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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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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668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4.17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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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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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7쪽

찾아야 할 사람들

DUMMY

내가 남아서 한번 더 시도해보겠다고 하자 멕과 케인의 얼굴에는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희색이 떠올랐다. 화촌 사람들은 나름 안심하는 듯 했지만, 글쎄···

낮에 잠을 자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자 다시 시간이 밤이되었다.


“부탁한다.”


케인이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진중한 표정을 짓는다. 멕은 말 없이 나와 시선을 맞췄다.


“말 안해도 녀석은 잡을거라구요.”


그들을 실망시킬 생각은 없다. 나는 꾸욱 주먹을 쥐었다. 어느새 어제 매복했던 곳까지 왔다. 그러나 바보가 아닌 이상 녀석도 같은 장소는 경계하겠지. 거기서 조금 더 걸어가기로 했다. 나무 위가 아니라 수풀 속에 숨는다.


‘이 정도면 되겠어.’


내가 봐도 잘 숨어진것 같다. 이제 놈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나는 조용히 숨죽였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을까?

사박, 사박!


‘왔나?!’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번엔 놈을 잡을 수 있을까? 긴장으로 얼룩져 손에 땀이 묻어난다. 나는 스스로를 억지로 진정시켰다.


‘기다려.’


조금 더 기다려야한다. 아직은 녀석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진정하자. 진정하자. 스스로를 다독이며 또 다독인다.

발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져 갔고 나뭇잎이 발밑에 일그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마침내 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쿠릉.”


“제기랄.”


나타난건 멧돼지 한 마리였다.




***




“결국 나타나질 않더란거냐?”


“···네.”


언데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주 떠난건지 아니면 내가 있기 때문에 당분간만 자리를 뜬건지 판단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케인은 씨익 웃어주었다.


“잘 됐군! 쫄아서 간 모양인데.”


“······.”


“뭐 그런 표정 하지마라. 네가 책임을 질 일은 아니었으니까. 갔다면 좋은거고 안 갔으면 어쩔 수 없는거지.”


멕의 다독임에 나는 표정을 풀었다. 그래. 어쩌겠단말인가? 합리화, 일지도 모르지만 난 떠나야했다. 비루를 찾아야했다.

그러니까 더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불길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확실하지도 않은 일에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단 말이다.

혹시라도 더 시간이 지나면.

어쩌면 하쉬의 죽음에 대한 진상이란걸 영원히 알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

그러나 그럴 필요는 없었나보다.


“나타났다!”


화촌민 한 명이 숨을 할딱이며 달려왔다. 나타났다. 그 짧은 문장에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오지 않으리라 여겼는데 왔단 말이지.

난 눈을 갸늘게 떴다.


“다녀올게요.”




***




놈과 나의 거리는 백 걸음도 넘었다. 다시 말하건데, 놈은 나보다 빠르고 언데드라서 체력의 한계도 없다.

따라서 내가 이 거리에서 놈을 잡을 수 있을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


우리는 서로가 잘 보이지도 않는 거리에서 멈춰섰다. 어두컴컴한 밤 때문에 놈의 윤곽이 어슴프레 보일 뿐이다. 저쪽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그랬다.

뾰족한 수가 없는 이상 최선은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너! 왜 여길 기웃거리지?”


내가 먼저 말했다. 이 정적이 끝없이 계속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대답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언데드가 지성이 있다고 말을 할 수 있단건 아니니까. 일전의 네임리스가 만들어낸 신형 언데드··· 그래. 구울이랬나?

그들도 어느정도 지성은 있었다. 말을 할만큼의 지성이 없었을 뿐이다. 어쩌면 놈도 말을 못하는건 아닐까?


“······.”


놈은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한다.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건가? 아니면 내 소리가 닿지 않았을까? 놈의 실력으로 볼때, 전자라면 모르되 후자라면 그럴리가 없었다.


“···몰라.”


역시 말을 할 수 있었나. 놈 정도 되는 언데드가 말을 못하는것도 이상하겠지. 그런데 몰라. 라고?


“내가 왜 여기왔는지 몰라.”


왠지 누군가가 겹쳐보였다. 제기랄. 언데드인것도 그렇고 자신이 뭘 하는지도 모르는 것도 그렇고 일전의 아누와 비슷하지 않은가?

그러나 아누는 내 눈앞에서 흙으로 되돌아갔다. 동생을 만나러 저승으로 갔다. 따라서 눈앞의 놈이 아누일수는 없었다.

약간 무언가가 북받쳐 오르는 느낌에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돌직구를 던졌다.


“넌 여기 사람들을 죽이고 싶은거냐!”


거리가 거리인지라 몰라볼뻔했다. 하지만 분명 놈은 움찔거렸다. 내 말에 예상치도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냐.”


