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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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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836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3.09 07:13
조회
336
추천
6
글자
13쪽

5년 후 3

DUMMY

“영감님! 미쳤어요?!”


버럭하고 리드가 소리질렀다. 마셸은 오늘 도대체 몇번이나 정신줄을 놓쳐버린건지 생각하며 대주교의 정신상태를 의심했다. ···노망이 들더라도 이상할게 없는 나이긴 하다. 애초에 마셸 자신의 나이와 리드의 나이는 열 살쯤 차이가 난다. 아직 몸이 다 자라지도 못한 리드와는 반대로 마셸은 그야말로 절정기라고 할 수 있는 이십대의 중반. 실력도 일취월장해 성소에서조차 그의 적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스스로도 건방진 생각이란건 알지만 마셸은 내심 자신이 하쉬와도 비견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직 어린 리드와 대결을 시킨다고?


“뭐? 미쳐? 이 놈이 어른 공경을 공격으로 배웠느냐?! 비행선 간다. 이놈아! 빨리 안 해?!”


그 말대로 비행선은 이륙 준비를 하고 있었던 중이었다. 대주교는 완고한 표정으로, 그러면서도 비웃으며 말했다.


“가려면 한 놈만 가라. 두 놈은 안 보내준다. 왜? 자신없더냐?”


마셸은 입술을 씹었다. 정말로 보내줄것 같지가 않았다. 상대는 바로 그 대주교. 실력이 늘었다고는 하나 대륙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실력자인 그에게 과연 자신의 실력이 통할지는 의문이었다. 하물며 비행선이 떠나기 전까지 그를 쓰러뜨린다? 절대 불가능이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선택지가 없어.’


마셸은 단단히 주먹을 쥐었다. 칼을 가져오지 않은건 아쉽지만 그래도 충분하다 여겼다. 비행선이 경적을 울리면 울릴수록 마셸의 마음도 급해져만 간다.


“미안해. 리드. 난 가야겠어.”


“형?”


“편지를 봤다면 너도 알거야. 난, 아니. 우린 가야할 이유가 있어. 그러니까···”


그러니까 빨리 끝내자. 마셸은 그 말을 속으로 삼켰다. 말로 해봐야 소용이 없으니 행동으로 보여줘야한다.


“형! 진심이야?”


답하지 않는 마셸을 보며 리드는 대주교를 째려봤다. 대주교는 네깟것이 노려보면 어쩔것이냐는 표정을 지으며 턱만 까닥인다.


“제길! 노망난 영감탱이 같으니라고. 아, 알았어요! 하면 되잖아요! 하면!”


“클클! 빌어먹을 네놈은 조심해야할게다. 이 놈은 꽤나 괴상망측하거든···”


“시끄러워요!”


리드는 입고있던 후드를 걷었다. 그리고 정면으로 마셸을 보며 두 주먹을 들어올린다. 왼발을 앞으로, 왼손을 어깨너머로 뻗은채 오른손만 가슴에 붙였다.

자세를 잡은 리드를 보고 이제 어쩔까, 고민하다가 리드를 가늠해보려했지만 아직까지 리드에게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강체력도··· 무엇도.’


오히려 이렇게까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쪽이 의아했다. 무엇도 읽을 수 없었던 마셸은 탐색따위는 그만두고 서둘러 싸움을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적어도 대주교가 자신하는만큼 리드에게는 무언가가 있을테니까.


“간다!”


경고와 함께 마셸의 주먹이 내뻗어졌다. 경고했다고는 하지만 무척이나 빠른 속도였다. 흔히들 말하는 눈 깜짝할 새보다도 빨랐지만 리드는 어깨만 비틀어 피해냈다. 마셸의 눈동자가 이채를 띄웠다.


‘피했어?’


마셸의 전공은 물론 검이다. 그렇다고 주먹질이 어설픈건 절대 아니었다. 경고도 했고, 강체도 담은게 아니라지만 너무도 가볍게 피하는 리드의 몸짓에는 의아할 수 밖에 없었다. 살짝 곁눈질로 대주교를 쳐다보았다.


