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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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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716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4.02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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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
추천
7
글자
13쪽

참사 11

DUMMY

“벤자민 경! 후퇴해야합니다!”


벤자민은 빠드득 이를 갈았다. 충분히 상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 배수背水의 진, 아니 배벽背癖의 진을 생각하며 구석으로 갔건만 예상과는 정반대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었다. 좀비와 스켈레톤이라곤 믿기 힘들만큼 강하고 빨랐던 것이다.


“벤자민 경!”


자신의 판단미스로 세 명의 성기사와 네 명의 사제가 이미 목숨을 잃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 상황은 가속화되어갈것이다. 벤자민은 왼쪽을 가리켰다.


“이곳을 뚫고 나간다! 내가 후방을 엄호할테니 성기사들은 사제들을 보호하며 후퇴하라!”


육십이 다 된 노기사의 외침에 용기를 얻은 다른이들이 진형을 새롭게 짜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진형이 성기사를 바깥에 사제들을 안쪽에 두는 가장 기초적인 진형이었다면 지금은 성기사들이 사제들을 둘러싼건 같아도 창처럼 뾰족하게 날을 세우는 모양이 되어있다.

일사분란하게 줄을 바꾸고 열을 세운 그들에게 벤자민이 다시 한번 소리쳤다.


“뭣하는가! 진군하라!”


샤락하는 소리와 함께 정말로 날카롭고 예리하게 벤자민의 검이 좀비 셋을 베어냈다. 군더더기없는 깔끔한 동작은 그의 실력과 경험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 일격에 기세를 얻었는지 성기사들과 사제들이 진형의 모습 그대로 창처럼 한곳을 뚫기 시작했다.


“쿠에에에엑!”


이미 구울화가 한참이나 진행된 좀비들은 구울에 가까울만큼 힘이 셌고, 스켈레톤들은 구울에 가까울만큼 날렵했다. 보통 병사라면 진즉에 전멸했을테지만 성기사들은 달랐다.


“뚫어라! 뚫어!”


막으려는 좀비와 스켈레톤.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면 당연히 뚫고 나가려는것을 막으려 뚫는 방향에 병력을 집중했겠지만, 언데드는 그런 머리가 없었다.

그렇다고는해도 그게 쉬운건 아니었다. 이 진형은 정면에만 힘이 집중되어 있기에 벤자민처럼 뒤를 막아주지 않는다면 전멸하기 쉽상이었으니.


“벤자민 경!”


벤자민은 그들이 거의 다 뚫어내고 빠져나가고 있음에도 아직 도망치지 않았다. 정확히는 도망치지 못하고 있었다. 마흔명의 성기사가 막아내던 그 숫자들의 절반 이상이 벤자민 하나에게 몰렸는데 쉽사리 도망칠 수 있을리가.


“난 괜찮다! 곧 빠져나갈테니 전열을 재정비하라!”


배후에 벽을 두고 벤자민은 섬광처럼 휘두르고 또 휘둘렀다. 한번 휘두를 때마다 뼈가 부서져나가거나 살이 잘려나갔지만 언데드들은 멈추지 않는다. 도무지 틈이 나지 않는 상황에 벤자민은 크게 한번 휘두르고는 재빨리 뛰어올랐다.


“경!”


그러나 벤자민이 있던 그 좁은 자리조차 이제는 언데드들이 차지했다. 떨어진다면 놈들의 먹이가 되기 딱 좋은 상황! 벤자민은 경험을 발휘해 이번엔 뒤쪽으로 칼을 찔렀다.

끼긱! 거리며 듣기 싫은 마찰음이 들려온다. 칼을 못처럼 사용해 자신을 고정하려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벤자민은 다시 한번 칼을 내찔렀다. 그러나 한번 안 됐던게 다급하게 다시 했다고 그리 쉽사리 되지는 않는다. 끼기기긱! 듣기 싫은 마찰음만 다시 들려왔다.


