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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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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718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4.13 06:55
조회
268
추천
4
글자
12쪽

다시 만난 사람들 3

DUMMY

“···리, 리드가 벌써 떠났단 말입니까?”


어쩌면 했지만, 엇갈린 상황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물음에 답해주는 벤자민과 성자 에르네스 메르실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네. 화촌으로 간다고했지. 모던을 만나러 간다고 했던가.”


“그래요. 저도 뒤늦게 벤자민 경이 말해주셔서 들었답니다.”


“모던씨를··· 후우!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네도 가보려는가?”


감사하다, 라는 말에 벤자민이 갈거냐 물었다. 그러나 마셸은 절레절레 고개만 저었다.


“저는 성자님을 리드와 떨··· 아니, 성자님을 보조하러 왔으니 그럴 필요는 없을것 같습니다.”


“네? 제 보조요?”


에르네스 메르실의 고개가 한차례 갸우뚱 기울었다.


“제게 보조가 필요한가요?”


그리곤 오히려 보조가 필요하냐며 천연덕스레 되묻는다. 그녀의 말마따나 성자라는 이름값에 걸맞게, 그리고 이곳저곳을 쏘다니는 그녀의 성격처럼 아무도 그녀를 보조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성자라는 사람이 그래선 안 된다며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사람을 붙이기도 했지만, 그녀를 따라갈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역병이 퍼진곳에 들어가는것조차 서슴치않는 그녀였다. 괜히 따라간 사람만 병들어 그녀의 발목을 잡는 꼴이 되니까.

벌써 몇년이나 더 된 이야기였고 수십번도 더 시도했던 일이다. 그러니 그녀가 이런 질문을 하는건 오히려 당연했다.


“···대주교님의 명령이십니다.”


정확히는 ‘보조’가 아니라 ‘리드와 떨어뜨려 놔!’라는 명령이었지만. 달성된것이나 마찬가지지만, 마셸은 일단 그녀를 따르기로 했다.

괜히 리드를 찾으러갔다가 또 엇갈리면 골치아프니까.


“아빠··· 대주교께서. 알겠어요.”


알겠다고는 하지만 영 탐탁지않은 눈빛이었다. 온화하고 다정한 그녀의 성품상 그런 눈빛을 드러내는건 의외의 일이었다. 어차피 떨어져나갈거라 생각하는걸까? 그런 그녀의 생각을 읽었는지 벤자민이 첨언했다.


“허허. 성자님. 눈앞의 마셸 경이라면 다를겁니다. 현 교국의 성기사의 단장으로 행동하고 있는데다가 천재로 유명하니까 말입니다.”


“저도 마셸 경의 이름은 알지만···”


“되도록 발목은 잡지 않겠습니다. 성자님의 행동에 방해가 된다면 저는 즉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까지 말하자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에르네스 메르실은 어깨만 으쓱이고 말았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사실, 리드를 따라서 화촌으로 갈까했어요. 이야기로 들어봤던 그 모던이란 사람··· 되게 신기한 사람 같았거든요.”


리드가 이야기를 해줬던가? 아, 그 일 때문인가. 마셸과 벤자민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쉬의 죽음을 약혼자인 그녀에게만은 전해야했을테니.


“한번 만나보고 싶었는데 안타깝네요.”


그 말을 듣자 이번에는 벤자민이 아차 싶었다. 까먹었던게 뭔지 드디어 기억이 난 것이다.


‘아, 아! 이런··· 모던은 이미 떠났을텐데!’


주교가 모던의 과거를 캐내고 그걸 알아챈 벤자민은 생애 첫 휴가를 써가면서까지 모던에게 그 사실을 전해준 바 있었다. 그 사실을 알고도 화촌에 눌러앉아있던 모던은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삼년전에 갑작스레 화촌을 떠났고, 떠나기전에 벤자민에게 인사까지 하러 왔었는데. 어떻게 그 일을 까먹을 수 있었을까!


‘늙으면 죽어야지!’


결국 리드는 헛걸음한 꼴이었다.


“성자님께서 하실 일이라 하심은?”


“아. 아르미안의 어느 영지에 역병이 돌았단 소식을 듣고 왔어요.”


즉, 역병을 치유하기위해 가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렇습니까? 허면 신전에 오신 이유는···”


“돈이 없어서···”


벤자민과 마셸의 표정이 동시에 떨떠름해졌다.




***




“그나저나 오랜만에 왔는데 하루 묵고가면 안 되겠냐?”


리드는 떠나려했지만, 케인과 멕이 극구 말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남게 되었다. 어울리지도 않게 좋아하지도 않는 술까지 먹여가며 붙잡는데 가는것도 도리가 아니었으니.


“아무튼··· 꼴깍!”


“그만 마셔라. 거 진짜. 이 자식, 어린거 티내는것도 아니고 뭐 이리 못마셔?”


“우아아아아줘어어어쒸이이그아아아머어겨어어었자나아아아요오”


“아 그래! 내가 먹인거 맞는데! 제기랄! 이럴줄 알았으면 먹이지도 않았어 이것아!”