‘괜히 시키신일은 아니란건가.’


뻗었던 주먹을 되돌리는데 무언가가 따라왔다. 마셸은 흠칫하며 몸을 낮췄다. 어깨 위로 시원한 바람이 스치는것이 분명 뭔가가 지나갔다.

귓가와 어깨를 스친 그 무언가를 뒤따라,

슝!

날카로운 파공음이 들려왔다. 그 말인즉, 소리보다도 빠른 주먹이라는 말이다. 마셸이 그걸 피할 수 있었던건 반 이상은 운에 따른 것이었다.


“하, 하하!”


마셸은 잠시 잊고 있었던 사실을 떠올렸다.

그러고보니 이 소년, 그 누구보다도 재능이 있는 진짜배기 천재였다. 괜히 하쉬 경의 제자가 아니었는데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니 과연 대주교가 자신할만했다.


“흥! 네놈이 내려볼 놈이 아니다.”


대주교의 그런 말이 아니더라도 마셸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다리를 움직였다. 주먹을 피했다면 발차기는 어떠냐? 라는 의미였지만 다리를 들어올리지도 못했다. 이미 소년의 발이 마셸의 무릎을 지그시 누르고 있었다.


“···!”


몸 전체가 마셸의 무릎 위에 올라간 상태에서 허리를 비틀어 다리를 찬다. 그 위치가 키 차이에 의해 딱 절묘하게도 머리를 노릴 수 있는 위치였다. 마셸은 리드를 떨어뜨리려 했지만 마치 바위가 짓누르는 것처럼 다리는 옴싹달싹하지 않고 있었다.


‘피할 수 없어!’


이미 내뻗어진 발을 피할 수 없다. 받아내야한다! 마셸은 두 팔을 머리 옆으로 치켜들었다. 십자 모양처럼 꼬아 다가올 충격을 대비한다.

그치만, 소년의 다리는 인간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움직임을 보였다. 손가락 한 마디조차도 차이나지 않는 거리에서 관성의 법칙을 무시하듯 횡으로 뻗어오던 다리가 관성의 법칙을 무시하며 마셸의 손을 위로 올라가 지나치고 정수리를 노려온다!


‘이게 무슨!’


눈알이 빠져나올듯이 커지는것과 동시에 강한 충격이 마셸을 가격한다! 리드의 발뒷꿈치는 상상 이상의 충격과 함께 마셸의 입을 꾹 다물게 만들었다. 그런데도 이게 끝이 아니라는 듯이 정수리를 짓누른 발을 비트는게 느껴졌다. 다음에 올 공격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무릎의 디딤발!’


무릎을 누르고 있던 디딤발이 마셸의 반대쪽 관자놀이를 칠 것이다. 마셸은 자기도 모르게 전신의 강체력을 끌어모았다.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힘이 정수리에 뻗어있는 발을 잡은채로 던져 내동댕이친다.

쾅!

그런 소리가 들렸어야한다. 어디에 부딪혔든 말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강체력까지 써서 던졌는데 소년은 엄지 발가락과 검지 발가락을 집게처럼 사용해 마셸의 손가락을 꽉 물고있었다. 즉, 내동댕이치지 못했다! 마치 서커스와도 같은 묘기! 아까도 그랬지만 지금도 도저히 사람에게 가능한 움직임이 아니었다.


“이 악 물어!”


들려오는 경고에 마셸은 반사적으로 이를 악물었다. 이를 악물라는 소리에 너무나 당연하게 양팔로 머리쪽을 보호했지만 리드는 그저 몸만 비틀었다.

공격을 한 게 아니라, 몸만 비틀었지만 그게 문제였다.


“으으윽!”


엄지와 검지는 집게처럼 마셸의 손가락을 물고 있었으니 그 상태에서 몸을 비틀자 마셸의 손가락이 뒤로 꺾여버린 것이다. 경고는 했지만 망설임없이 행하는 그 모습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마셸은 본능적으로 주먹을 뻗었고 마구잡이로 내뻗은 이 주먹이 의외로 적중했다. 그러나 우습게도 리드는 전혀 충격을 받은 모습이 아니었다.

