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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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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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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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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7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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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남북전쟁

DUMMY

분명, 처음에는 별일이 아니었다.


혼란한 난세에 쌀 가격이 오르는 것도, 고향을 등지고 이리저리 떠나는 것도 모두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미 이 나라는 백 년도 넘게 혼란이 계속되고 있었으며 혼란이 끝나지 않는 한은 이런 일은 계속 있을 테니까.


그러니 최대한 이 혼란을 빠르게 끝내서 이런 상황을 멈춰야 한다고, 단지 그렇게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최악의 결과로 돌아왔다.


매일같이 시끄럽게 호객을 하던 상점의 문과 매대는 이미 부서진 채로 애처롭게 간판만이 상점이었다는 것을 알리고 있었고 화려한 불꽃 쇼와 맛있는 냄새로 사람들을 유혹하던 노점상은 앙상한 기둥만이 남아 있었다.


평소라면 사람으로 북적거려야 할 거리는 인기척조차 들리지 않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가득 풍겼다. 그래도 몇 명의 사람은 남아 있었지만, 오히려 그들의 존재가 이곳에 닥친 환난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


“아가, 맘마 먹자. 맘마. 응?”


앙상한 어깨뼈를 그대로 드러낸, 다 쓰러져 가는 고목 같은 여인은 말라비틀어진 젖이나마 먹이기 위해 부들거리며 보를 살짝씩 흔들었지만 야속하게도 벌레들은 먹잇감의 향기에 취해 아기한테 달려들었다.


텅 비어버린 길가에는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액체가 잔뜩 흐른 자국이 그대로 있었으며 오물의 흔적을 그대로 따라가다 보면 신체 일부가 팬 시체 몇 구와 백골에 가까운 시체들이 어지러이 방치되어 있었다.


더 한스러운 것은 살점이 붙어있는 시체들의 수는 점차 줄고 있었고 나무는 그 단단한 외피가 벗겨진 채 애처롭게 속살만 내보이고 있었으며 짐승들을 사냥하러 갔다가 외려 짐승들의 한 끼 식사가 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상황은 하층민뿐만 아니라 상류층도 엇비슷했다. 식량 자체가 없으니 아무리 귀하디귀한 촉금과 보석을 내밀어도 식량을 팔아줄 사람 자체가 없었다.


그나마 일부 운 좋은 사람들에게는 발해의 요원들이 찾아가 쌀 몇 kg, 보리 몇 kg를 쥐여주고 막대한 양의 재물과 맞바꾸었기 때문에 일가족이 근근히 하루 한 끼 정도 먹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왕건은 이 광경을 보고 딱 한 문장만을 보고서에 작성했다.


‘우리의 계획은 지나치게 성공했고 자연만큼이나 무서운 재앙을 만들었습니다.’


...


시간을 돌려서 904년 초.


왕건을 비롯한 공작원들은 한 통의 밀서를 받게 된다.


‘자본이 얼마가 들더라도 상관없으니 농민들이 식량을 농사짓지 못하게 하라. 아마 재물을 대가로 적당한 핑계를 대면 흔쾌히 승낙할 것이다.’


보유한 식량을 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했다.


지영은 이 점을 알고 있었고 계획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국 대륙의 무지막지한 생산력에 확실한 타격을 주어야 했다.


그리고 생산력에 타격을 주기 위해서는 그들 스스로가 식량 농사를 포기하게 하는 편이 유리했다. 어차피 자금력이야 무한에 가까우니까.


그 기간을 길게 유지할 필요도 없다. 기껏해야 두세 달 정도 시기를 놓치게 하기만 하면 충분하다.


이 계획은 여러 번의 수정이 가해졌고 궁극적으로 달성해야 할 목표는 총 세 가지였다.


첫째, 식량을 거의 무료에 수급해 동원으로 인한 발해의 농업 생산력에 타격이 가해지더라도 버틸만한 맷집을 확보할 것.


둘째, 적절한 수의 난민을 발생시켜 일부를 고구려로 유도해 고구려의 인력과 식량에 손실을 줄 것.


