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655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4.16 06:00
조회
263
추천
6
글자
12쪽

다시 만난 사람들 4

DUMMY

“언데드잖아···”


옷을 입고 있지만, 모를 수가 없다. 놈은 분명한 언데드다. 그러다가 어떻게? 에 생각이 미쳤다.

언데드라면 보통 지성이 없다. 1년간 같은 행위를 반복하고 있었다고? 저렇게 보고만 있다가 사라지는걸? 지성을 가질 정도의 고위 언데드란 말인가?

그게 아니라면 시체팔이가 조종하고 있는것인가?

사박사박.

그러는 사이에도 그 언데드는 화촌에 가까워져갔다. 일정거리 이상은 접근하지 않고 지켜만본다고 했지만 난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일이니까.

나는 숨소리마저 죽였다. 밤공기가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는 내 기척을 느끼는걸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어준다. 이 순간, 놈과 나의 거리는 나무 하나만큼이었다.

즉, 바로 아래로 들어왔다!

아직 판단을 내리지 못했기에 생각을 해야했다.


‘덮칠까? 아니면···’


놈이 언데드란건 알겠지만, 어떤 언데드인지 모르겠다. 저급 언데드이지만 네크로맨서가 조종하고 있을 뿐일까? 아니면 지성이 있을 정도의 상위 언데드인가?

미리 말하자면 그 고민이 패착이었다.


‘덮치자!’


그렇게 결론이 난건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놈이 두 걸음쯤 걷는데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나는 고양잇과 맹수처럼 나무 위에서 튕기듯 몸을 날렸고 언데드의 위를 덮쳤지만 그 언데드는 훈련된 움직임으로 내 기습을 무위로 만들었다.

그 두걸음 만큼의 고민이 아니었다면, 충분히 잡을 수 있었을텐데!


‘······!’


그 순간, 판단할 수 있었다. 이 자식은 저급 언데드같은게 아니다. 분명 스스로 지성이 있고 행동할 줄 아는 놈이었다. 보통 언데드가 아니란 소리다!

푹 눌러쓴 후드 사이로 보이는 놈의 눈빛이 순간 떨리는걸 보았다. 왜지? 그런건 뒷전이다. 잡아놓고 생각하자며 나는 놈을 쫒았다.

서로간 쫒고 쫒기는 추격전. 그러나 차이는 좁아지지 않는다. 놀랍게도 저 언데드는 나와 호각의 속도를 내고 있는것이다.

실로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강체력까지 억지로 끌어올려 발밑에 박아넣어보지만 소용없었다. 여전히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늘어나고 있었다.


‘뭐 저리 빨라?!’


나는 급한 마음에 앞발을 깊게 디뎠다. 흙 속으로 들어간 앞발. 다음 발이 느려질것이 분명했지만, 실수는 아니었다.

이대로라면 놈을 놓치고 말기에 수를 쓴 것이다. 나는 흙 속에 박힌 발을 있는 힘껏 들어올렸다. 흙속에 파묻혔던 발은 흙을 퍼올리면서 내 디딤발이 되어준다.

그리고 퍼올린 흙은 놈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어지간히 힘을 담아서 찬지라 파삭! 하고 소리가 날 정도였지만 놈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후면을 후려친 흙더미의 힘까지 이용해 앞으로 나아간다.


‘언데드가?!’


언데드가 저런 기술을 구사한다고?!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벌어진 일을 어쩌겠는가?

결국 거리는 더 벌어지게 되었다. 다섯 걸음정도 차이였던게 이제는 열 걸음 가까이로 불어났다. 도박수는 멋지게 실패한것이다.


“거기 서!”


서란다고 설 놈 없단건 안다. 놈은 콧방귀도 뀌지 않고 지금까지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달렸다.


‘거기서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나는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나보다 빠른 사람을 만나본적이 없는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언데드가 나보다 빠른건 처음이었다.

언데드가 나보다 빠를 수 있다니! 생각도 해본적 없었다.