분명 맞았는데도.


‘뭐가 어떻게 된거지?’


아직 몸이 떠 있는 상태에서 한대 맞았는데도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아까부터 이해하기 힘든 현상들에 마셸의 생각이 자연히 깊어졌지만 여유롭게 생각할 시간따위는 없었다. 마셸은 팔꿈치를 당겨 팔을 끌어왔다. 리드의 몸이 지면에 닿을 무렾에 어깨를 앞세워 돌진한다. 원래는 갑옷을 입고 해야 압도적인 중량으로 인해 의미가 있지만, 소년과 자신의 체격차이를 생각한다면 갑옷따위는 없어도 좋다.


‘이걸로 알 수 있겠지!’


확실하게, 마셸의 어깨가 리드를 밀어냈다. 그리고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이건!”


더 이상 놀랄 구석이 없었다. 이제 눈앞에서 푸른 악마가 튀어나온다고해도 놀라지 않을것만 같았다. 이건 숫제 괴물이 아닌가! 이런게 정말 가능하다는 소린가?


“클클클!”


기분나쁜 웃음소리. 즐겁다는 듯이 대주교가 웃고 있었다.


“알아채는게 느리구나. 빌어먹을 꼬맹아!”


알아채는게 느릴수밖에. 이런게 가능하다고는 생각조차 못 해봤으니까. 리드가 행한건 그저 마셸의 모든 공격에 속도와 방향을 맞춰서 몸을 움직이는 것 뿐이었다. 뒤로 빼면서 충격을 분산시킨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충격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배우는 것이고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마셸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괴물!’


예를 들어보자면, 깃털이었다.

새의 조그마한 깃털이 공중에 흩날릴때, 아무리 주먹을 내질러보아도 깃털은 그저 공중을 노닐 뿐, 찢어지지도 부숴지지도 않는다. 그건 깃털이 강해서가 아니라 부드럽고 유연하기 때문인데 소년이 한게 이것과 같았다.

다가오는 충격을 같은 방향, 같은 속도로 움직이며 흘려버린다. 나풀거리는 깃털처럼 마셸의 주먹에 나풀거린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몸은 깃털이 아닌데 어떻게 이런 움직임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우연? 아니, 아니다. 절대로 우연같은게!


‘내가 어깨로 밀친걸 당연하다는 듯이 흘렸어!’


아연해진 마셸은 싸우는 와중이라는 것도 잊은채 멍하니 리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풀려있는 동공에는 더 이상 전의따위는 느껴지지 않는다.

리드의 주먹이 아주 천천히 코앞에서 멈출때까지도 마셸은 움직이지 못했다.


“······.”


짝!

넋이 나간 마셸을 깨운건 대주교의 박수소리. 마셸은 헛! 하며 두 걸음 물러나 엉덩방아를 찧었다.


“쯔쯔! 멍청한 놈 같으니라고! 아무튼 이제 알겠느냐?”


멍청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땅을 짚고 일어나려다 마셸은 쓰게 웃었다. 공격을 흘렸단건 알겠지만, 공중에서 조금도 움직인건 이해할 수조차 없다. 모르니까 알 수 밖에 없었다. 리드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한 건지에 대해서.


‘만약 칼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것이다. 아무리 깃털처럼 나부낀다고는 하지만 칼은 주먹에는 없는 예기銳氣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마셸은 꺼림칙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이게 다일까?’


“영감님! 이러지 말고 그냥 저랑 마셸 형이랑 가면 안 될까요? 그냥 영감님도 성소에 가지 마시고···”


리드의 이마에는 땀 한줄기 흐르지 않고 있었다. 마셸은 슥 하고 자신의 이마를 훑었다. 비교되게끔 흘러내리는 땀··· 검을 들었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마셸은 깨끗이 마음을 접었다.


