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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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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657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3.12 07:34
조회
331
추천
6
글자
12쪽

에르네스 메르셀

DUMMY

부우우우웅!

비행선의 요란한 경적이 소리를 울렸다. 이륙하겠다는 신호였고 실제로 비행선이 조금씩 뜨고 있었다.


“나, 나먼저 갈게!”


리드는 굉장히 급한 얼굴로 비행선을 향해 전력질주했다. 인사를 나눌 시간조차 없이 달려간다. 흙먼지가 그 키보다도 높이 튈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대단히 달라졌군요.”


리드가 한참이나 멀어지고 날아오르려는 비행선의 끄트머리를 잡고 겨우겨우 올라탄걸 보고서야 마셸이 꺼낸 말이었다. 대주교는 마셸의 어깨를 툭 건드렸다.


“왜? 자괴감이라도 느껴지냐?”


짖궂은 표정으로 묻는 그를 보다가 마셸은 한대 때릴수 없을까? 하는 고민에 빠졌다.


“뭐 그러지 마라. 네놈이 못난게 아니라 저 놈이 예외인거다.”


“예외라···”


높이 날아오른 비행선은 어느새 점이 되어 있었다. 새삼 생각하는거지만 참 빠르기도 하다.


“그래. 예외다. 말했잖느냐. 괴상막측한 놈이라고.”


“저 아이는 그 네크로맨서를 이길 수 있을까요?”


대주교는 그 네크로맨서를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을것이다. 비교할 수조차 없고 대주교가 아는것이라곤 기껏해야 리드가 말해줬을 네크로맨서가 리빙데드라는 점 정도겠지. 그럼에도 마셸이 물은것은 불안을 지우기 위해서였다.


“네놈. 거북이같구나.”


“···거북이말입니까?”


이번엔 어깨가 아니라 머리를 툭 건드리며 대주교가 끄덕인다.


“그래. 거북이. 꼭 겁나면 껍질에 숨는놈처럼 너도 불안하니까 물어보는거잖느냐.”


단번에 꿰뚫어봐져서 무안해진 마셸은 뒷머리만 긁적였다. 대주교는 씩 웃었다.


“반대로 네놈 생각은 어떠냐? 저 놈이 이길 수 있을것 같디?”


“···글쎄요.”


잘 모르겠다.

리드와는 방금 겨뤄봤지만 아마도 자신을 뛰어넘었을것이다. 그 현란한 몸놀림과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 결국 마셸은 리드가 강체력을 ‘익혔을것이다.’라는 추측만 할 뿐 강체력을 사용하고있다는 확신조차 받지 못했다.

그리고 네크로맨서.

마셸도 많이 성장했다고는하지만 그 네크로맨서와 겨룬다는건 자신이 없었다. 베테랑 기사인 벤자민 경조차도 당했고 조사대의 모든 일원이 덤벼서도 이기긴 커녕 터럭하나 건드리지 못했다.


“그래도 이겼으면 좋겠군요.”


그런 주제에 어떻다고 말할수는 없었다. 마셸에게 가능한건 그저 기도하는 일 뿐. 차라리 마주치지 않는다면 모르되, 리드라면 반드시 네크로맨서를 찾아내리라는 확신에 가까운 직감이 있었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대주교도 긍정했다.


“그래도··· 난 진짜 문제는 그런게 아니란 생각이 든다.”


“네? 뭐가 말입니까?”


고개를 치켜든 대주교의 눈은 마치 먼 산을 바라보는 듯 했다. 하늘은 푸른데, 잡을 수 없고 그만큼 멀리 떨어져있었다.


“아니. 아니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아무튼 들어가자. 내가 복귀했다는걸 알려야지.”


대주교는 이상하리만치 평화로운 지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평화를 싫어하는것이 아니다. 그저, 이 평화가 다가올 폭풍을 맞이하기전의 아주 작은 휴식처럼 느껴졌으니까.




***




“휴우···”


나는 짧게 숨을 골랐다. 날아오르는 비행선의 끄트머리를 잡고 오르는건 절대 쉬운일이 아니었으니까. 마셸 형과 싸운것보다도 방금 달린쪽이 더 힘들 정도로 진짜로 진심으로 달렸다.


“소, 손님··· 맞으십니까?”


손님 맞느냐.

나는 그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내가 손님이 아니면 뭐로 보인단 말인가? 아, 그렇구나. 지금 옷이 좀 누더기처럼 여기저기 기워놓긴했지. 엉망이 된 옷을 보면 날 거지로 오해할 수도 있을터.


“네. 맞는데요?”


그래서 당당하게 마셸 형이 줬던 돈을 승무원에게 건네주었다. 승무원은 검은색 제복을 입고 검은색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왠지 얼굴은 새파랬다.


