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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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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855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3.06 06:46
조회
337
추천
4
글자
12쪽

대주교 2

DUMMY

“······.”


갑자기 방금 지나간 늙은 사제와 마셸 형이 내려와서 내게 하는 말에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니까 이 할아버지가 대주교님이라고?”


마셸 형은 몇번이나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몇번이나 물어본 질문을 또 물어보려다가 그만뒀다. 어차피 같은 답변이 돌아올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결국 나는 저 치매걸린 것 같은 늙은 사제, 아니 대주교에게 배워야한다는 소리가 아닌가?


“···다른 사람은 없을까?”


면전에서 이 말을 하는게 실례라는건 알지만 오죽하면 그 사람좋은 마셸 형조차 애매한 미소를 띄우고 나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대주교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입꼬리를 끌어올리고 있을 정도였다.


“싫으면 말아도 된다. 근성없는 놈 같으니라고.”


근성없는 놈. 그 말에 살짝 무언가가 치솟아오르는걸 느꼈다. 하지만 참기로 했다. 한 순간의 설움을 참지 못해서 저런 노망난 대주교 밑에서 배우면 내 앞날은 어두컴컴한 동굴과도 같이 길이 없어질 것이다.


“어이 빌어먹을 꼬맹아.”


나한테 말했나? 하고 울컥해서 고개를 치켜들었는데 반응한건 마셸 형이었다. 마셸 형은 움찔하며 네, 네! 라고 대답햇다. 어지간히 겁먹은 모양이다. 하긴 바보에는 약이 없고 미친 사람은 무시가 답인데 미친 사람이 무시할 수도 없는 양반이니 무서울만도 할 것이다.


“저 새끼가 하쉬, 그 놈의 제자라고? 개소리지. 그놈은 벽창호긴 해도 근성이랑 재능 하나는 인정해줄만했지. 그런데 저 자식에 이르러서는··· 쯔쯔. 그 놈의 눈깔도 옹잇구멍이었나보다.”


“······.”


“뒤져버린거야 어쩔 수 없다지만 뒤지고 제자라고 하나 있다는게··· 어휴, 불쌍한 놈.”


“대, 대주교님··· 그건 좀 너무 심한말ㅎ이.”


“내가 뭐 틀린말 했더냐? 이것봐라. 심지어 깡도 없지. 뭐하냐? 콱 머리박고 안 죽···”


나는 어디까지 헛소리를 지껄이나 들어보자고 가만히 있었다가 더 이상 참을수가 없어 일어나 그 멱살을 쥐었다. 키차이가 키차이인지라 손을 올려서 멱살을 쥔 이상한 형태가 되어버렸지만 발돋움을 해서라도 때릴 생각이었다.


“오호, 치려고? 어디 쳐 봐라. 쳐 봐! 왜? 못 칠거면 손 놓던가. 똥자루만한 꼬맹아.”


“대, 대주교님!”


마셸 형이 황급히 말리려는 것보다 내 주먹이 먼저였다. 나는 크게 주먹을 휘둘렀고.

퍽!


“윽!”


분명 나는 대주교에게 주먹을 휘둘렀는데 내 주먹이 내 안면을 강타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잠깐 멍해있자 대주교가 씩 웃는게 보였다.


“쳤다, 이거지?”


맞지도 않은 주제에 치긴 뭘 쳤다는 말인가. 대주교의 미소가 흡사 푸른 악마의 그것처럼 보였다. 그는 손을 들어올리고 크게 휘둘렀다. 아무래도 내 뺨이라도 한대 쳐 볼 요량인 모양인데 저렇게 느리게 다가오는 손에 맞을리가 없지 않은가?

짝!

그러나 나는 분명 몸을 빼서 피했는데. 그 손이 내 코앞을 지나가는것도 보았는데 뺨이 얼얼해 있었다. 또 뭐가 어떻게 된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어쭈, 얼빠지게 멍때리고있겠다 이거지?”


아프기는 했지만 정신을 놓을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침을 탁 뱉었다.


“푸흐, 푸흐흐, 푸하하하!”


그러자 대주교가 미친듯 허리를 꺾으며 웃기 시작했다. 진짜로 노망이라도 든건가 싶을 정도로 미친듯 웃다가 그는 뚝 웃음을 멈췄다. 그 감정의 변화에 소름이 끼쳐왔다.


“이 개새끼가··· 성소에서 침을 뱉어?”


성소聖所.

성소는 모든 사제들에게 불가침의 장소이자 가장 신성한 곳. 신에게 닿을 수 있고, 교황이 거하는 장소···라고 알고있다. 대주교도 일단 사제인만큼 내 행동에 분노라도 한걸까?