“이 놈아! 안 그래도 5년이나 자리를 떴다! 네 놈이 멍청하고 부족하니까 그런거 아니더냐! 이제 슬슬 돌아가야한다! 그리고 이 멍청한 놈도 제 멋대로 갔다가 성기사직은 박탈당하고 말걸? 그 뿐이랴?! 교국에서도 추격자가 나올게다!”


아무말 없이 갑자기 성기사가 교국을 떠났으니 이단심문관이 쫒아와도 이상하지 않다. 대주교의 말은 직설적이었지만 틀린데가 없어 마셸은 쿠쿡 웃음을 흘렸다.


“그러게 말입니다.”


“아무튼 돌아가자. 그 놈이 멍청한 네놈보다 낫다.”


“아! 영감님! 말 좀 가려서 해요! 말 좀!”


“내가 뭐 틀린말했냐? 넌 빨리 꺼지기나해라! 질려버릴 놈!”


티격태격대는 그 모습이 어디선가 봤던 광경같았다. 마셸은 피식 웃었다. 왜 오늘 하늘이 푸른줄 알겠다. 마셸은 발꿈치까지 들고 하늘을 보았다.


‘하쉬 경. 리드는 이렇게 자랐습니다. 하하하!’


그가 죽고 얼이 빠지고 차갑게 굳었던 얼굴이 이제는 구름 한 점 없게 성격이 밝아졌다. ···밝아졌다기보단 신경을 안 쓰는걸까? 그리고 강해졌다. 자신이 손도 쓰지 못하고 당했을만큼이나.


“비행선 떠나겠다! 얼른 안 꺼지고 뭐 하는게냐!”


마셸은 앗차하는 생각에 리드를 훑었지만, 복장을 보니 도저히 돈을 가지고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자연스럽게 가지고 있던 지갑의 돈을 꺼내 리드에게 건네주었다.


“가. 가서 네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해.”


인정할 수밖에. 이렇게나 성장했는데 말이다.


“그리고···”


마셸은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그건 모던의 말이었다.


‘나중에 그 아이가 마음을 굳혔을 때, 마셸 경이 리드에게 전해주시길 바라오.’


그게 지금이 아니라면 언제라는 걸까? 마셸은 목에 걸린 로자리오를 조심히 빼어 리드의 어깨를 잡았다.


“정말··· 수고했어.”


이 허름한 차림을 보면 보지 않더라도 리드의 지난 5년을 알 수 있을것 같았다. 소년이 보낸 5년은 자신이 보낸 5년보다도 힘들었겠지.

단순히 재능만으로 이룩할 수 있는 경지는 아닐 터다.

5년이란 시간이 지나서 마침내 하쉬의 로자리오는 있어야할 자리를 찾았다.


“응!”


작가의말

엌;;; 5년 후 2    3개나 올라갔었네요.. 확인늦어서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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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참사 13 18.04.04 263 4 13쪽
76 참사 12 18.04.03 271 5 12쪽
75 참사 11 18.04.02 286 7 13쪽
74 참사 10 18.04.01 260 5 18쪽
73 참사 9 18.03.31 280 5 13쪽
72 참사 8 18.03.28 289 4 13쪽
71 참사 7 18.03.27 307 5 12쪽
70 참사 6 18.03.25 285 6 12쪽
69 참사 5 18.03.23 294 4 15쪽
68 참사 4 18.03.22 325 5 14쪽
67 참사 3 18.03.21 299 4 14쪽
66 참사 2 18.03.20 348 5 13쪽
65 참사 18.03.19 323 4 16쪽
64 비루 3 18.03.16 295 4 12쪽
63 비루 2 18.03.15 302 4 11쪽
62 비루 18.03.14 292 5 14쪽
61 에르네스 메르셀 2 18.03.13 316 5 12쪽
60 에르네스 메르셀 18.03.12 332 6 12쪽
» 5년 후 3 18.03.09 337 6 13쪽
58 5년 후 2 18.03.08 321 4 14쪽
57 5년 후 18.03.07 348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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