셋째, 계획의 여파로 고구려와의 전쟁에서 당나라, 혹은 그 절도사들이 개입할 가능성을 원천차단할 것.


사실 첫째 조건은 계획을 시행하는 순간 달성할 수 있는 조건이었고 중요한 건 둘째와 셋째 조건이었다.


“이 시대의 난민은 순수한 난민으로만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나마 발해야 주거지를 옮기는 경우가 꽤 잦은 편이지만 이 시대에 이사라는 것은 굉장히 특별한 일이었다.


별일이 없다면 태어난 고향에서 삶을 마감하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동네 사람들끼리는 대부분 서로서로 아는 사이였으며 외부인이란 신뢰 불가능한 인간이었다.


무엇보다 말이 난민이지 그들이 도끼 하나씩, 몽둥이 하나씩만 들고 일어나도 몇만의 도적 떼로 변하는 것은 딱히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즉, 난민을 제대로 관리해주지 않으면 작으나 크나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었고 특히나 기근으로 인해 난민이 발생한 것이라면 식량이 있을 리가 만무하니 그들을 책임질 식량과 어느 정도는 관리해줄 병력이나 인력, 혹은 행정력이 필요하게 된다.


고구려의 강함과 장기전을 경계하던 지영은 고구려의 전력 일부를 운 좋으면 깎고 운이 안 좋아도 식량은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는 이 계획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지영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에 계획은 착착 진행되었다.


지영이 간과한 점이라면 비밀경찰국과 왕건의 능력이 상상 이상으로 뛰어났으며 특히 비밀경찰국 요원들은 높은 충성심으로 열과 성을 다해 계획을 진행했다는 것이었다.


...


“흠, 안타깝게도 우리 사돈 어르신께서 제안을 거절했소.”


“안타깝군요. 저들의 세력을 확실히 깎을 좋은 기회였는데.”


미치자네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동맹(아직은 아니었지만 하는 행동을 보면 발해와 일본은 동맹이라고 보는 편이 맞았다.)에게 생색도 내면서 정적의 세력을 확실히 깎을 기회가 날아갔다는 건 그들에게 있어 아쉬운 사건이었다.


“흠... 우리가 사정을 잘 설명한다면 사돈어른께서도 좀 협조를 해 주지 않겠소?”


천황도 아쉬웠던지 지나가는 어투로 은근히 기대감을 피력했으나 사실 그도 알고 있었다.


지영이 거절한 이유는 공격자의 입장에서 연합의 단점을 감당할 만큼 만만한 전쟁이 되지는 않기 때문이었다.


원래가 연합이라는 것이 덩치를 불리기에는 좋지만, 통솔력은 훅 떨어지게 된다.


천황은 지긋이 미치자네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희끗희끗한 흰머리가 눈에 띄게 늘었고 얼굴의 주름은 날이 갈수록 깊은 골을 형성하고 있었다.


최근 천황파가 늘었다지만 그래도 미치자네만큼 의지가 되는 신하는 없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무리 그라도 세월의 힘을 이겨낼 수는 없었고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 시간에도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시간이 그들의 편이 아니니만큼 천황에게는 이번 일이 더욱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게 실패할 것을 뻔히 알았더라도.


“우대신”


“예, 폐하”


“결정적인 공적이나 계기가 필요하오. 저 눈치만 보는 이들을 내 편으로 끌어들일 만한”


일본.


아직까지 중앙의 힘이 그리 강한 나라가 아니었다.


느슨한 봉건제에 가까웠으며 그렇기에 지방의 영주들을 우호적인 관계로 만든다면 충분히 역전이 가능했다.


후지와라 가문이 암만 대단해도 일본을 상대로 할 정도는 아니었고 천황이라는 이름은 강한 상징성을 지녔기에 지방의 영주들을 쉽게 끌어들일 수 있었다.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지방의 유력자들이 중앙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것은 흔한 일이고 당연한 일이었기에.


