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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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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833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3.07 06:49
조회
347
추천
3
글자
11쪽

5년 후

DUMMY

차가운 겨울이 되돌아왔다.

그 날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러 다시 겨울이 된 것이다. 5년이란 시간동안 마셸은 아버지 추기경 알렉 밑에서 계속해서 성기사의 직무를 수행해왔다. 많은 실전이 있었고, 또 많은 죽음을 보았다. 물론 그것들이 쓸모없는 나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마셸이 생각했던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젊은 청년은 세상을 경험했고 그 만큼 성숙해졌다. 자신이 성숙해진만큼 리드는 자라있겠지.


“······.”


그러고보니 그 날 이후로 대주교님을 뵌 적이 없다. 갑작스레 모습을 감춘 대주교님을 찾으려 교국은 난리가 났지만, 곧 돌아오겠다는 편지 한 장을 두고 5년째 연락이 없었다. 그건 대주교님이 데려간 리드도 마찬가지였고··· 그러고보니 비루 씨와도 연락은 없었다.


“그렇게 끝이려나···”


결국 하쉬 경은 죽었고, 모두는 뿔뿔이 흩어졌다.

비루 씨는 떠났고, 모던 씨는 화촌에, 벤자민 경은 신전에 남았고, 리드는 대주교님과 함께 사라졌다. 마셸은 허무한 마음을 금치 못하고 방문을 열었다.


“편지?”


마셸의 책상 위에는 편지가 놓여있었다. 마쏄은 누가 놔둔건지 의아해하며 복도를 훑어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누가보낸걸까? 마셸은 조심히 편지를 살폈다. 그러자 ‘비루’라는 두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비루··· 씨?”


급히 편지봉투를 뜯고 편지를 들자 과연 이곳저곳 꾸깃꾸깃한것이 비루가 보냈을법한 편지였다. 마셸은 작게 웃었다.


“하하, 변하지 않으신 모양이네.”


편지에는 써 놓은 글이 적었다. 그냥 이리저리 휘갈겨놓은 내용은 무척이나 악필이라 읽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잘 있냐?’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미사여구가 있는건 아니었고 말했다시피 그냥 글자 자체가 적었다.

얼마 안 읽자 가장 마지막 부분이었다. 그리고 방금보다도 진한 글씨체로, 딱 봐도 펜을 누르듯이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


화라도 나셨던걸까? 하지만 금방 알 수 있었다.


-하쉬의 죽음에 대한 진상이 있었다.


쾅!

자기도 모르게 책상을 내리친 마셸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진···상이라고?”


편지는 거기서 끝이었다. 더 이상의 내용은 없었다. 그저 하쉬의 죽음에 대한 진상이 있었다는 내용 뿐이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모르되 비루가 보낸거라면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하쉬 경은 네크로맨서가 부활시킨 푸른 악마에 목숨을 잃었다. ···그게 끝이 아니란 말이야?”


그러나 어떠한 설명도 없다. 펜을 눌러쓴 이 자국을 보건데 절대 장난같은것은 아니리라. 5년간 연락 한번 없었던 사람이 갑작스레 보낸 편지였다. 장난치려고 보낼리는 없었다.


“무슨 일입니까? 도련님.”


방 문을 톡톡 두드리며 집사가 마셸을 불렀다. 오랜시간동안 아버지 알렉의 대부터 봉사해왔던 충직한 사람이지만 이 건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렇습니까? 그런것치고는 큰 소리가···”


“실수로 벽을 건드렸을 뿐입니다.”


“알겠습니다.”


집사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마셸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한번 더 편지를 읽어 보았지만 역시 변하는건 없었다.


“찾아···가봐야겠어.”


마셸은 그 길로 옷을 꺼내입었다. 간단히 신분증을 챙기고 지갑을 가져갔다.


‘아르미안 왕국.’


행선지는 아르미안 왕국. 마셸은 마음이 급했다. 아르미안 왕국행 비행선은 사흘에 한번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날은 오늘이었다.


‘세 시간.’


세 시간. 마셸은 달리기 시작했다. 마셸은 자신이 편지를 챙기지 않았단것을 잊고 있었다.




***




성소의 문을 지키는 경비역이 된 성기사 말콤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오 년전의 일이 문제였다. 그 날에 우연히 문을 지키는 역을 맡았을 뿐인데··· 하필이면 대주교님이 실종되는 바람에 책임을 물어 오늘까지 쭉 경비를 맡게 되었다.


