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원 하우스 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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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입을 통해 건우와 소영이 사이가 틀어졌다는 얘기를 전해 들은 창배와 길수 현민은 한달음에 건우 집을 찾았다.
창배가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 건우 이 자식...
도대체 소영이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도저히 용서할 수 없어...
정의의 무쇠 주먹맛을 보여주고 말 테다."
이런 창배의 말에 길수가 걱정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 소영이가 입원해 있다는 병원부터 가 봐야 하는 거 아니야? 아직도 의식불명이라며...
이러다 잘못 되는 건 아니겠지?"
길수 말에 창배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 우리의 복수를 마친 후 당당하게 소영이를 보러 가자.
그래야 우리가 소영이 앞에서 조금이라도 당당할 수 있지 않겠어?."
창배 말을 듣고 있는 두 녀석의 마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잠시 결의를 다진 세 녀석은 철 문을 두드리며 악을 써대기 시작했다.
" 김건우 이 배신자!
당장 나오지 못해.
집 안에 숨어 있다고 해서 우리의 응징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이러면 이럴수록 배신자의 최후는 비참할 뿐이다.
나와라 배신자...."
창배가 악을 쓰고 있을 때 요란한 소리를 내며 철문이 열렸다.
세 녀석은 얼굴을 오만상으로 찌푸린 채 당장이라도 요절을 내겠다는 기세로 달려들었다.
그런데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뜻밖에도 소영이었다.
" 소영아!...
네가 왜?..."
세 녀석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소영이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세 녀석을 보며 소영이도 기가 찬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 너네들 지금 뭐 하냐?
건우가 너희들한테 빚이라도 졌어?
너희들이 무슨 빚쟁이야?
왜 건우 집 앞에서 난리 들이야?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겠어?"
말하던 소영이가 갑자기 눈에 날을 세우며 말했다.
" 창배 너!...
아까 뭐라 그랬어?
배신자!... 죽을래?...
누가 누구한테 배신자라고 하는 거야?
너희들 왜 갑자기 배신때리고 건우 집에 오지 않은 거야?
이유가 도대체 뭐야?"
소영이가 성질을 내며 말하자 창배가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 어.. 그게.. 그러니까.. 그래!
지수가 집에 좀 있으라고 해서...
지수한테 너무 소홀한 것 같기도 하고...."
'' 아!.. 그러셨어요..."
말하던 소영이가 갑자기 현민이를 째려보며 말했다.
'' 현민이 네가 말해 봐.
왜 갑자기 건우 집에 오지 않은 거야?"
갑작스러운 소영이의 말에 현민이는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 그게 말이지...
창배가 우리가 봤던 그 사진이 이상하다며...
아무래도 그게 진짜 사람 같다고...
아마 마당에.. 시체가.. 산더미같이 묻혀 있을 거라고...
자꾸 겁을 주는 바람에...
미안해..."
현민이 말을 들은 소영이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혀를 차며 말했다.
" 역시!.. 이번에도 창배가 문제였군!...
어쨌든 이렇게 왔는데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일단은 들어가서 얘기하자."
생각 외로 소영이가 쿨하게 넘어가자 세 녀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소영이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소영이는 잠시 대문 밖을 살핀 후 소리도 없이 문을 잠갔다.
잠시 후...
세 녀석의 비명 소리가 담장을 넘어 동네 전체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소영아 미안해!!..."
" 한 번만 용서해 줘!!..."
" 소영아.. 으아앙~~~~"
거실에 둘러앉은 세 녀석의 모습은 가관이 아니었다.
머리는 산발하고 휴지뭉치로 코를 틀어막은 채 사극 드라마에서나 봤을 법한 커다란 사기 그릇을 두 손으로 받쳐 든 채 식혜만 훌쩍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세 녀석은 연신 주방 쪽을 곁눈질로 살피고 있었다.
이미 세 녀석의 마음은 주방에 있는 제로원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완벽하다는 말로는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도저히 건우 친척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아니 무지막지한 미인이었다.
주방에선 제로원이 늦은 점심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제로원을 훔쳐보고 있는 세 녀석의 입에선 마치 폭포처럼 침이 쏟아지고 있었다.