아니라고. 놈의 말대로 놈이 이 사람들을 죽이고 싶은건 아니었을것이다. 어제 본 그 실력이라면 언제라도 할 수 있었을테니까.

그렇다면 놈의 목적은 뭘까?


“그럼 떠나!”


목적이 뭐긴 뭐야. 놈이 말했지 않은가? 모른다고. 적어도 산 자를 증오하는 언데드가 화촌 사람들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없는것만 해도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말로 설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언데드에게는 일말의 자비도, 거리낌도 없는 나였지만 나보다 빠른 게다가 이 거리에서는 잡을 수도 없는 녀석에게 멍청하게 달려들지는 않았다.

나는 주변을 빠르게 살폈다.

거리는 여전히 백 걸음도 넘는다. 산짐승들은 우리를 보고 거리를 벌려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적어도 매복같은게 있는건 아닌것 같다.

놈이 늦게 나타난건 무언가 꿍꿍이가 있어서는 아니었는가.


“왜?”


“여기 사람들이 불안해하고있으니까! 넌 언데드야!”


다시 한번 놈이 물었다.


“···왜?”


“네가 그들을 죽일지도 모르니까! 네 의도가 어떤지 모르니까!”


“난 그들을 죽이지 않을거야!”


처음으로 놈의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그러나 나는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어리숙한 언데드를 비웃었다.


“네 생각이 정말로 그럴지라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걸. 넌 위험하니까. 넌 언데드니까!”


“······.”


“너도 알고있잖아! 그러니까 다가가지 않은거잖아! 네가 언데드니까! 그렇지 않으면 1년간이나 화촌을 맴돌기만 했을 이유가 없잖아!”


“···그랬구나.”


마치 백지상태의 아이와 얘기하는 것 같다.


“떠나! 사람들은 널 원하지 않아!”


“···떠나야 해?”


아마도 놈은 리빙데드일것이다. 리빙데드란게 왜 이렇게 발에 채이는 돌맹이처럼 많이 보이는지 모르겠다. 내가 아는 리빙데드란 언데드 아닌 언데드, 언데드의 정점. 죽지 못한 망자, 신의 실패작!

수 많은 이름으로 불리는 최악으로 꼽히는 괴물이었다. 결코 이렇게 흔한 존재가 아니었다. 실제로 내가 본 리빙데드만 해도 열 손가락에 꼽힌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평생을 가도 하나 보기도 힘든게 리빙데드인데.

팔자가 꼬였나.


“그래! 네가 있을수록 사람들은 불안해하고 힘들어할거야. 넌 그걸 원하는거야?!”


난 더 이상 놈을 비웃지 않았다. 놈은 모든 기억을 잃은 백지상태의 아이와도 같다. 어쩌면 사람들과의 생활도 놈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놈이 다가갈때마다 뒷걸음질치고, 의미없는 행동에 두려워하고. 놈이 사람을 갈망할 때 마다···


‘잠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빙데드는 분명 사람을 먹어야 살아갈 수 있을텐데. 하루에 한 명. 아무리 못해도 이틀에 한 명은 먹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전의 아누처럼 짐승이 되고 만다.

그런데 놈에게는 그런 낌새가 전혀 없었다.

만약에 놈이 계속 사람을 먹어치워왔다면 화촌을 습격했겠지. 애초에 주변에 사람이라곤 이 산속엔 화촌밖에 없었다. 그럼 그들은 어떻게든 낌새를 느꼈을텐데.


‘리빙데드가 아닌건가? 하지만.’


리빙데드가 아닌데도 저 능력에 저런 지성이 있다고? 믿기 힘든 일이었다. 나는 휘휘 고개를 저었다. 이건 나중에 생각할 일이다. 지금이 아니라.


“아니. 그런건 싫어.”


녀석이 그렇게 말했다. 내가 뭐라고 했더라? 아,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힘들어할텐데도 넌 그렇게 있고 싶으냐고 물었던가.


“그럼 다시 말할게! 떠나! 네가 없어야 사람들은 불안해하지 않을테니까!”


“···떠나?”


“그래! 떠나! 그리고 다신 오지마!”


놈이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이는게 느껴졌다. 그 속도가 무척 느려서 마치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다.


“···알겠어.”


놈의 모습이 산속 깊숙이 사라졌다. 백 걸음의 거리가 더더욱 멀어진다. 저 어둠이 놈을 완전히 삼켜버릴때까지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




‘이걸로 괜찮은걸까?’


놈이 떠났단 소식에 돌아오지 않을거란 말에 화촌 사람들은 기뻐했다. 이제 두 발 뻗고 잘 수 있겠다며 좋아했다. 내가 속은게 아니라면 놈은 정말로 진실을 말했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화촌은 위협받지 않겠지. 두려워하지 않겠지.