“듀란드시여··· 어찌 제게 이런 시련을 내리시나이까.”


하늘도 무심하시지. 일 자체가 힘든건 아니었지만, 문제는 이 일을 하는 와중에는 집에 돌아갈 수 없다는게 문제였다. 코딱지만한 교국이지만, 집에 돌아가기가 힘드니 아내 얼굴을 본 지도 벌써 몇개월이나 된 것만 같다.


“사실 여기 있을 필요도 없으면서 말이다!”


그 말대로 여기에 계속 있을 필요도 없었다. 3교대로 시간도 넉넉한데 경비를 맡은 자는 당일 하루종일 문제가 없도록 성소 내에서 대기해야한다니··· 그게 벌써 5년째였다. 도대체 언제 끝나는건지.


‘사실 짐작하고 있지만 말이지.’


아마 대주교님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계속 경비를 맡을 것 같다. 어쩌면 평생···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집에 돌아가면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같은 자식들이 있는데도.

한숨을 푹푹 내쉬던 말콤은 자세를 바꿔 부동자세를 유지하고 정해진 말을 앵무새처럼 말했다.


“무슨일로 성소에 방문하셨습니까?”


지근거리에 한 사람이 성소를 향해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말콤은 반사적으로 그 사람을 아래위로 훑었다.


‘수상한데···’


낡은 후드는 이곳저곳 찢겨져있고 구멍이 나 있었다. 게다가 흙이나 먼지같은게 잔뜩 묻어있는걸 보니 모험가인가 싶기도 하지만 감히 어떤 간 큰 인간이 성소를 저런 차림으로 드나들려하겠는가 말이다.

혹시나 침입자는 아닐까? 그럼 침입자를 잡으면 이 일도 끝나는게 아닐까? 말콤은 워낙 지쳤는지 머릿속으로 그런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하고 그게 사실이라고 믿어버렸다.


“네 이놈! 침입자구나!”


다른 사람이 봤더라면 당장에라도 경을 칠 일이었지만 말콤의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것은 토끼같은 자식들과 여우같은 마누라의 얼굴 뿐이었다.


“······?”


후드를 입은 그것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가봐도 침입자라면 그런 반응을 할 리가 없지만 말콤은 반쯤 정신이 나간채로 칼을 휘둘렀다.

피폐해져있다고는 해도 성기사가 날린 칼이었다. 그러나 그걸 침입자(?)는 너무나 쉽게 피해냈다.


“범상치 않은 침입자구나!”


역시 자신의 감은 맞았던 것이다. 말콤은 세차게 검을 휘둘렀다. 아내의 얼굴이 아른거리는 만큼 검에는 힘이 실렸다. 피폐해졌던것이 거짓말 같았다.


“이 성기사 말콤이 네놈을 꼭 붙잡고 말겠다!”


그러나 동작이 크다는것은 피하기가 쉽다는 소리였다. 침입자는 자신의 검을 너무나 쉽게 피하고 있었다. 말콤은 침을 꼴깍 삼켰다.


‘잘못 걸린거 아냐?’


아무리 동작이 크다고는 해도 몸을 살짝살짝 트는 정도로 피해낸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과 상대의 실력차가 크다는 뜻이었다.


“그래도 보내지 않겠다! 침입자야!”


“오해···”


침입자의 말은 들을것도 없었다. 말콤은 한 귀로 놈의 말을 흘리고 이번엔 횡으로 크게 휘둘렀다. 물론 피할것을 예상했고 침입자는 이번에도 아슬아슬하게 검을 피해냈다. 하지만 말콤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잡았다! 요놈!”


진짜는 다리였던것이다. 말콤은 크게 발을 내뻗어 놈의 명치 언저리를 뻥! 하고 찼다. 아니, 찼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침입자는 마치 새가 날듯이 가볍게 뛰어올라 말콤의 다리 위에 올라섰다.


“······!”


자연히 사람 한 명 만큼의 무게가 다리 위로 실리자 말콤의 다리가 아래로 내려갔고 중심이 무너지려는 순간, 말콤은 내부에서부터 힘을 일으켰다.

