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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성자들의 세계 : 심연 파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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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tiger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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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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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2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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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지하 던전 4층 (3)

DUMMY



*


헬게이트가 자기 자신이 세상에 존재하는 목적성과 소명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는 알려진 바가 그리 많지 않다.

흔히들 그들이 인류 멸종을 위해 존재하는 사념체라고 여기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딱 잘라서 설명할 수는 없다.

하긴 인간도, 동물도, 식물도 아닌, 존재 양태마저도 이해하기 어려운 괴이체들의 마음을 어찌 헤아리겠냐만.

그럼에도 한 가지 확실한 점은 그들도 무 목적성의 자연적 현상이 아닌, 명백한 의지를 소유한 존재들이라는 사실이었다.

아니면 적어도 ‘의지 비슷한 것’은 소유했다고 봐야겠지.


문제는 그 의지를 어떤 수단을 통해서 실현하느냐였다.

여기에는 이성과 지혜가 요구된다.

면밀한 판단과 신중한 취사 선택이 필수적이다.

어떤 선택지를 고르느냐에 따라 뜻을 실현할 수도 있고 좌절당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는 헬게이트나 인간이나 동일했다.


전략을 고려할 때 여러 측면을 고려해야 하지만, 굳이 그중 한 가지를 들자면?

아마 ‘어떠한 병력에 자원을 투자하느냐’의 문제를 빠트릴 수 없으리라.


헬게이트는 무한의 에너지원이 아니다.

초상 현상이기는 하지만 초자연적인 영역에 속했다고 하기에는 애매했다.

만일 정말로 초자연계의 일부였더라면 무한의 동력을 지녔으리라.

그러나 그들은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중간 영역의 존재들이기에 한계가 있었다.

지박령으로서의 속성도 그중 하나로 시공간적인 제한이라 볼 수 있으리라.


또한 그들에게는 자원 생성 효율에 상한선이 있었다.

따지고 보면 그러니까 그들도 랭크가 나눠질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괴해전술(怪海戰術)을 위한 대군(大群)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리라.

그러나 때로는 그렇게 자원을 분산시키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을 때가 있다.

작은 졸개를 아무리 많이 만들어봤자 너무도 격차가 큰 적을 마주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마치 인간 세계에서 핵무기의 존재가 아무리 거대한 병력차도 쉽게 무마시키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그럴 바에야 최대한 비대칭 병기에 맞먹을 다른 비대칭 병기에 투자하는 편이 더 안전하다.


라이텔바흐라는 인간은 헬게이트들의 처지에서는 희대의 비대칭 병기였다.

그러므로 그를 상대로 군대를 쏟아내는 것은 그리 지혜로운 방안이 못 된다.

발목 잡기 용도로 세워둔 지하 1층부터 3층까지는 여러 전략을 병용해도 된다.

그러나 4층 정도까지 왔으면 그런 여유는 불가능하다.


차라리 졸개 유닛들을 만들 자원을 전부 포기하더라도 소수 정예 군단에 모조리 투자하는 편이 낫다.


그런고로 4층에는 외부에서 초빙해온 열두 기에 더하여 오리지널 생산 유닛 열두 기만이 비치된 상태였다.

이 단계까지 쳐들어오고도 살아남을 상대라면 어지간한 괴해전술로는 어림도 없을테니까.


콰아아아아아아앙.


헬게이트 안에서 벌어졌던 그 어떤 토벌전도 감히 비기지 못할 대격투.

현란한 대전쟁이 단 두 자리 수 단위의 유닛들에 의해 펼쳐졌다.

라이텔바흐는 한 치의 밀림도 없이 열두 마리의 디사이플을 상대로 선전하였다.

그러나 먼젓번에 당한 666기의 괴물과는 확실히 격이 달라서인지 압도적으로 밀어내지는 못했다.


-크윽, 강력하군.


-하지만 아예 상대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댜.


-게다가 곧 지원군이 온다.