“벤자민 경!”


아래에서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벤자민은 이 상황에서조차 침착하다. 언데드놈들은 저 아래에서 팔을 벌리며 어서 벤자민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벤자민은 칼을 박아넣어 자신을 고정하는걸 포기했다.

찌르는 대신, 휘두른다!

샥! 공기를 가른 칼날이 벽을 쳤다. 자신의 존재를 성벽에 새길듯 다시 한번 마찰했지만, 금세 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벤자민이 그 반동을 이용했던 것이다. 언데드들이 위치한 그 자리에서 성기사들이 진형을 세우고 있는 자리까지 날아간다!


“받아주게!”


벤자민은 자신을 받아달라 소리쳤다. 갑옷을 입고있으니만큼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그러나 성기사들은 그 누구도 망설이지 않고 벤자민을 받아낼 다섯명이 대기한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둔탁하게 벤자민이 떨어졌다. 성기사들은 그를 받아내면서 손을 아래로 내려 충격을 완화시켰다. 겨우겨우 탈출한 벤자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맙네.”


“무리하셨습니다!”


“덕분에 잘 되지 않았나. 아무튼 이제 후퇴해야하네. 후퇴한다! 후퇴한다!”




***




영지 안이 시끄러웠다. 성기사들과 사제들이 진입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교전을 벌이고 있는 것 같다. 모렉 공작은 한숨을 쉬었다.


‘미안하게 되었소.’


왕국군은 바보가 아니다. 더 정확하게는 레너 왕과 모렉 공작은 바보가 아니다. 이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 정도는 알고있었다. 아마도 악마신봉자들의 소행이란것도.


‘하물며 그 강대한 기운을 느낀 다음에야.’


모렉 공작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만큼 강대한 기운을 저 영지 내에서부터 분명히 느꼈다.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자신과는 비교하기조차 미안할 정도로 거대하고 어두운 기운은 모렉 공작의 가슴속에 일순간이지만 공포를 느끼게 만들 정도였다.


“······.”


따라서 신전의 병력들을 영지내로 보냈다. 그 기운은 지금은 사라졌지만, 과연 어떨지 몰랐다. 일종의 미끼가 된 신전 병력들이 열심히 분투하는 듯 하지만···


“명을 수행해야겠군.”


왕이 내렸던 명령.


“시행하라.”


모렉 공작의 나직한 말에 부관이 크게 소리쳤다.


“불을 붙여라!”


화륵. 화르르륵!

화살끝과 기름 붙은 막대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될 경우, 영지 전체를 불태워라.

모렉 공작은 왕의 지시를 따랐다.




***




“이게···”


내가 보고있는건 칠흑속의 칠흑이었다. 영주성의 옥상에는 어째서 이런게 보이지 않았던걸까 싶을정도로 짙은 어둠의 구가 웅웅거리고 있다.

크기는 내 주먹보다도 작지만 그 주변을 마치 안개처럼 짙은 칠흑이 감싸고 있다.

나는 홀린듯 그것에 다가갔다. 한발짝 한발짝 다가갈수록 나는 그것에 강하게 매혹되는 기분을 느꼈다.

압도적인 힘의 결정체. 내가 저런 힘을 가질 수 있다면···


“멈춰라.”


놈의 목소리가 뒤늦게 내 발목을 붙잡았다. 다섯 발자국을 남기고 나는 어둠의 구에 다가가지 않았다.


“잘도 눈치챘군. 그래. 그것이야말로 죽음을 구현화한 힘이지. 이 세상에서 오로지 네임리스님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


“그리고 네가 예상한대로 이 사태를 일으키고 있는 힘이기도 하다.”


벤터스 아르쿠잔은 순순히 그 어둠의 구가 이 사태를 일으켰노라 시인했다. 나는 그제서야 번쩍 정신이 들었다.