그런데 이 찜찜함은 뭘까?


‘뭐였던걸까?’


그리고 녀석은 도대체 뭐였던걸까? 돌아와 사람들에게 물어봤지만, 근래 화촌 사람들이 사라지거나 죽은 적은 없다고 했다. 이 산속에는 화촌민들밖에 살지 않는다는 확답도 들었다. 그럼 녀석은 영지 아래로 내려가서 사람을 먹었단 건가?

아니 그럴리가.

가장 가까운 영지는 아마 한센 남작령이나 우라드 자작령일것이다. 우라드 자작령에는 신전이 있으니 그럴 수 있을리가 없다. 한센 남작령은···


‘한센 남작령으로 가봐야하나?’


하지만 한센 남작령에 그런 일이 1년간이나 있었다면. 그리고 녀석이 자꾸 시체를 먹어치운거라면 화촌민들에게 망설인게 말이 안 된다.

언데드는 언데드다. 한번 선을 넘으면 그대로 끝이다. 짐승이 된다.

아누는 후회했지만, 끝에 짐승이 되었다. 하지만 녀석은 그런 낌새가 전혀 없었는데···

제기랄! 뭐가 어떻게 된거지?

정말로 리빙데드가 아니란 말인가?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새로운 언데드란 말인가? 이 직감과 모든 감각이 말하건데 놈은 분명 언데드가 맞다.

그런데···


‘잊자.’


잊기로했다. 날이 밝으면 이 산을 떠야겠다. 그리고 우라드 자작령으로 가보자. 벤자민 씨나 아줌마가 있다면 물어보자. 그런 언데드가 있는지.




***




오, 또 꼬였다. 날이 밝기도 전에 멕과 케인 몰래 산에서 내려와 우라드 자작령에 도착했다. 그리고 후다닥 신전으로 직행해 벤자민씨에게 아줌마가 어디있냐고 물었는데.


“떠났다구요?!”


“그래. 날수로 이틀 됐구나. 마차를 타고갔어.”


진짜로 재수에 옴 붙었다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보통 이렇게까지 꼬일 수가있나?


“고마워요. 아, 아차차! 벤자민 씨! 그건 그렇고 모던씨가 떠났던데요.”


눈 사이를 좁히고 난 벤자민씨를 지그시 바라봤다. 벤자민씨도 할 말은 없는지 뒷머리만 긁적였다.


“미안하구나. 늙어서 기억력이 가물가물하단다.”


“떠난 이유는 아시는거죠?”


멕과 케인은 벤자민이 경고해줬기에 모던이 떠났다고 말했다. 그 말인즉, 벤자민은 모던에 관한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소리였다. 적어도 모던을 찾는데 도움이 되리라.


“그래. 하지만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았지. 그렇지만 너에게라면···”


성자에게도 마셸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리드에게라면 말해도 되지 않을까? 사실 벤자민은 리드가 비루를 찾고 있는 이유를 알고있었다. 그러기 위해서 모던을 찾아가면서까지 비루를 찾아내려는 이유는 짐작이 간다.


‘하쉬와 관련된 일이겠지.’


그렇다면 알려주는게 맞다고 벤자민은 판단했다.


“그래. 말해주마.”


벤자민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던의 이야기를 말해주기로 했다.

······

우리는 방 하나를 잡았고, 벤자민 씨는 잠시 말을 정리하는 듯 눈을 감았다. 잠깐 기다리자 그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먼저 그 일은 20년 전에 일어났다고 한다.


“그래. 모던은 천재 마법사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서른이라는 마법사치곤 젊은 나이에 마련이나 마탑의 높은 사람들과 비슷한 수준의 마법 실력을 가졌을 정도로. 노력하는 천재. 그에게 어울리는 이름이었지. 게다가 그는 마법 뿐만이 아니라 연금술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단다.”


모던은 자신의 실력을 뽐내며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고 있었다. 동문들에겐 시기와 질투를 받았을 정도라고.


“하지만 그는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처형당하고 말았어.”


“처, 처형이라구요?”


내가 만난 모던이 유령일리는 없었으니 무슨 우여곡절이 있단건 알겠다. 하지만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기에?


“그래. 그 당시에 아르미안과 북쪽의 코아티르 왕국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냉전을 하던 도중에 아르미안은 코아티르의 첩자가 스며들었다는 정보를 들었지.”


목이 막히는지 벤자민 씨는 물 한잔을 들이켰다.


“몇명의 용의자가, 의심스럽다는 이유만으로 처형당했다. 그리고 그 화살이 모던에게 돌려진것이지.”


“어째서죠? 모던 씨가 그렇게 이름을 날린 마법사라면 함부로 처형할 수는 없지 않나요?”


