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원 하우스 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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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어난 소영이는 눈을 비비다 이곳이 자기 방이 아님을 알고는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놀란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다 이곳이 건우집이라는 산실을 안 소영이는 안도 한 듯 다시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긴장이 풀리자 숙취로 인한 두통이 몰려왔다.
" 아이고 머리야!..."
바로 그때 현관 문이 열리며 건우와 의문의 여자가 그림 같은 모습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소용이의 눈에 불꽃이 일었다.
' 이것들이 보자 보자 하니까....'
이런 소영이의 마음을 알리 없는 건우는 침대에 앉아 있는 소영이를 보자 함박 미소를 짓고 있었다
'' 소영아.. 좀 괜찮은 거야?
속 많이 쓰리지?
머리도 많이 아파?
잠깐만 기다려 봐.
너 주려고 북엇국 끓여 놨어."
나는 주방에서 북엇국 한 그릇을 가저와 입으로 불어가며 손수 북엇국을 떠 소영이 입에 넣어주었다.
소영이는 곁눈질로 곁에 서 있는 제로원을 힐끗 쳐다보며 보란 듯이 내가 주는 북엇국을 맛나게 받아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 북어국이 원래 이렇게 맛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 맛이 환상적이었다.
나는 맛있게 먹는 소영이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소영아 어때 너무 맛있지?
제로원 음식 솜씨가 장금이 뺨친다니까.
정말 못하는 요리가 없어.
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다 말해...
웬만한 맛집 보다 우리 제로원이 해준 게 훨씬 맛있다니까."
소영이는 건우 말을 듣는 순간 여태껏 먹었던 북엇국을 다 게워내고 싶었다.
바로 그때였다.
곁으로 다가온 제로원이 건우를 부르며 말했다.
" 주인님. 저에게는 충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아차 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미안! 제로원. 듣고도 깜빡했네. 여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얼른 가서 충전해.
오늘 정말 수고했어 제로원."
" 아닙니다.
주인님을 도와드리는 일은 저에게도 기쁜 일입니다."
둘의 대화는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보고 있는 소영이의 마음은 참담하기만 했다.
' 이것들이 지금 나를 가지고 노는 거 아니야?
뭐.. 주임님!....'
가장 자신 없어 하는 요리를 가지고 보란 듯이 칭찬을 하는 것까지는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주인님이라는 말에 그동안 참았던 소영이의 분노가 폭발하고 말한다.
'' 뭐!.. 주인님!
그럼 넌 건우 몸종이냐?
그럼 내일은 네가 마님이고 건우 네가 강쇠 겠네...."
말하던 소영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원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 김건우.. 너..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아무리 저 계집애가 좋아도 그렇지...
너와 내가 알고 지낸지가 몇 년인데...
나쁜 새끼..."
소영이의 말에 나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지금 그게 무슨 말이냐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소영아. 어제 오해 다 풀린 거 아니었어?''
'' 이 자식이 무슨 개소리야?
오해를 풀어... 개 풀 뜯어먹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당황한 나는 말까지 더듬거리고 있었다.
" 소.. 소영아 너 정말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거야?
어.. 어제 한 얘기들 말이야?"
내 말에 소영이는 원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 왜 내가 취중에 두 사람 잘 어울린다고 얘기라도 했나 보지...
아! 그래서 내 앞에서 이렇게 사랑질들을 한 거였구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넌 나한테 이러면 안 되잖아...
이 나쁜 새끼야...."
소영이를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던 제로원이 말했다.
" 소영이 언니는 정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 하는군요."
제로원의 말에 소영이가 불같이 화를 내며 말했다.
" 누가 언니라고 부르라고 했어?"
" 어제 소영이 언니가 저에게 언니라고 부르라고 하셨어요."
" 미치겠군!...
그러니까 다 내 잘못이네.
나만 이곳에서 사라지면 되는 거였어."
소영이가 몸을 일으키며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나는 소영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 소영아 내 말 좀 들어봐."
" 한 마디도 하지 마...
네 말은 듣기도 싫으니까."
내가 소영이에게 통사정을 하고 있을 때 제로원이 천천히 몸을 돌리며 옷을 벗었다.
