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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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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715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3.27 06:15
조회
306
추천
5
글자
12쪽

참사 7

DUMMY


“활이라니? 그게 무슨소리니?”


아줌마가 의아해하며 내게 되물었지만 나는 눈쌀만 찌푸리고 말았다. 나 몰래 금붕어 고길 먹은것도 아니고 그 사이 벌써 잊었다는 말인가?


“그 철시 쐈던놈 있잖아요!”


짜증내며 소리치자 아줌마는 아 소리를 내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 힘들어서 잠깐 잊었던 모양이었다.

아무튼 방침을 정했다면 행동은 쉽다.


“아누! 혹시 다른 사람을 본 적은 있어?”


약간의 기대를 품고 물었지만 아누는 고개저었다. 아 고민이라도 하는척 해주지 그러냐?


‘어쩔 수 없지.’


나는 눈꺼풀을 닫고, 들리는 모든 소리를 차단했다.

기감氣感.

기감이란 기운을 보고 듣는것처럼 느끼는 것으로 멀리 떨어져있는 많은 것들에게서 정보를 얻는것을 말한다. 강체를 배운 사람들이라면 아마 누구라도 기감을 사용할 수 있을테지만, 그 차이는 정말로 천차만별이었다.

백보 밖의 일을 손에 잡힐듯이 알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등 뒤에서 일어나는 일도 알기 힘든 사람이 있었다.

스스로 얼굴에 금칠하는 꼴이지만, 적어도 기감만큼은 나를 따라올 사람이 없었다.

그만한 기감을 얇게, 그리고 넓게 펴서 주변 일대를 덮기 시작했고 구멍이 숭숭 난 모양이기는 했지만 영지 전체를 덮어냈다. 그러나 이래서야 어디에 뭐가 있단것 정도는 알 수 있어도 그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


따라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한다.

내면에서부터 스멀스멀 흘러나온 강체력이 거미줄처럼 넓게 퍼진 내 기감을 타고 흘러간다. 마치 도화선을 따라가는 불꽃처럼 강체력은 기감을 더듬어 스며들었고, 마침내 그 끝에 달하자 더욱 정신을 집중했다.

중요한건 지금부터다.

구멍 뚫린 기감과 기감의 사이는 강체력이 확인하도록 막을 펼친다!


‘아냐. 아냐. 아냐.’


구멍 하나하나에 강체력을 끼워넣으며 확인해보지만 틀려먹었다. 확인하면 확인할수록 강체력이 소모되어가기만 할 뿐이다. 그만둘까? 고민할 즈음.


“찾았다!”


그러나 운이 따라주었는지 몇번의 시도 끝에 결국 찾아내고야 말았다. 나는 즉시 기감과 강체력을 모조리 거두었다.


‘위치는 기억했어.’


문제는 이제 남은 강체력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인데··· 저 거대한 기운이 우릴 찾아내기전에 빨리 숨어야했다.


“따라와!”


“리, 리드?!”


시간이 없는지라 나는 아누에게 통보했고 아줌마를 들춰업었다. 말이 좋아서 들춰업은거지 거의 목도리처럼 등뒤로 메어버린것이다. 그녀가 유연하지 않았더라면 허리가 나갔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없어요! 이해해요!”


그 거대한 마의 기운은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릴 찾아낼것이다. 나는 매 걸음걸음마다 그 위치를 재확인하며 마주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다행인 점이라면 이 일대에 자욱한 어둠의 기운은 언데드를 아침이고 밤이고 유지시킬 수 있지만, 우리의 기운 또한 저 어둠의 기운이 삼켜버렸단 것이다.

마치 안개속에 숨은 기분이다.


‘저쪽은 안개정도로 가려지지 않지만 말이지.’


댁이 너무 강한걸 원망하라고.

나는 직선으로 달리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었다. 추측일 뿐이지만, 어쩌면 언데드가 있는 장소는 모조리 놈의 영역권내일지도 모른다.

확신은 없지만 놈이라면 가능할지도. 그래서 좀비나 스켈레톤같은 잡스런 언데드의 눈에도 띄지 않도록 조심해야한다.


“여기!”


마침내 도착한곳은 성의 중심부에 가까운 곳이었다. 등잔밑이 어두워서인가? 용케도 이곳에서 살아남았다고 할 수 있겠다.

아니 혹시 모르는 일이지. 인간이란건 내 생각일 뿐이고 사실은 언데드일지도. 그게 아니라면 놈에게 협력하는 또 다른 자일지도.

그러나 이런 생각은 한번 시작하면 끝이 없이 의심에 의심을 물고 늘어지는지라 시간조차 없는 우리가 할 수 있는건 없었고, 행운의 여신이 우리에게 미소지어주길 바라는 수 밖에.


“들어가요!”


폐건물.

그렇게밖에 칭할 수 없는 건물이었다. 이 층으로 나뉘어진 이 건물을 보고 느낀건 이 사태가 시작된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다면 확신하건데 이 건물은 그 이전부터 쓰이지 않았을거라는 점이다.