“크윽!”


놈과 나는 계속 산속을 달렸다. 거리는 더욱 벌어져 이제는 서른걸음 차이가 되어버렸다. 말이 좋아 서른걸음이지 이 거리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엄폐물이 많은 산이니만큼 조금만 더 거리가 벌어지면 당장 놓쳐버릴것이다.

전력으로 이렇게까지 오래 달리자 숨이 턱끝까지 차올라왔다. 반대로 놈은 언데드이니만큼 지치지 않았을 터. 이 달리기의 승패는 명확했다.

놈을 잡을 방법이 없다. 끝이라 생각했던 놈의 속도는 오히려 올라가고만 있다. 난 입술을 짓씹으며 걸음을 멈췄다.


‘제기랄···’




***




“차라리 마을을 떠나세요.”


나는 힘없이 화촌으로 돌아왔다. 돌아오고 난 이후, 잠도 자지 않고 나를 기다린 멕과 케인에게 가장 먼저 꺼낸 말이었다.


“···그럴 순 없단걸 알지 않아.”


그 둘에게 나는 정말로 하기 싫은 말을 해야했다.


“분명히 말하겠는데, 저는 약하지 않아요. 수많은 언데드를 되돌려보내본 경험이 있어요. 그런데 그 놈은 잡지도 못했어요. 그런놈이 여길 습격한다면 화촌은 끝이에요.”


비단 화촌뿐만이 아니라 저런놈이 습격하면 어지간한 마을은 쑥대밭이 될 것이다. 실제로 싸워보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일반인이 어떻게 손을 써 볼 상대가 아니란건 명확했다.

속도는 각력에서 나온다. 놈이 저만큼 빠르다면 보통 사람들은 싸울 엄두조차 낼 수 없다.


‘차라리.’


차라리 무리해서라도 잡을걸 그랬나. 벤터스 아르쿠잔의 때처럼 전신 세포에 강체력을 때려박으면 어쩌면 잡을 수도 있었을것이다. 하지만 그건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놈의 속도가 저게 끝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어쩌면 내가 저렇게까지 해서 쫒아가더라도 그 이상의 속도를 내지 말라는 보장은 없었다.

또한 그렇게 잡아챘대도 강체력은 금방 바닥을 드러낼 터. 오히려 당하는건 이쪽이 될 수도 있었다···


‘변명이지만.’


결국 이런건 합리화다. 결과는 난 잡지 못했고, 놈은 유유히 도망쳤다는 것. 그것뿐이다.


“모던이 있었더라면 좋았겠군. 촌장이란게 아무것도 할 수가 없구나.”


멕이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후우!”


멕이 아까 말한대로 이들은 화촌을 떠날 수 없었다. 이미 일개워진 개척지를 떠나는건 보통 힘든일이 아니었다.

차라리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면 다른 영지로 들어가 정착할 생각이라도 하겠지만, 성에서 쫒겨난 화촌민들의 신분인 이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아무튼 고맙다. 적어도 그 놈이 그렇게 위험하단건 알게됐으니까.”


“정말로 떠날 생각은···”


방금 떠나는건 불가능하다고 스스로 생각했으면서 뭘 또 묻고있는건가.


“···아녜요.”


“그래도 걱정마라. 그 놈이 1년이나 우릴 가만히 두고보았지않아? 어쩌면 이대로 가만히 있을지도 모르지. 의외로 관음증을 가진 놈이라던가!”


케인의 너스레에 나와 멕은 피식 웃어버렸다. 관음증 환자 언데드라··· 성욕이 없는 언데드에게 가능한 일일까?


‘차라리 남을까?’


남는다고 무슨 소용이 있을까? 패배주의는 아니지만 내가 녀석을 잡거나 물리칠 확률은 적었다. 되려 당할 가능성조차 적지 않다. 하지만 단 하루라면. 한번만 더 도전해본다면···

나는 마음을 정했다.



***




“그랬습니까?”


