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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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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659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3.16 07:33
조회
294
추천
4
글자
12쪽

비루 3

DUMMY

“아 좀! 저리 가라고요!”


나는 아줌마에게 크게 소리쳤다. 어지간하면 큰 소리낼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어제부터 마치 거머리처럼 달라붙지 않는가? 어른이라면 적당히 빠질줄 알아야지 아줌마에게는 도저히 그런면이 없었다.


“나도 바쁜 몸이야. 무슨일로 왔는지 말해주면 서로 편해질거라 생각하지 않니?”


물론 성자인만큼 바쁘겠지.


“그렇게 바쁘시면 저한테 달라붙지 마시고 그냥 가시라구요!”


“누나랑 함께 있는건 싫으니?”


누나는 개뿔. 나이차가 두 배도 넘는데··· 그러나 이 사실을 입 밖으로 낼 자신은 없었으므로 말을 돌렸다.


“별거 아니니까 좀 가시라구요. 네?”


나는 평소에도 거의 쓰지 않는 부탁하는 어조로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눈을 좁히며 알듯말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까지 말해주지 않으려는게 더 궁금한걸? 그냥 말해주면 갈 텐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제기랄. 아무래도 거머리같이 붙을 생각인가보다. 나는 잠깐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비행선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않고 조용히 작동을 멈추고 있다. 착륙한 비행선을 다시 타고 되돌아갈까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아!’


그제서야 생각이 미쳤다. 그러고보니 도대체 비루를 어떻게 찾아야하는거지? 비루가 있는 장소를 대주교 영감님한테 납치당하다시피해 끌려다녔던 내가 알고있을리가 없지 않은가. 비행선이 당장이라도 갈 까봐 급히 탔는데 오히려 안 타느니만 못했다.


‘멍청하게!’


“제기랄!”


“···뭐?”


설상가상이라고 했던가. 비루가 어딨는질 모르고 있단걸 깨달아 욕 한마디 내뱉었는데 생각해보니 대화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제기랄이라고 했으니 욕을 들었다 생각해도···


“떽! 그런 말 쓰면 안 되잖니!”


“···네?”


“그런 나쁜말은 쓰면 안 되는거야. 알겠니? 특히 너 같은 어린아이는 더!”


갑작스럽게 아줌마의 설교가 이어졌다. 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벙벙히 그녀를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자기한테 욕했다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물론 그럴 의도가 없었다는건 사실이지만···


“···알겠지?”


미안하지만 하나도 듣지 못했어요. 역시 그렇게 말할수는 없어서 난 고개만 끄덕거렸다. 아줌마는 마음에 안 든다는듯이 팔짱을 꼈지만 난 안심할 수 있었다. 아줌마, 열심히 설교하느라 본래 이야기를 까먹은 듯 싶다.

나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건 그렇고 비루는 어떻게 찾는다.’


진짜 문제는 그거였다. 그러나 그 점에 대해서는 짐작가는곳이 있었다.


‘모던 씨라면 알고있을지도.’


비행선을 타고 돌아가는게 현명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긴했지만 편지의 내용으로 보아 마셸 형이라고 비루의 행방을 알고 있을것 같지는 않았다.

초반부에 쓰여진 내용도 아주 심플했고 특히 그 비루가 남에게 자기 행선지를 알려주고 다닐것 같지는 않으니까.


‘돌아가는것보단 모던 씨에게 가는게 빠르겠지?’


일단 화촌쪽으로 가보자.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생각이 정리되자 더 망설일게 없었다. 어차피 아줌마는 무슨일인지는 몰라도 해야할일이 있을테니 떼어놓고 가면 쫒아오지는 못할것이다.

마음을 정한 나는 걸음을 빨리해 자유무역도시로 들어갔다. 브라헴 자유무역도시. 두 번째로 와보는거지만 이번에도 역시 여유는 없을듯하다. 한시라도 빨리 비루를 찾는게 급하다. 안타까운 일이라면 나는 우라드 자작령에서 화촌은 가 봤어도 브라헴 자유무역도시에서 화촌까지의 길은 모른다는 점이었다.


‘우라드 자작령부터 가야하는거려나.’


한번 가본 길은 어렴풋이 기억한다. 대주교 영감님은 이런 날 보고 쓸데없이 대가리만 좋다며 혀를 찼지만.


“얘, 왜 그렇게 빨리가니?”


“아 좀. 따라오지 말라구요.”


“아! 그러고보니 뭐하러 온 거냐는 얘길하는 중이었었지.”


나는 표정을 찡그렸다. 하여간 쓸데없는걸 기억해내기는.


“저 진짜 바쁘거든요? 더 말 안할테니까 그냥 가 주시면 좋겠는데요.”