그 모습을 본 소영이가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 너 미쳤어!!
이젠 하다 하다 나한테까지 알몸을 보여 주겠다는 거야?"
제로원은 소영이 말에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한 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옆으로 쓸어 넘기며 다른 한 손으론 목뒤를 지긋이 눌렀다.
순간 척추 선을 따라 스팀이 터지며 제로원의 기계 몸이 온전히 드러나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본 소영이는 너무 놀란 나머지 벌린 입을 다물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두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어젯밤에도 성난 호랑이처럼 화를 내던 소영이가 자신의 기계 몸을 보고 화를 풀었던 일을 제로원은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논란 소영이가 나와 제로원을 번갈아 보고 있을 때 내가 조용히 다가가 소영이에게 어젯밤에 했던 말을 다시 한번 설명해 주었다.
내 설명을 듣고 있는 소영이의 얼굴에 어느새 따스하고 온화한 봄볕이 드리우고 있었다.
원상태로 돌아온 제로원이 바닥에 떨어진 옷을 주워들려 하자 어느새 다가온 소영이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 언니가 옷 입는 거 도와줄게..."
제로원을 도와주던 소영이가 갑자기 눈에 날을 세우며 내게 말했다.
" 건우 너 어딜 쳐다보는 거야?
당장 고개 못 돌려."
어젯밤 일들이 흩어진 퍼즐이 맞춰지는 것처럼 하나하나 기억 나고 있었다.
그렇게 오해가 풀리자 평소처럼 장난기가 발동한 소영이가 갑자기 건우에게 헤드락을 걸며 말했다.
" 왜 진작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
너 한번 죽어 볼 테야?
진작 얘기했으면 이런 낯간지러운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 아니야."
" 얘기하려고 했는데...
때를 놓쳤어...
미안해."
그때 내가 제로원을 부르며 말했다.
" 제로원 박사님이 해줬다는 얘기...
소영이한테 다시 한 번만 해줄래?"
" 알겠습니다. 주인님..
박사님은 저를 지킬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 전까진 제가 세상에 알려지는 걸 원치 않으셨습니다.
제가 세상에 알려지면 반드시 나쁜 일이 생길 거라고 하셨습니다.
사람들은 제 모든 것을 알아 내기 위해 절 찢고 자를 거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이내 전 사라질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내 얼굴엔 어떤 두려움 같은 것이 묻어있었다.
그건 이야기를 들은 소영이도 마찬가지였다.
소영이는 그런 기분을 털어내기라도 하려는 듯 내 등을 세게 치며 말했다.
" 걱정하지 마.
아무 일도 없을 거야.
그리고 이 일은 너랑 나 두 사람만 알고 있는 게 좋겠어.
특히 세 녀석들에겐 절대 말하면 안 돼.
입이 깃털보다 가벼운 녀석들이니까."
" 알았어.. 소영아...."
소영이 말을 들은 내 얼굴엔 어느새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이렇듯 소영이는 내게 큰 의지가 되는 친구였다.
난 어릴 때부터 무슨 일이 생기면 엄마 아빠 대신 늘 소영이를 찾았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과거도 지금도 그리고 미래에도 소영이는 내게 있어 가장 소중한 친구일 것이다.
창배가 소영이 할머니를 만난 곳은 시장 한복 판이었다.
소영이 할머니를 본 창배는 할머니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 할머니 안녕하세요.
저 소영이 친구 창배예요."
창배를 알아본 할머니가 갑자기 창배의 붕알을 힘껏 움켜잡았다.
동시에 창배의 비명소리가 시장 전체에 올렸다.
" 으아~ 할머니!...
도.. 도대체 왜.. 왜 이러세요?..
사.. 살려 주세요.. 으아~~~"
할머니 손에 힘이 들어가자 창배는 눈깔을 까뒤집으며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몰려든 시장 사람들이 겨우 할머니를 진정시켰다.
" 할머니 이러시면 안돼요."
" 진정하세요."
" 이러다 사람 잡겠네."
