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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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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771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4.18 07:03
조회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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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3쪽

찾아야 할 사람들 2

DUMMY

모던 씨를 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벤자민 씨도 모던 씨의 행선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나는 곰곰히 생각에 빠졌다.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선택지는 두 가지가 있었다.

첫째로는 화촌에서 만났던 그 언데드의 정체를 조금이라도 알 것 같은 아줌마에게 물어보기 위해 그녀를 찾아 가는것이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얼마전에 신성의 대가를 치뤘으니 걱정도 되는데다가··· 아무튼 벤자민씨의 말대로라면 코펜하임 농업지라는 곳으로 향했다고 한다.

둘째로는 원래 계획대로 자유 용병 연합. 용병 협회가 있는 모렉 공작령으로 향하는 것이다. 어쩌면 벤자민 씨가 입이 닳도록 칭찬한 그 모렉 공작이라는 사람도 한번쯤은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고보니 코펜하임 농업지. 거긴 왜 갔대요?”


“아···”


벤자민씨의 얼굴이 일순 어두워지는걸 똑똑히 보았다. 말을 흐리는 것만 봐도 수상하다.


“마셸 경과 함께 거기 일이 있어서 떠나셨어.”


무언가를 얼버무리는 것 같지만, 아니 그것보다도.


“네? 마셸 형이 왔던거에요?!”


난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마셸 형이 여기 올 이유가 없을텐데···


“그래. 성자님의 보조로 왔었단다. 것보다 코펜하임 농업지로 가려는거냐?”


“음··· 모르겠어요. 지도를 보면 어차피 코펜하임 농업지로 향하는 길에 모렉 공작령이 있는것 같은데. 일단 모렉 공작령까지 가서 생각해보려고요.”


“그렇구나.”


무언가 안심한 듯한 얼굴이다. 오히려 수상해져서 난 눈을 갸늘게 떴지만, 캐묻지는 않았다. 벤자민 씨가 말해주지 않는다는건 그만한 이유가 있을테니까.


“이제 가볼게요. 마차를 구해 타면··· 며칠이 걸리려나? 이틀?”


“그래. 잘 가거라. 아차차!”


벤자민씨가 돌아선 내 어깨를 잡아세웠다. 난 의문을 표하며 눈만 깜빡거렸는데.


“너도 돈이 부족하거나 한건 아니지?”


···안 부족해요.




***




“후우!”


비루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 지친듯 그의 눈밑에는 다크써클이 검게 내려앉아있었다. 눈만 감고 있다면 죽은 사람이라고 착각할만큼 안색이 좋지 않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그건 그의 앞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젠장. 끝도 없군.”


그의 앞에는 시체들이 쌓여있었다. 그렇다고 비루가 무고한 사람들을 모조리 죽였다. 라는건 당연히 아니었고, 원래 죽어있던 시체들.

즉, 언데드였다.


“나라가 어떻게 되려고···”


그러다가 피식 웃어버린다.

왕을 죽이려 했던 작자가 나라 걱정을 하는것도 우습지 않은가?


“비이이이루우우우?! 넌 여기서 죽어줘야한드아아아.”


지성이 부족한건지 발성이 안되는건지. 말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 녀석에게 비루는 가운데손가락을 들어주었다.


“좆까. 시발놈아.”


왕의 암살을 실패하고나서부터 이랬다. 겨우겨우 도주한 비루는 가까운 영지인 크로아 공작령··· 아니지, 이제는 왕실에서 관리하게 됐으니 크로아 왕실령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숨어들었는데 그 영지에 들어서자마자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이상한 기운이라고 하지만 모르는건 아니었고 지겹게 느껴왔던 기운. 바로 악마신봉자들의 것이었다. 왕과 척을 지었다고 그들에 대한 원망이 사라진건 아니었기에 습격해 괴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혔지만, 그 이후부터 이랬다.