“네가 어디갈지 대충 알것 같은데? 같이 가면 좋지않아?”


난 코웃음을 쳤다. 아줌마가 무슨 재주로 그걸 아느냔 말이다. 아줌마에게는 대주교와 관련된 일이라고 얼버무리긴 했지만 정작 믿지도 않았던걸.


“우라드 자작령이지?”


난 놀랄수밖에 없었다. 오우거 뒷걸음쳐서 고블린 밟은 격인가? 도대체 어떻게 맞춘거지?

놀라는 내 모습에 아줌마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손사래를 쳤다.


“후후. 대단한건 아니야. 당연 교국 관계자인 네가 신전이 아니면 어디에 가겠어?”


···그러고보니 우라드 자작령은 신전이 있는 영지의 이름이었다. 정말로 오우거 뒷걸음치다 고블린 밟은 격이 맞았다. 아줌마의 추리는 틀렸지만 결과는 맞다.


“그래서요? 따라오기라도 하시게요?”


“그러엄! 나도 교국 사람이니만큼 신전에 가야할 이유가 있는걸!”


표정을 꿈틀이며 최대한 저리가라고 어필했지만 그녀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는듯 싶다. 난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솔직한 말로 아줌마 정도의 실력자와 함께 동행하는건 나쁜일이 아니다. 성격도 좋고, 재주도 많은 사람이다.

그러나 동행하는 내내 왜 가느냐하며 달달 들볶을걸 생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더 껄끄러운건 대주교 영감님의 딸이며 하쉬의 약혼자였던데다가 교국 유일의 성자라는 점이었다. 정말 싫으면 욕이라도 한바가지 할텐데 그럴수도 없는 사람이다.


“제발. 부탁인데. 그냥. 혼자. 가면. 안. 되나요?”


난 단어 하나하나를 끊어말하며 저리좀 가라고 강조했지만 그녀는 그렇게 받아들이질 않는 모양이었다.


“왜 그러니? 혼자 가는것보단 둘이 가는쪽이 좋잖니? 그게 아니면 불편한거니?”


그러니까 불편한거 맞다고.




***




“모렉 공작.”


레너 왕은 어전에서 밤을 지샌채로 모렉 공작의 병실로 찾아갔다. 어깨에 붕대를 싸맨채로 누워있던 모렉 공작은 레너 왕에게 일어나 예를 표하려했지만 레너 왕은 됐다며 손만 흔들었다.


“상처는 어떠시오?”


“괜찮습니다. 비록 늙은몸이라 하나 그런 강아지의 이빨에 죽을둥 살둥하지는 않으니.”


그렇게 말하면서도 혈색이 창백했다.


“후후. 언제는 늑대라고 하지 않았소?”


전날 어전에서 했던 모렉 공작의 말을 되돌려주자 모렉 공작은 콧잔등과 함께 머쓱함을 쓱 훔쳤다.


“빨리 털고 일어나주시오. 이제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으니 경의 힘이 없다면 일의 성사를 장담할 수 없다오.”


작업. 작업이란 당연 악마신봉자들의 척살을 이르는 말이었다. 모렉 공작도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비루, 그 놈도 없어졌으니 말입니다. 이제 곧 놈들은 이 왕국에 발을 붙이지 못할겁니다.”


지난 5년간 모렉 공작과 비루는 많은 악마신봉자들을 ‘사냥’했고 그 결과 왕국에서의 악마신봉자들은 거의 씨가 마르다시피 되어있었다. 이제 남은것은 정말로 한 줌 뿐. 그러나 일을 진행하면 할수록 모렉 공작의 안에서는 의구심만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정말로 그럴까.’


당연한 의문이었다.

겨우 이 정도로 뿌리뽑힐 것들이라면 전전대의 왕 이전부터 왕국에 기생하고있지는 못했을것이다. 분명 뭔가를 놓치고 있다는 기분이 강하게 들었다.


“정말로 이것으로 끝일지 모르겠습니다.”


모렉 공작은 생각한걸 그대로 내뱉었다. 그는 책사가 아니라 무인인만큼 머리쓰는 일은 자신의 일이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뭔가를 계속 놓치고 있다는 그런 기분이 듭니다.”


“놓치고 있다라···”


레너 왕은 손가락을 까닥였다. 방금까지 옥좌에 앉아있던만큼 팔걸이를 두드리며 생각했던 버릇이 나온것이라 쓴웃음을 지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일이 너무 수월하게 풀렸소.”


모렉 공작이 한 생각을 레너 왕이라고 못했을까? 다만 굳이 꺼내지 않고 있었을 뿐이었다.


“잡지 못한 실마리가 많다오. 우리가 잡은 악마신봉자들은 그야말로 꼬리라고 생각될만큼 쓸모없는 잡것들이었소.”