성자와 마셸, 마부는 모닥불 하나를 사이에 두고 셋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야기라고는해도 마셸과 마부는 거의 듣는 쪽이었고, 대부분 에르네스 메르실이 말하는 쪽이었다. 이야기는 바로 마부가 궁금해했던 볼드 남작령 참사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동료 마부는 어떻게 죽었는가에 대해서였다.


“네. 그래서 날아온 화살에 머리를 적중당하고 말았어요.”


속눈썹을 내린채 에르네스 메르실은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설명했다.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녀의 표현은 적나라했고, 이해하기 쉬웠다. 그 사정을 들은 마부는 침통한 표정이 되었다.


“결국 당신네들은 아무런 관련이 없단 소리요?”


마부도 바보가 아닌 이상, 혹시 헤코지를 한 사람이 그녀와 그 이야깃속의 아이가 아닐까 의심도 했지만 그럴 이유가 없었다. 무엇보다 대륙에 성자로 위명을 떨치는 그녀이니만큼 의심하기도 힘들었다.

일개 마부를 그렇게까지해서 죽일 이유는 없을테니까.


“네. 그 마부 분··· 알프 씨에 대한 일은 안타깝게 되었어요. 하지만 그에 대한 복수는 리드가 이뤘답니다.”


마부는 턱을 들어올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검은 하늘이었지만, 그저 밤이라 그런 것 뿐이다. 밝게 빛나는 별들이 아름다웠다.


“고맙소.”


짤막한 감사와 함께 마부는 지쳤다는 듯이 고개를 푹 떨궜다. 그의 심정을 이해하는지라 마셸과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잠시간의 적막을 뒤로하고 마부는 마부석으로 가 몸을 뉘었다. 쌍두마차이니만큼 마부석의 자리도 그만큼 넓었다.


“···사연이 있는가봅니다.”


마부의 코골이 소리가 얕게 들리자 그가 잠들었다고 생각한 마셸이 말했다. 에르네스 메르실은 고개만 끄덕여서 그 말에 동의했다.


“브라헴에서 이 곳까지 오는건 어지간해선 힘듭니다. 마부들의 결단력이 대단했습니다. 도시의 모든 마부들이 아르미안으로 가지 않을거라고 하더군요. 한 명의 동료를 위해 거기까지 단합할 수 있다는게 놀랍습니다.”


“그 알프라는 분이 이분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요?”


“그걸 우리가 알 수는 없을테죠. 하지만 저희는 성자님도 알다시피 누군가가 죽더라도 저렇게까지 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의 죽음을 우리는 가슴속에 묻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들은 이렇게 행동으로 보여주는군요.”


“그래요.”


사실, 그들과 마부들의 죽음을 비교하긴 어려웠다. 사제들은 몰라도 성기사들은 칼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 죽음은 언제나 그들의 곁에 있다. 마부들과는 위험빈도가 달라도 한참 달랐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그런 얄팍한 사실을 가타부타 꺼내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저 마부가 알프라는 마부의 죽음에 얽힌 사실을 조금이라도 알기 위해서 여기까지 온건 대단한 일이었고, 대단한 의리였으니까.

성기사와 사제들은 하지 않는 일들이니까.


“···무거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죠. 코펜하임 농업지에 대한 상황은 들으셨습니까?”


“어머. 그게 더 무거운 이야기가 아닌가요?”


마셸은 일순 찔끔했지만, 그녀는 입에 손을 가져다대며 호호 웃었다.


“농담이에요. 신전에서 듣고왔답니다. 마셸 경은 어떤가요?”


“저도 그렇습니다. 코펜하임 농업지는 지금 통제불가능 상태라고 하더군요. 간신히 출입만 막아놓은 상태라고···”


“그래요. 역병이 워낙 엄청나서 사람이 접근하는것조차 힘들다고 해요. 감염 경로도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고 들었어요.”


“으음···”


마셸은 속으로 딴 생각을 했다.