그러나 손잡이 부분에 먼지가 없고 거미가 내려앉아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구석구석이 더럽지 않은걸보면 사람이 살고 있다는건 알 수 있었다.

건물로 들어오자 어둠이 우릴 반겼다. 코앞의 거리에서도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기힘들만한 어둠속에서 나는 눈에 힘을 주었다.

아주 잠깐만에 그 어둠에 눈이 적응되었고, 스케치하지 않은 그림들처럼 사물의 윤곽정도는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아누! 여기가 뭐 하던 곳인지 혹시 알겠어?”


아노에 대한 기억을 제외하고 모든 기억을 되찾았다면 알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아누는 내 기대에 부응해주었다.


“여긴 내가 어렸을때부터 폐건물이었어. 부모님은 여기만큼은 절대 들어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셨지. 그건 이 장소에 괴물이 살고있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비록 도움은 안 되었지만.

나는 아누의 말을 개소리로 일축하였다. 내가 기감으로 느꼈던건 이 장소에 분명히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여기에 도착하는 시간동안 어디로 간게 아니라면 아직 여기 있을것이다.

전신으로부터 스스스 기감이 뻗어나가다 정지했다.


‘지금 강체력을 낭비할 순 없어!’


다시 기감을 집어넣고 난 아쉬운대로 입맛을 다셨다.


“리드. 여기 이게···”


아줌마가 조용히 내 귓가에 속삭였다. 으, 귀가 간지러우니까 이런건 안해줬으면 좋겠는데.


“뭔데요?”


“글쎄. 잘 보이지 않아서···”


아줌마가 말끝을 흐리며 가리키는 곳을 보니 과연 뭔가 있긴 있었다. 눈 사이를 좁히자 윤곽이 좀 더 자세히 보였는데 아무래도···


“빙고.”


색깔을 알 수 없는 활이 그 곳에 있었다. 발로 살짝 건드려보니 묵직한것이 아무래도 통짜 철로된 것 같은데··· 철시를 쏘기에는 안성맞춤처럼 보인다.


“아누. 2층을 부탁해.”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2층으로 올라가는 소리가 들렸다. 난 좀 고개를 갸웃거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고보니 저 녀석 말을 너무 잘 듣는데?

보통 그렇게 맞고나면 반발심이 생겨서라도 거부할 것 같은데··· 에라, 모르겠다.


“1층엔 없는것 같네요.”


한참을 찾아댔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럼 2층에 있다는 소리일텐데 2층은 너무 조용한걸··· 제대로 찾고있긴 한건가?


“잠깐 여기있어요.”


“같이 가.”


2층에만 올라갔다가 내려오겠다고 했는데 그게 싫었나보다. 하기사 지금 아줌마는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이니 어쩔 수 없나.


“알았어요. 대신 뒤에 붙어서 따라와요.”


한칸 두칸 나는 무의식적으로 계단을 오르며 몇칸인지 세고 있었다. 마지막 열 세칸. 얼추 내 키의 두 배쯤 되는듯 싶다.

다 오르자 나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


바로 아누가 머리를 쳐박고 지면과 키스하고 있었던 것이다.

진짜 리빙데드 놈들이 보면 억울하다고 한탄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는 리빙데드들은 저렇게 나약하지가 않은데··· 병아리 중 병아리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도 이 녀석을 쓰러뜨리는데 소리하나 나지 않았다면 보통은 아니란 소리야.’


그렇다기보다 무척 뛰어나다고 할 수 있겠다. 난 아누의 뒷덜미를 잡고 끌어올렸다. 일으킨 얼굴은 이빨이 몇개나 빠지고 아주 말이 아니었지만 죽지는 않았을것이다.


“너, 누구한테 당했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녀석을 흔들자 그제서야 눈을 떴지만, 여전히 신음만 하고 있을 뿐이다.


“으···”


“제길. 아줌마?!”


산넘어 산이라고 아누가 쓰러져있단것에 잠깐 정신이 사이에 아줌마가 사라져 있었던 것이다.


“진짜로!”


무슨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는 사고뭉치 꼬마란 말인가? 나이는 마흔에 가까우면서! 제기랄, 성자는 개뿔이!


“아누! 넌 여기서 꼼짝말고있어!”


그렇게 말하고 다급하게 내려왔더니 아줌마는 그냥 1층에 있었다. 이게 또 무슨 개같은··· 말을 말자. 화냈다가는 나만 열받는거지.


‘이 아줌마랑 더 다녔다가는 진짜 돌아버리겠네.’


“아줌마! 도대체 왜 1층에 있는건데요! 같이 올라가자면서요!”


도중부터는 계단을 세느라 아줌마가 있는지 몰랐나보다. 그녀가 일고여덟살쯤 되는 꼬마라면 내 책임도 있겠지만 마흔에 가까운 아줌마인데···


“아, 그게 아니라.”


아니긴 개뿔이 아니다.


“그, 아노가 말했었···거든? 아누는 활을 잘 쏜다고했어. 그래서 이 활을 주면 어떨까 생각했던 거란다. 네가 보기엔 어떠니?”