5년전의 일을 레너 왕은 잠깐 회상했다. 신전의 조사대를 되려 물리칠만큼 강한 네크로맨서가 있었다. 레너 왕은 그 네크로맨서를 꼬리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이상했다. 그런게 꼬리라면 도대체 몸체는 얼마나 강해야한단 말인가.

허나 실상은 빈약하기 그지없었다. 그 네크로맨서는 커녕 대부분의 악마신봉자들은 잡스런 언데드나 아니면 반쪽짜리 네크로맨서들이었으니까.


‘이게 진짜일리는 없다.’


그러나 더 이상 꼬리가 잡히지 않는것도 사실이요, 왕국에 문제가 없는것도 사실이었다. 어쩌면 왕국과 다투는것이 귀찮아 그 몸통은 다른곳으로 가버린걸지도 모른다.

레너 왕의 눈이 섬뜩하게 빛났다.


‘그렇다 하더라도 살려줄 생각은 없다. 더러운 악마신봉자들아.’


가슴속에서 다시 한번 증오의 불길이 되살아나 타오를 무렵, 모렉 공작의 말소리가 레너 왕의 상념을 잘라냈다.


“그리고 한센 남작. 그 자의 행동도 이상합니다. 도대체 그는 왜 비루에게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은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허허···”


“동감이오. 정말로 그가 협박에 털어놓은것이 맞는지도 의문이 드오. 내가 아는 그라면 그럴리가 없었을테니.”


“그는 겁쟁이지만 생각없는 작자는 아니었습니다. 협박에 말을 털어놔봤자 돌아오는게 없다는걸 알고 있을텐데 말입니다. 이렇게 누워서 한참을 생각해보니 석연치 않은 점이 많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5년 전에 조사대를 따돌렸던 그 네크로맨서 놈은 도대체 어디있는건지도.”


5년전에 화촌 하나를 습격하고 추격해오는 신전의 조사대를 되려 죽여버린 압도적인 힘을 가진 네크로맨서는 그 이후로 행방이 묘연했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소.”


레너 왕은 잠깐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악마신봉자들은 지금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 그 일에는 5년 전의 네크로맨서가 참여하고 있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지금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한 작업은 사실 그들이 드러낸 꼬리를 자르는 작업에 지나지 않는다.”


“······.”


“또한 모종의 협박, 회유 등의 방법으로 한센 남작이 비루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도록 유도했다면 어떻겠소? 그럴수 없다고는 하지 않겠소만 이 시점에서 비루가 우리와 척을 지게 된건 너무나 공교롭소.”


비루는 사냥개로서 5년간 활약했고 악마신봉자들의 숨통을 물어뜯어왔다. 놈들에게는 충분히 위협적인 상대였다. 왕의 수족인 한센 남작과 사냥개인 비루를 동시에 뜯어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당연 실행에 옮겼을 터.


“그렇다면···”


모렉 공작은 눈쌀을 찌푸렸고 레너 왕은 살짝 미소지었다.


“그렇소.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일지도 모르오. 물론 이게 기우이길 바라지만.”


그럴리가 없겠지.

어쩌면 왕국은 벌레에 집중하고 있다가 다가오는 악마를 보지 못하고 있는걸지도 모른다.


“···최대한 빨리 털고 일어나겠습니다.”


모렉 공작은 비루에게 당해준 자신의 판단이 미숙했음을 인정했다. 그렇기에 왕에게 할 말은 최대한 빨리 털고 일어나겠다는 것 외에는 없었다. 레너 왕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부디 그 전조가 시작되지 않았길 바랄뿐이라오.”


작가의말

추천,선작,조회,코멘트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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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참사 13 18.04.04 261 4 13쪽
76 참사 12 18.04.03 271 5 12쪽
75 참사 11 18.04.02 284 7 13쪽
74 참사 10 18.04.01 260 5 18쪽
73 참사 9 18.03.31 280 5 13쪽
72 참사 8 18.03.28 287 4 13쪽
71 참사 7 18.03.27 306 5 12쪽
70 참사 6 18.03.25 285 6 12쪽
69 참사 5 18.03.23 294 4 15쪽
68 참사 4 18.03.22 324 5 14쪽
67 참사 3 18.03.21 297 4 14쪽
66 참사 2 18.03.20 346 5 13쪽
65 참사 18.03.19 322 4 16쪽
» 비루 3 18.03.16 295 4 12쪽
63 비루 2 18.03.15 301 4 11쪽
62 비루 18.03.14 292 5 14쪽
61 에르네스 메르셀 2 18.03.13 314 5 12쪽
60 에르네스 메르셀 18.03.12 332 6 12쪽
59 5년 후 3 18.03.09 336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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