“왜요? 부족해요?”


아닐텐데.

교금화 1개로 부족하다면 뭐 어쩌란말인가? 난 거스름돈이나 내놓으란 뜻으로 뚱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고 그는 땀을 삐질거리면서 돈을 거슬러주었다.


“교, 교은화 구십개 거슬러드렸습니다. 이용 감사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교은화 열 개면 비행선의 이용료로 그리 비싸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좌석을 안내해달라고 승무원에게 부탁했고, 그는 알겠다고 말은 했지만 다리를 덜덜 떨고 있는것이 안내해줄 수 있을것처럼 보이지가 않았다.


“어디로 가면 되죠?”


“그, 예! 마흔일곱번째 좌석입니다.”


좌석이라고 말은 하지만 오 년전에 타 본 비행선에서 바뀌지 않았다면 좌석이 아니라 방이었다. 하루 내내 비행선을 타야 겨우 브라헴 자유무역도시에 도착할 수 있는데다가 비행선은 쓸데없이 넓었고.


“고마워요.”


난 더 들을것도 없이 비행선의 안으로 들어갔다. 이 비행선은 브라헴 자유무역도시와 교국의 공동소유로서 양쪽을 자유로이 오갈 수 있는데 크기가 무척이나 컸다. 어느정도로 크냐면 위로는 내 키의 스무 배는 될 법하고 앞으로는 백 배도 넘었다.


“···맞나?”


마흔일곱번째, 47이라는 글이 써져있는 방안으로 들어가자 적당한 크기의 공간이 나왔다. 사람 서너명쯤은 충분히 잠들 수 있을만한 공간에 짐도 없이 드러눕자 뭔가 삭막했다.


“······으으”


생각해보니 밥도 못 먹었다. 당연히 성소에 마셸 형이 있을거라고 생각해서 성소에 들렸더니 이 꼴이 되어버렸으니까.


“식사부터 해야겠어.”


비행선에서의 식사는 식당같은 넓은 홀에서 할 수 있는데 일종의 뷔페식으로 식사비가 탑승요금에 포함되어 있으므로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난 벌써부터 군침이 도는것을 느꼈다. 혀로 입가를 쓱 훑었다.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으니 달콤한 냄새와 진득한 양념의 냄새가 여기까지 풍겨오고 있었다.


“배고파!”


나는 벌떡 일어나지 않고는 베길 수 없었다. 이 냄새는 마치 나에게 한판 붙어보자고 싸움을 거는 것 같았다. 그래. 도전은 받아줘야지.

가능한 빠르게 식당에 간다. 한번 갔던 길은 기억하고 있는만큼 길을 헤메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비행선 내부는 꽤나 친절해서 지도는 물론이고 안내원들도 있었으니까.


“······!”


식당에 도착한 나는 눈을 휘둥그레 뜰 수 밖에 없었다. 그곳에는 상상하기 힘든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지평선, 아니 식당의 끝까지 펼쳐진 고기, 고기, 고기, 고기! 고기였다.

아마 거울이 있으면 내 입이 헤벌레 벌려져있단걸 알 수 있을것이다.


‘접시! 접시!’


접시는 사이즈가 되게 많았다. 애기 손바닥만한 것부터 내 양손을 합쳐도 훨씬 큰 접시까지 있었다. 나는 그 중 가장 큰 사이즈의 접시를 집었고, 닥치는대로 고기를 올리기 시작했다.


“···저, 저거 다 먹을순 있는거야?”


“어머머. 저 아이좀 봐요. 저걸 어쩌려구···”


사람들이 수군대건말건 나는 산처럼 고기를 쌓고서야 만족스런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과연 다 먹을 수 있을까 나조차 의심되는 양이었다.


“흐우!”


쌓인 고기에 앞이 보이지 않아서 나는 가장 가까운 테이블에 접시를 놓았다. 내가 테이블을 친것도 아닌데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테이블이 휘청인다. 조금 많이 담은걸까?


“얘.”


한참 맛있게 먹고 있는데 테이블 저편에서 그런 소리가 들렸다. 날 부른게 아니겠지 하고 계속해서 식사하는데 아무래도 날 부르는 모양이다.


“얘. 너 말이야. 지금 먹고있는 너.”


“아 알이에요?”


나 말이에요? 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입에 음식물이 잔뜩 들어가서 발음이 힘들다. 아무튼 날 부른게 맞는 모양이다. 그 목소리는 긍정하며 물었다. 것보다 용케 알아들었다.


“그거 다 먹을 수 있겠니?”


“···아이으니까 아 어으어에요.”