3층에서 아래 광경을 지켜보던 에커먼, 악시오스, 테무친은 속으로 감탄하였다.

이제껏 라이텔바흐가 보여주었던 헬게이트 토벌 능력은 그의 진정한 재능의 1%만큼도 아니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났다.

어쩌면 지금도 전력이 아니리라.


“10년 전에 알파 수장님과 베타 수장님마저 겨우 밀어내는 게 고작이었던 전설의 유닛, ‘바위의 권세자’가 저 녀석이로군.”


에커먼의 말에 악시오스가 한 마디 건넸다.


“저 가운데는 제가 현역 시절에 다른 SSS 랭크 헌터 둘과 함께 맞섰던 괴물도 있습니다.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 했었죠. 지금이야 헌터 병기가 많이 발달해서 좀 더 유리할지도 모르겠지만, 보아하니 헬게이트 쪽도 더 진화한 것 같아서 별로 의미없는 가정이겠군요.”


테무친이 한 번 보았던 적도 둘 정도 있었다.

모두 퇴치에 실패했던 신화급의 유사 악마들이었다.

심지어 당시에는 테무친보다 강했던 SSS 랭크 헌터 넷이서 덤벼들었는데도 제압에 실패한 괴수도 있었다.


“저것들이 만일 세상에 나갈 힘을 얻는다면, 그야말로 재앙이로군.”


“이미 이 자리에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저들에게 어느 정도 이동할 수단이 생겼다는 방증이겠지요, 총회장님. 여기서 저들을 처단하지 않는다면 인류의 미래가 안전하다고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설마 이곳으로 올라오지는 않으려나?”


“글쎄요, 예측하기 어렵군요.”


에커먼 플루타르크 중장과 악시오스 로젠베르크 준장의 대화를 듣던 테무친 에르데네트 대령이 끼여들었다.


“저것들로서도 그럴 틈은 없을 겁니다.”


보통 잠재력과는 별개의 이야기로, 헌터들의 ‘절대적 능력치’는 헌터 직급과 대체로 양의 상관 관계를 갖는다.

초기 세대의 헌터들이 정부로부터 위험한 도박 격의 실험들을 많이 당한 이유도 있었고, 또한 그만큼 살아남았다는 사실 자체가 자질의 뛰어남을 방증하는 이유가 컸다.

또한 경험치와 훈련의 양, 그리고 헬게이트 토벌 경력의 양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일단 헌터란 체내 흡수된 다크포스를 해독하고 소화하는 과정에서 안티-게이팅 파워의 저장폭과 생산폭과 발현폭이 성장하는 존재들이니까.

잠재력이나 성장 속도야 4세대가 우월하다지만, 그들이 최정상으로 오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유일하게 반례가 있다면 바로 라이텔바흐.

이것은 그가 특이점인 탓이 컸다.

최초의 1세대부터 가장 최근 실험을 거쳐 완성된, 어린 7세대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자신의 이능력의 근본을 라이텔바흐에게서 빚진 마당이다.


“가장 강력하다는 수장들과도 격이 다른 친구입니다. 한 번도 저 녀석과 싸워본 적 없던 저 열두 마리는 그 전력을 모르니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을 겁니다.”


차라리 한 번 싸워보고 된통 깨졌더라면 나았을 터.

그랬더라면 자멸을 각오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총공격하여 데미지를 줄지, 아니면 싸움을 포기하고 도망칠지, 발악으로 라이텔바흐의 동료라도 해할지를 결정하는 데 애로사항이 없었으리라.

그런데 전혀 그 강함의 깊이를 이해하지도, 가늠하지도 못했으니 적들로서는 미궁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한 마디로 혼돈과 결정 장애에 빠진 격이다.


‘아마 우리를 치려고 한두 개체가 탈주하여 올라오는 순간, 라이텔바흐의 공격에 그 개체는 처형을 당하게 될 가능성이 높지.’