“오히려 그래서야. 코아티르 왕국 특유의 빙계氷係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나는 마법에 문외한인지라 그 이야기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벤자민 씨는 내 표정을 읽고 그런 사정을 알았는지 조금 설명해주었다.


“마법에는 계통이란게 있고, 그 계통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 달라진단다. 예를 들어보자꾸나. 성기사가 강체를 익혔다. 하지만 그렇다고 신성을 사용할 수 있니?”


아니. 그런일은 없다.

이능이란 있을 수 없는 힘,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주는 힘이지만 한계는 있다. 배우지 않은걸 사용할 수는 없었다.

강체와 신성 모두를 사용할 수 있는 성기사는 드물지 않았지만, 배우지도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사람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모던은 그게 가능했어. 어째서인진 나도 모르겠지만··· 그가 너무 뛰어났기 때문이겠지. 그 이유로 코아티르의 첩자라는 누명을 쓰게 되었단다.”


“실제로는 어떻죠?”


벤자민 씨는 이미 그게 ‘누명’이라고 단정지었다. 모던 씨가 첩자였단 가능성은 없단 소리다.


“모던은 그 일로 온 몸의 마력회로가 잘려나갔다. 사람으로 치면 전신의 힘줄이 잘려나간 셈이지. 더 이상 마법사로 활동할 수 없게 되고 모든 명예를 잃었어. 힘도, 명예도 잃었지만, 그가 마법과 연금술 분야에 기여한 공이 없었더라면 애초에 목숨도 건지지 못했을거다. 겉으로는 모던과 외모가 비슷한 사람을 내세워 ‘처형’으로 민중들을 속였지. 많은 사람들이 그가 죽었을거라 생각했단다. 하지만 실제로는 옥살이로 고통받고 있었어. 고문을 받고, 자신의 지식을 뱉어내야했지. 사실이 아닌걸 시인하기도 했어. 그렇게 옥에 갇혀 절망하다가 시간이 지났지.”


“나중에 그 정보 자체가 코아티르에서 아르미안으로 흘린 거짓 정보였단걸 알게 되었지. 모던과 희생자들은 정말 어이없는 죽음과 고통을 맛본거지. 그러나 이제와서 왕국측이 말을 뒤집을 순 없었어. 이미 일은 벌어졌으니까 말이다. 이 나라의 민중들은 아직도 그게 사실이라고 믿고 있단다.”


“······.”


“이후, 왕국측이 양심에 찔린건지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던은 죽지 않고 석방되었다. 하지만 이전과 같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그를 경멸하고 있었지. 따라서 모던은 정체를 드러내지 못했어. 그야말로 왕국을 위해 억울한 피해를 입은거지.”


“···그리고요?”


“그게 내가 알고있는 전부란다. 온 몸의 마력회로가 잘려나가 마법을 두번 다시는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쫒겨나 모든 부와 명예를 잃었어. 친구를 잃고, 가족도 잃었지. 어째서 그 모던이 저 화촌에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런가.

그게 모던 씨의 과거였는가.

모던이 그토록 대단했던 이유를 이제야 조금 알겠다. 그토록 박식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그러나.


“비루와의 친분은··· 벤자민 씨도 모르는건가요?”


비루와는 어쩌다 이어졌을까. 어쩌다 화촌으로 들어갔을까.


“그래. 모른단다.”


이야기는 들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도 모던 씨는 삐뚤어지지 않았다. 내가 본 모던씨는 복수하겠다는 일념도 없었고, 분노나 증오를 가슴에 품고 있는것 같지도 않았다.

솔직하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일을 겪고도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단건 대단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떠난 이유는···”


과거는 과거다. 그게 모던씨가 떠날 이유는 되지 않는다. 그는 왜 떠났던걸까? 벤자민 씨는 턱을 긁적였다.


“주교가 그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지. 주교님은 그 과거를 알고 모든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사용할 수 있다면, 이용할 수 있다면 남의 사정따위는 신경쓰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란다.”


그거였나.

나는 신전이 있는 방향을 노려보다가 한숨만 쉬었다.


‘제기랄.’


꼬여도 꼬여도 더럽게 꼬이지 않았는가 말이다.

과연 어디까지 꼬일 수 있을지 두고볼 생각이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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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참사 9 18.03.31 280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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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참사 7 18.03.27 306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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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참사 2 18.03.20 346 5 13쪽
65 참사 18.03.19 322 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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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비루 18.03.14 292 5 14쪽
61 에르네스 메르셀 2 18.03.13 315 5 12쪽
60 에르네스 메르셀 18.03.12 332 6 12쪽
59 5년 후 3 18.03.09 336 6 13쪽
58 5년 후 2 18.03.08 320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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