바로 강체력强體力이라고 불리는 힘이었다. 사람 한 명의 무게를 다리 하나로 당당하게 버텨냈고 휘둘렀던 칼이 다시 되돌아올즈음 침입자가 한숨쉬는 소리가 들린것 같았다.


“짜증나게···”


쨍그랑! 말콤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갑자기 자신의 검이 유릿조각처럼 깨져버렸기 때문이었다.


“이, 이게 무슨!”


황망한 말콤의 집중이 풀리자 강체력이 물러나 한쪽 다리로 버틸 수 없어졌고, 말콤의 중심이 무너져 앞으로 콰당! 쓰러져버렸다.


“켁!”


재수없는 놈은 길가다가도 코를 찧는다더니 말콤은 지면과 뜨겁게 키스했다.


“···난 침입자가 아닌데요.”


처음 들어보는 맑은 음성이 말콤의 귀를 울렸다. 말콤은 지면에 누운채로 고개만 뻐끔 들어올려 얼굴을 쳐다보았지만, 역시 모르겠다. 십대 중후반쯤 되었을법한 어린 소년의 얼굴.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본 적이 있는것도 같고···?


“침입자가··· 아니란 말입니까?”


말콤의 목소리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 만약에 침입자가 아니라면 허탕을 쳤다는 소린데··· 아니! 허탕이 문제가 아니라 침입자가 아니면 손님이라는 소리가 아닌가!

손님한테 칼질을··· 말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제, 제발 이 일은 없던 일로 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뭐든지 할테니! 부디 입만 다물어 주십시오! 제가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소년의 얼굴에 한 줄기 미소가 떠올랐다. 달덩이처럼 해맑은 미소에 말콤도 덩달아 웃어버렸다.


“좋아요. 뭐든지 해 준다면 없던일로 해줄수도 있죠. 그럼 한 가지 물어봐도 되겠죠?”


겨우 물어보는 선에서 무마해준다면 얼마든지! 말콤은 눈앞의 소년이 천사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뭐, 뭐든지 물어보십시오!”


벌떡 일어난 말콤은 자신의 갑옷을 툭툭 털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애초에 일어나지를 못했을 무게겠지만.


“마셸··· 마셸 성기사가 지금 어디있는지 아시나요?”


“마셸? 아, 마셸 경 말입니까?”


말콤은 잠깐 생각했다. 마셸이란 이름은 적어도 이 성소내에서 동명이인이 없으니 알렉 추기경 밑에서 수행하고 있는 마셸 성기사를 뜻하는 것일터. 보통 마셸 성기사는 알렉 추기경을 따라 온갖 일을 행하며 돌아다니지만··· 분명 삼십분 전쯤에 성소를 나서는 것을 본 기억이 있었다.

그걸 그대로 말해주자 소년은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고마워요. 전 먼저 가볼테니 수고하세요. 뒷일은··· 뭐, 저는 아무한테도 말 안했으니까요.”


“제, 제가 감사합니다!”


말콤은 자기도 모르게 소년에게 경례했고 소년은 쿡쿡 숨죽여 웃었다. 떠나가는 소년의 등 뒤로 성큼성큼 다가오는 또 한사람이 있었다.

방금의 소년과 같은 꼴. 이번에야말로 침입자인가? 싶었지만 실수하지 않도록 마음을 가다듬고 말콤은 크게 외쳤다.


“무슨일로 성소에 방문하셨습니까!”


그러자 우뚝 멈춰선 인영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또 똑같은 반응이었다.


‘내 발음이 이상한가?’


이쯤되면 말하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작은 소리로 중얼거려보지만 역시 들리는건 제대로 들리는데···


“너 미친놈이냐?”


갑자기 욕하는 소리에 어안이 벙벙해지다가 말콤의 얼굴에 씩 미소가 떠올랐다. 이번에야말로 침입자가 틀림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네 이놈! 침입자! 예가 어디라고!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


그리고 그는 대주교였다.

참고로 말콤은 그 날 복날 개처럼 맞았다.


작가의말

추천,선작,조회,코멘트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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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참사 13 18.04.04 263 4 13쪽
76 참사 12 18.04.03 271 5 12쪽
75 참사 11 18.04.02 286 7 13쪽
74 참사 10 18.04.01 260 5 18쪽
73 참사 9 18.03.31 280 5 13쪽
72 참사 8 18.03.28 289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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