이 힘에 홀려서 뭐 어쩌겠단말인가? 저건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아니다. 또한 욕심을 내서도 안 되는 힘이다.

나는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 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죽음을 구현화···”


“그래. 죽음을 구현화한 힘! 수 많은 생명이 지는 순간, 빠져나오려는 그 영혼! 그 순간이야말로 죽음 그 자체지. 그 영혼들을 한데 모아놓은것이 바로 그것이다.”


“넌 인간이 아닌거냐?!”


네임리스였다면 차라리 이해할 수 있었다. 놈은 인간을 정말로 벌레 이상으로는 생각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정작 같은 인간인 벤터스 아르쿠잔은 그 광경을 보면서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것처럼 담담하다.


“나 또한 인간이지. 그러나 너희와는 다르다.”


놈의 말에는 인간에 대한 짙은 경멸이 묻어있었다. 필시 그만한 사연이 있을터.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많은 수의 목숨을 앗아가고 그 앗아간 사람들의 영혼조차 악용하는게 용서될리가 없지않은가.

나는 몸을 돌렸다.


“이런일이 용서될리가 없어! 지금 당장 이 짓을 멈춰!”


“흥! 용서? 누가 나를 용서하니마니 판단한단 말인가? 나도 너도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지.”


놈이 앞발을 내딛었다. 한걸음 한걸음 나에게 다가오고 있다.


“결국 힘이 모든것을 결정한다. 옳고 그름따위가 아니라 이 힘이!”


팔을 머리위로 들고 놈은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언제나 그래왔다. 그러니 네가 이 일을 막고싶다면 나를 쓰러뜨려라! 그래야만 이 참사를 끝낼 수 있을것이다!”


“그렇게 말한다고 네가 행한 일들이 용서받을 수 있는건 아니야!”


그 어떠한 말을 붙인다고해도 이 참사는 용납되지 못한다.

나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강체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내부를 관조하며 이제까지의 모든 경험을 되살린다. 내 몸에서 사지, 사지에서 손가락, 손가락에서 마디. 마디에서 살점 하나하나까지.

그리고 결국에는 세포에 이르기까지.


“놀랍군. 그런게 가능했나?”


세포 하나하나를 활성화시킨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마치 진화한듯한 내 세포는 내 행동 하나하나를 모조리 보조해준다. 나는 그저 앞으로 달렸다.


“큭!”


벤터스는 용케도 반응했지만 이미 코앞에 있는 나를 막기엔 늦었다. 반사적으로 놈은 자신을 공격할 수 있는 유일한 부위인 얼굴을 팔로 가렸다.

그러나 지금의 내게 가시갑옷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


커다란 가시가 돋아나있다면 어쩌란말인가? 나는 가시의 밑부분을 위로 올려쳤다. 내 주먹이 닿자 가시는 깨끗하게 부서져나간다.


“어떻게 가시나무요정의 갑옷을!”


강한 충격에도 반응하지 않았다고? 그럼 그 이상의 충격을 주면 된다. 벤터스는 그제서야 사태파악을 했는지 황급히 물러났다.


“놓칠줄알고!”


그러나 물러났다고 나보다 느린 녀석이 도망칠 수 있을리가. 나는 다시 한번 거리를 좁혔고 이번에는 벤터스의 투구를 박살내주었다.

살짝 고개를 비틀어 반사적으로 내뻗은 녀석의 주먹을 피해냈다. 돋아난 가시가 내 뺨을 스쳐 핏방울이 맺혔다.

소리는 따라오지 못했다. 지금 나는 전신으로 음속을 뛰어넘고 있었으니까.

벤터스의 투구가 산산조각나 흩날렸다.

그렇게 드러난 벤터스의 맨얼굴은 참혹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얼굴 전체가 칼로 난자되있어 어디가 눈인지 코인지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머리카락은 색소가 완전히 빠져 허옇게 새어 있었다.


“그게 네 맨얼굴이냐!”