빠져나와 도망을 쳐도 어디로 가든 놈들은 쫒아왔다. 아니 마치 기다린것처럼 밤마다 나타나곤 했다.


“도대체 네놈들은 머릿수가 얼마나 많은거냐?”


비루가 찔러죽인 숫자만 해도 언데드를 제외하고 악마신봉자들이 천 단위는 되지 않을까? 그런데도 넘치도록 있었다. 어떻게 이런 조직이 드러나지 않을 수 있었던걸까?


“심지어 넌 리치구만.”


“네에에에노오오오옴을 죽이고 무릎 꿇린 뒤에 말해주지이이이이이”


“씨발. 대가리가 딸리는건 아닌것같은데··· 진짜 개같은 발성이네. 젠장. 아가리좀 그냥 닫을수 없냐?”


리치라. 과연 맞상대할 수 있을까? 비루는 잠깐 상대와 자신을 가늠해보았다. 이미 수 많은 언데드를 돌려보낸 뒤였다. 지칠대로 지친 자신과는 다르게 리치는 언데드다. 언데드라면 지치지 않는다.

그러나 도망칠 수는 있을까? 놈들은 이 밤동안 얼마든지 쫒아올텐데?


“젠장!”


누굴 탓하겠는가. 기구한 자신의 운명을 탓해야지.


“덤벼. 해골바가지 새끼야!”


리치도 바보는 아닌지라 그 말을 듣고 달려들진 않았다. 리치는 어디까지나 마법사다. 강체술을 사용하는 비루에게 거리를 두는건 당연했다.

오히려 물러나며 리치는 어색한 발음으로 주문을 영창하기 시작한다.


“············.”


어지간히도 긴 주문. 물론 비루가 그걸 가만히 보고 있을 멍청이는 아닌지라 단숨에 달려들어 머리통을 깨숴놓았다.

파삭! 하며 머리가 있던 자리가 휑해졌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다.

애초에 리치Lich라는건 그 육체가 거짓된 것. 일종의 인형과도 같았다. 본신, 진짜로 생명을 담고있는건 가지고 있는 영혼의 그릇Life Vessel이다. 소중한 영혼의 그릇을 멀리 떨어뜨려 놨을리는 없을 터.


‘분명 근처에 있을텐데···’


그러나 지친 비루가 그걸 찾는건 요원했다. 어느새 놈의 머리는 되돌아오고 있었고, 잠깐 중지되었던 주문 영창도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재개되고 있었다. 쓰러뜨렸던 언데드들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비루의 등 뒤에서 일어나고 있다.

흐느적거리며 흙더미속에서 되살아난다.


“흣!”


어떻게든 바짓가랑일 붙잡으려는 좀비의 손을 쳐내고 비루는 창을 마치 풍차처럼 돌렸다.

후웅후웅!

거친 바람소리와 함께 주변의 모든것을 날려버릴 것만 같다. 저 높은 곳에 있는 나뭇잎들도 당장이라도 떨어질것처럼 흔들거렸다. 풍압만으로 언데드들은 비루에게 함부로 다가갈 수 없게 되었다.

푸웅! 푸웅!

한층 더 소리가 거칠어졌다. 비루를 중심으로 마치 작은 폭풍이 만들어진것 같았다. 두 손도 아니고 외팔밖에 없는 사람이 손가락으로 돌리고 있을 뿐인데도.


“···!”


리치는 그 사이 주문을 다 읊었는지 영창을 끝내고 마법의 적중 준비를 마쳤다. 리치가 준비한 주문은 무엇일까? 이 순간, 비루의 집중은 극에 달했다.

풍차처럼 돌아가는 창이 우뚝 멈춰섰다. 맹렬한 기세를 흩뿌리던 창이 멈추고, 폭풍이 멎었다. 비루는 회전과 원심력 그 모두를 짧은 시간이지만 ‘정지’시켰다.

어느새, 리치의 뼈 밖에 남지 않은 손 끝으로 불길한 보라색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리치는 비루를 확실히 조준하였다. 한손으로 손목어림을 잡고, 한 손은 조준한다.