“간이 배밖으로 나와서 춤을 추는구나. 죽고 싶다면 그렇다고 말을 하지 그러냐?”


그 말과 함께 나는 의식을 잃었다.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하게 정신을 놓아버렸다.


‘제기랄···’



***




“대, 대주교님! 제발 선처를···!”


쓰러진 리드에게 다가가는 대주교를 보며 마셸은 두 손을 모아 빌었다. 그러나 대주교는 코웃음치며 리드를 업었다.


“뭔 헛소리더냐?”


“에?”


당장이라도 리드를 찢어죽일것만 같던 그 눈빛이 거짓말인것처럼 대주교의 눈은 평온을 찾아 있었다. 그리고 그는 마셸에게 로자리오를 도로 건넸다.


“이거 네놈이 가지고있어라. 들고 있기도 거추장스럽다.”


마셸은 얼떨결에 하쉬의 로자리오를 다시 받았다. 대주교는 그 시간동안 하쉬의 죽음을 받아들인걸까?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대신 이 꼬맹이는 내가 가져간다.”


물물교환이라고 생각하기라도 하는걸까? 마셸은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단 표정이 되었다. 대주교는 또 자기 할말만 끝내고 유유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걱정마라. 뒤질일은 없다. 아마도···”


배려···인걸까? 마셸은 대주교의 행동을 조금 예상할 수 있었다. 아마도 리드를 가르치려는 거겠지. 그래도 짧지 않은 시간동안 대주교의 밑에서 배운 짬이 있었으니까 알 수 있었다. 무엇이 그의 마음에 든걸까?


“아, 이럴때가 아니지.”


마셸은 손수건을 꺼내 리드가 뱉은 침을 닦아냈다. 혹시라도 누가 본다면 경을 칠지도 모를 일이니까.


“힘내. 리드.”


마셸은 닦은 손수건을 조심히 접어 주머니 안으로 넣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지만 마셸은 한동안 리드를 볼 수 없었다. 대주교의 ‘가져간다’라는 한 마디가 5년 후에나 보겠다고는 누구도 생각할 수 없었을테니까.




***




“개새끼!”


비루는 자신의 창을 세게 내찔렀다. 강한 힘이 담긴 창은 상대의 가슴을 그대로 꿰뚫었고 마지막 단말마조차 내뱉지 못한채 그대로 절명했다.


“거긴 끝났는가?”


묵직한 힘이 담긴 목소리가 비루의 뒤에서 울렸다. 비루는 이 어두컴컴한 동굴속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답했다.


“아, 끝났다고. 공작 양반.”


“제법 하는군. 그치만 놈들이 이 정도라고 생각하면 큰코다칠거다.”


비루는 반사적으로 뺨을 훑었다. 슥 훑은 뺨에 제법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살짝 베였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다.

할짝, 하고 혀를 내밀어서 피를 핥았다. 비린 맛이 입안을 자극하고 진득한 혈향이 동굴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것보다 공작씩이나 되는 양반이 여기서 칼질하고 있어도 되는거요?”


그렇게 물어는 보았지만 쓸데없는 질문인 듯 싶었다. 공작, 모렉 공작은 자신의 칼을 들어 휙 하고 아래로 내리쳤다. 그러자 칼에 묻은 피가 챡하며 바닥에 뿌려졌다.


“내가 원했던 일이지. 아무튼 슬슬 물러나자. 더 있다가는 진짜로 놈들이 올지도 모르니.”


“···아, 알았다고.”


비루는 상대의 가슴에 꿰뚫린 창을 뽑아냈다. 질퍽이는 소리와 함께 뽑혀나온 창에는 살점과 피가 가득 묻어있었다. 다만 이상한 점이라고는 그 피가 붉지 않고 검다는 점이랄까?


“진짜 언데드 놈들이었군.”


붉지 않고 검은 피라는건 이미 썩어있다는 소리였다. 리빙데드라면 모르되 일반적인 언데드들의 피는 모두 검은 색이었다. 비루는 모렉 공작처럼 창을 내리쳤다. 창끝에 묻은 살점이 뿌려졌다.


“그럼 거짓말을 하겠냔 말이다. 아무튼 돌아가야한다. 빨랑빨랑 움직여라. 굼뜬 놈아!”


모렉 공작과 비루가 여기 있는 이유는 비루가 확인을 위해 정말로 언데드 놈들이 존재하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레너 왕은 흔쾌히 수락했고 비루에게 그 위치를 알려주었다.


“근데 왜 따라온거요?”


비루가 확인차 온 이곳에는 정말로 언데드들이 있었고 말이다.


“네놈이 위험할까봐 그랬다. 기껏 쓸 인력이 이렇게 쓸모없이 뒤져서야 되겠느냐?”


비루는 낯짝을 와짝 찌푸렸다.