" 손 놓으시라니까요."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사람들이 10여 명이나 모여든 후에야 겨우 할머니를 창배 에게서 떼어낼 수 있었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창배가 눈물 콧물이 범벅이가 된 채 원망이 가득한 목소리로 할머니에게 물었다.
" 저한테 왜 이러시는 건데요?
제가 할머니한테 뭘 잘못했다고..."
창배 말에 할머니는 마치 세상 모든 근심을 다 가지고 있는 사람처럼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 우리 이쁜 소영이가...
건우 그노마 때문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통곡을 하다가...
결국.. 혀까지 깨물었다."
할머니 말에 깜짝 놀란 창배가 아픈 것도 잊은 채 할머니에게 기어가며 물었다.
"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혀를 깨물다니요?
소영이가 왜 혀를 깨문단 말이에요?
그것도 건우 놈 때문에...."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소영이가 자살을 하려 했다니....
그것도 건우 때문에...
한참을 눈물짓던 할머니는 옷고름으로 눈가를 훔치며 창배를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네가 건우 그놈 좀 잡아 온나...
내 그놈의 붕알을 홀라당 벗겨버릴랑께...
그렇게라도 해야지 내 이 분하고 억울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것 같구나...
창배 니 소영이 친구 맞지?
친구라면 이 억울함을 풀어줘야 되지 않겠나?"
며칠 전....
그날 집에 돌아온 소영이는 자기 방에 처박혀 코빼기도 보여 주지 않고 있었다.
심심해진 할머니는 소영이 방을 찾았다.
" 우리 이쁜 강아지...
뭐 하고 있노?"
소영이는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쓴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할머니가 소영이 곁으로 다가와 물었다.
" 우리 강아지 무슨 일 있는겨?
워째 이러남?"
할머니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영이가 덮고 있던 이불을 걷어 젖혔다.
그러자 베개에 얼굴을 묻고 있는 소영이가 보였다.
깜짝 놀란 할머니가 탄식을 하며 말했다.
"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다냐?
사단이 났구먼! 사단이 났어....
계집애가 베개에 얼굴을 묻고 이불을 뒤집어쓴 채 통곡을 하는 건...
한가지 뿐이지!...
암 한가지 뿐이고 말고....
어떤 놈이여?
어떤 놈이냐고?"
할머니 말에 소영이가 신경질을 내며 말했다.
" 그런 거 아니야...
그러니까 얼른 나가..."
여전히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소영이가 말했다.
할머니는 그런 소영이의 등짝을 후려치며 말했다.
" 이 철딱서니 없는 것아....
이런 일은 혼자서 끙끙 앓는다고 해결 되는 일이 아니다.
이 할미가 알아서 다 정리를 해 줄랑께.
퍼뜩 말 못하냐?"
소영이가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할머니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길게 한숨을 내쉬며 방을 나섰다.
잠시 후...
할머니는 육포 한 접시를 들고 들어왔다.
" 화가 날 때는 이런 걸 씹는 것이 최고다.
어여 먹어 보란께..."
" 안 먹어!..."
" 그러지 말고...
하나만 먹어 보란께..."
할머니의 끈질김에 소영이는 결국 몸을 일으켰다.
소영이의 붉게 충혈된 눈을 보며 할머니가 혀를 찼다.
" 아이고 딱한 것...
자 어여 이것 좀 씹어 봐..."
할머니가 입에 넣어 준 육포를 질겅질겅 씹던 소영이가 갑자기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 아야!!..."
" 어째 그러냐?"
" 안 먹는다는데...
할머니 때문에 혀 깨물었잖아!"
" 아이고 많이 아프냐?
천천히 씹지...."
소영이는 여전했고...
할머니의 걱정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어느 날...
건우한테서 걸려온 전화를 받은 할머니는 이 모든 사단이 건우 그노마와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 오늘 이렇게 창배를 만난 것이었다.
창배가 비장한 표정으로 할머니를 보며 말했다.
" 할머니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배신자에 대한 응징은 제가 책임지고 완수하겠습니다.
감히 소영이를 울리다니 절대 용서 못해...."
창배는 주먹을 불끈 쥐며 복수에 대한 결의를 다지고 있었다.
" 건우 이 배신자! 절대 용서 못해......"
다음 작품에서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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