아주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보라색 기운이 넘실거리는 손을 리치는 재빨리 쥐었다.

주먹을 쥔 순간, 기운이 사라졌다.


‘실패인가?’


사라진 기운을 보고 그런 희망찬 생각을 했지만 비루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리가! 이미 주문의 영창은 끝나있었다. 사라졌다고 실패? 마법은 그런게 아니었다. 이해를 뛰어넘는 무언가가 반드시 일어난다. 분명히 무언가가 벌어지거나 벌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비루는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가만히 서서 있는것보단 뭐라도 하는게 나을거란 판단에서였다.


‘분명 뭐가 있을텐데! 젠장! 뭔지 감도 안 잡히잖아.’


비루는 회전으로 얻은 작은 폭풍조차 일으킨 힘을 아직 발하지 않았다. 멈췄다고 사라진게 아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힘. 이능, 강체는 그 힘을 ‘정지’시켜 놓았다. 언제라도 쏘아낼 수 있도록!

그러나 그 정지도 오래가진 않을것이다. 정지를 시키면 시킬수록 근육이 저려오고, 창대는 당장이라도 끊어질 것만 같았다. 강체력도 장난이 아니게 소모되고 있었다. 한번의 공격을 위해 비루는 남은 모든 힘을 짜내고 있다.


“큭!”


그래서 알아차리지 못했다. 등 뒤에서 처음보는 언데드, 구울이 덮쳐온것을.


“꺼져!”


빛나는 녹색 손톱. 얼핏봐도 독이란걸 알 수 있다. 비루는 고개만 틀어서 그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구울의 목적은 비루를 처리하는게 아니었다.

그저 붙잡아두는 것!


“젠장!”


리치의 마법은 사라진게 아니었다. 이 현상 자체가 리치의 마법이었다. 놈은 공격을 위해 마법을 사용한게 아니라, 시체들을 되살리기 위해 사용했던 것이다.

구울은 단지 그 마법을 방해하지 않도록 시간을 끌었을 뿐이다. 일종의 눈속임.


“크으으으으···”


온갖 괴상한 소리를 내며 그것들은 흙에서부터 일어났다. 팔을 들어올려 자신을 파묻은 흙을 짚고 머리를 끄집어내고, 상체를 기어올렸다. 그 숫자가 징그러울만치 많았다. 수십마리? 혹은 수백마리? 어느쪽이던 지금의 비루가 상대할 만한 숫자가 아니다.


“이런 마법이 있었다니···”


단지 사용하는것 만으로도 주변 일대의 망자들이 되살아나는 마법. 용병 신분이니만큼 마법을 자주 볼 기회는 없었다. 운 좋게 몇번 봤던 정도일까? 그러나 그네들이 보여준건 일반적인 마법이었다. 놈이 사용하고 있는건 명백한 네크로맨서들의 사령술 혹은 강령술.

한 마리 한 마리 일으키는거야 본 적 있더라도 이렇게 한꺼번에 일으키는건 본 적 없었다.

그리고···


‘이게 끝이라고 장담하지 못한다는거지. 젠장, 써야겠다!’


비루는 결정했다.

마법의 효과는 하나일수도 여럿일수도 있다. 시체들을 일으키고서 또 다른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체해선 좋을게 없다.

리치를 통째로 날려버리고 시간을 벌려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었다. 창을 든 외팔이 아래로 내려간다. 억눌러놓았던, 정지시켜놓았던 힘을 펼친다!

폭풍조차 일으켰던 힘이 일순, 비루의 창대를 타고 창끝에서 해방되었다!

콰앙!

비루의 창이 마치 번개처럼 쏘아졌다. 소리가 따라가질 못하는걸 보면 정말로 번개만큼 빠를지도 모른다.

나아간 창은 직선상에 있는 모든 장애물을 없앴다.