'' 아이 더러워!...
지금 나이가 몇 살인데...
침을...."
언제 왔는지 소영이가 세 녀석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세 녀석은 허겁지겁 입 주위를 훔치며 들고 있던 식혜를 단숨에 들이켰다.
" 캬~ 식혜가 얼마나 맛있는지 계속해서 군침이 도네..."
창배 말에 기분이 좋았는지 소영이가 환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 우리 회사 식혜가 좀 맛있지?
기분이다.
한 잔씩 더 마셔..."
소영이 말에 세 녀석의 얼굴은 금세 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벌써 식혜만 다섯 사발 째였다.
이미 식혜가 목구멍까지 가득 찬 상태였다.
이 상태에서 한 모금만 더 마신다면 정말 큰일이 날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을 곁에서 보고있던 내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 소영아 이제 그만 주자...
그리고 너희들도 아무리 맛있어도 좀 참아라...
주방에서 요리하고 있는 사람도 생각해야지...."
건우 말에 그때까지 소영이 눈치를 살피던 창배가 반색 하며 말했다.
" 솔직히 난 두 사발은 더 먹고 싶었는데...
건우 네가 그렇게까지 얘기한다면...
어쩔 수 없지...."
창배 말을 들은 소영이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그럼 창배 너만 두 사발 더 먹어...
뭐 해?..
자 받아....."
" !!!!......."
소영이 말을 들은 창배의 얼굴은 누렇게 뜨다 못해 흙빛으로 변하고 말았다.
그런 모습을 본 소영이가 창배의 등을 치며 말했다.
" 짜식 긴장하긴.. 농담이야.. 농담."
그제서야 창배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 하하하!~~~~"
얼마 후....
새로 구입한 거실 좌탁에 제로원이 음식을 차리기 시작했다.
솔솔 풍기는 냄새만으로도 입안에 군침이 돌 정도였다.
그런데 평소엔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던 녀석들이 일을
도와준답시고 제로원 주위를 떠나질 않고 있었다.
더구나 틈만 나면 제로원에게 말을 걸기 일쑤였다.
그런 녀석들에게
제로원은 귀찮은 내색 한번 하지 않고 친절하게 한 마디 한 마디 대답을 해 주었다.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세 녀석들 모두 제로원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고 있었다.
그런 제로원을 보며 창배가 말했다.
" 앉아서 같이 식사하시죠..."
" 아니에요.
음식을 만들며 이것저것 간을 봤더니 배가 불러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습니다.
제 걱정하지 마시고 맛있게 많이 드세요."
꾀꼬리 같은 목소리에 이렇게 상냥하기까지 하다니...
세 녀석의 얼굴엔 주체 할 수 없는 아쉬움이 대놓고 묻어나고 있었다.
한편 말끝마다 나를 주인님! 주인님! 부르는 제로원이 이상했는지 창배가 조용히 내게 물었다.
" 야 건우야?
널 왜 자꾸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거야?"
" 어.. 그게!...."
창배 말에 내가 대답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자 곁에 있던 소영이가 끼어들며 말했다.
" 건우가 우리 집에 살 때 제로원이 놀러 왔었거든...
그때 알라딘 놀이를 했는데...
건우가 알라딘 제로원이 요정 지니 역할을 했었거든...
그날 이후 건우별명이 주인님이 된 거야...."
소영이 말을 들은 창배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 제로원은 이쁘고 착한 데다 순수하기까지 하네...
소영이 너하곤 딱 반대다.
그치?...."
누가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했던가...
그래도 주먹은 날아온다.
창배는 오늘 큰 교훈 하나를 배웠다.
[ 웃는 얼굴에도 주먹은 날아 온다는 사실을....]
그래도 창배는 행복했다.
평소와는 달리 제로원이 직접 치료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날따라 세 녀석은 말끝마다 소영이한테 대들었고.
그 결과는 참담했지만...
그 보상은 달콤하기만 했다.
" 어떡하죠?
코에서 계속 피가 나요.
많이 아프시죠?"
제로원의 말에 창배는 썩소를 날리며 어느 영화 속 상남자가 했을법한 포스가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 사나이 이 정도로 죽지 않습니다.