멕이 리드의 뒤통수를 치자 리드는 앉은뱅이 자세에서 마치 오뚜기처럼 이마를 바닥에 찧었다. 케인과 멕이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리드는 여전히 술에 취해 헤헤거리고 있었다.


“에휴··· 이래서야 남게 한 보람이 없군. 그렇지?”


“그렇지. 도대체 이 놈은 뭘 했길래. 술 한번 안 마셔본건가?”


대낮부터 술을 마신 케인과 멕, 그리고 리드의 옆에는 각각 커다란 술잔이 있었다. 어른 머리통만한 술잔에 담아 마시니만큼 안 취하는쪽이 이상했지만, 화촌의 거친 사내들에겐 일상이었다. 어른 상체만한 술동이에 어른 머리만한 술잔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취하는게 정상이었다.

멕은 팔을 들어 입가를 슥 닦아내고 침을 퉤 뱉었다.


“후우! 오늘 밤도 그 놈이 오겠지? 욘석이 좀 도와줬으면 했는데···”


“결국 그건 우리 일이잖나. 도와주면 고맙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어느새 리드는 몸을 옆으로 뉘이고 코를 골고 있었다.


“하, 하하! 이 자식 코 고는 꼴좀보게!”


“프하하하하!”




***




“이제 떠나시려는겁니까?”


“네. 신세졌어요. 주교님에겐 고맙다고 전해주세요.”


에르네스 메르실은 두둑해진 주머니를 보고 기분 좋게 미소지었다. 벤자민과 성기사, 사제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배웅해주었다.


“잘 가십시오! 성자님!”


“건강하십시오!”


“가시죠.”


마셸이 마차의 문을 열어주자 성자는 마치 공주님처럼 올라탔고, 마부는 그 광경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아니, 제기랄! 내가 왜 마차를 몰아야하는건데!”


“···성자님이 부탁하시고 들어준건 당신이잖습니까.”


“거 성기사양반! 말 잘했소! 여기까지 오면 알려준다고 안 했소? 근데 이게 뭐요! 저 성자? 성자는 맞소?! 제기랄! 저게 장사꾼이지 뭐가 성자요! 코펜하임?! 코펜하임 영지가 애들 장난도 아니고! 여기서 닷새는 걸리는 거리란말이오!”


어지간히 분한듯 싶다. 씩씩거리는 마부를 억지로 달래고 마셸은 마차로 올라탔다.


“전 분명 만나게 해준다고 했지 알려준다곤 말씀드린적 없습니다.”


“에라, 씨발것! 타기나 하쇼! 거기 아가씨! 약속하쇼. 거기까지 데려다주면 반드시 말해주는거요!”


“물론이에요.”


“제기···! 이럇!”


마부는 채찍질을 했고, 말은 달리기 시작했다.




***




머리가 띵하다. 독이라도 탄걸까? 혹시 멕과 케인이 날 독살하려고··· 그럴리가 없지. 술 자체를 마셔본적이 전무하다시피 하니만큼 취한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정신줄은 제대로 잡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나보다.


“윽···”


속에서 뭔가가 올라오려고했다. 억지로 눌렀다. 어질어질하지만, 왠지 기분이 좋다. 난 그제서야 아직도 취기가 다 가시지 않았음을 알았다.


“밤이네.”


창밖은 이제 어둑어둑해져있다. 땅거미는 진작에 내려앉았고 시간은 흘러 있었다. 찬바람이 케인 아저씨의 낡은 집 사이로 솔솔 들어왔다.


‘그러고보니 케인 아저씨는 처자식이 있던게 아니었나?’


자식은 모르겠지만, 아내는 확실히 있던걸로 기억하는데··· 왜 안보이지? 아니 것보다 케인 아저씨는 나갔나?


“머리야···”


한손으로 땅을 짚고 한손으로 머리를 짚고 일어나니 세상이 비틀거린다. 그래도 쌓아온 경험이 있으니만큼 이런걸로 넘어지지는 않았다. 다만, 비틀거린만큼 속이 울렁거려 안에 든 것들을 게워낼뻔했다.

벽을 짚고 짚으며 문을 열자 찬공기가 나를 맞았다.


“이제 좀 살겠네.”


공기가 바뀌니 정신이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폐부 깊숙이 찬공기를 꽂아넣듯 들이마셨다.


“일어났냐?”


옆에서 그렇게 물어왔다. 머리가 조금 아프다고 기척을 못 느낄정도로 어리숙하진 않았기에 난 놀라지 않았다.


“네. 머리 참 띵하네요.”


“거 참, 그렇게 술 못마실줄 몰랐다. 알고 있었음 그렇게 주진 않았을텐데···. 암튼 미안하다.”


“괜찮아요. 술 약한건 제 탓이니까요. ···약한줄도 몰랐지만요.”


“머리는 괜찮고?”


나는 괜찮음을 과시하려고 있는 힘껏 제자리에서 뛰었지만, 비틀거리는 바람에 넘어질뻔했다.


“그래. 안 괜찮단걸 과시할 필요는 없다.”