5년 전, 그 사건이 있은 후. 모던은 화촌으로 돌아가며 이런 말을 남겼다.


‘화촌에 내가 없다면 아마 거기 있을거요. 내 고향이라오.’


코펜하임 농업지가 자신의 고향이라며 모던은 만약 자신이 필요하면 그곳으로 찾아와달라고 했었다. 때문에 마셸은 모던이 화촌을 떠나지 않았길 빌었다. 역병이 퍼진 곳에 모던이 있다고 생각하면 걱정이 안 될수가 없었으니까.


“마셸 경?”


“아! 네. 무슨일입니까?”


“듣고있나요?”


왼쪽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에르네스 메르실의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그러다가 마셸은 피식 웃고 말았다.


‘성자님을 상대로 무슨 생각이람.’


“죄송합니다. 잠시 다른 생각을 해서···”


“그런가요? 그럼 다시 묻겠어요. 마셸 경은 정말로 코펜하임 농업지에 가실 생각이신가요?”


갈 생각이냐라··· 물론 맘같아선 가고싶지 않다. 그러나 그곳에 만약 모던이 있고 그가 도움을 바라고 있다면.

극단적인 생각이지만 그의 도움의 손길을 의도치않게 외면했다면, 그리고 그가 죽게 된다면··· 생각하기 싫었다.


“가겠습니다. 가야 할 이유가 있으니까요.”


“제 보조라면 굳이 따라오지 않아도 되요. 아버님께는 제가 말씀드릴테니까요.”


도리도리.

마셸은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닙니다. 가야할 이유가 생겼습니다. 그것보다는 가지 않으면 안 될 이유가 생겼다고 해야겠군요.”


“···음.”


“폐는 끼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 지난 5년간 저도 신성神聖을 조금은 익혔으니까요.”


“알겠어요. 하지만 그런 기미가 보인다면 즉시 돌아가주셔야해요. 아시겠죠?”


“물론입니다.”


두 사람은 코펜하임 농업지에 들어갈 각오를 다졌다. 도착하기까지 나흘이 남은 날에.


작가의말

추천선작코멘트댓글감사합니다.

문피아는 예약이공짜라 좋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리드리스 일대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6 찾아야 할 사람들 18.04.17 249 6 17쪽
» 다시 만난 사람들 4 18.04.16 264 6 12쪽
84 다시 만난 사람들 3 18.04.13 268 4 12쪽
83 다시 만난 사람들 2 18.04.12 280 5 12쪽
82 다시 만난 사람들 18.04.11 725 4 11쪽
81 참사 17 18.04.10 277 4 12쪽
80 참사 16 18.04.09 601 5 16쪽
79 참사 15 18.04.06 249 5 15쪽
78 참사 14 18.04.05 246 5 11쪽
77 참사 13 18.04.04 261 4 13쪽
76 참사 12 18.04.03 270 5 12쪽
75 참사 11 18.04.02 284 7 13쪽
74 참사 10 18.04.01 260 5 18쪽
73 참사 9 18.03.31 280 5 13쪽
72 참사 8 18.03.28 287 4 13쪽
71 참사 7 18.03.27 306 5 12쪽
70 참사 6 18.03.25 285 6 12쪽
69 참사 5 18.03.23 294 4 15쪽
68 참사 4 18.03.22 323 5 14쪽
67 참사 3 18.03.21 297 4 14쪽
66 참사 2 18.03.20 346 5 13쪽
65 참사 18.03.19 322 4 16쪽
64 비루 3 18.03.16 294 4 12쪽
63 비루 2 18.03.15 301 4 11쪽
62 비루 18.03.14 292 5 14쪽
61 에르네스 메르셀 2 18.03.13 314 5 12쪽
60 에르네스 메르셀 18.03.12 331 6 12쪽
59 5년 후 3 18.03.09 336 6 13쪽
58 5년 후 2 18.03.08 320 4 14쪽
57 5년 후 18.03.07 347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