“그래. 그래야지. 많이 먹으렴.”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치 나를 아는 듯한 반응이지 않은가? 그리고 잠시 뒤에 테이블 건너편에서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그 목소리의 주인은 식사가 다 끝난 모양이었다. 나는 잠깐 옆으로 고개를 돌리고 꺼억하며 트림했다. 어느새 사람들의 이목은 내게 집중되어 있었는데 테이블이 휘청일정도의 음식들은 제법 양이 줄어있었다.


“······?”


내가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는건 강체强體를 익혔기 때문이니까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볼건 없을텐데. 그렇게 생각한것도 잠시, 아무래도 사람들의 시선은 내가 아니라 내게서 약간 벗어난 곳에 집중되어 있었다.

예를들어 내가 앉은 테이블의 반대편이라던가.


“······.”


그 시선을 따라가자, 묘령의 여인이 나와는 정 반대로 고급스럽게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그야말로 귀족아가씨라는 인상이 강했다. 나이는 스물 초반으로 보이는 사람이었는데···?


“아줌마?”


난 이 사람을 알고 있었다. 딱 한번이지만 대주교를 따라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만난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상대하기 곤란한 사람이었다.


“아··· 줌마?”


빠직하고 혈관이 돋아난것 같은 착각이 든다. 약간의 오한을 느끼며 나는 재빨리 말을 바꿨다.


“······누나.”


“호호··· 그래야지.”


그러나 아줌마라고 부르는건 절대 틀린게 아니었다.

탈색된것같은 하얀 머리가 아니라 윤기나는 순백색의 머리와 이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외모와 늘씬한 몸매를 가진 길가다가 열이면 열 돌아볼법한 외모를 가진 그녀였지만 실제 나이는 이제 서른보다는 마흔에 가깝다. 그러니 나한테는 아줌마가 맞는데.


“저것 봐··· 저 아리따운 영애가 꼬마와 친해보이는걸···”


“그러게 말이야. 저런 꼬마가 어떻게 이 비행선에 탔나했더니··· 아니아니, 그것보다 이제보니 저 꼬마도 범상치 않아보이는군. 저 옷, 어쩌면 고대의 물건같은걸지도 모르지. 그래서 낡았을수도···”


갑자기 주변 사람들의 평가가 바뀐다. 당연히 이 옷은 고대의 물품이니 뭐니가 아니라 그냥 낡고 더러운것 뿐인데. 물론 그걸 입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아줌마가 여기 웬일이에요?”


나는 꼴깍 침을 삼키듯 음식물을 단번에 목구멍 너머로 넘겼다. 습관적으로 부른 아줌마라는 말에 그녀의 혈관이 다시 돋아났다.


“···누나가 여기 웬일이에요?”


“호호. 브라헴 자유무역도시에 볼일이 있어서 가는거란다. 우리 꼬마께서는 무슨일로 비행선에 타셨나몰라?”


“···별거 아니에요. 알 거 없잖아요?”


퉁명스럽게 대답하자 다시 한번 혈관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나는 움찔하며 대답했다.


“말, 말 못해요.”


그래도 대답할 수 없는건 대답할 수 없는 거였다. 딱히 푸른 악마니 네크로맨서니에 대해서 숨기고 싶은건 아니었다. 그저 이 사람에게는 절대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있을 뿐이다.


“호호, 나한테 말 못한다는거니?”


정확히는 당신이라서 말을 못하는 거에요. 그렇게 말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그러면 또 사단이 나고 대주교와 교국은 난리를 칠게 뻔하다.


“이 에르네스 메르셀에게 말이야.”


에르네스 메르셀.

그녀야말로 당대의 성자聖者이자 대주교의 딸이며, 내 스승인 하쉬의 약혼자되는 사람이었으니까.


작가의말

추천,선작,조회,코멘트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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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참사 12 18.04.03 271 5 12쪽
75 참사 11 18.04.02 284 7 13쪽
74 참사 10 18.04.01 260 5 18쪽
73 참사 9 18.03.31 280 5 13쪽
72 참사 8 18.03.28 287 4 13쪽
71 참사 7 18.03.27 306 5 12쪽
70 참사 6 18.03.25 285 6 12쪽
69 참사 5 18.03.23 294 4 15쪽
68 참사 4 18.03.22 323 5 14쪽
67 참사 3 18.03.21 297 4 14쪽
66 참사 2 18.03.20 346 5 13쪽
65 참사 18.03.19 322 4 16쪽
64 비루 3 18.03.16 294 4 12쪽
63 비루 2 18.03.15 301 4 11쪽
62 비루 18.03.14 292 5 14쪽
61 에르네스 메르셀 2 18.03.13 314 5 12쪽
» 에르네스 메르셀 18.03.12 332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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