가뜩이나 전력 상 밀리는 마당에 무리에서 떨어지는 순간 위험에 빠지는 건 인지상정이니까.

그걸 알기에 저들도 공포에 빠져 최대한 열둘 모두가 함께 협공하는 대오를 유지하는 것이다.


콰아아아아앙.


라이텔바흐의 장검이 괴물들의 팔과 충돌하였다.

강대한 충격파가 4층 전체를 흔들었다.


“쓸만한 단단함이군.”


악시오스가 잠금을 해제한 웨폰 박스로부터 사출된 무기들 몇 개가 다시금 라이텔바흐의 곁으로 내려왔다.


“만일 상대만 나쁘지 않았다면 인류 역사에 큰 변동을 남겼겠어.”


특수 아머가 라이텔바흐의 전신을 에워감싸며 파츠 별로 결합하여 조립되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 한 개의 커다란 대검이 쥐어졌다.

백이십팔 개의 파츠들이 퍼즐처럼 결합되어서 만들어진 검이었다.

아울러 그 병기와 비슷하게 생긴, 좀 더 작은 검 열 개가 그 곁에 착륙했다.

그것들은 스스로 자기장을 발생시키기라도 하는 지 공중에 둥둥 떠 있었다.


-지원!


위기를 감지한 디사이플 어비씨언들은 모체에게 신호를 보냈다.

수문장들의 위기를 깨달은 지하 4층은 보관 중이던 비장의 유닛들을 사출했다.

이곳 4층의 생산력 전부는 오로지 이들 오리지널 열두 기를 만들어내는 데에만 집중된 터라 다른 작은 유닛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크아아아아!


열두 마리의 각기 다른 형태의 휴머노이드 어비씨언이 전장에 합류했다.

모두들 종합적인 스펙에 있어서는 파멸의 디사이플들보다 우위.

경험의 양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으로 종합적인 전투력은 동급이었다.


“스물넷인가?”


라이텔바흐의 아머 슈트가 그의 주무기인 검붉은 물질을 대량으로 생성하였다.

그것들은 나노봇의 중개 통제력과 이터널 셀의 연산력에 힘입어 라이텔바흐의 의지대로 자유로이 형태 변화를 일으켰다.

팔의 모습으로 바뀐 그 물질들이 열 개의 작은 검을 쥐어들었다.

그리고 라이텔바흐 본신의 두 팔은 대검을 쥐어들었다.


-죽여라!


-전력을 다해서 부숴라!


-쏴서 죽여!


괴물들의 입에서 강대한 빔이 투사되었다.

번개, 화염, 바람, 중력, 섬광, 어둠, 물질 등을 닮은 다양한 작용들이 뒤섞인 기괴한 힘의 덩어리였다.

상상을 초월하는 고농도의 흑색 파동들이 여러 주파수와 색채를 띤 채 복합되어그 빔의 기초를 이루었다.

여기에 SSS 랭크 헌터마저도 즉사시킬 초고농도의 어비쓰론이 담겼다.

라이텔바흐는 적들의 신체를 타고 흐르는 다크포스의 양과 질이 폭발적으로 증량되는 것을 감지했다.


‘백 배, 아니 만 배 이상의 증폭이라. 좋군.’


하나로 연합된 괴이의 섬광탄이 피할 틈도 없이 라이텔바흐를 직격했다.

그러나 그는 침착하게 대검을 휘둘렀다.

티폰의 원거리 공격을 가볍게 막아내었던 바로 그 힘.

그것이 검을 타고서 전류처럼 맹렬히 흘렀다.

흑파에 대응하여 그가 생성해낸 ‘역 주파수의 파동’.

티폰 때와 차이가 있다면 주변 환경 덕택에 그 위력이 1억 배 이상 증가하였다.


촤아아아악.


어비씨언들의 합동 공격이 천 개 이상의 작은 빔으로 쪼개어져 산란되었다.

위력이 감소된 빔들이 3층 지반에 부딪혔는데, 그 여파만으로도 3층이 산산조각 나기 시작했다.