“아, 괜찮다니까요. 그러고보니 케인 씨. 아내분은 어디갔어요?”


내가 케인씨의 아내에 대해 묻자 케인씨의 표정이 시꺼멓게 죽어갔다. 으, 물어선 안 될 말이었나?


“후우···”


웃옷 주머니에 손을 쑤셔넣고 마치 연초라도 핀듯이 길게 숨을 뿜는게 분명 깊은 시름이 담겨있는···


“나물캐러갔다. 이놈아. 곧 올걸?”


“···근데 숨은 왜 그렇게 한숨을 쉬고그래요?”


“거 숨도 내 멋대로 못 쉬냐? 인석아!”


콩하고 내 머리를 때리는 꿀밤을 피했다. 맞아줄 이유가 없으니까.


“오, 리드.”


그러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멕 아저씨가 걸어왔다. 한참을 그렇게 셋이서 노가리까고 있자니 케인씨의 아내도 집안으로 들어갔고, 자식이라고 생각되는 열살쯤 먹은 꼬마도 들어갔다. 아이를 되게 늦게낳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뭐 할말이라도 있어요?”


끝까지 본론을 꺼내지 않는 그들에게 내가 먼저 선수를 쳤다. 주교에게 배운(당한)거지만, 상대가 할 얘기가 있을때 선수를 치면 주도권을 잡을 수 있으니까.


“아 그게말이다.”


멕과 케인은 서로를 눈짓하며 내 눈치를 잠깐 보더니 어차피 말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지 거리낌을 날려버린 표정으로 말했다.

···주도권은 개뿔.


“사실, 널 이렇게 잡은건 네가 좀 도와줬음하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거야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나는 고개만 끄덕거렸다.


“화촌 근처에 웬 이상한 그림자가 자꾸 있어서 말이다. 처음엔 그러다 말겠지 했지만, 벌써 일년 가까이 그러고 있어. 잡으려도 해도 워낙 빨라서 소용이 없어서 네가 왔을때 도와줬음해서 말이다.”


멕의 말을 케인이 이어받았다.


“넌··· 누가뭐래도 하쉬의 제자가 아니더냐?”


하쉬. 그리운 이름이었다. 한시도 잊은적 없는 이름이지만 남의 입에서 그 이름이 오르내릴때는 항상 감회가 새롭다.

뭐, 바로 어제 벤자민씨가 말했긴 하지만.


“그럼 제가 그 녀석을 잡아주면 되는건가요?”


“그래주면 고맙겠구나. 힘들면 어쩔 수 없고.”


약간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이었다. 하쉬의 이름이 거론된 이상, 난 거절할 생각이 전혀 없었으니까.


“알겠어요. 그 녀석··· 꼭 잡아드릴게요.”


“아마 슬슬 나타날 때가 되었어. 부탁한다. 사람들이 불안해하고있어.”


“너에겐··· 늘 미안하구나. 고맙다.”


예상과는 달리 화촌에서 하루를 지내게 되었지만, 이 정도는 허용범위겠지. 나는 멕과 케인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기로했다.




***




또 시간이 지나고 완연한 밤이 되자 나는 케인과 멕이 말한 곳에서 잠복을 시작했다. 잠복이라고는 하지만 거창한건 아니었고 그냥 나무 위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는 정도였다.


“······.”


지루해지기 시작했을 무렵, 사박사박하고 나뭇잎을 밟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산짐승은 아닐까 했지만 그건 아닌것 같았다.


‘왔다.’


도대체 누가 근 1년간이나 화촌을 맴돌던걸까? 한두번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렇게 규칙적으로 오랫동안 해왔다면 동물이나 몬스터일 가능성은 희박했다.

약간의 궁금증을 띄고 기다리자 놈은 모습을 드러냈다.

입안의 침이 바싹 마르는 기분이었다.


‘······!’


그건 분명히 언데드였으니까.


작가의말

추천,선작,조회,코멘트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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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참사 13 18.04.04 262 4 13쪽
76 참사 12 18.04.03 271 5 12쪽
75 참사 11 18.04.02 285 7 13쪽
74 참사 10 18.04.01 260 5 18쪽
73 참사 9 18.03.31 280 5 13쪽
72 참사 8 18.03.28 288 4 13쪽
71 참사 7 18.03.27 307 5 12쪽
70 참사 6 18.03.25 285 6 12쪽
69 참사 5 18.03.23 294 4 15쪽
68 참사 4 18.03.22 324 5 14쪽
67 참사 3 18.03.21 298 4 14쪽
66 참사 2 18.03.20 346 5 13쪽
65 참사 18.03.19 323 4 16쪽
64 비루 3 18.03.16 295 4 12쪽
63 비루 2 18.03.15 301 4 11쪽
62 비루 18.03.14 292 5 14쪽
61 에르네스 메르셀 2 18.03.13 315 5 12쪽
60 에르네스 메르셀 18.03.12 332 6 12쪽
59 5년 후 3 18.03.09 336 6 13쪽
58 5년 후 2 18.03.08 320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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