피할 수 없는 건 고통조차 즐기자...
이것이 제 신조랍니다.
미스 제로원께서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하하~~~"
옆에서 창배 말을 듣고 있던 소영이는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날릴 뻔 할 정도로 닭살이 돋는 순간이었다.
소영이는 이를 "부득부득" 갈며 말했다.
" 이것들이.. 이랬다 이거지!!....."
완판치 사무실...
" 형님! 형님! 큰일 났습니다."
깍두기 2는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숨넘어갈 듯 형님을 불러 대고 있었다.
그런 동생을 보며 깍두기 1이 말했다.
" 아따 숨넘어가겠다.
무슨 일인데 그러냐?
도끼파 놈들라도 쳐들어온 것이냐?"
깍두기 1의 말에 깍두기 2는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치며 말했다.
" 형님. 그런 농담할 때가 아닙니다.
윤필상 박사 말입니다."
거기까지 얘기를 들었을 때 깍두기 1이 반색하며 말했다.
" 윤 박사를 벌써 찾은 것이냐?
아따 너무 빨리 찾으면 돈 받기 쪼까 쑥쓰러운디...."
그 말을 들은 깍두기 2는 답답해 죽겠다는 듯 연신 가슴을 치고 있었다.
" 형님도 참.. 사람을 찾았는데 그게 왜 미칠 일입니까?
못 찾았으니까. 미치겠다는 거 아닙니까."
" 아따.. 네가 캄퓨타(컴퓨터)에 검색인가 뭔가 하면 다 나온다 그러지 않았냐?"
큰형님 말에 깍두기 2는 기다렸다는 듯이 노트북을 꺼내들었다.
" 거짓말 아닙니다.
진짜 검색하면 다 나옵니다.
제가 그래서 형님 보여드리려고 캄퓨타(컴퓨터)를 빌려 왔습니다.
제가 대통령 이름을 요래 요래 치면...
보십시오. 형님.
다 나온다 아입니까."
깍두기 2는 계속해서 검색을 하며 자신의 말이 사실임을 형님께 보여 주고 있었다.
한참을 바라보던 깍두기 1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기계라는 것이 그리 믿을 만한 족속은 못 되지...
그러지 말고...
네 친구 중에 흥신소 한다는 아한테 기름값 좀 줘주고 부탁 좀 해 봐라.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이 가장 빠를 것 같다."
형님 말에 깍두기 2는 또 다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 형님. 제가 다 해봤습니다.
그놈도 못 찾겠다고 그러길래...
제가 하도 답답해서 찾아만 주면 천만원을 준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깍두기 1은 갑자기 성질을 내며 의자를 박차고 일어섰다.
" 너 지.. 지금 뭐라고 했냐?
처.. 천만원!...
고작 사람 하나 찾는데 천만원을 준다고?
너 미쳤냐?
그리고 그놈도 그렇지...
천만원을 준다고 그걸 받는다냐?
양심도 없는 놈 같으니라고..
사람 하나 찾는데 천만원이 가당키나 한 소리냐?"
" 지금 그깟 천만원이 문제가 아니라니까요. 형님.
윤 박사를 찾아야 나머지 2억을 받을 거 아닙니까."
말을 들어보니 그것도 그러했다.
잠시 고민을 하던 깍두기 1은 자기 책상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들고 왔다.
그 모습을 본 깍두기 2는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 형님. 그거 윤 박사 사진 아닙니까?
그걸 뭐 하러 꺼내 왔습니까?"
깍두기 1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사람을 찾을 때는 이렇게 몽타주 사진 한 장 들고 직접 다리품을 파는 것이 최곤기라...
처음엔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것만큼이나 아득하게 느껴지지만...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사람을 찾아낸다.
너는 이 사진 들고 가서 영정사진만하게 100장만 뽑아 온나.
그리고 놀면 뭐하노.
동생들하고 꼬마 녀석들까지 몽땅 불러들여라...
알겠냐?"
그런 식으론 죽었다 깨어나도 도저히 찾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별다른 방법이 떠오르는 것도 아니었다.
깍두기 2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알겠습니다. 형님...."
다음 작품에서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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