 처음이었다.

소영이는 이런 모습을 보이기 싫었는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런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소영이의 작은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 소영아!...

괜찮은 거야?...."


이런 소영이의 마음을 어떤 식으로든 달래주고 싶었다.

잠시 망설이던 나는 두 팔로 소영이를 꼭 안아 주었다.


그러자 소영이는 내 품에 얼굴을 묻은 채 더욱 서럽게 눈물짓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소영이의 작은 떨림이 온몸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부드러운 숨결과 따뜻한 온기가 손끝으로 느껴졌다.


갑자기 내 두 볼이 후근 달아올랐다.

나는 점점 알 수 없는 낯선 감정에 빠져들고 있었다.

바로 그때 소영이가 눈가를 훔치며 고개를 들었다.


" 미안해...

정말 이런 모습 너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 아.. 아니야. 괴.. 괜찮아.

우리 사이에 미안한 게 어디 있어..."


고개를 들어 나를 보던 소영이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 너 어디 아픈 거야?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


내 이마에 손을 대본 소영이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 열도 있는 것 같은데...

어서 집으로 돌아가자.

이러다 큰일 나겠어."


내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소영이가 내 손을 잡아끌었다.

소영이가 나를 부축하며 일으키려는 순간 나도 모르게 또 다시 소영이를 끌어안았다.


깜짝 놀란 소영이는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하지 않았다.

마치 시간이 멈추 기라도 한 것처럼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잠시 후...

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 소영아.

내게 말해 줄 수 없겠니?

네가 왜 이토록 힘들어하는지...

넌 언제나 내 곁에 있었고 언제까지나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어...."


그 말을 들은 소영이의 두 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의 흐느낌이 온몸으로 느껴질 무렵 소영이가 나를 지그시 밀쳐내며 말했다.


" 그래. 네 말이 맞아.

이러는 건 옳지 않은 것 같다."


잠시 망설이던 소영이가 힘들 게 입을 열었다.


" 사실.. 나.. 다 봤어...

어떤 여자가 벌거벗은 채 너를 맞아 주는 걸...

너 능력 좋더라.

내가 봐도 정말 미인이던걸...

아무리 곰곰이 생각을 해 봐도.

흠잡을 데가 없더라.

그래서 내가 더 화가 났는지도 몰라.

바보처럼...."


소영이의 말을 들은 나는 그제서야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갑자기 웃음이 터져나왔다.


" 하하하~ 소영이 너 그걸 봤구나!

언제 왔다 간 거야?

난 네가 온 것도 몰랐네. 하하하~"


소영이는 자존심 다 버리고 말한 건데.

이런 식으로 내가 받아들이자 화가 치밀었다.

이런 소영이의 마음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나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 오해야 오해...

우리 절대 그런 사이 아니야.

네가 상상하는 그런거 절대 아니라고."


내 말에 소영이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 어떤 미친년이 아무 사이도 아닌 놈한테 알몸을 보여 주냐?

그때 그 계집애는 너한테 알몸을 보여 주고 싶어 환장한 것 같던데...."


말하고 있는 소영이의 혀가 어느새 심하게 꼬여 있었다.

깜짝 놀란 나는 소영이의 입을 막으려 했지만.

이미 나를 향하고 있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는 없었다.


어느새 여자나 울리는 바람둥이 파렴치한으로 낙인이 찍히는 순간이었다.

겨우 소영이를 진정시킨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 사실은 어떻게 된 거냐하면....."


내 말을 듣고 있던 소영이의 양볼이 심하게 실룩 거리고 있었다.

웃음을 참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튀어나오려는 욕지거리를 꾹 참느라 그런지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이었다.

잠시 후...

꼬일 대로 꼬인 혀를 간신히 놀리며 소영이가 말했다.


" 너 지금.. 내가 취했다고 만만해 보이냐?

로봇! 인조인간!...."


" 글쎄 내일 우리 집에 오면 내가 다 보여 준다니까."


" 그렇게 자신 있는데 왜 내일 가냐.

지금 당장 가 야지...

왜 자신 없어?..."


그때...

아무리 고집을 부려도 말렸어야 했다.

주먹을 휘두르고 위협을 하며 땡깡 아닌 협박을 했더라도 거기서 끝을 냈어야 했다.


하지만 후회는 후회일 뿐이었다.

버스에서 내린 나는 물먹은 솜처럼 축 처진 소영이를 등에 업은 채 무거운 발걸음을 한 걸음 한 걸음 옮기고 있었다.


" 젠장.. 이런 게 아닌데...

언제 집까지 가지...

소영이 얘가 원래 이렇게 무거웠나?..."


이미 소영이는 인사불성이 된 상태였다.

이런 모습으로 집까지 데려다 줬다간 난 분명히 할머니 손에 맞아 죽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술에 취한 소영이의 고집을 꺾을 자신도 없었다.


" 뭐해.. 확인시켜준다며.

빨리 가지않고.. 뭐해?

만약 너 거짓말.. 각오 하는 게 좋을 거다.

로봇! 인조인간!.. 웃기고 있네...

그렇게 자신 있으면.. 어디 가 보자고...

가보자고~~~"


절로 한숨이 나왔다.


" 날이 세기 전에 집에 도착할 수는 있겠지?

술을 먹어서 그런가 오늘따라 더 무거운 것 같아.

소영아 제발 가만히 좀 있어.

힘들어 죽겠어."


내 입에서 절로 욕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다음 작품에서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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