수많은 시간을 견뎌온 고목과 거목도, 거대한 바위도 장애물이 되지 못한다. 일어나려는 망자들을 단숨에 되돌려보낸다.

비루가 만들어냈던 폭풍이 다시금 창을 따랐다.

정지되어있던 그 파괴적인 폭풍이 쏘아진 창을 한번 더 밀어낸다!


“큭!”


믿기 힘든 위력이지만 그만한 기술에 대가가 없을리가 없다.

팔이 끊어질것처럼 아팠다. 아마도 힘줄 몇개는 터져나갔으리라. 허리가 끊어진것처럼 저렸다. 운이 없다면 척추가 비틀렸을지도 모른다. 창날이 날아가버린 이상 이제 비루에게 무기란 없었다. 따라서 더 이상의 교전은 무리다. 체력과 강체력 모두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몸도 만신창이였다.

해야할 일은 정해져있다.

비루는 결과도 확인하지 않은 채, 고민하지 않고 멀리 달아나기 시작했다.




***




“크으···”


리치는 신음을 흘렸다. 고통은 없었지만, 너무 안타깝고 원통했기에. 비루의 창은 자신을 가로막는 그 모든 장애물을 꿰뚫었지만, 그만큼 위력이 저하되어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육신이 아닌 생명의 그릇쪽이 본신이라 할 수 있는 리치가 아니었더라면 그 누구라도 살 수 있다 장담하지 못했을테지.

확실하게 말해 운이 좋았다.


“도망쳤드아아아···”


레너 왕과 돌아선만큼 지금 비루를 처리해야했다. 혹시라도 다시 레너 왕과 손을 잡을 경우 그 모렉 공작과 함께 또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 레너 왕과 함께 있을때는 처리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이라면 어떻게든 가능할것이다. 라는 판단에 악마신봉자들은 그를 쫒았다.

실제로 비루는 몇번이나 궁지에 몰렸고, 목숨의 위기를 맞아 여기까지 도망쳤다. 이제 끝이라고 생각한 순간이 몇번이나 있었단 소리다.

그러나 비루는 번번이 도망치고 살아남았다.

어떻게?


“드러내지 않은 이빨이 있었다아아···”


그랬다.

레너 왕의 개는 모든 이빨을 드러냈던게 아니었다. 이렇듯 생각지도 못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번개보다 빠르고, 폭풍을 동반하는 창이라니!


“크어어어···”


어느새 리치의 부숴진 육신이 재구성되었다. 육신肉身이라고는 하나, 뼈밖에 남지 않았다.


“시간은 우리편이다아아아. 언제까지 도망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느냐아아아···”


리치는 비루의 죽음이 머지 않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그건 두고봐야 알 일이다.


작가의말

추천,선작,조회,코멘트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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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참사 14 18.04.05 246 5 11쪽
77 참사 13 18.04.04 263 4 13쪽
76 참사 12 18.04.03 271 5 12쪽
75 참사 11 18.04.02 285 7 13쪽
74 참사 10 18.04.01 260 5 18쪽
73 참사 9 18.03.31 280 5 13쪽
72 참사 8 18.03.28 289 4 13쪽
71 참사 7 18.03.27 307 5 12쪽
70 참사 6 18.03.25 285 6 12쪽
69 참사 5 18.03.23 294 4 15쪽
68 참사 4 18.03.22 325 5 14쪽
67 참사 3 18.03.21 299 4 14쪽
66 참사 2 18.03.20 347 5 13쪽
65 참사 18.03.19 323 4 16쪽
64 비루 3 18.03.16 295 4 12쪽
63 비루 2 18.03.15 301 4 11쪽
62 비루 18.03.14 292 5 14쪽
61 에르네스 메르셀 2 18.03.13 315 5 12쪽
60 에르네스 메르셀 18.03.12 332 6 12쪽
59 5년 후 3 18.03.09 336 6 13쪽
58 5년 후 2 18.03.08 320 4 14쪽
57 5년 후 18.03.07 34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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