이미 GOTH와 에커먼의 협응 기술로 물렁물렁해진 마당에 공격까지 받으니 견딜 재간이 없었다.


“위험하니 자리를 좀 피합시다.”


“그렇게 하는 게 좋겠군.”


에커먼과 악시오스와 테무친이 공중 바위들을 발판 삼아 상공으로 도피했다.


“하지만 슬슬 끝날 것 같군요.”


테무친의 독백이 끝나기 무섭게 라이텔바흐의 공격 차례가 돌아왔다.


스물네 마리의 괴물들의 진 사이로 파고든 최강의 전사.

그는 주저하지 않고 참단을 시작하였다.

대검에 담긴 힘을 통해서, 그리고 슈트에서 방출되는 검붉은 물질의 형태 전환을 통해서.


-끄아아아악!

-끼에에에엑!


압도적인 재생력을 소유한 스물네 마리의 디사이플급들조차 절규하였다.

그들이 받은 공격은 재생 작용 자체를 억제하는 속성을 띤 것이었다.

아울러 물리적으로는 고통이나 좌절을 느끼지 않는다는 어비씨언들마저 견디기 힘든 어마어마한 괴로움을 주는 힘이었다.


“늦었어.”


육탄전의 난무, 에너지 방출의 난무, 그리고 검격의 난무.

인간과 어비씨언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기술들이 일순간 난무하였다.

무술, 전술, 모략, 심지어는 속된 말로 ‘개싸움’이라 불리는 방식까지.


이미 근거리로 파고든 시점에서 무자비한 학살자의 승리는 확정된 것이었다.


치열하게 저항하였음에도 끝내 이십사 괴물들은 처참히 꺾였다.

그들의 장갑은 벌거벗겨졌고 육체는 분해되고 육시되었으며 그들의 몸을 이루는 질료(質料)는 지져지고 태워지고 녹아내렸다.

싸움을 시작한 지 정확히 오분 만에, 4층의 최후 마지노선은 궤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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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기대와 불안 NEW 15시간 전 1 0 14쪽
56 제안 24.09.03 4 0 15쪽
55 교활한 광전사 (2) 24.08.30 5 0 13쪽
54 교활한 광전사 (1) 24.08.29 6 0 13쪽
53 조우 24.08.25 7 0 17쪽
52 레기온 24.08.22 8 0 16쪽
51 다중심연융합체 24.08.17 8 0 11쪽
50 극강 장벽 24.08.15 8 0 11쪽
49 이변 (2) 24.08.12 7 0 13쪽
48 이변 (1) 24.08.10 7 0 12쪽
47 마무리 단계 24.08.07 9 0 12쪽
46 독립운동가 24.08.04 8 1 12쪽
45 예측력의 한계 24.07.31 10 0 12쪽
44 에일린 (2) 24.07.28 9 0 13쪽
43 에일린 (1) 24.07.25 11 0 11쪽
42 재난 예보 작전 (3) 24.07.22 11 0 13쪽
41 재난 예보 작전 (2) 24.07.17 10 0 13쪽
40 재난 예보 작전 (1) 24.07.17 12 0 12쪽
39 퇴각 24.07.05 15 0 14쪽
38 정부군 대 헌터군 (3) 24.07.02 12 0 15쪽
37 정부군 대 헌터군 (2) 24.06.29 10 0 12쪽
36 정부군 대 헌터군 (1) 24.06.27 12 0 13쪽
35 뒷통수 24.06.24 10 0 12쪽
34 최후 일격 24.06.22 10 0 11쪽
33 지하 던전 6층 24.06.19 11 0 13쪽
32 지하 던전 5층 (3) 24.06.17 11 0 12쪽
31 지하 던전 5층 (2) 24.06.16 11 0 14쪽
30 지하 던전 5층 (1) 24.06.14 12 0 13쪽
29 음모와 술수 24.06.13 10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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