맨얼굴이 참옥하던말던 그건 내 알바가 아니다. 나는 다시한번 주먹을 뻗었다. 정면으로 내뻗어진 주먹이 벤터스의 머리를 곤죽으로 만들기 직전이었다.


“······?!”


나는 목적한 바를 이루지 못했다. 눈앞에서 벤터스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생각 이상의 힘이군. 가시나무갑옷이 없었더라면 애초에 상대가 되질 않았겠어.”


놈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머리를 짚고 비틀거리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한거지? 내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속도로 이동했다. 마치 순간이동같다.


“그리 놀랄 필요는 없다. 눈속임일 뿐이니까.”


눈속임? 그 말을 듣자마자 놈이 그 자리에서 꺼지듯 사라지고 다시 내 앞에 나타났다. 난 놀라서 눈을 번쩍 떴는데 그 순간 놈이 휘두른 주먹에 맞아 날아가고 말았다.


“순간이동. 그런건 내게 불가능하다. 이건 그저 가시나무갑옷의 다른 힘일 뿐. 순간적으로 자신을 숨기고 환상을 보이는 능력이지.”


친절하게 설명해주는군. 쉽게 말하자면 순간이동처럼 보이게하는 눈속임. 나는 보기좋게 속았다는 것이다.


“대단하군. 강체력을 그렇게 사용하고 또 그걸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니. 너같은 천재는 내 생애 처음봤다.”


벤터스는 진심으로 감탄했다는 듯이 박수를 치려했지만 손바닥에도 돋아나있는 가시에 쓴웃음을 짓고 팔을 거뒀다.


“하지만 그런 힘에 대가가 없을리가 없지. 얼마나 더 견딜수있지?”


들켰나. 나는 속으로 혀를 찼지만 티내지는 않았다.


“무슨 소리지?”


전혀 모르겠다는듯이 내가 되묻자 벤터스는 입술을 비틀었다.


“모르는척 하지마라. 강체력의 소모량이다. 강체력을 끌어올려 사용하기만해도 소모되는 강체력의 양은 만만치가 않은데 그렇게 세포 하나하나에 박아넣어서야 강체력이 마르지 않는 호수라도 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녀석이 단언한대로 확실히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았다. 이미 십 초도 더 사용할 수 없을것만 같다.

그래서 난 녀석의 말을 더 듣지 않고 결정했다.

십초안에 녀석을 쓰러뜨리는게 불가능하다면···


“······!”


벤터스의 눈이 튀어나올것처럼 크게 뜨였다.

내가 어둠의 구체를 맨손으로 쥐었기때문에.


작가의말

추천,선작,조회,댓글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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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참사 15 18.04.06 249 5 15쪽
78 참사 14 18.04.05 246 5 11쪽
77 참사 13 18.04.04 262 4 13쪽
76 참사 12 18.04.03 271 5 12쪽
» 참사 11 18.04.02 285 7 13쪽
74 참사 10 18.04.01 260 5 18쪽
73 참사 9 18.03.31 280 5 13쪽
72 참사 8 18.03.28 288 4 13쪽
71 참사 7 18.03.27 307 5 12쪽
70 참사 6 18.03.25 285 6 12쪽
69 참사 5 18.03.23 294 4 15쪽
68 참사 4 18.03.22 324 5 14쪽
67 참사 3 18.03.21 298 4 14쪽
66 참사 2 18.03.20 346 5 13쪽
65 참사 18.03.19 323 4 16쪽
64 비루 3 18.03.16 295 4 12쪽
63 비루 2 18.03.15 301 4 11쪽
62 비루 18.03.14 292 5 14쪽
61 에르네스 메르셀 2 18.03.13 315 5 12쪽
60 에르네스 메르셀 18.03.12 332 6 12쪽
59 5년 후 3 18.03.09 336 6 13쪽
58 5년 후 2 18.03.08 320 4 14쪽
57 5년 후 18.03.07 34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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