“아 그렇구나! ···라고 말할줄 알았어요?! 그럼 나중에 가져가던지 아니면 말이라도 하던지! 갑자기 안 보이면 무슨 일이라도 생긴줄 알잖아요!”


약간의 소란을 딛고, 결국에는 그 활을 쏜 사람을 놓쳐버렸다. 유일한 위안이라고 한다면 그 활이 여기있으므로 우리에게 언제 화살이 날아들지 모른다는 걱정은 버려도 된다는 점이었다.


“정작 그 아누는 윗층에서 뻗어있다구요. 정신차리고 나가요!”


“뭐? 아누가 말이니?!”


오 제기랄. 말하지 말걸 그랬나.




***




왕실 정원으로 입장한 모렉 공작의 표정은 심란했고, 어떻게 보아도 고민이 짙은 얼굴이었다.


“그래, 신전의 답변은 받았소?”


모렉 공작과 레너 왕의 골치를 썩이고 있는 문제, 그건 바로 볼드 남작령의 참사였다. 병사들을 진군시켜서라도 이 사태를 잠재우지 못한다면 어떤 혼란이 발생할지 모른다.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하니만큼 언데드를 상대하기 위한 스폐셜리스트라고 할 수 있는 신전의 도움은 필요불가결이었고 그 답변을 모렉 공작이 받은 것이었다.


“예! 전하! 신전에서 마흔의 성기사와 쉰 명의 사제들을 보내준다고 합니다.”


레너 왕자는 속으로 주판을 튕기기 시작했다. 40의 성기사와 50의 사제라···


‘결국 생색내기인가?’


그러나 그 사십명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보고받은 바로는 대부분은 스켈레톤과 좀비였으니까. 허나 그럼에도 레너 왕의 가슴속에서 의심의 싹은 사라지질 않았다.


“병력은 볼드 남작령의 근처에 대기시켜주시오.”


섣불리 들어갔다가는 이쪽이 당한다. 그런 불안감이 계속해서 커져만갔다. 다른 사람이라면 모르되 레너 왕은 자기 자신의 감을 믿는 사람이었다.

그 믿음이야말로 지금까지 스스로를 지탱해온 원천이었으니까.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레너 왕자의 말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모렉 공작의 눈이 가늘어졌다.


“정말 그렇게 해도 괜찮겠습니까?”


“부탁하겠소.”


“···알겠습니다.”




***




“모두 정렬하라!”


우라드 자작령은 오랜만에 소란을 맞고 있었다. 새벽부터 소란스러워 영지민들은 밤잠을 설쳤고, 평소와는 달리 이곳저곳이 아직도 밝았다.

바로 왕국으로부터 요청을 받은 신전이 출정식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우리는 볼드 남작령으로 진군한다! 자세한 사항은 출발하면서 전달하겠다! 또한, 이건 전쟁이 아니다! 명심하라!”


전쟁이 아니라고 외친 사내, 남자는 상당히 늙은 외모였다. 오십줄이 넘었을 얼굴이지만 전신에서부터 굳은 신념이 뿜어져나오는듯하다.


“전쟁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건 구원이다! 절대 적에게 자비를 품지마라. 그들을 성불시켜주는것이야말로 우리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최대의 자비란걸 잊지 마라!”


한바탕 외친 그는 힘차게 팔을 들어올렸다.


“가자. 형제들이여! 볼드 남작령을 참사로부터 구원하기위해!”


아흔명의 정면에 서 있는 그 남자.

쉰이 넘은 나이에 아직 최전선에서 싸우는 그 성기사의 이름은 벤자민이었다.




작가의말

화요일 분량입니다.

추,댓,선,코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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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참사 15 18.04.06 249 5 15쪽
78 참사 14 18.04.05 246 5 11쪽
77 참사 13 18.04.04 262 4 13쪽
76 참사 12 18.04.03 271 5 12쪽
75 참사 11 18.04.02 284 7 13쪽
74 참사 10 18.04.01 260 5 18쪽
73 참사 9 18.03.31 280 5 13쪽
72 참사 8 18.03.28 288 4 13쪽
» 참사 7 18.03.27 307 5 12쪽
70 참사 6 18.03.25 285 6 12쪽
69 참사 5 18.03.23 294 4 15쪽
68 참사 4 18.03.22 324 5 14쪽
67 참사 3 18.03.21 298 4 14쪽
66 참사 2 18.03.20 346 5 13쪽
65 참사 18.03.19 323 4 16쪽
64 비루 3 18.03.16 295 4 12쪽
63 비루 2 18.03.15 301 4 11쪽
62 비루 18.03.14 292 5 14쪽
61 에르네스 메르셀 2 18.03.13 315 5 12쪽
60 에르네스 메르셀 18.03.12 332 6 12쪽
59 5년 후 3 18.03.09 336 6 13쪽
58 5년 후 2 18.03.08 320 4 14쪽
57 5년 후 18.03.07 34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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