“내가 이딴곳에서 뒤질리가 없지않소? 아무튼 알겠소. 이리 확인도 했으니 뭐라고 할 것도 없구만. 그 개자식들! 내가 다 잡아 족쳐버릴테니.”


“아무튼 빨리 나가자니까!”


“아, 거 그만좀 보채쇼! 뭐 쫄았으면 쫄았다고 하던가! 나이도 쳐먹을대로 쳐먹어서 벽에 똥 쳐바를 양반이 그리 자꾸 징징거리고 있소!”


동굴안이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성격이 급한 실전파인 두 사람이니만큼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모렉 공작은 비루의 ‘쫄았냐?’라는 도발 아닌 도발에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근육을 꿈틀거리고 있었다.

한 대 치고싶지만 참겠다는 기색이 여실히 드러난다.


“안 쫄았다!”


“헹, 내가 보기엔 완전히 쫄았소.”


칠십이 넘은 공작과 마흔이 넘은 용병이 하는 말이라고는 도저히 상상하기가 힘들었다. 그들은 아이처럼 티격태격거리며 동굴밖으로 벗어났고 비루는 그제서야 물었다.


“그건그렇고 말 해보시오. 뭔데 그리 도망쳐야한다고 헛소릴 지껄인거요?”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네놈이 딱 그 짝이로구나. 따라오길 잘했지.”


“뭔 개소리요?”


모렉 공작은 뒤돌아서 동굴을 보았다. 1시간 가량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안에 있었던 언데드들을 모조리 소탕했다. 사실 모렉 공작이 따라간것은 걱정이 깔린게 사실이긴 했지만 비루의 실력을 한번 보고싶었기 때문이었다.

흐르는 모래 용병단이라면 모렉 공작 자신도 몇번이나 들어보았을 정도이니.


“여기 있는 언데드 놈들이 뒤지면 다른 놈들은 가만히 손가락이나 빨 것 같더냐?”


“아 그러니까 다른놈들이 뭔일인가 싶어서 온다 이거요?”


비루의 반문에 모렉 공작이 수긍했다.


“그래. 얼른 튀어야지.”


모렉 공작을 따라서 가려던 비루는 잠깐 멈춘 후에.


“아니지. 잠깐 생각해보쇼?”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까끌까끌한 수염의 느낌이 특히 좋았다.


“그놈들이 온다. 그래서 우리가 튄다. 이거아뇨?”


“머리에 든 게 없느냐? 그렇다고 했잖는가.”


비루는 딱! 하고 손가락을 튕겼다.


“좋다 이거요! 오라면 오는거지. 그 놈들까지 다 잡아족치면 다음 행선지도 정할 수 있을거아뇨? 오히려 이득 아니요?”


“···으음!”


모렉 공작은 잠깐 비루의 제안을 곰곰히 되씹어보았다.


“그것도 참 괜찮긴 한데···”


비루의 제안에는 한 가지 절대적인 조건이 필요했다. 그건 바로 이곳에 올 놈들의 패거리들보다 비루와 모렉 공작 둘 쪽이 압도적으로 강할 것.


“으음!”


고민에 빠진 모렉 공작에게 비루가 던지듯 한 마디를 건넸다.


“거, 쫄았음 쫄았다고 하시든가. 아까부터 자꾸 고민하고 도망치자고 하고 말이오.”


“뭐?”


“아니 틀린말이 아니잖소. 여기 놈들을 보시오. 그야말로 오합지졸 아니오? 언데드라고 해봤자 잡것들밖에 없었고 기껏해야 구울정도였소.”


“···그건 그렇지.”


구울이 약하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언데드 종에서는 스켈레톤과 좀비의 상위호환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날렵한 몸놀림도, 날카로운 손톱도 위협적인 녀석이었다. 보통은 그 손톱에 달린 독에 당해서 죽어버리는게 일반적이었지만.


“······.”


비루와 모렉 공작은 절대로 일반적이지 않았다. 실력자중의 실력자! 그들에게 구울 정도로는 위협이 되기 어려웠다.


“정해졌구만. 다음 놈들도 족쳐버리는거요.”


모렉 공작은 마음에 안 든다는듯이 쯧하고 혀를 찼지만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비루가 놈들을 죽이려 하는 만큼이나 모렉 공작 또한 그것, 악마신봉자들을 혐오하고 있으니까.

비루는 왕의 사냥개로 살아가고 있었다.


5년 후까지.


작가의말

다음부터는 5년 후 시점입니다.

원래는 하쉬가 죽은 이후 2~3화 정도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8~9화 정도는 쓴거같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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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에르네스 메르셀 18.03.12 332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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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년 후 2 18.03.08 322 4 14쪽
57 5년 후 18.03.07 348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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