그렇기에 뚜렷한 업적이나 계기가 필요했다. 적어도 그들이 어린 천황을 믿고 지지할 수 있을만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과거제 개혁? 좋기야 하지만 결정적이지 않다. 무엇보다 이 정책은 효과가 발휘되기 위해선 적어도 10년, 길면 100년까지도 바라봐야 한다.


독점을 통한 이득? 역시 좋기는 하지만 적을 만들 가능성도 크고 장원으로 버틸 수도 있거니와 무엇보다 발해의 물건들은 엄연히 열등재가 있었다.


강철? 좋기야 하지만 전통적인 방식으로 철을 뽑아낼 능력이 있다. 물론 품질과 가격에서 경쟁이 되지는 않겠지만 어쨌건 가능하다는 것이 중요했다.


면포? 역시 훌륭한 물건이기는 하나 가격과 품질에서 뒤질지라도 천이 옷감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 외에도 설탕, 향수 등등의 물건도 대체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독점 역시 잃어버린 우위를 찾는데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결정적이진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후지와라 가문이 절대 무능력한 가문이 아니었던 것이다. 권력을 쥐고 휘두르기는 하지만 그와 별개로 그 권력을 인정한다면 그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문제는 그 능력이 그를 향했다는 것이지만.


“외람되나 도대체 무엇에 쫓기시고 계십니까?”


“...”


미치자네는 대강 알겠다는 듯 부드러이 미소지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폐하. 제가 없더라도 저를 대신할 유능하고 젊은 신하들이 많으니 그들과 함께하신다면 능히 원하시는 바를 이룰 것입니다.”


“... 하지만 그를 상대할 자는 그대밖에 없소만”


“후임 교육을 철저히 해놓고 갈 테니 마음 놓으소서. 그리고 신은 아직 정정하옵니다.”


그 말대로 미치자네는 늙은 몸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정력적으로 움직였다. 움직이는 것으로만 봐서는 어지간한 젊은이들보다 훨씬 활동적이었다.


“그래... 그렇다니 다행이오.”


영 불안했지만, 본인이 그렇다니 천황으로서는 더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선황이 믿고 의지하라 한 노신에게 이런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듯했다. 무엇보다 그가 그 이야기를 딱히 원하지 않는 것 같으므로.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천황은 몰래 사람들 보내 지영에게 생일선물로 받은 자연산 산삼 두어 뿌리를 미치자네의 집으로 보냈다.


...


당 황조는 존경과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천하 제일의 국가이자 세계의 중심, 그리고 그 중심 중에서도 중심에 있는 집안이 바로 당나라 황가니까.


그런 이유로 여러 절도사도 목표가 ‘왕이 되자! 혹은 높은 벼슬의 무언가가 되자!’ 정도였지 ‘황제가 되자!’는 것을 감히 목표로 삼지 않았다.


...한 명을 제외하면.


동이들에게 찍소리도 하지 못하며 남만은 아예 떨어져 나가다시피 했고 토번은 감히 궐까지 범했으며 백성들의 삶은 빈곤하고 피폐했다.


이건 다 무능한 황제 때문이었고 이를 바로잡아야 했다. 마침 자신의 이름도 인왕중심이 아닌가. 이건 진실로 하늘의 뜻이었다.


“가자, 장안으로! 우리가 나라를 바로 세울 것이다!”


주전충은 보무도 당당히 장안에 입성했다. 그리고...


“늙거나 어린 몇 명을 제외한 모든 고자 놈들을 죽여라!”


주전충의 군사는 양 떼 속의 늑대처럼 날뛰며 환관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환관이 비록 중앙 권력을 쥐었다고는 하나 주전충의 영지는 중앙과는 영 상관이 없었으며 이렇게 뒤 없이 나오면 무력적으로 제재할 수단이 딱히 없었다.


당이라는 거대한 제국의 머리를 차지했던 환관들의 최후치고는 너무나도 허망한 결말이었다.


이제 명목상의 권력에 실권까지 틀어쥔 그는 선위를 준비하기 위해 움직이려 했으나...


하필 그때 발해의 농간으로 대기근이 터졌다.


작가의말

의도치 않게 중국 대륙에 너무 큰 재앙을 불러와버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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